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8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83화 오를레앙 공작(83/355)
오를레앙 공작
“살고 싶다는 공작님의 의지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신호를 보내자 시종들이 유리잔과 와인을 가지고 들어왔다.
나는 직접 잔에 붉은 와인을 따라 샤르트르 공작에게 건넸다.
“혹자는 살기 위해 부모를 버렸다고 손가락질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건 그만큼 프랑스를 향한 공작님의 충성이 깊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봐주신다면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예. 이렇게까지 해주셨으니 저도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샤르트르 공작님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해드리죠.”
“전하께서 폐하께 직접 탄원을 해주시는 겁니까?”
이쪽에게 한두번 당한 게 아닌지라 공작의 눈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혹시라도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속마음이 훤히 드러났다.
“당연히 그럴 생각입니다. 이 자료를 직접 들고 간다면 폐하께서도 공작님만큼은 사면해주실 겁니다.”
“···그렇다면 역시 아버님은 극형을 피할 수 없단 거로군요.”
“다이아몬드 사기 건만이었다면 몰라도 저를 암살하려고 한 것과, 영국에 국가기밀을 넘기려 한 정황이 너무 분명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샤르트르 공작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사실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신만이라도 목숨을 건지게 해주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그런데···저에게 이렇게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사실 전하라면 아버님은 물론 저까지 사형대로 보내는 건 일도 아닐 텐데요.”
“공작님께서 이번 일에 가담을 하셨다면 그랬겠지요. 하지만 본래 프랑스의 법률에서도 연좌제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폐하의 암살 기도가 있었을 때에도 범인만 처벌을 받았지 친족은 처벌을 받지 않았고요.”
물론 이건 명목상 이럴 뿐이지 왕을 암살하려 했거나, 반역을 저지른 일족은 사실상 사회적인 생명이 끝장난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경우 샤르트르 공작 역시 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엮어버리는 건 간단했다.
“저를 여기서 살려뒀을 때 후환이 걱정되지는 않으셨습니까?”
“오를레앙공께서 절대 바보 같은 마음을 품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러시긴 했습니다.”
뭐, 아무리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린 인간에 대한 증오를 쉽게 떨치긴 어렵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로 그렇게 고분고분해지면 이쪽이 곤란해진다.
그때는 나름대로 추가적인 이용가치를 찾아봐야겠지만 샤르트르 공작의 인성은 이미 파악이 끝났다.
“공작님께서는 이성적이시니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아니면 제가 사람을 잘못 보고 있는 걸까요?”
이 인간은 나를 향한 복수심을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아닙니다. 저도 은혜를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굳이 따진다면 전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는데 일방적으로 아버님에게 목숨을 위협받은 것이니···제가 아버님의 일로 전하에게 앙심을 품는다면 그야말로 적반하장이겠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법원 때도 그랬고 이번 건도 그렇지만 전 저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절대 먼저 치지 않습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해놨으면 그래도 섣부르게 덤벼들지는 않겠지.
한 십년에서 십오년 정도는 죽은 듯이 살면서 세력을 구축하길 바란다.
루이 크리스티앙에게 반대하는 귀족들이 내세울 만한 상징적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자, 그러면 이제 사후처리에 관한 일을 마무리지어 볼까요?”
샤르트르 공작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걸 직감하고 무겁게 숨을 들이켰다.
일방적으로 뜯어먹힐 수밖에 없고,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심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공작님께서 가진 직위와 영지는 유지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를레앙공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작위와 영지는 몰수당할 것이고 상속권 역시 주장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동의하시죠?”
“예. 당연한 수순이라고···생각합니다.”
바로 대답을 하면서도 공작의 목소리가 뚝뚝 끊어졌다.
“당연히 최근 오를레앙공에게 상속받은 작위와 재산에도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이렇게 확실히 박아두지 않으면 오를레앙공이 미리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목적 외에도 영지의 인수인계를 더 손쉽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내가 노리는 건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그리고 원 상속자였던 샤르트르 공작의 찬성을 얻어내 오를레앙공의 모든 걸 손에 넣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로서는 제 작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머지는 다 전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서명을 하시죠.”
내가 내민 서약서를 본 샤르트르 공작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조각배마냥 흔들렸다.
