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4화 다이아몬드 사기 사건(74/355)
다이아몬드 사기 사건
밤의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며 밝아오는 새벽.
책상 위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던 샤르트르 공작은 엷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의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중 가장 위에 놓인 신문을 들어 촛불 앞에 비쳐보았다.
[러시아, 숙적 오스만 투르크를 압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강대국으로 급부상.]국제 정세에 밝은 이들은 지금의 투르크가 예전만큼의 힘을 지니지 못했다는 건 잘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이 정도로 러시아와의 격차가 클 거라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너무 커질 것을 경계한 영국은 이번에도 개입. 자신들이 세계의 경찰이라고 착각하는 듯한 행보에 러시아도 불쾌감을 보였다. 반면 러시아의 승리를 예감하고 일찌감치 동맹의 준비를 한 크리스티앙 왕자의 놀라운 판단력으로······]이후는 온갖 미사여구로 점철되어 있었기에 대충 훑어보고 넘어갔다.
잠잠하다 싶더니 근래에 또다시 이런 찬양조의 기사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자비는 프랑스의 우월한 요리 기술이라면 맛없는 감자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 중. 감자를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낸 이들에게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보상할 것을 약속. 튈르리 궁에서도 언제나 감자를 사용한 요리가 식탁 위에 오른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시민들을 생각하는 왕자비의 아름다운 마음씨가······.]찬양의 대상은 크리스티앙만이 아니었다.
언제나 시민들의 곁에서 함께하는 친근한 왕자비.
그런 인식이 최근들어 파리에 점점 더 공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것도 크리스티앙 왕자의 작품이겠지.”
그의 행보를 보면 솔직하게 감탄이 나왔다.
대다수의 귀족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서민과 완전히 별개의 세상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모른다.
부르주아 지식인들과 자주 접하는 샤르트르 공작마저 종종 그런 괴리감을 느끼곤 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왕족이 시민들의 환심을 얻으려고 해도 입에 발린 탁상공론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은 일반 서민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들의 자부심을 고취시켜주고,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의 지원도 잊지 않았다.
라마르슈 백작령에서는 소작농들을 위한 여러가지 시험정책들이 운영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모든 행동에는 당연하다는 듯 언론사가 따라 붙어 착실하게 홍보 기사를 뿌려댔다.
역대 프랑스 왕족 중 이 정도로 계획적으로 시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봐야 계승권은 없는 사생아···아니, 이제 단순히 그렇게 볼 수준이 아닌가.”
샤르트르 공작이 왕위에 오르려면 현 왕실의 적통들을 전부 쳐내야 한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이 있는 이상 왕세자 하나를 흔드는 것조차 쉬워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샤르트르 공작이 세력을 확장하려는 방식은 크리스티앙과 겹쳤다.
그는 부르주아 지식인들과 접촉해 그들을 통해 시민의 지지를 얻을 작정이었다.
문제는 이마저도 크리스티앙에게 밀린다는 것이었다.
왕자의 옆에는 이미 라부아지에 같은 지식인뿐만 아니라 리세 루이르그랑 출신의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그는 경기장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패배를 인정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보자면 아버님의 판단이 옳긴 한데···왜 이렇게 조급하시다는 느낌이 드는 거지?”
샤르트르 공작은 신문을 치우고 다른 서류 더미로 눈길을 돌렸다.
“크리스티앙 왕자를 감시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이건 너무 공격적인 방식인데.”
오를레앙공의 명령대로 따른다면 단순히 파리에서만이 아니라 라마르슈 백작령에서까지 크리스티앙과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철저하게 안정지향적인 아버지의 방식이라고 하기엔 뭔가가 이상했다.
아무리 위협적인 상대라고 해도 그럴 수록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가문의 방식이었을 텐데.
심지어 오를레앙공은 이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너는 그냥 크리스티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만 전해주면 된다. 혼란스럽겠지만 네가 정확한 목적을 모르는 게 크리스티앙도 좀 더 혼란스러울 테니.”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지시사항을 산더미만큼 내려주었다.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시겠지.”
