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9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91화 받을 건 받아야지(91/355)
받을 건 받아야지
벤저민 프랭클린이 올 거라고는 이미 새뮤얼 애덤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물론 애덤스도 내 정체를 알지는 못했지만 라마르슈 백작 앞으로 오는 편지는 전부 내게 오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신대륙에 갔을 때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모두에게 존경받는 지식인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더군.”
“과찬이십니다.”
중후하면서도 당황스러움을 다 떨쳐내지 못한 음색.
벤저민 프랭클린은 아직도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새하얘질 정도로 충격적인 만남이었을 텐데 비교적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기색이다.
“사실 신대륙에 갔을 때 자네를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영국에 있다고 해서 기회를 잡지 못했었지.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일세.”
“저도 소문으로만 듣던 전하를 이렇게 직접 만나뵐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 역시 내색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흥분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라 현대에서도 질리도록 봤던 얼굴의 주인공.
진짜 100달러랑 소름돋을 정도로 똑같이 생겼네 신기하게.
게다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른 미국의 위인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라 더 호감이 갔다.
현 시대의 미국의 위인들은 대다수가 다 금수저, 못해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다.
반면 프랭클린은 가난한 양초장이의 아들로 학교도 돈이 없어서 2년 밖에 다니지 못한 사람이다.
즉, 순수하게 자신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아메리카 드림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과거에 나 역시 흙수저로 뒹굴던 시절이 길었기에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협상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다시 무심히 시선을 정돈했다. 차분하게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자네가 프랑스로 온 건 역시 보스턴에서 일어난 축제 때문이었겠지? 메사추세츠 앞바다로 찻잎을 우려내다니 아주 맛 좋은 차가 나왔겠어.”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덤스는 자신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으니 이런 짓을 벌였을 테지만 너무 성급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글쎄···오히려 이 정도의 사건을 터트려주지 않는다면 식민지는 계속 영국의 밑에서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보는데. 이번에 애덤스와 독립파들이 보인 움직임을 보게. 어거지로 보일 수밖에 없는 저 사건이 어느새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위대한 의거로 둔갑하지 않았나.”
“원래 사람들을 선동하는데는 도가 튼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정말로 식민지와 영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수많은 식민지인의 피가 흐를 겁니다.”
나는 별다른 말 없이 차를 홀짝였다.
별다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프랭클린이 말을 이었다.
“애덤스는 라마르슈 백작님···즉, 전하와 이야기가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모든 식민지인을 대표해 이 말의 진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야기가 되어 있다라···애덤스다운 표현이로군.”
프랭클린의 시선이 흔들렸다.
워낙 지록위마의 궤변에 능한 사람이니 그가 프랭클린에게 어떤 식으로 말해놓았을지는 대충 감이 잡힌다.
프랭클린이 물었다.
“···역시 구체적인 합의는 되어있지 않은 겁니까?”
“당연하지. 신대륙에 건너갈 때 나는 고작 일개 백작 신분에 불과했네. 그런 내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약속을 했다면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겠는가.”
그러자 프랭클린의 눈가에 낙담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정확히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는 식민지의 독립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일세. 영국이 그 부유한 땅을 계속 가지고 있는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으니.”
프랭클린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현 상황은 이미 엎어진 물입니다. 영국이 식민지에 어떤 조치를 취하셨는지 알고 계십니까?”
“메사추세츠 자치령을 폐기하겠다는 명령이라도 내렸는가?”
짐짓 너스레를 떨며 묻자 프랭클린이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그걸 어떻게···벌써 여기까지 보고가 올라온 겁니까?”
“애덤스의 편지를 받지 않았나? 그에게 영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알려줬던 사람이 바로 나일세. 이렇게 나올 줄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
이미 크게 떠진 프랭클린의 눈이 이제 거의 수박만큼 휘둥그레졌다.
이 유능한 지식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당황한 상태로 있어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에서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밖에 없으니.
애초에 이렇게 충격적인 만남을 연출한 것도 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사람은 눈앞의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더 유능한 자라고 인식하면 자연스레 위축되는 법이다.
그러면 자연히 생각의 폭이 제한되고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마음조차 품지 못하게 된다.
식민지와 치러야 할 길고긴 협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초전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고 가야 한다.
