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6화 축구의 종가는 영국이 아니다(76/355)
축구의 종가는 영국이 아니다
유럽의 여느나라처럼 프랑스의 귀족들은 당연히 체스를 즐기고 있다.
전쟁을 본뜬 놀이라 그런지 체스를 잘하면 우수한 전략가라는 인식이 있어 고수들은 상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물론 우수한 전략가라고 체스를 잘하는 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최고의 전략가로 명성이 높은 나폴레옹의 체스 실력은 잘쳐봐야 보통 수준이었다.
황제로 등극한 이후는 꽤 많이 이겼다고는 하는데 어째서 그런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왕자 전하께서는 체스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내 퀸에게 체크가 걸린 샤르트르 공작이 자신의 킹을 눕히며 혀를 찼다.
먼저 체스나 한판 두자기에 실력이 제법 있나 싶었는데 직접 둬보니 확실히 자신이 있을만은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전생부터 교수에게 시달리며 꾸준히 체스 상대를 해왔던 사람이다.
이용욱 교수는 전문가급에서 피데 마스터급에 준하는 엄청난 실력자였다.
나도 제법 두는 정도이긴 했지만 교수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라 엄청난 공부를 해야만 했다.
물론 단순히 공부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닌지라 딥러닝 방식의 ai까지 설치해 피나는 연구까지 곁들였다.
졸지에 논문을 쓰면서 체스까지 해야하니 죽을 판이었지만 덕분에 박사과정 후반부의 내 체스 실력은 수준급까지 올라갔다.
교수와 동등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18세기의 귀족들 정도는 가뿐하게 두들길 수 있었다.
물론 이 시대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수라면 기본적인 수읽기가 나보다 위일 테니 보통으로는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수읽기가 뛰어나도 이 시대의 체스는 현대의 체스에 비해 정석이 낡아도 너무 낡았다.
ai로 최신 연구를 섭렵한 나라면 기본적인 오프닝 단계부터 승률 차이를 확 벌려놓을 수 있다.
미들 게임 정도가면 이미 승패가 거의 갈려 있고, 엔드 게임은 상대방 입장에선 진짜로 ‘가망이 없어’가 되어 버린다.
19세기라면 폴 모피 같은 괴수가 있기에 무리겠지만, 지금 시대라면 세계 최고수 수준도 가능하다.
프랑스 최고의 체스 마스터인 필리도르와 붙어도 다전제가 아닌 단판이라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샤르트르 공작의 수준으로는 백 번을 둬도 백 번 다 내가 이긴다.
적당히 조절해주면서 뒀기 때문에 그는 계속 재대국을 신청했지만, 둘 때마다 더 큰 차이로 패배를 맛볼 뿐이었다.
주변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귀족들도 이제 슬슬 양쪽의 실력 차이가 엄청나다는 걸 알아차린 듯 보였다.
“···확실히. 왕자 전하께서 초반부터 압도하시는 듯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둬서 뭐지 싶었는데 저게 훨씬 더 효율적인 수가 아닌가 싶군요. 신기합니다.”
“허허···이거 저도 왕자 전하께 한 수 배워봐야겠습니다.”
관전자들은 감탄했지만, 당사자인 샤르트르 공작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탁-!
“여기서 비숍을 이렇게 두면······.”
“그러면 오히려 손해죠. 저를 이기시려면 수를 좀 더 깊게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5수 뒤 자신이 또다시 답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걸 안 샤르트르 공작이 분노 가득한 한숨을 토해냈다.
“공작님, 많이 두셨으면 다음판은 양보 좀 해주십시오. 저희도 전하와 둬보고 싶습니다.”
“이제 5연패쯤 된 거 같은데······.”
“너무 퀸을 수비적으로 쓰시는 듯한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계속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니 이제 슬슬 훈수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쯤되면 적당히 조절해줄 만도 하지만 나는 더욱 더 신나게 샤르트르를 털어버렸다.
그것도 최대한 악랄하고 통쾌하게.
샤르트르가 작정하고 수비적으로 가자 아예 킹 빼고 모든 기물을 다 잡아버린 판도 나왔다.
