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8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81화 아들을 살리고 싶나(81/355)
아들을 살리고 싶나
“까고 있네.”
크리스티앙의 신랄한 대답에 오를레앙공은 순간적으로 뇌정지가 왔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줄까? 지랄하지 말라고.”
지금까지 크리스티앙의 이런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처음엔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건가 싶었는데 의외로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니, 차분한 걸 넘어서 감정을 읽어내기 힘들 정도로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상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뻔하다.
이미 오를레앙 가문을 완전히 쳐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리라.
“왕자 전하. 물론 저를 향한 분노가 엄청나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에 대한 사죄와 보상은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용서하기 힘드시겠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황을 바라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금 분노로 이성이 마비된 게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건가?”
“제가 영국과의 전쟁 계획을 발설한다면 전하께서 꾸미고 있는 계획은 바로 중지될 겁니다. 저도 프랑스에 계속 있기는 힘들겠지만 정식으로 체포령이 떨어지기 전에 재산을 처분하고 망명하면 그만입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귀중한 정보를 가져온 오를레앙 가문의 망명을 허락할 수밖에 없을 터.
영국에 가면 지금까지 누리던 것들을 대부분 포기해야하겠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다.
“만약 영국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이 프랑스에서 누구도 왕자 전하의 위상에 도전할 수 없게 되겠죠. 저 따위에게 발목이 잡히는 것보다는 미래를 보시는 게 전하의 성향에 더 어울리지 않습니까?”
“내 성향을 마음대로 재단하니 네가 지금 그 꼴이 된 거다. 아직도 그걸 모르겠나?”
“······.”
오를레앙공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본 크리스티앙이 차갑게 말을 이었다.
“내가 절대적으로 지키는 원칙은 두 가지다. 나를 죽이려고 한 녀석은 반드시 이쪽에서 먼저 죽인다. 그리고 아내에게 해를 끼치려 한 놈 역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매장시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너는 두 가지 금기를 다 어겼지. 나를 죽인···려고 한 네놈을 내가 살려둘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너라면 널 죽이려고 한 놈을 믿고 풀어주겠나?”
“···그거야 여러 안전장치를 걸어두면 될 일입니다. 전하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내가 그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쪽의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이 어디있지? 그냥 허세를 부리고 있을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
“이미 물러날 길이 없는 제가 단순한 허세를 부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여기서 일이 잘못 풀리는 순간 바로 제가 직접 보내는 서신이 영국 대사의 손에 들어갈 겁니다.”
물론 크리스티앙 왕자라면 테레가 자신의 편에 붙은 순간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를레앙공은 테레에게 미리 몸을 숨기고 있으라는 지시를 내려두었다.
아무리 크리스티앙이라고 해도 작정하고 몸을 숨긴 사람을 바로 발견해낼 수는 없을 테니까.
“왕자 전하. 솔직하게 인정하겠습니다. 전하는 저보다 더 지혜롭고, 빠르고, 정치적인 수완조차 위입니다. 여기서 협상을 한다고 해도 저는 모든 기반을 상실하고 무력화 될 겁니다. 절대 전하가 패배하는 게 아니죠. 그저 제 위치만 지키는 형태로 물러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아직도 이해를 못했군. 내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없애버리려는 게 바로 네가 가진 오를레앙공이라는 지위인 것을.”
“정말로 그렇게 하시려면 전하께서도 상당한 피를 흘릴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이건 진짜로 단순한 블러핑이 아니었다.
오를레앙공은 지금이라면 프랑스의 귀족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짓마저 거리낌없이 저지를 각오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리가 없는 크리스티앙은 고민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그는, 웃고 있었다.
“피를 흘려? 내가?”
“뭐, 뭐가 그렇게 우스운······.”
크리스티앙은 당황하는 오를레앙공은 안중에도 없이 조소를 흘려대며 끅끅 웃어댔다.
거울의 방에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을 때보다도 더욱 격한 반응이었다.
그 비웃음의 의미를 이해한 오를레앙공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설마.
숨어있던 테레가 이미 발각이라도 되었단 말인가.
