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3화 집안 단속(73/355)
집안 단속
“이런 망할······.”
오를레앙공은 띵해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정신을 다잡았다.
하마터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발을 헛디딜뻔했다.
얼마나 대단한 비밀을 숨기나 했더니 설마하니 그게 전쟁준비일 줄 알았겠는가.
국왕이 어째서 발설하면 반역죄로 다스리겠다는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이게 영국의 귀에 들어가면 그쪽도 당연히 대비를 할테고, 프랑스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만약 7년 전쟁때의 재판이 벌어진다면 이번엔 정말로 나라가 휘청거릴지도 모른다.
누설한 인간을 반역죄로 다스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시 말해 이걸 알려준 테레도, 털어놓으라고 닥달한 오를레앙공도 들키는 순간 사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자신들만 죽는 수준이 아니라 가문이 통째로 박살날 게 뻔하다.
아무리 대귀족이라고 하더라도 국가를 배신하는 반역죄를 저질렀다면 자비를 구할 수 없다
연줄이 있는 귀족들이라고 해도 구명활동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지.
“일단 자리를 옮깁시다. 여기서 나눌 이야기가 아닌듯 합니다.”
다이아몬드나 뒤바리 부인에 대한 일 따위는 이미 머리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오를레앙공은 저택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응접실로 들어온 테레 역시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참을 와인만 마시고 있던 오를레앙공이 마침내 진한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말하라고 했다고 해도 그런 중대한 내용을 생각없이 발설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니···공작님께서 신뢰를 얻고 싶다면 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렇긴 한데···후우···됐습니다. 이미 엎어진 물이니.”
그러자 테레의 얼굴이 애매하게 굳었다.
그는 짜증스럽게 와인을 들이키고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제가 그러니까 몇 번이고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민감한 내용이고, 알아도 크게 써먹지 못할 거라고요.”
반박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알고만 있어도 죄가 되는 사실들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딱 그런 경우였으니.
“그런데 대체 영국과 전쟁을 하려는 이유는 뭡니까? 폐하께서는 7년 전쟁 때 그 난리를 피우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셈이란 말입니까.”
“사실 그때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긴 합니다. 외교만 잘해놓아도 영국은 동맹국이 전무한 상태로 우리와 싸워야 할 테니까요. 솔직히 7년 전쟁 때도 프로이센이나 신대륙의 식민지들이 영국 편이 아니었다면 무조건 우리의 승리로 끝났을 겁니다.”
“그러니까 할 만하다는 계산이 섰다는 거로군요.”
이렇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오를레앙공은 완전히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심정이었다.
“그 계획을 진언한 사람이 크리스티앙 왕자라고요?”
“예. 그리고 저는 끝까지 반대하다가 이렇게 경질 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고요.”
“영국과 전쟁을 하는 게 어느 정도의 규모로 하겠다는 겁니까? 일이 잘 풀리면 프랑스가 얻게 될 이득은?”
“음···아마 저번 전쟁에서 잃어버렸던 신대륙의 식민지 전체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지금까지 크리스티앙은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몇 번이나 현실에서 이루어냈다.
만약 이번에도 다시 그런 기적을 연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문할 가치조차 없는 사안이다.
이 프랑스에서 국왕을 제외한 그 누구도 크리스티앙 왕자를 거스르지 못하게 될 터.
어쩌면 차기 국왕이 될 왕세자보다도 훨씬 더 큰 권력을 쥐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히 그렇게 된다.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려 그 영국을 이기고 잃었던 식민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귀족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뭘 하더라도 크리스티앙의 편을 들어줄 게 뻔했다.
그의 말에 거슬렀다가는 국왕보다도 먼저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질 수도 있다.
“잠깐, 그렇다면 설마 시간을 끄는게 일부러······.”
“예? 무슨 시간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입니다.”
이제야 흐릿했던 퍼즐 조각들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크리스티앙이 여유를 부리며 자신을 가만히 놔두는 이유.