만약 내가 아랫사람이었으면 ‘체스 뭐같이 두네!’ 하는 욕설과 함께 머리통을 한 대 맞았을 수도 있다.
“이거 다음부터는 제가 룩이나 비숍 정도를 떼고 둬야겠군요. 이대로 계속 두면 공작님도 재미가 없을 듯한데······.”
“···잘···두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공작님도 더 열심히 노력하시면 상당한 실력자가 되실 자질은 있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이 헛웃음을 흘리며 체스판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도 그의 거의 모든 기물은 이미 판 위에서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가 딴 거라고는 고작 폰 몇 개.
이런 상태에서는 어설프게 올려치기 하는 게 너 개못하잖아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킹에 또다시 체크를 걸었을 때.
“슬슬 다음 일정이 있는지라 일어나봐야겠습니다. 너무 일방적인 승부를 계속하는 것도 조금 미안하고요.”
“···실례지만 어떤 일정이 있으신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경기를 보면서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중대한 협의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같이 가셔도 상관없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예상대로 샤르트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가고 싶겠지만 내 옆에 붙어 있으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그렇게 못하겠지.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가지만 이 상황이 재미있어서 일부러 티를 내진 않았다.
어차피 지금부터 보여줄 건 샤르트르 공작이나 오를레앙공이 상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나는 다른 귀족들에게 이후 체스를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하고 궁을 나섰다.
※※※
마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커다란 공터 근처에 위치한 여관이었다.
넓직한 공터의 주변은 이미 사람들로 바글바글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난생 처음 이런 분위기를 접해보는 샤르트르 공작은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왕자 전하께서 회합을 가지시는 장소가 이런 곳입니까?”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은 일반 서민들,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조차 아니었다.
물론 공터가 가장 잘보이는 장소에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부르주아들도 몇몇 보였으나 대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이다.
이 인간은 아마 내가 귀족들이나 부르주아 지식인들과 함께 무슨 비밀스러운 회동이라도 가지는 줄 알고 쫓아온 거겠지.
안타깝지만 지금부터 하려는 건 그런 정치적인 일과는 하나도 상관이 없는 일이다.
“샤르트르 공작께서는 여기 와본 적이 없으신가 봅니다.”
“예.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뭔가가 열리나 보군요. 행사라도 있는 겁니까?”
“행사는 아니고 경기가 열리죠.”
“그러고보니 아까 무슨 경기를 보면서 협의를 한다고 하셨는데······.”
이런 곳에서 무슨 경기를 하냐는 듯한 의문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무엇을 숨기겠는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주었다.
“축구입니다. 여기에서는 정기적으로 파리 학교의 축구부들이 시합을 가지거든요. 오늘은 4강전입니다. 어느 학교가 결승에 진출할지 결정되는 순간이니 구경꾼들이 많이 몰릴 수밖에요.”
“···축구? 왕자 전하께서도 축구를 즐기셨습니까?”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로 나눈다면 전자에 가깝겠지요.”
축구의 역사와 발달과정에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중세 시대부터 유럽의 서민들은 축구를 즐겨왔다.
초기의 축구는 사실 패싸움에 가까운 형태였다고는 하지만, 점차 틀이 잡혀가며 16세기 이후로는 제법 스포츠다운 모습을 띠었다.
영국에서는 국왕이 자신의 축구화를 주문제작해 왕실에서 직접 경기를 뛴 기록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귀족들은 좀 더 고상한 경기를 즐겼고 축구는 피지배층의 유흥으로 여겨졌다.
프랑스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귀족들의 대부분은 축구라고 하면 샤르트르 공작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 서민층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이 스포츠의 인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조사해봐도 시민들이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럽인들의 어마어마한 축구 사랑은 이 시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당장 현대 축구의 형태를 완성지었다는 축구 협회가 영국에서 창설되는 게 지금으로부터 90년 뒤의 일이다.
다시 말해 이 시기는 이미 현대 축구가 태동할만한 기틀이 거의 다 완성된 상태란 뜻이다.
이미 파리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초기 클럽과 비슷한 팀들을 결성해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내가 조금만 손을 대면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럼 전하께서 오늘 만나기로 하셨다는 사람들은 설마······.”
