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1화 신경전(71/355)
신경전
베르사유의 귀족 사회를 관찰해보면 철저한 약육강식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 왕자의 신분으로 무도회나 연회에 참석했을 때는 누구도 내 옆에 알짱거리지 않았었다.
아무리 신분이나 지위가 높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힘이 없다면 인정받을 수 없었다.
물론 신분이 낮다면 그건 처음부터 이야기 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나만큼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느낀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거 참, 왕자 전하께서는 갈수록 광채가 나시는 것 같습니다. 아, 저는 잉젤 백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기억해주신다면······.”
“타이유 백작이라고 합니다. 전하, 이번에 대규모 투자 사업체를 만드실 계획이시라는데 기회가 된다면 저희 가문을······.”
“전하 백신 판매처 확보에 저희도 참가를······.”
“전하, 다마르 남작입니다. 저번에 왕자비 마마와 함께 뵌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처음에는 굴러온 돌 취급하더니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쏟아진다.
이제는 나만이 아니라 어떻게든 마리와도 안면을 터보려는 귀족들도 늘어났다.
마리가 파리 최고의 인기인으로 착실하게 발돋움 하는 중이니 그녀의 인기를 이용해보려는 사람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의기양양하기보다는 씁쓸하다는 감상이 더 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이치지만 이렇게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하는 건 느낌이 또 다른 법이니.
하지만 루이 15세는 귀족들의 이런 모습이 높아진 내 위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는지 마냥 기분이 좋아 보였다.
“네가 여기에 올 때마다 날로 행렬이 길어지는구나. 이러다가 나중에는 너와 이야기 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궁 밖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구나.”
“제가 폐하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러는 것이겠죠. 결국 이 또한 폐하의 영향력 덕분 아니겠습니까.”
“그 신뢰를 활용하는 게 바로 능력 아니겠느냐. 너는 지금까지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지. 귀족들도 그걸 아는 거다.”
궁안의 권력의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한 게 중앙의 귀족들이다.
어쩌면 국왕 본인보다도 국왕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뛰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이 15세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아직 내 위치가 완전히 안정화 됐다고 보긴 힘들다.
이 양반이 언제 또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바꿔서 소심 모드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왕이 밀어주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세력으로 정국을 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사력을 다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이제 조금만, 몇 년만 더 있으면 된다.
“폐하~그리고 왕자 전하. 즐겁게 즐기고 계신가요?”
묘하게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보니 풍만한 몸매가 돋보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뒤바리 부인이었다.
루이 15세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옆에 끼고 호탕하게 웃었다.
“오, 내키지 않는다더니 웬일로 여기까지 왔군.”
“그거야 저만 보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분들이 많으니 사렸던 거지요. 그런데 왕자 전하께서 저를 배려해주셔서 왕자비 마마에게 말동무가 되어 달라고 따로 부탁까지 하셨다지 뭔가요? 그래서 감사 인사라도 드리려고 왔죠.”
뒤바리 부인이 부채를 쫙 펼치고는 눈웃음을 지었다.
노리고 한다기 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에 애교가 묻어나온다고 해야 할까.
“허허···이렇게 고마울데가. 다른 아이들은 죄다 저 사람을 헐뜯지 못해 안달이던데.”
“사람마다 다 생각과 느낌이 다르니까요. 사실 저도 따지고 보면 외부에서 굴러들어온 취급을 당했기 때문에 부인의 입장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장이 어떻든 중요한 건 내 편을 들어주는 아이가 너밖에 없다는 거지. 솔직히 딸들이야 그렇다 쳐도···아들이랑 손자라는 놈들까지 그러는 건 조금 서운하단 말이야. 자기들도 남자면서.”
나는 말을 아끼고 적당히 고개만 끄덕였다.
솔직히 세자나 세손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그들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다른 여자를 끌어들여 뒹굴고 있는 건데 그걸 좋게 볼 수 있을 리가.
물론 나야 기억에도 없는 전 왕비에게 티끌 만한 애정도 없으니 국왕이 어느 여자랑 정을 나누던 알바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공주님들도 화를 푸실 겁니다. 미력하나마 부인께서 앞으로 더 마음놓고 지내실 수 있도록 저도 돕겠습니다.”
