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화 신동 (1)(7/355)
신동 (1)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석양이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무렵.
라부아지에는 저택의 관리인에게 오후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말이 관리인일 뿐이지 그는 실질적인 집사 역할까지 겸해 십수 년간 라부아지에를 보필해왔다.
가족만큼이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 어르신께서는 크리스티앙 도련님의 뜻대로 따르실 의향이십니까?”
관리인의 물음에 라부아지에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그 아이와 우리는 이제 한배에 올라탄 사이나 마찬가지니까. 대립하면 서로 공멸할 뿐이니 최대한 협력해야 하지 않겠나?”
“그건 저도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사리 믿기지가 않는군요. 저도 그분을 여러 번 보긴 했지만 설마하니 그런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그러게 말일세. 나 역시 아직 믿기지 않네. 하지만 부정해봐야 실제로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방금까지 이 자리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던 크리스티앙의 얼굴이 다시금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대체 어떻게 그런 본모습을 숨기고 바보처럼 행동했던 것인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아이는 침실로 안내했나?”
“예. 아주 정중하게 모셨습니다.”
“그래···. 잘했네. 예상치 못했던 일이 터져서 나도 정신이 없으니 자네가 좀 더 신경 써주게.”
라부아지에는 암살 의뢰를 취소하고 고등법원을 설득할 때까지 크리스티앙을 자신의 집에서 머무르게 했다.
게다가 앞으로 크리스티앙을 요긴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해놔야 할 밑 준비가 많았다.
지금처럼 대충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맡겨놓는 정도로는 안 된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갑자기 불어났기 때문인지 살짝 두통이 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르신, 그 도련님이 정말로 왕족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보통은 불가능하겠지. 그래서 윗선에서 쓸모없으니 치워버리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고.”
“그러면 역시 위험부담이 좀 크지 않을까요? 이쪽도 적당히 줄을 타야 나중에 큰일이 터졌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런지요. 도련님과 협력하는 정도는 어쩔 수 없겠지만 너무 가까워지는 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론이긴 한데···. 그 아이의 진면목을 보니 이건 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참으로 어려운 문제야······.”
라부아지에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자 관리인의 얼굴에 짙은 의문이 서렸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도 열두 살의 어린아이가 아닙니까.”
“150년 전만 해도 그 나이 때면 결혼하지 않았나. 지금도 콜레주에 들어갈 나이이니 마냥 어린애까진 아니지. 그리고 열두 살이기 때문에 더 무서운 걸세. 저 아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된다면 과연 어떨까 생각해 보니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줄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저 들더군.”
“어르신의 말씀을 들어보면 확실히 그 나이대에 보일 수 있는 심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닐세. 내가 봤던 보고서에는 분명 오스트리아에서 그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주변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적혀있었네.”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는지 라부아지에는 실소를 감추지 않았다.
저게 자신감이 없는 거면 자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자들일까.
물론 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을 딱히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아마 그들도 크리스티앙에게 속았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처음 우리와 접촉했던 그때부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기에 들어간 게 틀림없어. 마냥 유능한 모습만 보이면 우리도 흡족해했을 테지만 동시에 주의가 끌렸을 게 분명하니 우리의 약점을 조사할 수도 없었겠지. 그러면 지금처럼 서로가 서로의 목줄을 쥔 상황은 만들 수 없었을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훗날이 두려워지는 사람이로군요. 지금이야 몰라도 그분이 성장한다면 고등법원 정도로는 그분을 통제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왕족의 사생아는 설령 왕족으로 편입되지 못하더라도 귀족은 될 수 있어. 거기에 저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훗날 엄청난 요직에 앉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내가 먼저 저 아이에게 투자하는 걸 고려하고 있는 걸세. 나는 크게 상관은 없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아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줄 인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관리인은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라부아지에가 얼마나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한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파리 고등법원의 법률고문이자 남부럽지 않은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라부아지에의 혈통은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요새 부르주아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삼부회에 참여할 권리가 생겼다고 해도 3신분은 3신분일 뿐이다.
1신분인 성직자와 2신분인 귀족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라부아지에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돈으로 귀족의 지위를 얻어다 줄 생각이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온전한 귀족들에게는 견주기 힘들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해도 올라갈 수 있는 신분의 천장은 여전히 단단했다.
이 천장을 부숴버리고 승천하려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사다리가 되어줄 누군가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다.
“귀족의 피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는 걸 누가 납득하겠나. 나는 몰라도 내 아들까지 이런 불합리 속에 살게 할 수는 없네.”
아내도, 딸도 세상을 등졌기에 지금 남아있는 그의 핏줄은 오롯이 아들 하나였다.
그럼에도 라부아지에는 자기 아들의 재능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아들의 재능은 자신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정도다.
분명 훗날 자신의 아이는 수많은 사람에게 칭송받는 위대한 이름이 되어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때가 되면 라부아지에라는 이름은 자신이 아닌 아들을 가리키는 호칭이 될 터.
그러니 반드시 신분이라는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
루이 크리스티앙이 그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림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걸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라부아지에는 그렇게 확신하며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는 처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서류에 사인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
당분간 라부아지에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나는 어떻게든 무사히 다음날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내일의 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일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택 생활도 라부아지에가 일러놓았는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세상에 둘도 없을 거물처럼 어깨에 힘 빡주고 다니는 것도 며칠 해 보니까 적응이 됐다.
이건 사실 옆에서 지켜봤던 이용욱 교수의 행동을 복사 붙여넣기만 하면 되는 거라 그리 힘들진 않았다.