“그 설마가 맞습니다. 프랑스 각지역을 대표해 올라온 축구부의 책임자들이죠. 오늘 여기서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겁니다.”
마침 타이밍 좋게 경기가 시작되고 구경꾼들의 함성이 사위를 울렸다.
샤르트르 공작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축구의 최고 장점은 규칙을 하나도 몰라도 어느쪽이 유리하고 더 잘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단 점이다.
이 시기의 축구는 아직 지역별로 규칙이 상이하고 제멋대로인 점이 있었지만 직관적이라는 특징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허허···저렇게나 격렬하게 움직이며 몸싸움을 하다니. 펜싱처럼 절제된 움직임도 없고, 체스처럼 치열한 수싸움도 없고, 그냥 뒤죽박죽이지 않습니까.”
“그런게 좋은 겁니다.”
공터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려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왕자 전하! 정말로 이렇게 와주시다니···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축구가 왕실의 인정을 받는 경기가 되는 거로군요. 정말 감동스러운 날입니다.”
각 지역의 대표들은 무릎을 꿇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감격으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나만큼 축구에 대해 정통한 사람도 프랑스에 몇 없을 거다. 오늘은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날이 될 테니 너희들도 최선을 다해 지혜를 빌려줬으면 한다.”
“물론입니다!”
“역시 왕자 전하십니다. 백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정도를 넘어서 항상 이렇게 같이 어울려 주시니······.”
수십 명이나 되는 각 지역의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찬양에 가까운 감탄을 늘어놓자 순식간에 주위가 왁자지껄해졌다.
“흠흠! 여러분.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시죠.”
비서 역할로 따라온 라부아지에가 헛기침을 해 주위를 환기시킨 뒤, 내게 물었다.
“이렇게나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신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실 겁니다. 우선 이분들에게 전하의 구상을 알려드리는 게 어떨까요?”
“좋은 지적이야. 자,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나는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축구가 더욱 대중화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계가 프랑스야말로 유럽 축구의 중심이라는 걸 인정하게 만들고 싶다.”
“오오···그렇게나 웅대한 계획을······.”
“다만 지금 모든 나라가 다 그렇지만 프랑스 역시 지역마다 축구의 규칙이 다 다른 게 현실이다. 여기 모여있는 자네들도 축구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사랑하는 축구가 천차만별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지. 여기서는 반칙인 행동이 저기서는 반칙이 아니고, 여기서는 허용된 게 저기서는 금지된다면 결국 자신들만의 즐길거리로 끝날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체스가 국가 대항전까지 펼쳐질 수 있는 건 각국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영국에서는 퀸이 대각선으로 가는데, 프랑스에서는 직선으로밖에 가지 못한다면 승부가 성립이 되겠는가.
“축구가 전국적으로 대중화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되려면 우선 명확한 규칙의 통일이 필요하다. 그걸 기반으로 체계적인 기틀을 만들고 대회를 주관하는 조직을 구성할 생각이다.”
“···체계를 갖추는 건 좋은데 너무 엄격한 틀이 생기면 사람들이 반감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 오히려 미친 듯이 열광할 거다. 지금은 자신들 지역에서만 즐기는 경기에 불과하지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규범이 생기고 그 틀에 맞춰서 경기가 시작된다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상이 펼쳐질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족인 내가 직접 개입해서 통합을 주도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슬쩍 돌아보니 샤르트르 공작은 일련의 과정들을 관찰하며 점점 흥이 식은 것처럼 보였다.
눈이 마주친 그는 약간 한심하다는 기색조차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굉장히 여유로우시군요. 취미활동을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하시다니요.”
“아 그렇죠. 취미활동.”
결국 이 정도가 현재 귀족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한계겠지.
너희들이 과연 뭘 알겠느냐. 이게 얼마나 거대한 가치가 있는지, 전 세계가 나중에 얼마나 이거에 미쳐서 열광하게 되는지.
굳이 알려줄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적당히 맞장구쳐주었다.
그나저나 취미활동인가···하긴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게 봐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축구협회의 창설은 사실 그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목적을 띤 계획이었지만, 이런 계략이야말로 내게 있어서는 최고의 도락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