여기서 혼자 투덜거린다고 어차피 바뀌는 건 없었다.
요새들어 크리스티앙 왕자와 독대하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지긴 했지만, 가문의 수장이 까라고 하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밝아오는 태양빛에 슬쩍 눈쌀을 찌푸린 그는 힘없이 일어나 튈르리 궁으로 갈 채비를 마쳤다.
※※※
늦은 오후.
오늘도 나는 궁에 방문한 귀족들의 선물공세에 시달렸다.
베르사유가 아닌 파리에 살다 보니 이런 귀찮은 일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냥 하루 일과로 여기고 넘어가기로 했다.
“이거 이거 왕자 전하의 위세가 이제 날아가는 새조차 떨어트릴 경지에 이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샤르트르 공작이 뺀질나게 찾아와 맥락도 없는 헛소리를 해대는 건 조금 의외였다.
“아무리 그래도 오를레앙 가문에 비하겠습니까. 이제야 한 사람 몫을 하는 왕족이 되었다고 봐야죠.”
“하하, 겸손도 하십니다. 지금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을 고르라면 귀족이든 평민이든 예외없이 왕자 전하의 이름을 거론할 텐데요.”
“그건 그냥 제가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고 보니 샤르트르 공작님, 오를레앙공께서 최근 베르사유에 출입하는 빈도가 잦아졌다는데 알고 계십니까?”
“네. 아버님의 일이시니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말씀해주시지 않더군요.”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선물로 가져온 차를 홀짝였다.
보아하니 ‘그러는 척’이 아니라 정말로 연유를 모르는 듯했다.
“원래 정치에는 그렇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왕자 전하께서는 짚이는 바가 있으십니까?”
“글쎄요.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이 생겼을 경우겠죠.”
“······,”
샤르트르 공작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반응을 보니 확신이 섰다.
오를레앙공은 이 녀석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물론 이유는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의외인 건 의외였다.
지금쯤이라면 솔직히 암살건을 털어놓고 함께 대책을 고민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를레앙공이 나를 암살하려 한 건 분명히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였을 터.
그러나 정작 그 아들은 아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부모의 눈에는 자식이란 존재가 언제까지나 어리게 보이나 봅니다. 저로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만 저도 아이가 생기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평상시엔 언제나 의견 공유를 하시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최근에 유독 비밀로 하시는 일이 많아졌단 거네요.”
“비밀이라는 건 너무 거창한 표현 같습니다. 굳이 말을 할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셨겠죠.”
끝까지 아들은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거로 해두려나 보군.
최악의 경우에도 본인이 모든 걸 끌어안고 형장의 이슬이 되려는 부모의 마음인가.
샤르트르 공작은 아닌 척 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화제를 꺼내며 이쪽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물론 저쪽도 내가 솔직하게 답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겠지.
기본적으로 사실을 감춘다는 전제하에 이쪽의 말을 해석하고 있을 것이다.
“공작님,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사냥이나 가실까요? 최근들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해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저야 대환영이죠. 불러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를레앙공이 아들인 샤르트르 공작과 거리를 두려는 이유는 짐작이 가지만 아직 한 가지 헛점이 남아 있었다.
설령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해도 오를레앙공의 혐의가 발각되면 샤르트르 공작도 몰랐다는 이유로 피해갈 수는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반역죄를 저지른 인간의 아들이다.
작위를 유지하는 건 꿈도 꿀 수 없고. 전재산을 챙겨서 해외 도피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일 것이다.
대충 어떤 시나리오를 그려놨는지는 예상이 가지만 이건 오히려 나에게 좋은 일이었다.
아직 샤르트르 공작은 쓸모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오를레앙공은 몰라도 그는 이렇게 일찍 퇴장해서는 안 된다.
이 프랑스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
마리는 원래부터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부터 그녀의 미적감각은 언니들보다도 더 뛰어났다.
중요한 날이면 언니들은 마리에게 와서 어떤 장신구와 드레스를 입을지 의견을 물어보곤 했었다.
