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2화 진실(72/355)
진실
자신만 모르는 화제로 루이 15세와 내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하자 오를레앙공은 잠깐이나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시 왕실에서 어떤 큰일을 계획하고 있는 겁니까? 만약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일이라면 저희 가문이 원조를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노련한 정치꾼답게 자연스레 정보를 캐내려 했으나 루이 15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게 됐지만 아직 보안을 엄수해야 하는 일이라 외부에 공개할 수가 없네. 그래도 몇 년 내로 모두가 알게 되긴 할 테니 그때 자네의 협조를 기대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이아몬드 구매건은 없었던 일로 돌린다고 알면 되겠습니까?”
“그래야겠지. 손자 말대로 내 생각이 짧았네.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비싼 목걸이를 산다면 안 그래도 이 사람을 싫어하는 이들로 득실 거리는 상황에 좋은 먹이를 던져주는 꼴이 될 테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당연한 반응이기는 하다.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주문한다고 해도 지금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비용의 목걸이라면 재료를 조달해 완성하는 데만 몇 년은 걸린다.
그러면 대충 영국과 전쟁을 선포할 때쯤 목걸이가 완성된다는 뜻인데 이게 알려지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밖에 없다.
다만 세상의 모두가 그렇게 이성적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냥 기분이 나쁘면 냅다 지르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뒤바리 부인은 명백하게 그런 부류에 가까웠다.
슬쩍 표정을 보니 역시 아쉽다는 티를 팍팍 풍기는 중이었다.
어렵사리 쌓아놓은 호감도를 잃지 않으려면 여기서 적절히 당근을 던져줘야 한다.
“물론 그 일 때문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 부인께는 이 점이 좀 더 크게 다가오실 겁니다.”
“그게 뭔데요?”
“목걸이의 예상 조형을 실제로 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구립니다. 돈값을 못하는 물건이죠. 그런 걸 사서 걸고 다니신다면 분명히 그냥 비싸기만 한 보석을 치렁치렁 달고 다닌다는 말을 하는 자들이 나올 겁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저도 그런 목걸이를 받는다고 딱히 기쁠 것 같진 않지만······.”
물론 이건 순도 100퍼센트의 진실이다.
역사에서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목걸이 구입을 거절했던 건 너무 비쌌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디자인이 후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의 패셔니스트로 이름이 높았던 마리다.
그냥 비싼 다이아몬드를 연결해 달아놓은 목걸이는 그녀에게는 그저 돈지랄로만 보였을 것이다.
“물론 이대로 넘어간다면 뒤바리 부인께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실 테니 제가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마침 제 아내가 보석과 드레스에 아주 조예가 깊으니 함께 마음에 드는 장신구들을 골라보시는 게 어떨까요? 비용은 당연히 제가 내어드리겠습니다.”
“아~정말요? 그러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뒤바리 부인은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
반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마리는 말없이 입술만 삐죽일 뿐이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부탁한다는 눈빛을 보냈으니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긴 했으나, 이 부분은 따로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미묘한 분위기를 읽지 못한 루이 15세는 그저 기분 좋게 웃기만 했다.
“역시 우리 손자는 빈틈이 없어. 이러니 내가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
국왕의 그 말에 뒤바리 부인도 거들었다.
“그러니까요. 아직 어리신데 어찌 저렇게 배려심이 깊은지.”
“하하하, 그러게나 말이오. 나도 세심함이라면 어디 가서 밀리지는 않는데 나를 닮아서 그런가?”
도무지 공감을 해주기 어려운 자화자찬이지만 왕이 좋다는 게 뭔가.
모두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서 사장님 최고를 외치는 가운데 눈치를 보던 테레가 슬쩍 다가왔다.
“폐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혹시 조금만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사온지······.”
“음? 중요한 일인가?”
“예. 폐하께서 꼭 확인해주셔야 하는 일이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따라오게. 이 옆 방으로 가서 이야기하지.”
그렇게 루이 15세는 테레를 따라 떠났다.
국왕이 사라지자마자 오를레앙공에게서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가 뒤바리 부인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보석상들과 이름난 드레스를 만드는 장인들 중에 저희 가문과 관계를 맺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저도 부인을 초대하고 싶은데 어떠신지요?”
뒤바리 부인은 오를레앙공을 빤히 쳐다보았다.
단순히 내가 뒤바리 부인과 가까워지는 걸 경계해서 이러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인가.
뭐가 됐든 뒤바리 부인의 반응이 중요했다.
그녀가 여기서 오를레앙공의 편을 들 것 같지는 않지만, 워낙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니.
