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8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85화 예체능의 아버지(85/355)
예체능의 아버지
유럽 대륙에 상당수의 곡창지대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의 비옥함을 자랑하는 지역은 대부분 프랑스에 있다.
괜히 프랑스가 신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날에 만든 땅이라는 소리가 있는 게 아니다.
농업 기술의 한계로 수확 체감 법칙이 성립하는 지금 시대에서도 본토에만 인구 2천만 이상이 살아갈 수 있는 게 그 증거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비옥한 알짜배기 땅들은 상당수가 공작령에 속해 있었다.
“···이상이 지금 파악된 오를레앙 공작의 자산입니다. 샤르트르 공작의 검수를 거쳤고, 이후 세 번의 추가 확인 작업을 했으니 누락 된 항목들은 없을 겁니다.”
“많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진짜 미친 수준이네.”
라부아지에가 정리한 재산 목록을 쭉 훑어보던 나는 순간 감탄 보다는 헛웃음이 먼저 나왔다.
단순히 오를레앙 공작만이 아니라 여러 공작위와 그에 딸린 영지들을 전부 합치면 프랑스 왕궁의 5%에 달한다.
여기에서 거두어지는 수입들을 다 합치면 오죽 거대하겠는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수천만 리브르를 가뿐하게 상회하는 자산이 전부 내게 귀속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입가가 씰룩이는 걸 참기 힘들었다.
“이 정도로 액수가 커다라면 관리에도 그만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어떻게···전부 전하의 사람들로 갈아치울까요?”
“아니. 여기서 괜히 변화를 일으키면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뿐이야. 일단 그대로 놔둬. 대신 중간에 착복을 하고 있는 자들은 과감히 쳐내도록 하고.”
“예. 본보기로 처벌할 자들은 몇몇 추려놨습니다.”
“그러면 됐어. 그쪽은 너에게 맡길 테니 처리하고 경과보고를 올리도록.”
대강 지시를 내리고 나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신들과 함께 마차에서 내리자 우글우글 모여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어머어마하게 몰려왔군요.”
“자신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인물이 바뀌었으니 불안하면서도 기대가 되겠지.”
새롭게 영지를 물려받은 이상 종속되어 있는 영지민들을 안심시켜줄 필요가 있다.
특히 영주가 반역죄로 갈려나가버렸으니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새롭게 영지를 물려받은 사람이 평판 좋기로 유명한 나였으니 그렇게 동요가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를레앙공의 영지는 워낙 광대해 내가 모든 지역을 일일이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급한대로 지역의 유지들과 참석하고 싶어하는 영지민들을 불러모아 앞으로의 지침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전하. 시간이 다 됐습니다.”
“좋아.”
임시로 설치한 연단 위로 올라가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
“크리스티앙 전하 만세!”
“백신의 아버지!”
나는 굳이 소란을 진정시키지 않고 담담히 영지민들의 찬사를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는 이미 소문을 들은 자들도 있을 테고, 아직 듣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귀족들과 실무자들에게 이미 급격한 변화가 없을 거라 약속해두었다.”
몇몇 사람들, 주로 귀족과 지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오를레앙 공작으로서 내가 내건 슬로건은 안정이었다.
본래 기득권일수록 급격한 변화에는 거부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현재 프랑스의 귀족들 중 상당수는 내가 앞으로 취할 행보를 불안한 눈으로 주시하는 중이었다.
그런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이 이상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밝혀두었다.
샤르트르 공작을 멀쩡히 살려둔 건 내 이런 의중을 확실히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거의 모든 재산이 몰수당했다고 해도 그는 파리에 있는 팔레 루아얄에서 멀쩡히 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자연히 ‘저놈도 살려뒀는데 설마 나를 해치진 않겠지.’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으리라.
귀족들을 이렇게 달래놓았다면 다음은 영지민들의 환심을 살 차례다.
“물론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자들도 많겠지만, 하루하루를 넘기기 힘든 사람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름아닌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그런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대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앙 왕자가 어린 시절 빈민가에서 살았다는 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실이다.
나는 예전부터 적극적으로 이런 점을 어필해 시민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니 이쯤에서 실질적인 정책으로 그 환심을 열광으로 바꾸어 놓을 필요가 있다.