프랑스에 와서는 남편의 충고로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낭중지추라고, 뛰어난 능력은 반드시 어떻게든 들어나는 법.
이미 파리의 귀족들 사이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자비만큼 패션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게다가 마리는 크리스티앙의 충고를 받아 원역사처럼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거나, 자신이 주도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기존 문화를 중시하고 이에 맞춰서 자신을 꾸미는데 주력했다.
언론사들도 이 점에 집중해 마리를 띄워주었고 시민들은 그녀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다.
물론 이건 현재 마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기 때문이다.
원래 국민적인 호감을 얻고 있는 사람은 어지간하면 뭘해도 좋게 보이고, 반대로 밉상인 이는 뭘해도 나쁘게 보이는 법이니.
최근에는 뒤바리 부인까지 이 대열에 합류해 분위기가 조금 묘해진 측면은 있었다.
“···오늘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왕자비 마마!”
“고마워요. 부인도 오늘 미모가 한층 더 돋보이시네요.”
마리는 픽 웃고는 주변에 자리한 귀부인들을 둘러보았다.
본래 그녀들은 뒤바리 부인을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런 자리에서 그걸 대놓고 드러내긴 힘들었다.
마리는 시끄러운 귀부인들의 수다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뒤바리 부인도 제법 쓸모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뒤바리 부인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앞으로 왕실의 지출을 되도록 더 줄이겠다고 하셨는데 이게 어떤 효과를 가지고 올지 논의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거 괜찮은 주제네요. 귀족들도 어떤 식으로든 왕실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당연히 나라 전체에도 미약하게나마 영향이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뒤바리 부인은 이런 나비효과를 고려한 게 아니라 본인의 보석 콜렉션에 영향이 가는 걸 더 염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당시의 귀부인들은 의외로 상당한 지식과 식견을 지니고 있었다.
괜히 18세기의 프랑스 지성이 꽃피운 살롱 문화를 주도한 이들 가운데 몇몇 여성들이 끼어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전반적인 교육 수준은 남성들이 훨씬 더 우수했으나 사회나 문화, 심지어 종교에 대한 토론까지 나누는 여성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당연히 뒤바리 부인은 예외였지만.
그렇게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려는 순간, 마리는 아직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여인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할까.
이 자리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여인은 마리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바짝 긴장한 채 굳어버렸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이 대신 입을 열었다.
“제가 후원해주고 있는 귀족입니다.”
“아···부인께서요?”
“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발루아 왕가의 후손입니다. 출생 신고서까지 확인했으니 틀림없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옛 프랑스 왕실의 피를 이은 후손이 빈곤하게 사는 게 너무 안타까워 제가 쭉 뒤를 봐주고 있었습니다.”
대강 고개를 끄덕인 마리는 명단에 적힌 그녀의 이름을 확인했다.
“···어라?”
뭔가를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적 거리고 다시 보았다.
역시나 이름은 그대로였다.
“잔 드 발루아생레미······?”
마리가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게 맞냐는 듯 브랑빌리에 부인을 돌아보았다.
“예. 그렇습니다.”
그녀의 말에 마리는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브랑빌리에 후작은 현재 파리에서 주요 관직을 맡고 있는 고관 중의 고관이었다.
그런 사람의 부인이 후원하고 있는 이라면 일반적인 신분이 아닐 거라고는 예상했다.
다만 이건 너무나 의외였다.
“···신기하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황당함과 놀라움이 뒤섞인 신음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 크리스티앙에게 들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잔 드 발루아생레미, 혹은 라모트 백작 부인이라 칭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기억해두세요.”
“어째서요?”
의아해 하며 묻는 그녀에게 남편은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사기꾼이거든요. 다만 혹시 만나더라도 티는 내지 말아주세요. 넝마가 될 때까지 이용해 먹고 버려버릴 생각이니.”
“아하하하하······.”
이전 날의 대화를 떠올린 마리는 왜인지 모르게, 눈앞에 있는 사기꾼이라는 소녀가 불쌍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