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9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90화 그래서 라마르슈 백작이 누군데(90/355)
그래서 라마르슈 백작이 누군데
보스턴 티 파티.
직역하자면 보스턴 다과회가 되는 이 사건은 말 그대로 차를 바닷물에 우려 마신다는 미국식 특유의 위트가 들어간 표현이다.
사실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이 된 이 사건은 독립운동의 한 갈래는 아니었으며, 당연히 영국의 압제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난 의거도 아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난 배경은 다름아닌 영국의 수상인 노스 경이 통과시킨 홍차조례였다.
홍차조례는 당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홍차에 붙은 관세를 철폐해, 영국 동인도회사가 실질적으로 식민지에 홍차를 판매할 권리를 독점하는 내용이었다.
영국 동인도 회사는 인도에서의 흉작 때문에 수입이 상당수 줄어있었기 때문에 이로서 상당부분의 손해를 메꿀 수 있었다.
영국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식민지인들도 관세가 철폐된 덕분에 홍차를 싼값에 마실 수 있게 됐다.
언뜻 보면 누구 하나 손해 보는 사람이 없는 조례다.
당장 이 법을 통과시킨 노스 경만 하더라도 식민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엄연히 영국의 홍차조례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있었다.
바로 식민지에 홍차를 밀수입해 오는 밀수상들이었다.
안 그래도 영국이 계속 직접세를 부과하는데 불만을 품던 식민지의 독립파는 이들에게 접촉했다.
새뮤얼 애덤스는 자유의 아들들이라는 조직을 이끌고 행동에 나섰다.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분장한 이들은 동인도 회사 무역선을 덮쳤다.
이때 300개가 넘는 차 상자가 메사추세츠 앞바다에 뿌려졌고, 동인도 회사는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새뮤얼 애덤스는 이걸 은근슬쩍 무도한 영국에게 대항하는 저항운동으로 둔갑시켰고, 뉴 잉글랜드,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비슷한 사건이 우후죽순 일어났다.
당연히 영국 본토는 난리가 났다.
“이 미천한 식민지 새끼들이 오냐오냐 해주니 진짜로 기어오르는구나!”
격분한 영국 의회는 즉각 후속대처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대체 우리 대영제국의 위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떨어진 겁니까? 식민지 부랑아 놈들이 인디언으로 위장하고 차를 털어요? 그것도 지금까지 보고 된 것만 몇 차례입니까. 네 번? 다섯 번?”
현재 야당인 휘그당을 이끌고 있는 그래프턴 공작이 먼저 열변을 토했다.
그는 은근슬쩍 이번 일의 책임을 집권당 쪽으로 돌리며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게 다 의회가 지금까지 식민지의 요구를 있는 대로 다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 이겁니다. 이건 총리께서 반드시 해명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프턴 공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토리당 의원들이 동조의 목소리를 냈다.
“옳습니다!”
“총리! 해명하세요!”
사방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노스 경이 벌레 씹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명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이건 대영제국에 대한 도전입니다. 식민지의 편의를 너무 많이 봐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는 비판은 적절치 않습니다. 오히려 식민지는 설탕세 같은 세수 확대 법안을 계속해서 비판해 왔으니까요. 본국의 결정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는 거라 봐야겠지요.”
“그래서 총리께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일체의 타협도, 협상도 있을 수 없습니다. 감히 본국의 얼굴에 먹칠을 한 반역도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의원 있으십니까?”
이번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프턴 공작도, 휘그당도 식민지인들의 만행에 분노가 폭발한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참에 한번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표결을 하기에 앞서서 일단 식민지측의 이야기도 한번은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노스 경이 눈짓을 하자 구석에서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정중하게 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노인의 눈동자에 짙은 수심이 내려앉아 있었다.
“먼저 불미스러운 일로 의원님들의 심기를 어지럽힌 점. 식민지를 대표해 사죄드립니다.”
“프랭클린, 서론은 됐으니 바로 본론이나 말하시오.”
노스 경의 차가운 대답에 노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뛰어난 과학자이자 발명가이자 언론인이면서 동시에 우수한 정치인.
식민지에서 그를 수식하는 말은 수없이 많았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존경을 받는 그는 실제로 식민지를 위해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시행하려고 한 악법인 인지세를 철폐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런 프랭클린조차 이번 일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자신이 노망이 들어 환청이 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다.
“이번 일은 영국과 식민지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 누군가가 벌인 음모입니다. 식민지인들은 모두가 홍차를 적정한 값에 구매할 수 있게 해준 본국의 결정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니 이는 짐승조차 하지 않을 짓이지.”
“그러니까 그건 영국의 분노가 식민지로 향하게 하려는 과격분자들의 음모로······.”
“지금 당장 그들을 잡아 본국으로 압송한다면 진지하게 그 말을 받아들여보겠지만, 증거가 하나도 없는 이상 궁색한 변명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의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노스 경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었다.
프랭클린은 속으로 이 사태를 일으킨 새뮤얼 애덤스의 성급함에 쌍욕을 내뱉었다.