상식적으로 결정적인 증거를 찾겠답시고 사방을 들쑤시고 다녀야 했는데 어째서 그러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증거를 찾느라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세력을 훨씬 더 크게 불릴 수를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은근슬쩍 압박을 넣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해두었다.
여기서 시간이 질질 끌린다면 크리스티앙은 프랑스의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
이미 법원도 국왕의 손에 떨어졌으니 증거 따위야 새로 만들면 그만이겠지.
거기에 압박감을 느낀 자신이 섣부르게 행동하면 그 실수를 포착하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진즉 그 자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았어야 했는데······.”
오를레앙공이 이를 악물었다.
고등법원 때만 봐도 크리스티앙의 방식은 명백했다.
상대방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 사이 모든 준비를 끝내두고 뒤통수를 친다.
“그나저나 공작님, 왕자는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고 있는 걸까요? 제가 다른 건 다 이해가 가도 이건 도무지 감조차 잡지 못하겠단 말이죠.”
“그 점은 저도 의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오스트리아에서 암살이 실패로 돌아간 것부터 이상했다.
오를레앙공은 시간이 꽤 지난 후 크리스티앙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갔었던 그라비에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크리스티앙 왕자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라비에는 거의 그렇게 확신하는 듯 보였다.
그 뒤 이잡듯이 내부단속을 해보았지만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갔는지는 찾지 못했다.
“이게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는데···크리스티앙 왕자와 이야기해 보면 항상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분위기가 풍깁니다. 이번에도 뭔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나요?”
테레까지 그렇게 느낀 이상 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를레앙공은 자신의 가까운 곳에 배신자가 있다는 걸 또다시 절절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누설은 오스트리아의 암살건부터 시작됐으니 일단 테레는 용의선상에서 제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배신자가 핵심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 자는 아니라는 점일까.
대충 돌아가는 정황만 알고 있던 자들로 추려보면 후보는 열 명을 넘지 않을 터.
의심이 가는 사람은 아직 없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앞으로의 계획에서 배제해야 한다.
“공작님, 일단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도록 하죠. 아무리 크리스티앙 왕자가 유능하다고 해도 잘 분석해 보면 파고들 틈이 생길 겁니다.”
“···아니요. 그렇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오를레앙공은 테레와는 입장이 달랐다.
테레야 그냥 크리스티앙과 틀어진 정도니 입 닫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기만 해도 되겠지만, 오를레앙공은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약점을 파고들려고 하면 단두대에서 한순간에 목이 날아갈 뿐이다.
“공작님···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안타깝지만 재정총감께서 저에게 이 사실을 발설해버렸을 때부터 우리는 목에 칼이 들어온 입장입니다.”
“그냥 저희만 입 다물고 있으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영원한 비밀 따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상 끝장을 봐야지요.”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었지만, 오를레앙공은 테레를 놔줄 마음이 없었다.
자신이 살아날 방법은 이 정보를 이용해 크리스티앙을 실각시키는 것뿐이다.
터무니없이 리스크가 큰 도박수이긴 하다.
실패하면 가문째로 뽑혀나갈 테지만 그건 이대로 손 놓고 있어도 마찬가지.
사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다.
크리스티앙 왕자는 정치적인 수완이나 능력 모두 오를레앙공 자신의 밑이 아니었다.
그런 상대를 제거하려 하는데 이쪽은 손해를 하나도 보지 않으려는 안전지향주의적인 방식으로 가려고 했던 게 자충수였다.
붉은 와인을 천천히 잔에 따라 입으로 가져가는 오를레앙공의 눈이 명백한 살의를 머금었다.
그래. 지금부터는 모든 걸 잃을 각오로 부딪쳐주마.
※※※
연회가 끝나고 사흘이 지난 뒤 오후.
“왕자 전하~오늘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튈르리 궁으로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뒤바리 부인은 우리와 식사 자리를 함께 가졌다.
“네···초대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음식이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일단 보석과 드레스를 사주겠다고는 했지만 자세한 일정을 정한 건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 뒤바리 부인이 갑작스럽게 약속을 지키러 왔다며 찾아와버린 것이다.