아무리 평정을 가장하려 해봐도 도저히 감정을 다 억누를 수가 없는 거겠지.
사실 내가 저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거다.
시종에게 펜을 넘겨받은 샤르트르 공작은 떨리는 손으로 촉에 잉크를 적셨다.
그가 상속을 포기하고 나에게 종속되기로 합의한 작위는 다음과 같았다.
[오를레앙 공작, 발루아 공작, 느무르 공작, 몽파시에 공작.]그리고 당연히 여기에 딸려있는 어마어마한 토지 역시 전부 포함된다.
즉, 현 프랑스 왕국의 5%에 달하는 광대한 땅들이 전부 내게 귀속되는 것이다.
이 모든 걸 물려받을 예정이었던 샤르트르 공작은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되는 셈이고.
어차피 여기서 버텨봐야 오를레앙공의 영지는 전부 몰수당하는 게 확정이다.
내가 수틀리면 샤르트르 공작의 작위만 그대로 두고 그의 영지도 함께 왕가의 재산에 편입시킬 수도 있다.
지금의 위치라도 지키려면 이 날강도와 같은 서명에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
“저는···전하의 뜻에···따르겠습니다.”
거의 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로 샤르트르 공작은 종이에 서명을 하고 인장을 찍었다.
나는 흡족하게 웃으며 합의문을 넘겨받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공작님의 안전은 제가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혹여 다른 귀족들이 시비를 걸더라도 전부 해결해드리죠. 현명한 결정을 내리신 겁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가봐도 괜찮을까요?”
조금이라도 이곳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아주 절절히 느껴진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갈구고 싶었지만 이쪽도 할 일이 있는지라 더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시죠. 조심히 들어가시길.”
“예. 다시 한 번 자비를 베풀어주신데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선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방에서 나가버렸다.
한 입도 마시지 않은 붉은 와인만이 그가 앉아있던 자리를 쓸쓸히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
샤르트르 공작을 돌려보낸 뒤 나는 곧바로 베르사유로 입궁했다.
이 모든 일의 증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루이 15세는 상상이상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감히! 지금 당장 병사들을 풀어 모조리 잡아오···아니, 이미 네가 일을 다 처리해놨으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건가? 그런데 이게 정말이냐? 어떻게 오를레앙 공이······.”
“저번에 궁에서 벌어진 논쟁으로 대강 감을 잡지 않으셨습니까?”
“다이아몬드 사기 건이야 오를레앙 가문이 뒤에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긴 했었지. 그런데 설마 너를 암살하려 했던 놈들이 그들이었을 줄은···거기에 영국과 전쟁을 하려는 계획까지 다 불려 했다고?”
샤르트르 공작이 가지고 온 자료들을 훑어보는 국왕의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상상을 훌쩍 넘어선 현실에 머리가 다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화를 냈다가 의문에 빠졌다가 갈팡질팡하면서 일관된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증거를 검토한 루이 15세는 이내 눈을 감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국왕의 감정이 정리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마침내 그는 눈을 뜨고 천천히 내 눈을 마주보았다.
“어떻게 보아도 모든 증거가 확보되었고, 저쪽에서 자수를 한 이상 내가 내릴 결정은 하나밖에 없겠지. 네가 이번에도 실로 큰 일을 해냈구나.”
“과찬이십니다.”
“아니. 오를레앙 가문은 방계 왕족 중에서 가장 상위의 계승권을 지닌 이들이다. 당연히 권좌에 욕심이 있을 거라 예상했어야 했어. 만약 네가 이들을 잡아내지 못했다면 어떤 음모를 더 꾸몄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구나.”
“그러면 이 합의서대로 일을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오를레앙 가의 영지와 작위를 전부 몰수하는 거야 당연하다고 해도, 이 모든 걸 내가 가져가는 건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프랑스에서 왕과 왕태자를 제외하면 그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권세를 지닌 자리가 바로 오를레앙 공작이다.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오른다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프랑스의 2인자가 되는 셈이다.
설령 왕의 총애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만으로도 자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아무리 손자라고 해도 루이 15세의 입장에서는 이런 거대한 힘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게 꺼려질 수 있다.
결정적으로 나는 왕족이긴 해도 계승권이 없는 사생아다.
그런 자가 공작이라는 직위에 오르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모순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날을 위해 지금까지 철저하게 국왕의 밑에서 충견 역할을 자처해 왔다.
