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7화 우물 속 개구리(77/355)
우물 속 개구리
루브르 궁전의 북쪽이 위치한 대저택.
루이 14세가 잠시 머물며 왕궁의 이름이 붙은 팔레 루아얄은 현재 오를레앙 가문이 거주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았다.
프랑스 최고 귀족의 저택답게 팔레 루아얄은 언제나 방문객으로 우글거리는 장소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크리스티앙 왕자가 있는 튈르리 궁에 관심을 꽤나 빼앗긴 감도 없잖아 있었다.
저택의 주인인 오를레앙공은 겉으로 보기엔 그런 세속적인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번잡한 관심에서 멀어진 게 다행이라는 듯 유유자적 취미생활을 즐겼다.
물론 그건 표면적인 입장에 불과할 뿐, 오를레앙공은 휴식을 핑계로 자신의 최측근들만을 비밀스럽게 만나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너는 크리스티앙 왕자가 자만에 빠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단 말이지?”
“그렇게밖에 볼 수 없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은 지금까지 크리스티왕 왕자와 붙어다니며 관찰했던 모든 걸 오를레앙공에게 전달했다.
“특기할만한 행동은 전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보란 듯이 저를 계속 만나주는 것부터 왕자가 지닌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겠습니까.”
샤르트르 공작이 이렇게나 노골적으로 계속 방문하고 있는데 최근의 왕자는 전혀 싫은 기색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 몇 번 마주쳤을 때와는 완전히 태도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을 데리고 다니면서 굴욕을 주고, 자신의 입지를 뽐내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의 행보는 계속 보고를 받고 있다. 귀족들과 함께 체스를 즐기고 파리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에도 종종 얼굴을 비치고 있다고.”
“예. 제가 그 장소에 직접 있었습니다.”
“왕자의 성장배경을 고려하면 축구를 좋아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체스를 잘 둔다는 건 조금 의외였지만.”
“잘 두는 정도가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습니다. 아니, 단순히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개념 자체가 다른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해가 되지 않는 수를 계속 두는데 전혀 대처를 할 수 없었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은 본래 크리스티앙이 자신과 체스를 두려 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의 성장 배경상 체스 같은 놀이를 그리 즐길만하지 않았을 테고, 자신은 귀족들 중에서도 제법 실력이 괜찮은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패배.
세 번을 내리졌을 때는 일종의 벽마저 느꼈다.
단순히 실력 차이로 밀린 게 아니라 상대방이 두는 방법을 아예 이해 못하겠다는 게 더욱 충격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정석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정석을 무시한 얄팍한 임기응변이라고 생각했으나, 몇 판 더 두들겨 맞아보고 알았다.
“체스는 많은 전략을 내포하고 있는 게임이지. 익숙하지 않은 수로 수많은 귀족들을 제압했다는 그 모습은 크리스티앙 왕자 본인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샤트르르 공작 역시 아버지의 말에 동감하는 바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그런 실력을 대체 어디에서 키웠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뭔가 부정 행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마저 했으니.
절대로 한판도 이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털려서 그런 건 아니었다.
“크리스티앙 왕자는 파면 팔수록 계속 새로운 게 나오는 놀라운 인물이긴 합니다. 지금 기세도 놀랍도록 좋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그만큼 자만하는 마음이 내면에 싹트고 있는 것도 확실할 겁니다.”
“최근의 행보를 보면 확실히 긴장감이 결여된 모습이긴 하지.”
“그렇습니다. 솔직히 축구 같은 경기에 정신이 팔린 걸 넘어 협회를 만들어보겠다는 건 이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위장공작일 가능성은? 사실 그 축구 관계자들이라는 사람들은 고용된 인간들이라거나.”
일부러 방심한 척 연출하면서 이쪽의 방심을 유도하려는 수법일지도 모른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축구를 보는 크리스티앙 왕자의 열정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경기에서 이긴 상대팀과 직접 만나 한명한명 악수를 해주고, 패배한 팀에는 따뜻한 위로까지 건네더군요. 통일된 규칙을 만들겠다고 토론하는 현장도 열기가 엄청났습니다. 직접 본 제 소견으로는 절대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이해를 할 수 없군. 고작 축구 따위가 뭐라고.”