대체 어떤 정신으로 이런 미친 짓을 했는지 머리를 한 번 열어보고픈 심정이었다.
“식민지에서도 이건 영국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하여 사죄의 의미로 성금을 모으는 중입니다. 바로 본국에 전달해 저희의 성의를······.”
“고작 그 정도로 일을 무마하기엔 너무 과하게 선을 넘어버렸다. 이번 일을 저지른 자들을 모조리 체포해 압송하겠다는 말이라도 할까 싶어 기회를 줬지만 역시 이 정도였군.”
노스 경은 필사적으로 뭔가 더 말을 하려는 프랭클린의 입을 다물게 하고 정식으로 안건을 올렸다.
“이번에 식민지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까지 있었던 단순한 항의가 아닙니다. 식민지를 다스리는 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자 도발입니다. 이를 확실히 벌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식민지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
“그래서 저는 폐하와 의회의 이름으로 선포하고자 합니다. 정식으로 해군을 식민지에 파병하고 이 참사가 일어난 보스턴이 위치한 메사추세츠 자치령을 폐기하겠습니다.”
상상도 못한 강경책에 프랭클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사실 안 그래도 휘그당의 정치 공세에 신물이 나있던 노스 경에게 이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
국내의 갈등이 심화될 때 외부의 적을 두들겨 패는 것만큼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국왕 조지 3세는 식민지에 너그러운 군주가 아니었다.
의회에서 식민지를 처벌하고자 한다면 절대로 반대할 사람이 아니다.
여기서 최대한 강경한 모습을 보여 집권당의 위신을 세우려는 게 노스 경의 노림수였다.
그리고 그가 제안한 안건은 당연히 압도적인 찬성표로 그 자리에서 가결되었다.
프랭클린은 창백해진 안색으로 비틀거리며 의회를 떠났다.
‘에덤스···그대가 식민지를 망쳐버렸네. 어쩌자고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말인가······.’
영국은 식민지의 현재 저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식민지가 영국보다 약한 건 분명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치령 하나가 폐기당하는 걸 넙죽 받아들일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만약 이 일이 식민지에 알려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마 애덤스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건가? 독립을 위해 영국과 전쟁을 벌이는 것?’
정말로 그렇다면 바보같은 짓이다.
나름 싸워보는 시늉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식민지는 영국을 이길 수 없다.
초조함을 숨기지 못한 그는 혼란으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택에 도착했다.
한데, 타이밍 좋게도 그가 돌아올 걸 예상했다는 듯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발신인은 프랭클린이 그토록 욕하던 새뮤얼 애덤스였다.
프랭클린은 거칠게 봉투를 찢어 곧바로 내용물을 펼쳐보았다.
앞쪽의 안부의 말 같은 건 읽어볼 기분이 아니었으므로 대강 넘겼다.
어디 어떤 변명을 해놨는지 이야기라도 들어보자.
본론이 시작되는 중간부분부터 읽어내려가던 프랭클린의 눈동자가 의아함으로 얼룩졌다.
[···영국은 아무리 사과해도 저희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쯤이면 보스턴만이 아니라 메사추세츠 자치령을 폐기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일을 기회로 식민지는 하나로 결집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영국에게서 독립해 식민지의 주권을 찾을 때가 온 것입니다.]영국의 조치를 정확히 예측한 건 의외였지만, 역시 현실감각 없는 계획을 늘어놓는 건 마찬가지다.
마음 같아서는 편지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으나, 아직 뒤에 내용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어차피 영국을 설득하는 건 무리이니 거기 계속 계실 이유는 없을 겁니다. 일단 귀국하셔서 저희와 합류하시는 게 낫겠지만, 그 전에 프랑스를 들려주십시오. 사실 이미 프랑스의 고위귀족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라마르슈 백작이라고 프랑스 왕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인 실세가 저희 편을 들어줄 겁니다.]“라마르슈 백작?”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애덤스가 완전히 허튼 소리를 늘어놓을 위인은 아니었기에 더욱 의문이었다.
“내가 모르는 프랑스의 실세가 더 있었나? 하긴···최근 프랑스의 권력구조가 대격변을 일으켰으니···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내 귀에 한 번쯤은 이름이 들어와야 정상이거늘.”
[라마르슈 백작은 크리스티앙 왕자에게 백신의 판매 교섭권을 위임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라고 합니다. 프랑스 왕실은 저희가 영국과 맞설 힘이 있다면 지원할 용의가 충분히 있을 겁니다. 지금 바로 정식 협약을 맺지는 못하겠지만 라마르슈 백작을 만나서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시고 귀국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만약 정말로 프랑스가 편을 들어준다면 독립을 부르짖는 게 허황된 망상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과연···애덤스가 아무런 대책없이 이런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긴 하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고 봐야겠군.”
하지만 달랑 편지 한 장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았다.
애덤스의 편지가 사실이라면 다행이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영국에서 쭉 머물던 그는 독자적으로 여러 경로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최근 여러 사업에 신경이 쏠려 있어서 영국과의 대립을 최대한 피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애덤스는 완전히 정반대의 이야기를 적어두었다.
