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7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79화 분리수거(79/355)
분리수거
나와 마리가 탄 마차가 베르사유 궁에 당도했다.
이미 궁의 내부는 소식을 듣고 온 귀족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떤 결말이 나온다고 해도 정계에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일대사건이다.
권력의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한 귀족들이 이런 꿀잼 이벤트를 놓칠 리가 없지.
“······.”
나는 거침없이 거울의 방까지 나아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피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루이 15세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중진들이 보였다.
전령이 파리까지 가는 동안 소문이 충분히 돈 모양인지 베르사유에 기거하는 대부분의 고위 귀족들의 모습이 전부 보였다.
대신들도 전부 자리하고 있는 게 어지간히 관심을 끈 모양이다.
오를레앙공은 자신을 따르는 파벌들과 함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니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쪽을 몰아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얼굴엔 긴장 대신 여유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지금 도착했습니다.”
“오, 그래. 이런 하찮은 일로 여기까지 오게해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대신들이 이런 일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자리에서 아내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으니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내 자신감 있는 태도에 귀족들의 분위기가 일순 술렁였다.
“으음! 그래 왕자비의 성품을 잘 아는 나는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믿는다.”
“솔직히 다른 누구도 아닌 아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의 피해자가 됐다는 데에 깊은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실내의 분위기는 일종의 청문회처럼 변해 있었다.
살얼음판처럼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서 루이 15세는 이 사건을 처음으로 입에 올린 테레를 지명했다.
“재정총감, 이번 괴소문을 가장 먼저 문제삼은 사람은 다름아닌 자네였지.”
“···문제를 삼았다기 보다는 이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민들의 원성을 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보통 시민들은 이런 자극적인 소문은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테레가 교묘하게 말을 돌리자 오를레앙공의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귀족들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습니다. 왕실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마침 왕자 전하께서도 철저한 검증을 원하시니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나와 마리를 규탄하는 게 아니라 왕실을 위한 충정으로 올리는 간언이란 뜻인가.
웃기지도 않은 변명거리지만 자신들이 그렇다고 하면 뭐라고 태클을 걸 명분은 없었다.
“좋아. 그러면 먼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루이 15세가 손짓을 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두 남자가 헐레벌떡 앞으로 불려나왔다.
“두 사람의 이름을 말하라.”
“루이 르네 에두아르 드 로앙입니다.”
“샤를 뵈머입니다.”
“그래. 이번에 너희가 왕자비에게 목걸이를 팔았다고 하던데.”
국왕에게 직접 심문을 받는다는 긴장감에 뵈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항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 다이아몬드를 어떻게든 팔아야 했는데 로앙 추기경께 왕자비 마마께서서 이 물건을 원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그래서 비밀리에 판매를 했다?”
“예. 튈르리 궁 인근의 숲에서 왕자비 마마께 직접 물건을 건네드렸습니다. 대금은 우선 추기경께 수표로 받았고 나머지 차액은 왕자비 마마께서 입금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렇군. 왕자비는 무슨 할 말이 있는가?”
루이 15세가 마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역으로 할 말이 없네요. 저는 로앙 추기경이나 저기 보석상을 만나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저 두 사람은 너를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
“외람된 말씀이지만 로앙 추기경은 제 어머니와 고향에 대해 근거없는 비난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굳이 그에게 다이아몬드 구매의 중개를 맡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로앙 추기경이 반 오스트리아파의 선봉이었다는 사실은 여기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상당수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조하자 로앙 추기경이 품에서 종이 다발을 꺼냈다.
“여기 왕자비 마마에게 받은 서신이 있습니다. 서명도 확실히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대로 끝난다면 그는 왕족의 이름을 사칭한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편지를 받아든 관리들이 신중하게 필체를 살펴보고 자신들끼리 의견을 나눈 뒤 의견을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위조된 흔적을 찾기 힘듭니다. 이게 가짜라면 상당한 능력자가 작정하고 만들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좀 더 많은 표본을 가지고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편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로앙 추기경께서 저와 만났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언제 어디서, 그랬는지 말씀을 해주실 수 있나요?”
“예. 그거야 당연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로앙 추기경은 자신이 목걸이를 진상했을 때의 이야기를 술술 읊었다.
묘사도 사실적이고 이어지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해 그가 꾸며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추기경께서도 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게 맞다고는 확신하지 못하시는군요. 머리색과 몸매가 비슷하다고 동일인이라고 단정짓는 게 말이 되나요? 라모트 백작부인이 대역을 데려왔을 가능성을 왜 고려를 못하시나요?”
“···그거야 전 왕자비 마마의 서명이 된 편지를 몇 통이나 주고 받았으니까요.”
“그 라모트 백작 부인은 지금 어디 있지?”
국왕의 물음에 참고인으로 불려온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이 황급히 답했다.
“남편을 만나러 영국으로 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미 한 달도 더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정이라 도피를 한 건 아닐 겁니다.”
“···흐음.”