“동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도 이해를 못하겠더군요. 전진 패스를 허용하냐 마냐, 손은 어디까지 써야 하냐 하는 이상한 내용으로 핏대를 세우며 토론하더군요.”
놀라운 건 축구에 대한 크리스티앙의 지식이 보통이 아니었단 점이다.
단순히 왕족이라서가 아니라 그는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대표들에게 납득시켰다.
결국 대부분의 규칙은 크리스티앙이 바라던 대로 합의 되었다.
샤르트르 공작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오를레앙공의 반응도 예상대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 자신을 위협할 이는 없으니 취미생활을 만끽하겠다는 건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 보려고 해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군.”
“예. 바로 그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수고했다. 내가 너에게 원했던 게 바로 그런 정보들이었다.”
오를레앙공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환한 표정을 본 샤르트르 공작은 내심 뿌듯해하며 방을 나섰다.
오를레앙공은 아들이 나가자마자 언제 웃었냐는 듯 낯빛을 싹 바꾸고 옆방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론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공작 님의 생각이 곧 저와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듣고 있던 테레 재정총감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맞은 편에 앉았다.
“함정일 가능성은?”
“역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그걸로 무슨 함정을 파서, 누구를 낚겠습니까.”
“하긴, 크리스티앙 왕자는 우리가 하려는 걸 알지도 못하니까요.”
“라모트 백작부인은 뭐라고 하던가요?”
오를레앙공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사기꾼인 라모트 백작부인과 거리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팔레 루아얄에 자주 출입한다면 이후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왕자비에게 붙어 있으라고 했습니다. 저번에 보고서를 보냈는데 자신을 의심하는 낌새조차 없다는군요.”
“그렇겠죠. 애초에 왕자비 본인에게 직접 사기를 치려는 건 아니니 눈치 챌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목걸이를 구매할 불쌍한 희생양은 구하셨습니까?”
“예. 루이 르네 에두아르 드 로앙 추기경입니다. 최근에 입을 잘못 놀려서 오스트리아의 미움을 산 인물이죠. 그런데 지금 크리스티앙 왕자와 그 부인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떠오르니 초조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직책도 맡을 수 없을 테니 어떻게든 화해를 하고 싶겠죠.”
“그 사람이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놓고 오스트리아와의 동맹을 반대하고 테레지아 여제를 대놓고 험담한 인간 아닙니까. 과연, 그러니 다이아몬드라도 바쳐서 왕자비의 환심을 사보려는 거로군요.”
동기도 완벽한만큼 이용해 먹기 이보다 좋은 사람은 없다.
오를레앙공은 이런 로앙 추기경에게 라모트 백작부인을 접근시켰다.
그녀는 최근 왕자비와 함께 여러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고, 왕가의 피를 받은 인물이라 쉽게 추기경의 신뢰를 살 수 있었다.
“라모트 백작부인은 왕자비의 필체를 흉내 내서 수많은 가짜 편지를 만들었습니다. 로앙 추기경은 이미 자신이 왕자비와 편지를 주고받는 정도로는 관계가 진전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추기경이 살 수 있겠습니까?”
“무리지요. 그래서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생각해뒀습니다. 왕자비는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싶지만 너무 비싸 공개적으로 사기 곤란하다. 그러니 추기경이 비밀리에 중개인이 되어 대신 거래를 해달라는 거죠.”
보석상에게는 왕자비의 위임장을 보여주고, 추기경의 수표로 분할지급을 하겠다고 전해두었다.
감쪽같이 위조된 위임장을 본 보석상은 별다른 의심없이 판매에 동의했다.
그 역시 이 골칫거리 다이아몬드를 어떻게든 팔아치워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은 뒤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라모트 백작부인은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자마자 누구와도 접촉하지 말고 바로 영국으로 도망가라고 해두었습니다. 거기서 다이아몬드를 팔고 알아서 잘 먹고 잘 살겠죠. 그리고 우리는 바로 공작을 시작할 겁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신문사 사장을 몇몇 포섭해 두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거대한 특종을 준다는데 거절할 언론인이 누가 있겠는가.
오를레앙공이 뒤를 봐주겠다고 약속까지 해주었으니 겁을 먹은 사람도 없었다.
“재정총감께서 공개적으로 이를 문제삼으십시오.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대강 잡아도 200만 리브르에 달하는 엄청난 거액이니까요.”