게다가 차기 국왕이 될 왕태자와 현재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왕족도 바로 나였다.
루이 15세는 아마 친형제들보다도 내가 더 왕태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을 터.
이제 내가 왕위에 욕심이 없다는 걸 열심히 어필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한 포석도 슬쩍 깔아두긴 했다.
다행히도 루이 15세는 실천으로 옮기지 못할 뿐, 판단력이나 지성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이였다.
샤르트르 공작이 서명한 합의문을 쭉 읽어보던 국왕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어째서 오를레앙공에게 속한 작위 중 프랭스 드 주앵빌만 제외해둔 것이냐.”
“제가 친왕을 칭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게 왕실에 득이 될 것 같지도 않고요.”
“출신이 복잡하긴 해도 넌 내가 인정한 왕실의 일원이다. 당연히 너도 친왕의 이름을 쓸 자격이 있다고 본다만.”
현 오를레앙공은 프랑스의 방계왕족 중 서열 1위기 때문에 당연히 대공이나 친왕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프랭스 드 주앵빌의 칭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이걸 배제했다.
“폐하. 지금처럼 참담한 사태가 일어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화제를 벗어난 뜬금없는 질문으로 느껴질 수 있음에도 루이 15세는 진지하게 이를 고민해보았다.
“글쎄···역시 오를레앙공에게 너무 권력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정확히는 그의 아들인 샤르트르 공작이 폐하의 직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계승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부와 권력을 전부 다 지니고 있으니 당연히 왕좌에 욕심이 생길 수밖에요.”
“···그렇지. 그런데 그거랑 네가 프랭스 드 주앵빌 칭호를 받지 않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앞으로 오를레앙 공작의 작위를 이을 저는 왕위 계승권을 가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공작은 어떤 형태로든 왕족의 피를 받은 자이기 때문에 계승권이 없는 공작은 어지간해서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오를레앙공작의 자리에 오르면 그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자들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특수한 시국이라 얼마든지 예외가 발생할 수 있었다.
국왕의 의지만 강하다면 충분히 나를 공작위로 추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완벽히 제시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상위 계승권을 지닌 왕족이 오를레앙 공작위를 계승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제도 자체가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사람의 선의에만 맡겨두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계승권이 없는 네가 오를레앙공의 자리를 가져가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겠지?”
“예. 저는 왕위 계승권은 바라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첫 번째 귀족으로서 차기 국왕이 될 형님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습니다.”
루이 15세의 눈에 짙은 감동이 서렸다.
그가 격동으로 떨리는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부터 거기까지 생각하고 이런 합의서를 작성했다니 네 마음이 참으로 기특하다.”
“감사합니다.”
“네 말대로 국왕의 다음가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가 높은 계승권을 지닌 왕족인 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 이 자리를 왕실에 호의적이지만 계승권은 없는 귀족이 차지하고 있는 건 확실히 태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그 대상이 너라면 나도 아무 걱정없이 지켜볼 수 있을테고.”
역시 평소에 쌓아둔 이미지는 이럴 때야말로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처음 왕족으로 인정받는 순간부터 나는 국왕과 태자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모습만을 보여왔다.
루이 15세의 머릿속에서 내 선의를 의심한다는 선택지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폐하의 말씀대로입니다. 앞으로의 오를레앙 공작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겁니다. 제가 왕실을 수호하는 방패이자 폐하의 적을 치는 검이 되겠습니다.”
“좋다.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으니 프랑스의 국왕 루이 15세인 내가 나의 이름으로 이 합의서에 효력이 있음을 인정하마. 이 모든 일이 마무리 되는 그 날, 너는 정식으로 오를레앙 공작의 이름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황송합니다. 앞으로도 제 모든 능력을 다해 왕실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한 치의 의심조차 없는 훈훈한 분위기속에서 루이 15세는 다정하게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나는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성취감을 철저하게 억누르고 감격과 충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의 치하를 받아들였다.
지금까지는 관습적으로 불렸을 뿐이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오를레앙 공작에는 귀족 중의 귀족.
프랑스의 제 1귀족이라는 뜻을 명시적으로 내포하게 됐다.
그리고 그 초대 주인은 바로 나.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 오를레앙 공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