아니다.
설령 붙잡힌다고 해도 그 순간 서신을 찢어 먹어버리라고 했으니 증거는 남지 않는다.
아니면······.
“그러니까 이건가? 네가 그렇게나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있던 최후의 동아줄이.”
크리스티앙이 품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뭐······.”
오를레앙공이 입을 떡 벌렸다.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표정이었다.
너무나 익숙한 밀랍으로 찍은 봉인.
절대로 이 자리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 절대로 이 물건을 가져서는 안 되는 자의 손에서 팔락이고 있었다.
“여기 안쪽에 적힌 내용은 발설하기만 해도 반역죄로 다스리겠다는 폐하의 말씀이 있었지. 그런데 그걸 다른 누구도 아닌 영국에게 전하려고 해? 아무리 오를레앙 가문이라고 해도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궁금해지는데.”
“···그, 그게, 그게 어떻게······.”
저게 국왕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가문의 미래는 파멸이다.
오를레앙 공작이라는 작위는 물론이고 그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영지도 모조리 몰수당할 게 뻔하다.
그만이 아니라 식솔들의 목숨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테레는 멀쩡히 숨어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이 정도면 이제 슬슬 알아차릴 때가 된 것 같은데. 답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
“설마 테레가 배신자였다고? 아니, 그건 불가능해. 테레가 배신자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그래. 이건 술책이다. 내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그럴싸하게 꾸민 가짜 편지를 준비한······.”
“가짜?”
크리스티앙은 기분좋게 웃으며 봉인을 뜯고 안쪽의 서신을 꺼내 눈앞에 펼쳐 보였다.
제일 끝부분에 찍힌 자신의 인장을 본 오를레앙공은 더 이상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테레가 배신자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레가 배신자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서신을 맡길수 있었던 것인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여서 대답을 해주자면 네 생각대로다. 암살 건과 라모트 백작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건 테레가 아니야. 그는 처음부터 이 순간만을 위해 너의 옆에 있었던 거니까.”
“···아니···그게······.”
“이해가 안 되나? 끝까지 모르고가면 억울할 테니 알려주지. 내가 라모트 백작 부인을 굳이 영국에서 잡은 건 그녀를 프랑스로 데리고 올 때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너는 그 이유를 내가 자수의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사실 달라.”
테레 재정총감은 결정적일 때조차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오를레앙공의 옆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한 협력자로 남았다.
대체 언제부터, 자신을 옭아맬 구상을 그리고 있었단 말인가.
오를레앙공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내게 접근했을 때부터 테레는 이미 당신의 편이었다고······.”
“그래. 처음부터 그는 내 명령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방금 말하지 않았나? 나는 나를 죽이려고 한 인간은 반드시 먼저 죽이겠노라 다짐했다고.”
이제야 사건의 전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를레앙공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는 걸 확신한 크리스티앙은 그를 확실히 파멸시키려는 계략을 세웠다.
대체 어떤 수로 라모트 백작부인이 사기꾼인지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티앙은 그녀를 이용하려는 오를레앙공의 구상을 역으로 자신이 이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오를레앙 가문 자체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의 오를레앙 공작은 방계 왕족 중 계승서열 1위.
거기에 프랑스 왕국의 5%를 자신의 영지로 가지고 있는 대귀족 중의 대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을 최대한 키워서 오를레앙공을 궁지로 몰아 숨통을 조였다.
테레에게서 들은 영국과의 전쟁 계획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리고 끊임없이 주변에 배신자가 있다는 의심을 심어준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마지막에는 테레와 합작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말 그대로 지옥으로 통하는 입구에 스스로 발을 들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미 한참 전부터 끝장나 있었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하지만 만약 내가 테레를 신용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일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설마 계획이 더 있었나?”
“당연히 그런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놨지.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네 자수가 담긴 서신을 구하기는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오를레앙공은 이제 뭐라 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젓고 모든 걸 체념한 채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나저나 테레는 대체 어째서 당신에게 협력을? 재정총감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으니 분명 불만이 있었을 텐데.”