잠시 아무 말이 없던 그녀가 이내 심드렁하게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그다지 끌리지가 않네요.”
“···예?”
오를레앙공의 얼굴이 오늘 처음으로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놀란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절을 한다고 해도 설마하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즉답을 해버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보통은 마음이 없어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한 뒤 차일피일 대답을 미루는 게 정석적인 거절의 표현이거늘.
“제가 베르사유에 들어온 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 지금까지 그 어떤 귀족분들도 저에게 진심으로 그런 권유를 해주신 분이 없었답니다. 전부 근본도 모르는 천한 것이 주제도 맞지 않는 장소에 있다고 무시하기만 했죠.”
“제가 그런 마음이었다면 지금 이런 제안을 드리지 않았을······.”
“아니요. 전 바보가 아니랍니다. 정말로 그러셨다면 훨~씬 더 일찍 기회가 있었겠죠. 크리스티앙 왕자를 견제하듯 이런 말을 하는 대신에요.”
할 말은 한다 뒤카콜라.
귀족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직설적인 말이었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솔직히 그가 이런 무례에 가까운 말을 들어본 적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도 이 정도로 냅다 돌직구를 날려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뒤바리 부인은 원래 생각을 하고 지르는 타입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원역사에서 루이 15세에게 마리가 자신을 무시하니 짜증난다고 오스트리아 대사에게 따져달라는 부탁을 했겠는가.
다음대의 왕비가 될 인물에게, 그것도 공식적인 루트로 대사에게 불만을 전달하면 바로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노쇠한 루이 15세가 왕좌를 몇 년이나 지킬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거기서 무지성으로 왕비에게 들이받는 건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러나 뒤바리 부인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
오를레앙공에게 면전에서 틱틱거리는 것쯤이야 그녀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내가 되도록 그녀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거다.
오를레앙공처럼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고혈압이 솟구치는 일이 없도록.
“······.”
황당함으로 잠시 굳어버린 오를레앙공을 두고 뒤바리 부인은 태연하게 몸을 돌렸다.
평상시라면 이 정도로 오버하진 않았겠지만, 궁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인지 한없이 의기양양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기왕 어울릴 거면 왕자 전하나 왕자비 마마처럼 잘생기고 예쁜 분들과 함께하는 게 훨씬 재밌을 것 같네요. 그럼 저는 여기 계속 있으면 또 공주님들이 귀찮게 굴 수 있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자비 마마~다음에 또 봐요.”
그녀가 산뜻하게 손까지 흔들어주며 사라졌다.
이내 한 없이 뻘쭘하고도 어색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돌았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런 자리에서 더 있지는 못한다.
“크흠···오를레앙공, 오늘은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러면 저와 아내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눈치가 빠른 마리는 후다닥 내 뒤에 붙었다.
마지막에 한 번 조소를 흘리고 나올까 했으나 그조차 하지 않고 그냥 궁밖으로 나왔다.
대기시켜둔 마차 위에 오를 때까지도 마리는 자신이 안절부절 못해하며 뒤를 힐끔거렸다.
“저기···저렇게까지 말해도 되는 거예요?”
“대놓고 망신 준거야 저희가 아니라 뒤바리 부인이니 이쪽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긴 한데···매섭네요. 설마 그렇게까지 대놓고 말해버릴 줄은 몰랐어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걸요. 좋게 말하면 귀족의 허식이 없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없···판단력이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은 거겠죠.”
마리가 호흡을 고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긴장이 풀리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흘겨보았다.
“그건 그렇고, 저한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죄송합니다.”
“정확히 뭐가 죄송한데요?”
“뒤바리 부인을 부인에게 떠넘기듯 맡긴 건 부인 외에는 믿을 사람이 없어서에요.”
“그런 것 치고는 그 분께서 당신에게 아~주 깊은 호감을 보이던데요.”
명백하게 삐진 얼굴이 굉장히 귀여웠지만 이걸 말하면 화내겠지.
사실 화를 냈으려면 진즉 냈어야지 이건 누가봐도 일부러 삐진 척 하고 있는 거다.
“뒤바리 부인이 그런 건 그냥 당신의 반응을 보려고 장난친 겁니다. 폐하의 총희가 왕자인 저를 그런 눈으로 볼 리가 없잖아요.”
“흥, 누가 그걸 모른데요?”
“물론 그래도 부인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 크니···원하는 걸 말씀해 보세요. 사죄하는 의미로 부인이 원하는 모든 걸 들어드릴 테니.”
“진짜요? 무르기 없기에요?”