“어머, 말을 정말 예쁘게 해주시네요. 역시 잘생기신 분들이 성격도 참 좋으시다니까요?”
“부인도 우리 손자가 마음에 드나 보군. 내 손자라서가 아니라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아이가 아니오?”
루이 15세가 팔불출처럼 웃자 뒤바리 부인도 생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왕자님이 누굴 닮아서 그러시겠어요? 다~폐하의 피를 받았으니 이렇게 번듯하게 자라신 거죠. 그러고 보니 누굴 닮아 이리 잘생기신건가 했는데 그것도 폐하를 닮은 거였네요?”
“하하하, 나는 이제 다 늙었는데 이런 나와 닮았다고 해버리면 손자에게 실례지.”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도 얼마나 멋지신데요.”
닭살 돋는 애정행각을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려니 묘하게 짜증이 솟구치는데.
나와 마리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설마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그 뒤로도 뒤바리 부인은 이상할 정도로 나를 추켜세웠다.
왜 저러나 싶었지만 뒤를 돌아본 나는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으······.”
뒤바리 부인을 따라온 마리가 자꾸만 몸을 꾸물거리고 있었다.
뭐가 불편한 건지 이따금씩 눈을 흘기기도 했다.
“흐음······.”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분명히 불만이 있는 눈치다.
뒤바리 부인은 그런 마리의 반응을 즐기려는 듯 주기적으로 돌아보았다.
도발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귀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장난을 친다고 득될 게 있을까 싶었지만 뒤바리 부인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머리가 꽃밭이나 마찬가지라 어떤 논리적인 판단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돌발행동을 할지 아예 예상이 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쪽에게 호의를 가지도록 포섭하려 했던 건 이런 이유도 있었다.
세상에서 예측이 안 되는 사람만큼 적으로 돌렸을 때 귀찮은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변수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법.
파리로 돌아가서 마리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전히 정정해 보이시니 저도 안심이 되는군요.”
위협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루이 15세는 그를 보자 반갑게 손을 뻗었다.
“어서 오게. 오늘은 특히나 멋지게 차려입고 왔군. 올 때 꽤나 시선을 끌었겠어.”
“그래봐야 국왕 폐하와 왕자 전하에 비할바는 되지 못하지요.”
중년인은 정중하면서도 품격있는 몸짓으로 예를 표했다.
“우리 손자와는 만나본 적이 있나? 크리스티앙, 여기 이 사람이 바로 오를레앙 공작이란다.”
오를레앙공은 아무 말 않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를 쳐다보았다.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나 싶을 정도로 누구도 먼저 눈을 돌리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기 직전, 나는 싱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귀족 중의 귀족이시라는 오를레앙공을 직접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루이 크리스티앙이라고 합니다.”
“아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시는 분을 바로 보게 되다니 오늘은 운이 좋군요.”
평소처럼 샤르트르 공작이 올 줄 알았는데 본인이 직접 행차할 줄은 몰랐다.
오를레앙 공작은 대대로 프랑스의 첫 번째 귀족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의 고위직.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정도의 거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내가 압박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행사에 오를레앙공이 직접 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직접 나를 관찰하고 견적을 내보기 위해서겠지.
내 존재가 그만큼 오를레앙공에게 위협적이 됐다는 뜻이니 이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였다.
다시 말해, 계획의 완성이 그만큼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그런데 폐하와 왕자 전하만이 아니라 뒤바리 부인과 왕자비 마마까지 한 자리에 계시는 건 흔치 않은 경우로군요. 어떤 흥미로운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는지요?”
“그리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었네. 손자가 기특하게도 우리 마담이 궁에서 더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고 있었지 뭔가. 마음 씀씀이가 너무 기특해 칭찬을 해주고 있던 참일세.”
“그러시군요. 그런 거라면 왕자 전하 부부가 베르사유로 입궁하시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파리에 계시니 신경을 쓰시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 보이는데요.”
은근슬쩍 나를 자기 영역에서 밀어내려는 건가.