“그러면 왕자비는 어차피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뗄 텐데요? 문서도 다 위조한 거라고 하면 그만이고요.”
“그 전에 신문사를 동원할 겁니다. 언론을 이용할 수 있는 건 크리스티앙 왕자만이 아니죠. 일단 다이아몬드 거래를 하는 날은 왕자비의 일정이 없는 날로 잡을 거니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힘들 겁니다. 문서 위조도 정밀하게 비교해 봐야 하니 바로 알기는 힘들고요.”
“그러니까 빠르게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거로군요.”
“예. 더욱이 현재 왕자는 자신의 취미활동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걸 끼워넣어서 왕자와 왕자비의 실체를 폭로하는 형태로 여론을 형성할 겁니다. 시민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 현실은 즐길 걸 다 즐기며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이들이라고요.”
오를레앙공은 이 한 번으로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먹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지금 견고하기 그지없는 왕자의 위신에 한줄기의 균열을 새기는 것.
그 정도만 되면 충분했다.
“그래도 현재 파리에서 왕자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고려하면 안타깝게 사기를 당했다는 여론이 형성될 것 같습니다만.”
“다행히 왕자는 지금 자신의 취미활동에 전념하느라 다른 쪽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즉, 왕자의 부주의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주장도 가능할 겁니다.”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다.
그럴싸한 선동과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티끌만한 사실만 있으면 되는 거다.
견고한 성채에 한 번이라도 금이 가면 이후에는 더 쉽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법이다.
영국과 전쟁을 하려 한다는 정보를 적절히 이용하는 건 바로 그때가 될 것이다.
굳이 프랑스가 패전을 겪을 이유는 없다.
중간에서 적절하게 시기를 조절해 프랑스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앞장서서 전쟁을 준비한 왕자의 위신은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질 터.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왕자라면 아무리 자신을 암살범으로 지목한다고 해도 충분히 무마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작님, 그러면 왕자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 서둘러야 하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그럴 참입니다. 이번 주 안에 승부를 보기로 하죠.”
오를레앙공은 라모트 백작부인에게 내릴 지령을 작성하고 자신이가장 신뢰하는 시종에게 넘겨주었다.
“다음 주가 되면 파리와 베르사유가 크게 들썩일 겁니다.”
※※※
···회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각지에서 올라왔던 대표들은 만족해하며 합의문을 들고 돌아갔다.
앞으로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프랑스 축구의 규칙은 현대와 가깝게 변해갈 것이다.
협회의 정식 창설도 올해 안에 마무리 될 테고, 초대 협회장은 당연히 나 루이 크리스티앙이 되겠지.
완벽히 통일된 축구의 파급력은 곧 전 프랑스를 뒤덮게 될 것이다.
지역 대표팀도 속속 창설될 테고, 각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겨루는 시합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슬슬 전문 축구팀의 창설도 나오게 될 것이고, 본격적인 리그제 시스템도 도입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열광하는 최고 인기 스포츠를 흥행시킨 장본인이자, 막대한 권한을 가진 협회의 수장이 바로 내가 되는 것이다.
아직도 중세시대의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귀족들은 이게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건 딱히 그들이 멍청해서도, 생각이 짧아서도 아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는 아무리 현명한 이라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됐나 보네요? 표정이 아주 밝은 걸 보니.”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내 표정을 본 마리가 슬쩍 다가왔다.
“다행히 생각대로 잘 풀리고 있습니다.”
“축구라···전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그렇게 재미있나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운동입니다. 나중에 한 번 같이 보러 갈까요?”
“그러면 저야 좋죠.”
그녀는 내 옆에 누워서 바짝 몸을 붙였다.
그리고 일정이 표시되어 있는 달력을 펼쳤다.
“당신이 이번주와 다음주는 저녁 일정을 전부 비워두라고 해서 여유로워요. 언제라도 보러 갈 수 있겠네요. 어떻게, 내일이라도 바로 공식적인 일정을 잡아볼까요?”
확실히 내가 일러둔 대로 마리는 앞으로 2주 동안은 저녁에 어떤 공식적인 행사도 뛰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이 활동했으니 저녁만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잠깐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해본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니요. 공식적인 방문은 자제하도록 하죠. 일단은 이렇게 하도록 하죠.”
내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 품에 안긴 채 그대로 새근새근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