“어차피 그는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내려오는 대신 훗날 그의 아들을 국무경의 자리에 올려주겠고 약속했지. 예상대로 자식의 미래를 보장해주겠다고 하니 그대로 넘어와버리더군.”
“자식······.”
“그쪽도 결과적으로 보면 자식의 미래를 위해 이런 일을 벌였을 텐데 역설적인 상황이지?”
이미 동기까지 전부 간파당하고 있었단 말인가.
안 그래도 축 늘어진 오를레앙공의 어깨에 한층 더 힘이 빠졌다.
“아들은···그 아이는 이번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암살도, 다이아몬드 건도, 심지어 프랑스가 영국과 전쟁을 하려고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부디 제발 자비를······.”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이미 수차례나 다른 방식으로 떠 보았는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으니 틀림없겠지. 하지만 과연 내가 봐주고 싶다고 해서 그 녀석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오를레앙공이 생기가 꺼져버린 눈으로 크리스티앙을 올려보았다.
이번에도 그는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단순히 몰랐다고 하고 넘어가기엔 오를레앙공이 저지른 범죄들이 너무 무거웠다.
가문의 모든 힘을 다쓴다면 아무것도 몰랐던 아들의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을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야말로 퇴로가 완전히 막힌 악몽과도 같은 상황.
모든 희망이 꺼져버린 바로 그 순간.
크리스티앙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들의 목숨만이라도 살리고 싶다면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예? 저, 정말입니까?”
“물론. 가서 네 아들 샤르트르 공작에게 네가 저지른 모든 일을 다 털어놓도록 해. 그러면 적어도 아들의 목숨만은 구할 길이 열릴 테니까.”
“그 말씀은···설마?”
크리스티앙이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이해가 빠르군. 그래. 아버지가 저지른 패륜적인 범죄를 알아챈 아들이 그 사실을 내게 밀고한 거다. 그런 구도로 간다면 적어도 샤르트르 공작은 자신의 지위만큼은 유지할 수 있겠지. 오를레앙 공작이라는 지위는 계승할 수 없게 되겠지만.”
피식 웃은 그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도 가문의 씨를 말려버릴 정도의 냉혈한은 아니거든.”
※※※
올 때만 하더라도 비장하면서도 귀족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던 오를레앙공은 혼이 빠져나간 발걸음으로 튈르리 궁을 떠났다.
그의 뒷모습에서는 이미 한 줌의 패기도,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뗀 데옹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샤르트르 공작을 살려둬도.”
“그래.”
“물론 가문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리는 건 잔혹한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미래의 안전을 위해서 이번만큼은 독한 마음을 품으셔야 않을까요? 샤르트르 공작은 충분히 능력이 있는 자입니다. 모든 정치적인 기반이 사라진다고 해도 훗날엔 소소한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데옹, 설마 내가 마지막에 댄 핑계를 믿은 거야?”
여자처럼 곱상한 데옹의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거짓말이었습니까?”
“지금까지 과정을 다 지켜보고도 나를 그렇게 자비로운 사람으로 봤다면 의외인데.”
샤르트르 공작을 살려두는 건 그래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그를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두고 이용해 먹는 게 내 구상을 실현시키기에 훨씬 용이했다.
그런 점에서 오를레앙공이 샤르트르 공작과 거리를 두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아니면 샤르트르 공작의 목숨을 살려두기 위해서 한층 더 머리를 써야 했을 것이다.
“지금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 세상에는 숨통을 틔워놓고 있는 게 이득이 되는 적도 있는 법이야.”
“저는 잘 모르겠지만···전하께서 그러시다면 그런 거겠죠. 알겠습니다.”
“물론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보여줘야겠지.”
그게 언제였더라.
교황청에서 귀환했을 때였던가.
부모를 밀고한 귀족의 예시를 들어주며 샤르트르 공작의 의견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분명히 아비를 밀고하지 않는다면 자식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거라 단언했다.
과연 샤르트르 공작은 자신이 말했던 판단력과 지성을 갖춘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