“우선 영지의 자산을 대대적으로 조사해 과중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지역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이 들어갈 것이다. 또한 평균적인 산출량을 조사해 평균을 밑도는 흉작이 왔을 때는 영지세와 지대를 낮춰주겠다. 단, 이렇게 됐을 시 풍년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을 납부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대들이 지게 될 부담은 무조건 지금보다 더 줄어들게 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오오!”
흉년이 들었을 시 세금을 일시적으로 감면해주는 건 사실 이전부터 있었던 제도다.
하지만 18세기의 프랑스는 그런 상식과 윤리가 뒤틀리고 파괴된 마경이었다.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시기였기에 귀족들은 농민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이 마음껏 착취를 하고 뜯어갔다.
만약 상식적인 선에서 제도가 운영되었다면 애초에 혁명 따위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영지민들의 편의를 봐줄수록 내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이 또한 투자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이 프랑스라는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는 건 오늘도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그대들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그늘 아래서 삶을 영위하는 이상 이제 그대들은 나의 식솔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그 무엇도 불안해할 필요 없다. 나 루이 크리스티앙이 그대들의 삶을 책임질 테니.”
“우와아아! 만세!”
“왕자 전하 만세!”
시민들에게는 백번의 명연설보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선언이 더 심금을 울리는 법.
어떤 이들은 거의 눈물까지 흘려대며 내 이름을 외쳐댔다.
당장 다음 분기부터는 장부상에 적힌 수익이 꽤 줄겠지만, 몇 년만 지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이득으로 보답받을 수 있겠지.
나는 시민들의 환성에 손을 들어 화답해 주고 연단 위에서 내려왔다.
※※※
연설로 시민들의 열광을 끌어낸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로 그들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바로 최근에 내가 집중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는 축구였다.
내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엄선한 오를레앙 영지를 대표하는 멤버들이 넓직한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상대는 인근의 영지를 다스리는 백작령의 대표 선수들.
운동장 주변을 꽉 매운 시민들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며 실시간으로 과몰입에 빠져드는 중이었다.
“아니! 거기서 슛을 쏴야지!”
“계속 패스만 돌리지 말고 좀 적극적으로 하라고! 그래! 거기서 돌파!”
“아니! 지금 저 새끼가 뒤에서 발을 걸었잖아! 심판 똑바로 안 봐?”
영국의 훌리건들이 악명이 높다지만 사실 유럽의 극성팬들은 다 비슷비슷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어디가지 않는다고 지금도 그 싹이 실시간으로 파릇파릇 자라는 게 보였다.
“예상보다도 효과가 훨씬 좋군. 몇 년만 지나도 프랑스 전역에 돌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겠어.”
나는 귀빈석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즐겁게 웃었다.
“연맹 창설도 순조롭게 진행됐고 당장 내년부터 프로 리그를 진행하면 되겠군.”
지금은 임시로 각 지역마다 1부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출전권을 하나씩 부여했다.
그리고 그 출전권을 따기 위해 지역의 최강팀을 가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금 내가 꾸린 최강의 멤버들에게 열심히 두들겨 맞고 있는 백작령의 대표팀도 자신들의 지역에서 우승을 거머쥔 팀이었다.
전반에만 두 골을 먹힌 백작은 내 옆에서 화를 삭이기 위해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접대축구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심통이 잔뜩 난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 했다.
왠지 현실에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 묘했다.
재벌 구단주들이 어째서 스포츠팀을 인수해 운영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왕자 전하께서 꾸리신 이들이···참으로 강하군요.”
“하하, 고맙소. 백작의 팀도 강했지만 아무래도 이쪽의 실력이 조금 더 나았던 모양이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작의 팀이 한 골을 더 먹혔다.
“좋아! 바로 그거지!”
내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백작이 거의 벌레를 씹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억지 박수를 쳤다.
“하. 하. 하. 이거 실력차이가 너무 나는군요. 강등을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겠습니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조직력을 더 보강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거요.”
“예. 돌아가자마자 바로 맹훈련을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강등은 안 되지요. 암, 그렇고 말고요.”