역시 얕볼 수 없는 상대방이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직 암살범이 잡히지 않아서 말입니다. 아직 조사는 진행 중이고 해놓은 말도 있어서 바로 들어가긴 어려울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 몇 년을 끌었는데도 제대로 된 성과가 없지 않습니까. 너무 길어지면 다른 귀족들은 전하께서 베르사유로 가실 마음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사실 여기 계신 분들은 믿을 수 있을 테니 말씀드리는 건데······.”
“음? 설마 뭔가 실마리라도 찾은 게냐?”
내가 살짝 운을 떼자 루이 15세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약간 호사가적 기질이 있어 보이는 뒤바리 부인도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폐하께는 따로 말씀드리려 했는데 슬슬 윤곽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 길어도 내후년 정도면 베르사유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요?”
“오오, 그게 정말이냐?”
“예. 상대방도 용의주도해 증거를 거의 다 없애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찾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일부러 오를레앙공을 쳐다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오를레앙공은 아무런 미동없는 표정으로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헛다리를 짚게 된다면 왕실의 위신에 상당한 타격이 갈 겁니다. 확실해질 때까지는 정말로 신중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토록 공을 들이는 거지요. 사실 누가 그런 짓거리를 했는지는 이미 후보군을 상당히 좁힌 상태거든요. 완전히 발뺌할 수 없을 정도의 증거가 갖춰지면 그때 법정에 세울 겁니다.”
“뭐라고? 이미 용의자들을 추려냈다고?”
국왕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예.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제가 폐하께 말씀드리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기에 차분히 증거를 모으는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용의자를 완벽히 좁힐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를레앙공의 말씀대로 괜히 엄한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 그쪽에 몹쓸 짓을 하는 거니까요.”
“그래···네가 하는 말이니 내 기꺼이 기다려주마. 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모르겠지만 이 프랑스에 발을 붙이고 사는 놈이라면 그 누구라도 내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고 생각할 정도의 고통을 준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단두대로 목을 쳐버릴 것이야. 오를레앙 공작, 자네도 이 정도의 처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예. 당연히 반역에 해당하는 중죄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한 압박이었을 텐데 오를레앙공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완벽한 제 3자의 입장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오를레앙공께서는 어인 일로 폐하를 찾으신 겁니까? 혹시 어떤 용무라도? 혹시 제가 듣기 곤란한 주제라면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그 정도로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침 여기 뒤바리 부인께서도 계시니 말씀드리죠. 이번에 폐하께서 부인께 선물하시기 위해 보석상인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의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게 벌써 그렇게 소문이 났나?”
“그런 쪽의 소문은 원래 빨리 도는 법이니까요. 그나저나 그 목걸이의 가격이 엄청난 고액이라고 들었습니다.”
루이 15세가 보석상 뵈머에게 주문한 물건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뵈머는 600개가 넘어가는 다이아몬드를 엮어 하나의 목걸이를 만들 계획을 구상했고, 당연히 가격도 상상을 초월했다.
“비싸긴 비싸겠지. 그런데 그게 자네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나?”
“귀족이라면 무릇 왕실의 행사에 협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도 목걸이를 구입하는데 한팔 보태고자 합니다. 당연히 그 어떤 종류의 보답이나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음? 그게 정말인가?”
“예. 그간 제가 폐하께 너무 소홀히 했던 것 같아 이를 사죄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선물이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세상에 돈을 아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이대로 두면 루이 15세는 금방이라도 오를레앙공의 말을 들어줄 게 뻔해 보였다.
그렇다고 딱히 당황할 일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이미 빠삭한 기록속의 이야기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이미 완벽히 계획이 서있었다.
“폐하, 외람되오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음? 너도 이 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느냐?”
“예. 당연히 저도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번 목걸이 구입은 뒤바리 부인을 위해서라도 이후로 미루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국왕이 놀람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번만큼은 오를레앙공에게도 의외였는지 평정을 가장하던 눈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나는 느긋하게 그 반응을 즐기며 쐐기를 박아주었다.
“첫 번째 이유는 폐하께서도 아시는 그 이유 때문입니다.”
“그 이유라면···그건가?”
“예. 저희가 한창 준비 중인 그것 때문입니다. 전후사정을 모르시는 오를레앙공께는 참으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만.”
‘그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오를레앙공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안 됐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성질을 긁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