어쩌겠는가.
일단은 받아주면서 기분을 맞춰줄 수밖에.
“하아···진짜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분이네요.”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던 마리는 반쯤 죽은 눈빛이 되어서는 어이없다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오늘 일정이 없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오셨나 몰라요. 혹시 생각이 없는 척 하면서 알아볼 건 다 알아보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마리는 대놓고 뒤바리 부인에게 시비를 걸진 않았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오늘은 함께 어울려 드리도록 하죠.”
“왠지 당신은 유독 뒤바리 부인에게는 약한 것 같단 말이죠.”
“그냥 저런 유형의 귀부인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나 역시 돌발스러운 뒤바리 부인의 행동에는 진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뒤바리 부인이 적극적으로 마리에게 말을 걸며 분위기를 왁자지껄하게 만드는 동안, 그녀를 호위하고 온 기사가 슬며시 내게 다가왔다.
“폐하께서 전하라고 하신 서신입니다.”
나는 태연히 음식을 먹으며 종이를 펼쳤다.
굳이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취한 이유는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계속해서 왕과 만나서 무언가를 논의한다면 당연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을 정리할 때까지는 귀찮아도 이런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폐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도 안심시켜 드리고.”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나는 다 읽은 서신을 촛불에 태워버린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리와 뒤바리 부인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보석상과 드레스 장인들은 준비시켜 두었습니다. 들어오라고 할까요?”
“저는 그러려고 했는데 뒤바리 부인께서 다른 방식으로 즐겨보자고 하시네요.”
“예?”
“사실 보석도 드레스도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사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저희가 어울리는 드레스에 장신구를 걸치고 올 테니 왕자 전하께서 감상을 말해주세요.”
일종의 패션쇼를 해보고 싶다는 건가.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저는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그러면 준비하고 올게요. 가죠, 왕자비 마마.”
“에휴···알겠습니다.”
마리는 될대로 되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뒤바리 부인을 따라 나갔다.
-그런데 부인께서 굳이 저이의 감상을 들을 필요는 없지 않아요?
곧바로 투덜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묘하게 잘 어울리는 두분이시네요.”
시종들이 자리를 정리하는 사이 다가온 데옹이 웃으며 내 맞은 편에 앉았다.
“그렇게 보이나?”
“보통은 저렇게 상극이신 분들이 오히려 가까워 지시더군요. 오랜 세월 귀부인들의 사교계를 지켜본 제 감입니다.”
하긴 남자 중에 데옹만큼 귀부인들의 사회를 잘 아는 이는 드물겠지.
그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럴 것이다.
원 역사에서의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나로서는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지만.
“자네 말대로 친하게 지내준다면 좋겠군.”
“믿어보시죠. 이런 쪽에서 제 촉은 상당히 정확하거든요. 그나저나 아까 받으신 서신의 내용은······.”
“별 거 없었네. 딱 예상대로였으니.”
“다행이로군요. 일단 영국의 정세도 지금 혼란스러운 듯하니 이쪽에 신경을 쓰진 못할 겁니다. 운이 좋았어요.”
현재 영국의 정계는 집권당인 토리당과 야당으로 밀린 휘그당이 치열하게 대립하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데옹은 상상도 못했을 테지만 이건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조성할 작정으로 교황청에서 그래프턴 공작에게 토리당의 비리를 알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집안 싸움하느라 여념이 없으면 자연스레 시야도 좁아지겠지.”
“예. 이대로라면 충분히 인도와 비밀리에 접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대로 아무 문제 없이 준비를 마칠 수 있겠군요.”
“글쎄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집안 싸움으로 홍역을 앓는 건 영국뿐만이 아니다.
분란의 씨앗은 오히려 이곳. 프랑스에 훨씬 깊게 뿌리 내리고 있던 까닭이다.
“외부로 힘을 투사하기 전에 내부 단속을 해야 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 말씀은······.”
“그래. 슬슬 집안청소부터 시작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