게다가 애덤스가 믿고 있는 라마르슈 백작이라는 자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사실 이건 프랭클린의 잘못이 아니었다.
크리스티앙이 정식으로 라마르슈 백작이라 불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마르슈 백작으로서의 명성을 떨치기도 전에 오를레앙공이 되어버렸으니, 그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일단은 프랑스로 가보자. 그러면 애덤스가 사기꾼에게 속았던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
일단 편지에 적혀있던 대로 프랭클린이 이제 영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게 기도하며 오랜 시간 머물렀던 영국의 자택을 나섰다.
※※※
약 일주일 뒤.
파리로 들어온 프랭클린은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혼란에 휩싸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모시도록 하죠.”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그가 느낀 감정은 절망이었다.
그도 그럴 게 어지간한 부르주아들도 라마르슈 백작이라는 이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보는데···유명한 사람입니까?”
“어디서 분명 들어본 이름이긴 한데···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래도 최근엔 들어본 적이 없네요.”
정말로 왕실과 연이 닿아 있는 고위귀족이라면 이런 반응이 나와서는 안 된다.
결국 애덤스는 정체불명의 사기꾼에게 속아넘어가 식민지의 미래를 망쳐버린 것이다.
프랭클린은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웬걸.
밑져야 본전으로 편지에 적힌 대로 파리의 출판총감이라는 자에게 라마르슈 백작이라는 이름과 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바로 반응이 나왔다.
그것도 무려 튈르리 궁에서 직접 마차가 왔다.
“저기···라마르슈 백작님께서 보내신 겁니까?”
“예. 프랭클린 님께서 오시면 바로 모시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아···그렇다면 혹시 라마르슈 백작님께서 크리스티앙 전하와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 사실입니까?”
튈르리 궁이 어떤 장소인지는 프랭클린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프랑스의 실세 중 실세이자 영국에서도 요주의 인물로 주목 중인 루이 크리스티앙 오를레앙 공작이 기거하는 곳이다.
절망에 잠식당해 있던 마음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프랭클린을 안내하는 출판총감은 바로 즉답하지 않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질문은 아닐텐데 이쪽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어쩌면 조금 민감한 비밀을 캐물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답해주시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냥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뭐,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겠죠.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요?”
기대 이상의 대답에 프랭클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라마르슈 백작을 만나면 어떻게든 크리스티앙 왕자나 루이 15세에게 식민지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해달라고 부탁을 올려야한다.
그다음 식민지로 돌아가 정식으로 외교 책임자의 지위를 받은 뒤, 파리로 돌아와 동맹을 요청하면 될 것이다.
“자, 도착했습니다. 가실까요?”
어느새 궁 앞에 당도한 마차가 멈춰서자 프랭클린은 초조한 마음과는 반대로 여유롭게 밖으로 나왔다.
협상에 앞서서 속마음을 드러내는 건 외교관으로서 실격이다.
중요한 승부를 앞둔 프랭클린은 최대한 평정을 유지한 채로 출판총감을 따라 궁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당연히 라마르슈 백작을 먼저 만나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지금 궁의 중심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지금 라마르슈 백작이 크리스티앙 왕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 걸까.
그렇다면 오히려 좋다.
라마르슈 백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왕자와 안면을 틀 수 있을 테니까.
“자 들어가시죠.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프랭클린이 한 차례 심호흡을 하자 시종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발을 옮긴 그는 재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호화로운 응접실의 내부에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두 명이 아닌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잘생긴 미청년이 프랭클린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기다리고 있었네. 벤저민 프랭클린.”
“···예. 그···라마르슈 백작님이 맞으십니까?”
“그래. 그런 이름도 쓰고 있지. 내가 자네가 찾는 라마르슈 백작이 맞네.”
“아, 맞으시군요. 저는 어디 저택 같은 곳으로 안내받을 줄 알았는데 튈르리 궁으로 오게 돼서 놀랐습니다. 이곳은 왕자 전하가 머무시는 곳이니······.”
“그야 손님이 오면 당연히 내가 사는 곳으로 안내하지 시내의 다른 저택으로 가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백작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프랭클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궁···에서···거주하시고 계셨던 거로군요. 하긴 왕자 전하와 친밀한 사이라고 하셨으니······.”
“자네는 백작이 아닌 왕자에게 볼 일이 있었나?”
“아, 아닙니다. 그래도 앞으로 국가의 중대사를 논해야 하니 가능하다면 왕자 전하를 뵐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다행이로군. 바람이 이루어져서.”
“예?”
“그거야 지금 자네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프랑스의 왕자이니까.”
백작은 그다지 진지할 것도 없이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을에 산책이라도 나가듯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프랭클린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벼락이라도 맞은 양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의 눈이 대해 위에서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드디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그 말씀은······”
“그래. 내가 바로 자네가 찾는 라마르슈 백작이자 오를레앙 공작인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일세.”
프랭클린의 입이 딱 벌어졌다.
속마음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외교관의 철칙 따위는 이미 마음속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