“어차피 여긴 공식석상도 아니니 조금 더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자네가 여기 온 궁극적인 목적이 뭔가?”
“프랑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식민지는 절대로 영국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이제 남은 건 전쟁뿐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최대한 많은 아군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겠지.”
“전하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식민지는 부유한 땅입니다. 상세한 계산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식민지에서 나오는 부의 총량은 영국 본토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땅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겁니다. 즉,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그건 영국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상대로 프랭클린은 계속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영국에 대한 경쟁심을 자극하려 했다.
사실 원 역사에서도 프랑스에 외교관으로 왔던 프랭클린의 주 전략은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역사에서도 이건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론 프랑스 입장에서 영국에게 크고 아름다운 엿을 먹이고 싶기야 하지만, 승산이 없는 싸움에 발을 들이미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신대륙의 식민지가 영국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 있다면 그건 우리로서도 더 바랄 게 없는 최상의 결과겠지. 문제는 그럴 만한 실질적인 기량이 있냐는 점일세.”
“대 프랑스 왕국이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아니. 자네들은 분명 독립을 원한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우선 자신들에게 그만한 역량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지 않겠나. 만약 자네들이 그럴만한 힘이 없는데 우리의 도움으로 영국에게서 해방되었다고 가정해보지.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우리가 자네를 가만 두겠나?”
“그건···무리겠죠.”
“남의 힘으로 독립을 이루겠다는 것만큼 허망한 소원은 없네. 그런 마음을 품어봐야 그 결말은 주인이 영국에서 프랑스로 변경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겠지.”
반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단계에서 프랭클린이 여기서 내 구미를 동하게 할 카드를 제시하는 건 무리다.
물론 지금 나는 영국을 집단린치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물밑에서 끝내놓았지만 그걸 식민지측에 알려줄 이유는 없다.
못이기는 척 나서기 전에 뜯어낼 수 있을 만큼 듬뿍 뜯어낸다.
기왕이면 빨대를 꼽아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전쟁에 개입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막대한 빚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식민지가 독립을 쟁취해낼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면···프랑스는 저희의 편에 서서 참전할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참전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되겠지. 그 이후는 그쪽이 얼마나 매력적인 제안을 제시하는가로 갈리게 될 테고.”
“알겠습니다.”
프랭클린은 복잡한 얼굴로 살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이 정도만 해도 그에게는 만족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한 상황에서 미세한 한 줄기 희망을 찾은 정도는 될 테니까.
“그래도 이렇게 찾아온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건 좀 그러니 한 가지 선물을 주겠네.”
“···선물이라 하시면?”
“전쟁이 시작되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우군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지. 하물며 적이 될 존재가 있다면 미리미리 대처를 해놔야 할 걸세. 자네들은 지금 영국만 신경쓰고 있지만 북쪽에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 있지 않나?”
“이로쿼이 연맹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이로쿼이 연맹.
호데노쇼니라고 자칭하는 5개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으로 이루어진 연맹체다.
모계 사회라는 특이한 체계를 갖춘 이들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오기도 전부터 연맹을 형성하고 있었다.
7년 전쟁 때 영국을 도왔던 이들은 이후 미국 독립 전쟁 때 어느쪽을 도와야 할지를 둘러싸고 정치적 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세 개 부족은 영국의 편에 섰고, 다른 두 개 부족은 식민지의 편에 붙으면서 전쟁이후 연맹은 자연스럽게 해체되게 된다.
“이들의 힘이 식민지나 영국과 비교하면 그리 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홀히 다뤄야 할 대상은 아니지. 미리 귀뜸을 해주자면 이로쿼이 연맹 중 세나카족, 카유가족, 그리고 오논다가 족은 영국에 붙을 확률이 높으니 지금부터 미리 대비를 해두거나 협상을 할 준비를 해둬야 할 걸세.”
“확실한 정보입니까?”
“물론. 그리고 설득할 수단이 여의치 않다면 내가 작성한 자료가 있으니 그걸 가져가서 한 번 보여주게. 영국이 식민지에 저지른 만행들을 아주 정성스럽게 추려놨거든. 그걸 보면 원주민들도 영국에게 붙고 싶을 생각이 싹 사라질 걸?”