오를레앙공은 지금까지는 별말 없이 상황을 관망중이었다.
이쪽을 쭉 살피던 그는 내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만 있으니 쉽게 결론을 낼 수가 없는 듯 합니다. 왕자비 마마께서 추기경이 만났다고 주장하는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게 증명이 가능하다면 쉽게 반박이 될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때 남편과 함께 궁에 있었어요. 이번주는 저녁에 공식적인 일정을 전부 취소한 상태였으니까요.”
“물론 저희는 믿습니다. 하지만 왕자 전하나 왕자비 마마의 시종들의 증언만으로는 제 3자를 납득시키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미 파리 시내에는 지금까지 왕자 전하에게 속았다고 섣부른 분노를 터트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공작님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일을 마무리해버린다면 시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괴소문은 진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를레앙공을 따르는 무리들이 입을 맞춘 것처럼 동시에 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주장도 완전히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실제로 원역사의 목걸이 사기 사건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기를 당한 거라 결론이 났음에도, 시민들은 애꿎은 왕비를 욕할 뿐이었다.
물론 이건 그렇게 일이 흘러가도록 뒤에서 언론을 움직인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의 마리는 파리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으니 무작정 욕을 먹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일으킨 자들도 처음부터 이 한 방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다음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준비겠지.
나나 마리는 물론 이쪽의 편을 드는 슈아죌이나 모푸까지 잠잠하자 오를레앙공은 작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통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없을 때는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쪽이 더 큰 부담을 지기 마련이다.
기세등등해진 그들은 어디까지나 걱정하는 척하며 계속 모호한 의견을 내놓았다.
“사건의 열쇠는 라모트 백작 부인이 쥐고 있는 듯합니다. 그녀가 프랑스로 귀환할 때까지 결론을 내리긴 힘들지 않을까요?”
“일단 로앙 추기경이 가지고 있는 서신을 전부 압수해 조작여부를 정밀히 살펴보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그때까지도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항변하는 마리와 달리 나는 일체의 변명 따위없이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오를레앙공은 신중한 자답게 이런 순간까지도 자신이 나서지는 않았다.
덕분에 안도했다.
만약 되도 않는 흥에 취해 나대기 시작했으면 이쪽도 계획을 수정했어야 할 테니.
실내의 술렁거림이 점점 커지자 오를레앙공이 차분하게 분위기를 정리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왕자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귀족들의 의견에 동의하시는 거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철저한 검증을 하자고 한 건 내쪽이니 받아들이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런 확신을 가진 이들은 승리감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오를레앙공과 눈을 마주쳤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전하. 말씀을 해주셔야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루이 15세, 로앙, 그리고 장내의 모두가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래, 크리스티앙. 너답지 않게 너무 소극적이로구나.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해보거라.”
걱정어린 국왕의 시선부터 각양각색의 의도를 품은 귀족들을 쭉 둘러보던 나는 이윽고.
“풉!”
입 밖으로 뚫고 튀어나오는 웃음을 다 억누르지 못했다.
오를레앙공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얼룩졌다.
“전하, 지금 상황에 그런 반응은 부적절한······.”
“아, 죄송합니다. 너무 예상대로의 흐름이라 그만.”
기세좋게 입을 놀리던 귀족들이 당황하며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별다른 언질을 받지 못했던 루이 15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열심히 토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사죄의 말씀도 올려야 하겠군요. 어설픈 연극에 휘말리게 만들어 죄송했습니다.”
“제 연기는 어땠나요? 어색하진 않았죠?”
“완벽했습니다, 부인. 연기에도 재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 것 같네요.”
지금까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하던 마리가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180도 뒤집힌 그녀의 변화를 다른 이들은 쉽사리 따라오지 못했다.
그래도 오를레앙공만큼은 이 와중에도 상황을 제대로 읽고 있는 듯 보였다.
혹시, 이것도 전부 계산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머리를 스쳤겠지.
동시에 절대 걸릴 리가 없는 계획이었으니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는 마음도 샘솟고 있을 테고.
“먼저 오를레앙공의 물음에 답해드리자면 굳이 조사를 더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기다려줄 이유도 없고요.”
“예? 하지만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밝힐 의혹이 없는데 무슨 조사를 더한다는 말입니까.”
미리 말을 맞춰 놓았던 슈아죌이나 모푸 등은 조소를 흘렸고, 오를레앙공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게 무슨···무려 200만 리브르의 물건을 왕실이 뒷구멍으로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국왕 폐하께서 내리셨던 지침을 거스르면서까지.”
“그 로앙 추기경이 구매했다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인데요.”
신호를 보내자 저 뒤에서 있던 보석상 뵈머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중압감으로 짓눌릴 것만 같았던아까까지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오를레앙공 외에도 눈치가 빠른 인간들은 서서히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베르사유를 넘어 프랑스의 권력구도를 뒤흔들 거대한 한방을 쏘아 올렸다.
“그거 가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