정말로 오랜만에 평화로운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라부아지에가 나를 호출했다.
“콜레주에 입학하라고?”
“예. 올해는 이미 시기가 지나서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가능합니다. 이미 윗분들의 인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도 떨어졌습니다. 입학 수속은 제가 다 밟아놓을 테니 가서 학문에 힘쓰시기만 하면 됩니다.”
“안 될 건 없겠지만···. 어디로 집어넣을 생각인데?”
“도련님의 진가를 알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최고의 교육을 받으실 수 있도록 준비해뒀습니다. 리세 루이르그랑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셨겠죠?”
“···파리 최고의 명문 학교 아니야? 영재들이 득실거린다는.”
리세 루이르그랑. 달리 루이 대왕 학교라고 불리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태양왕 루이 14세가 후원한 이래 프랑스 최고의 학교라 불렸다.
이 명성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현대 프랑스에서조차 최고의 명문교로 대우받고 있었다.
그냥 이 학교를 졸업한 유명인사를 모아놓은 게 곧 프랑스의 위인사전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흔히 판타지 소설에 단골로 나오는 황립 아카데미의 현실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입학하고 바로 수업을 따라가긴 힘들 수도 있지만 도련님이라면 금방 적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길 성공적으로 졸업한다면 훗날 도련님이 귀족의 작위를 얻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귀족으로서의 소양이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원천봉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하네.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받는 정도야 별문제도 안 될 것 같으니 시간도 그렇게 잡아먹진 않을 것 같고.”
“그 자신감을 보아하니 역시 그동안 가정교사의 밑에서 배울 땐 제대로 하신 게 아니었나 보군요.”
“글세···.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적당히 대답을 흘렸다.
루이르그랑이 프랑스 최고의 명문 학교라고 해도 어차피 내가 적응을 못 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딱히 이 시대의 지식을 얕잡아 봐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냥 내 공부 실력을 믿는 것이다.
내가 누구였던가.
전생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거기에 대학원까지 자신의 삶을 반쯤 버리고 평생을 공부만 한 사람이다.
에너지 드링크가 내 물이었고 피 대신 커피가 몸 안을 흘렀다.
단순 무식하게 파고들어서 공부만 하는 거라면 난 그야말로 장인의 영역에 있을 것이다.
모 스카우터 같은 기계로 내 공부력을 잰다면 53만쯤 나오지 않을까.
아직 대학원의 맛을 보지 못한 파릇파릇한 아이들은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다.
“도련님이 이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난다면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도련님이 혈통을 인정받는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아직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법원의 귀족들도 그때는 다 납득하겠지요.”
“다 좋아. 다 좋은데 내가 졸업을 한 뒤라···. 그건 너무 늦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예?”
“아니. 혼잣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파리 최고의 명문학교를 졸업해 교양을 쌓는다는 제안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오스트리아 빈민가를 전전한 내 과거를 봤을 때 이 정도의 간판은 걸어줘야 잡음이 없을 테니까.
다만 그렇게 정공법으로 차근차근 올라갈 경우 내가 세력을 얻기까지 어느 정도나 걸릴까.
아무리 빨라 봐야 10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그 정도로 느긋하게 올라갈 여유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시기는 1767년. 그리고 지금부터 7년 뒤 현 국왕인 루이 15세가 죽고 왕세자인 루이 16세가 왕위에 오른다.
성공적으로 후계 구도가 정착되면 이후의 정국에서 내가 두각을 드러내긴 힘들어진다.
그렇지만 고작 7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내가 현 왕세자에 버금가는 힘을 키울 수 있을까?
정공법으로 가면 절대 무리다.
아니, 그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뾰족한 수단이 없어 보였다.
라부아지에는 루이 15세가 7년 뒤 죽는다는 걸 모르니 나처럼 조급함을 느끼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일을 알고 있는 나는 그럴 수 없는 처지다.
내가 단숨에 기반을 다지고 저 빠듯한 시간제한을 극복할 방법.
어떻게든 이 난국을 헤쳐나갈 묘수를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그때.
“그러고 보니 법원의 어르신 한 분께서 도련님의 견문을 넓힐 겸 입학 전에 지식인 한 명을 만나보라고 추천해주더군요. 금서를 쓴 죄목으로 체포 명령이 떨어졌던 자라 프로이센과 영국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라부아지에가 돌연 화제를 바꾸자 나도 적당히 거기에 응해줬다.
“체포령이 떨어진 범법자인데 고등법원의 귀족이 그걸 알고도 잡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예. 워낙 인기가 많고 열성적인 지지자들도 많아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고 합니다. 체포령이 떨어진 지는 꽤 오래됐기 때문에 지금 와서 다시 건드려봐야 괜히 세간의 주목만 살 뿐일 테고요. 아마 왕실에서는 그자가 쓴 금서가 다시 화제에 오르는 걸 피하고 싶을 겁니다. 쉬쉬한다고 잊혀질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래? 그렇게까지 유명한 책이라면 나도 좀 궁금해지는데. 이름이 뭔데?”
라부아지에가 책장 구석에 숨겨져 있던 책을 꺼내 보여 주며 말했다.
“사회계약론. 왕권신수설을 정면에서 부정한 금세기 최고의 문제작이죠. 이 책을 쓴 저자가 올해 막 프랑스로 돌아왔습니다.”
“사회계약론의 저자라면 분명 이름이······.”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장 자크 루소라고 하더군요.”
“······어?”
뭔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모를 리가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