책상 위에 있는 서류뭉치를 건네주자 프랭클린은 재빠르게 대략적인 내용만을 훑었다.
“···어마어마하군요.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원주민들도 저희 편을 들지는 않더라도 영국에게 붙지는 않겠죠.”
“그래. 지금부터는 일분 일초가 화급을 다투니 서두르게나. 식민지가 영국의 공세를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네.”
“예. 반드시 전하와 프랑스의 기대를 충족시켜 보이겠습니다.”
프랭클린은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나는 라부아지에에게 프랭클린을 식민지로 향하는 배에 오를 때까지 안전히 배웅해주라고 명한 뒤, 베르사유 궁으로 향하는 마차를 불렀다.
어차피 식민지가 영국에게 작살나든 아니든 나는 이번 전쟁에 개입할 것이다.
만약 식민지가 원 역사와 달리 영국에게 버티지 못한다면 이쪽의 손해가 좀 더 커지겠지만, 그러면 독립 이후의 미국을 쥐어 짜내서 손해를 충당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이쪽의 참전 여론을 이끌어내기가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자칫 잘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는 형태로 인식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딱히 걱정은 되지 않는다. 저들은 저들 자신의 힘도 잘 모르고 자기들이 누구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까.
무려 그 조지 워싱턴이 있잖아? 잘해 보라고.
나는 저 멀리 멀어지는 프랭클린의 등을 향해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주고는 마차 위에 올랐다.
※※※
···반나절 뒤.
나는 베르사유 궁에 도착하자마자 루이 15세에게 알현을 청했다.
“식민지에서 온 대표를 방금 보내주고 오는 길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조치해두었습니다.”
“그렇군. 후···정말로 영국과 한 판 하는 날이 현실이 되다니.”
“이쪽의 준비는 만전인 반면, 영국은 우리가 개입할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양측의 국력이 비슷한 이상 이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역시···7년 전쟁과는 다르겠지?”
뼈아픈 패배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일까.
루이 15세가 불안한 얼굴로 뒷목을 긁적였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빚을 지고 신대륙의 식민지들을 모조리 털린 대패였으니 ptsd가 생길법도 하다.
“걱정마십시오. 이번엔 저희가 그때 맛보았던 굴욕을 그대로 돌려줄 차례니까요. 원래 승부란 마지막에 이긴 자가 웃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그렇겠지. 그래야하고 말고.”
역사가 전공인 나는 아무리 지식이 많다고 해도 군사학적인 측면에서는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 군대를 지휘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으며, 전선에 나갈 마음 따위는 일찌감치 접은지 오래다.
나폴레옹에게 미리 침을 발라두긴 했어도 그는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에 불과하니 결실을 맺으려면 한참이나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다못해 병기에 관한 지식이라도 빠삭했다면 또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나는 대략적인 지식은 알아도 발명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지 못했다.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과학자들에게 개념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발명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무리다.
무슨 기관총 같은 걸 만들어서 과학승리를 노릴 수도 없다는 뜻이다.
다만 전쟁의 승패는 전략가의 천재적인 지휘나 기술력의 차이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역사를 전공하면 필연적으로 전쟁사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역사상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전쟁이 발발하기도 전부터 승패가 결정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질 거라고 생각지 않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쪽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그런데 크리스티앙. 귀족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는 생각해 보았느냐? 귀족들을 상대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일이 잘못되면 왕실의 재정에 너무 큰 부담이 될 텐데······”
“그 점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제가 오를레앙 공작의 이름으로 함께 보증을 서드리겠습니다.”
“오오, 정말이냐?”
눈에 띄게 반색하는 루이 15세를 향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내가 얻어내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슬쩍 입에 담았다.
“대신이라고는 하기 뭐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당연히 네가 최고의 공신일 테니 원하는 건 무엇이든 기꺼이 들어주마.”
“만약 신대륙에서 영국을 몰아낸다고 해도 우리 프랑스는 현재 그쪽에 기반이 없습니다. 그러니 믿을만한 사람이 신대륙의 업무를 총괄해 그쪽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네 말뜻은······.”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짤막하게 말했다.
“제게 누벨 프랑스의 초대 총독 자리를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