안 그래도 최근 그녀에게 너무 많은 일을 하게 한 것 같아 보답을 해주려고 했다.
사업도 순조로워 여유 돈도 많았으니 보석이든 별장이든 충분히 사줄 여유가 있었다.
마리는 괜히 쑥스러운지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내 힘차게 입을 열었다.
“저,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아이···요?”
“저희도 결혼한 지 이제 2년차를 향해 가는데···아직도 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슬슬 아이가 생겨야 하지 않나 하는 뭐 그런거죠.”
아니 그거야 나도 당연히 원하는 바이긴 한데 아이가 가지고 싶다고 뿅하고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저도 당연히 아이를 가지고 싶기는 한데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마리는 마부에게 들리지 않도록 기어들어가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이가 생길 때가지 매일······.”
여기서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렴, 당연히 대환영이라고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
크리스티앙과 마리가 베르사유를 나간 뒤에도 오를레앙공은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뒤바리 부인에게 입은 정신적인 충격이 꽤나 컸던 까닭이다.
‘미친년······.’
멍청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인간일 줄은 몰랐다.
적당히 이쪽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는데 저런 바보라면 그냥 이쪽에서 사절이다.
설득이고 뭐고 말이 통하는 정도의 지성은 있어야 어울릴 엄두라도 낼 수 있지 않은가.
괜히 끌어들였다가 자신들에게 해만 끼칠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가진 여자다.
어차피 보석상을 이용해 왕실의 권위를 끌어내리려는 계획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
계획의 변경을 테레 재정총감에게 전하고 새로운 구상을 짜내봐야 한다.
때마침 시기적절하게 루이 15세를 보러갔던 테레가 이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잔뜩 성이 난 얼굴로 온 그는 오를레앙공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성부터 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공작님만 믿고 있으면 계획대로 다 될거라더니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끝나지 않았습니까.”
“뒤바리 부인의 허영을 고려해서 다이아몬드 사기 사건을 계획했었는데 저도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공작의 잘못이 아니면 대체 누구의 잘못이란 말입니까? 제 잘못입니까?”
“예. 재정총감께서 정보를 숨겼으니 벌어진 불상사죠.”
테레의 미간이 확 굳어졌다.
“아니···이걸 제 탓을 하신다고요?”
“폐하께서 다이아몬드를 구매하지 않은 건 왕실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번에 제 저택에 왔을 때 재정총감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죠.”
“그건······.”
“그러니까 재정총감께서는 충분히 이 사태를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제게 말을 하지 않은 겁니다.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쯤 압박했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 터.
예상대로 테레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러니까 그건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엄중한 사안이라······.”
“확실히 말씀드려서 지금 저희의 상황보다 엄중한 건 없습니다. 상황 판단이 안 되십니까?”
“그렇긴 하죠. 저도 그래서 폐하를 설득해 다이아몬드 구매를 진행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니까요?”
“됐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이제 머리에서 지우십시오. 상식적으로 왕실에서 어마어마한 지출이 드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그런 돈을 쓰겠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그 일이라는 게 대체 뭡니까?”
왕실이 어떤 꿍꿍이속인지만 알면 이 위기를 역전할 기회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내색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지금 속이 썩어들어가는 건 오를레앙공쪽이었다.
크리스티앙은 자신이 암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게 확실했다.
어떤 경로로 들켰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지금이야 증거가 없어서 이쪽을 떠보고만 있었지만, 시간이 계속 끌리면 어떤 추가 증거가 나올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가문은 멸망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파고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지금 테레 재정총감이 쥐고 있는 게 확실했다.
“재정총감, 왕실의 권위를 떨어트리려는 계획에 가담한 것부터 이미 당신도 공범입니다. 여기서 우물쭈물 거리면 괜히 우리의 입지만 좁아질 뿐이에요.”
“후···알겠습니다. 대신 절대로 비밀을 엄수해 주셔야 합니다. 폐하께서 이걸 누설하는 자는 반역죄로 다스리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한 사안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걱정 마시고 말씀해주십시오. 지금 왕실이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겁니까.”
대체 어떤 일이기에 재정총감이 이렇게까지 조심하는 것인가.
솔직한 마음으로는 별것도 아닌 일로 더럽게 잰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크리스티앙 왕자가 제안하고 폐하께서 수락하신 일입니다만······.”
재정총감의 이어지는 말에 오를레앙공은 놀랍다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경악의 감정을 맛보았다.
“폐하께서는 영국과 전쟁을 할 계획이십니다.”
아···조심할만 했네.
오를레앙공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충격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