구경하는 시민들만이 아니라 팀을 운영하는 대귀족들도 과몰입을 하는 걸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무조건 대박을 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구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자연스럽게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
축구를 이용해 시민들을 열광시킨다는 내 계획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덤으로 나도 오랜만에 마음껏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녔던 마리는 그리 즐거운 기색은 아니었다.
원래 축구에 열광하는 남친 때문에 여인들이 짜증을 내는 건 동서고금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실제로 마리의 성격상 축구 같은 스포츠를 즐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물론 그녀가 딱히 싫은 티를 낸 건 아니었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굉장히 호응을 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와 하루 이틀 같이 지낸 게 아닌 나는 그녀의 속내를 대강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마리, 오랜만에 튈르리 궁으로 돌아온 기념으로 내가 당신을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해 뒀는데 맞춰보실래요?”
“예? 굳이 그러실 필요까진 없었는데······.”
“아니, 아니. 지금까지 제 취미 생활에 열심히 어울려주셨으니 이번엔 제가 보답을 해드려야죠. 오늘 저녁은 편히 즐겨주세요.”
영문을 몰라하는 마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우선 미리 초대장을 받은 귀족들과 명사들이 자리해 만찬을 가졌다.
마리와 사이가 좋은 이들만을 초대했기 때문에 저녁식사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성황리에 식사가 끝난 뒤 시종들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정원으로 안내했다.
“와~저희가 저녁을 먹는 사이에 꾸며놓은 건가요?”
어느새 정원에 설치되어 있는 연주장을 바라본 마리가 축구를 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부터 공연을 좋아하는 그녀답게 어떤 거장이 오늘의 공연을 책임질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마침내.
박수를 받으며 피아노 앞에 선 연주자를 본 마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어렸을 때와는 얼굴이 달라졌을 텐데 그래도 역시 알아보는군.
“···저기 저 사람은 설마······.”
“이번 달부터 제가 후원하기로 한 젊은 천재 음악인입니다.”
“아마데우스······.”
어린 시절 마리의 인생에서결코 잊지 못할 풋풋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소중한 인연.
그를 프랑스에 불러주겠다는 약속은 이미 되감긴 시간 속에서 사라져버렸지만, 나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이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죠?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라는 천재적인 음악 신동이 있다고요.”
“···설마 그 말을 기억해 주신 건가요? 그래서 저 사람을 부른 거고?”
“예. 오를레앙 공작 정도라면 예술가를 후원하는 건 당연한 의무니까요. 실제로 연주를 몇 곡 들어봤는데 미래가 아주 촉망되는 인재더군요. 그래서 바로 자리를 제안했죠.”
나와 마리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인사를 올린 모차르트는 담담히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선보였다.
경쾌하면서도 밝게.
마치 날아가는 듯한 그의 연주를 듣는 마리의 눈가가 격동으로 떨렸다.
이제는 더이상 소년과 소녀가 아닌 두 사람.
지금은 각자가 서로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입장이지만 오랜만에 고향의 풍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겠지.
피아노 연주를 마친 모차르트는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인사를 올렸다.
“훌륭한 명사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왕자 전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연주될 협주곡을 관대한 왕자 전화와 자비로운 왕자비 마마께 바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마리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내쪽을 돌아보았다.
“당신과 결혼해서 정말 다행이에요···이런 깜짝 선물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당신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니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 역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모차르트다.
젊은 시절의 모차르트가 내 앞에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고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어째 마리를 위해 선물을 한다고 해놓고 내가 더 즐기는 느낌이었지만, 피차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아내를 옆에 두고 천상의 선율을 만끽하는 나야말로 지금 세상에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모차르트의 연주는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훌륭했고 수준이 높았다.
아직 기량이 절정에 달하지 않은 상태일텐데도 이 정도라면 훗날에는 얼마나 더 대단한 인물이 될까.
하긴 그러니까 인류 음악사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로 손꼽히는 거겠지.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구상이 그려졌다.
아직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사절단이 프랑스에 당도한다.
목적은 당연히 러시아와 프랑스의 역사적인 결혼 동맹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사절단을 환영하기 위한 축하공연의 책임자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로서 확실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명성은 아직 유럽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좋다.
재야에 묻혀있던 천재 음악가를 발굴해낸 걸로 내 명성이 다시 한번 높아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래. 이게 바로 상부상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