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9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93화 협상을 시작하지(93/355)
협상을 시작하지
서슬퍼런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 대륙회의는 의외로 의견대립 없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프랭클린은 식민지의 독립파가 그동안 물밑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움직였는지 절로 실감할 수 있었다.
원 역사와 달리 영국과 타협하자는 의견 따위는 누구도 입에 담지 않았다.
“우선 저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3개 지역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겁니다. 그리고 영국에 맞설 수 있는 군대를 조직하고 정부를 수립해야 합니다.”
“애덤스 씨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났다는 정식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우리의 정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독립선언을 준비해야 할 겁니다.”
애덤스와 제퍼슨의 열변에 다른 정치인들도 하나 둘 찬성의 의사를 밝혔다.
존 애덤스는 물론 로져 셔먼, 로버트 리빙스턴 같은 이들도 이미 뜻을 함께하기로 사전에 약속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는 굳이 독립까지는 하는 게 필요할까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지금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필요합니다. 영국과 맞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국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독립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그 어느 나라가 우리의 편에 서주겠습니까. 우리가 영국의 식민지로 남아있는 이상 그 어느 유럽의 국가도 이쪽에 관심을 주지 않을 겁니다.”
시종일관 독립파의 의도대로 흘러간 회의는 중대한 결의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로 13개 식민지의 연합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확실한 맹약을 맺었다.
식민지라는 피지배자의 호칭대신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명칭을 쓰자는 제안도 처음으로 거론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정식으로 독립선언을 결의해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 뒤따랐다.
초창기 많은 의견 대립을 낳았던 사안들도 논쟁거리도 부드럽게 넘어갔다.
대표적인 게 바로 큰 연방제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작은 연방제를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화제는 미국이 독립한 뒤에도 끊임없는 논쟁을 낳았던 문제거리였다.
크리스티앙은 이것 때문에 초창기에 시간이 꽤나 끌릴 거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식민지에 들렀을 때 이미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 사이에 암묵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두 사람은 이 합의안을 토대로 각 주의 대표들을 설득하고 다녔기 때문에 건국작업의 속도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1차 회의가 끝나고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프랭클린은 한층 더 위화감을 강하게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크리스티앙 왕자의 일처리는 단순히 수완이 좋다는 정도를 넘어섰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미래를 아는 인간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워싱턴, 자네도 크리스티앙 왕자를 만나봤다고 들었네.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나?”
“요즘 세상에 드물게 생각이 바로 박혀 있는 젊은이였습니다. 왕자비 역시 아름다운 외모만이 아니라 성품만으로도 사람의 호감을 끌더군요.”
“왕자비···그러고보니 합스부르크 왕가의 공주와 결혼했다고 했었지.”
“이야기를 나눠보니 왕족이면서도 노예제도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이 정리되기는커녕 더 헷갈리기만 했다.
종합해 보자면 크리스티앙은 정말로 선의에서 우러나온 마음으로 식민지를 도와주려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게 자연스럽게 영국의 국력을 깎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국익과 합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2차 대륙회의에서 정식으로 독립선언을 하게 된다면 역시 유럽으로 외교관을 보내야겠지?”
“그렇지 않겠습니까.”
“내 생각에 새롭게 창설된 합중국의 사령관은 필시 워싱턴, 자네가 될 걸세. 자네 외에는 적임자가 없는 게 현실이니.”
“···그렇겠지요. 무거운 중책이지만 최선을 다해 역할을 수행해 보려고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외교 쪽에서 자네에게 힘을 실어주겠네. 이 전쟁의 핵심은 결국 어떻게 프랑스를 끌어들이냐 하는 걸 텐데 나 외에는 크리스티앙 왕자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이네.”
워싱턴은 잠시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합중국이 영국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프랑스는 자연스럽게 참여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실무적인 측면에서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프랭클린이라면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크리스티앙 왕자와 왕자비를 만난다면 저를 대신해 안부 전해주시고요.”
“그래. 내 힘써 보겠네.”
정작 독립을 해놓고 실질적인 주인이 프랑스로 바뀌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프랭클린은 크리스티앙이 어떤 노림수를 가지고 있던지 자신만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
미합중국 독립 전쟁은 영국의 예상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영국의 토마스 게이지가 이끄는 4개 연대가 콩코드에서 대륙군의 부대에게 대패를 맛보았다.
단순히 민병대가 아니라 조직화된 군대를 갖춘 대륙군은 보스턴을 탈환하고 영국 세력을 밀어냈다.
동시에 미국은 영국의 권리장전, 프랑스의 인권 선언과 함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선언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자연법, 인권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이 독립선언문은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에게 참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이에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은 영국은 대규모 병력을 정식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파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난다.
야심차게 뉴욕을 점령하러 왔던 윌리엄 하우 소장의 2만 병력이 워싱턴이 이끄는 대륙군에게 처참히 패배한 것이다.
원 역사와는 180도 달라진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컸다.
첫 회전부터 대패를 한 영국은 자연스럽게 위축되었고,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미국은 차근차근 영국의 보급로를 끊고 소모전으로 가는 전략을 취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식민지에서 문제가 일어날 경우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를 찍어눌러왔다.
콩코드 전투 같은 소규모 전투라면 몰라도 대규모 회전에서 진 경험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달랐다. 당연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초전부터 뉴욕을 점령하고 합중국의 결속을 무너트리겠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대륙군의 자신감만 키워주는 꼴이 됐다.
그들은 이제 영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직 실제 전력은 부족하고, 훈련 상태도 떨어졌으나 이들에게는 조국을 위해 싸운다는 애국심이 있었다.
반면 영국군은 5000km가 넘게 떨어져 있는 타지까지 끌려와 제대로 된 보급도 받지 못하며 싸우는 중이었다.
여기에 북쪽의 이로쿼이 연맹까지 하나로 뭉쳐서 합중국의 편을 들어대니 캐나다 식민지와 연계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결국 영국은 처음부터 다시 보급체계를 갖추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소모해야 했다.
일찍이 어느 식민지도 이렇게 영국의 애를 먹인 적이 없었다.
이제 유럽의 모두가 사태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았다.
시대가 선택한 주인공. 현 최강국의 상태가 영 심상치 않다.
눈치 빠른 이들은 또 다시 대규모의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늘어놓았다.
대격변의 시대가 찾아왔다.
※※※
정식으로 나라의 체계를 갖춘 합중국은 영국이 잠시 소강 상태에 빠졌다고 안심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숨을 고르고 있을 뿐, 준비가 끝나면 다시 해일처럼 밀어닥치리란 걸 잘 알았다.
대영제국의 드높은 자존심상 고작 전투에서 한 번 졌다고 식민지를 포기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는 이 틈을 타서 벤저민 프랭클린과 여러 지식인들을 정식으로 유럽에 파견하기로 했다.
프랭클린은 그중에서도 자신이 프랑스로 가겠다고 직접 지원하고 나섰다.
연합 정부 역시 프랑스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알았기에 프랭클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프랑스의 참전 약속을 받아내겠습니다.”
프랭클린은 프랑스군과 함께 돌아오지 않는다면 고향으로 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저번에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만나 얼타긴 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최대한 많은 준비를 했으니 저번처럼 어버버하다가 상대방의 의도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로 향하는 배에서도 몇 번이나 자료를 검토하고 수많은 상황들을 시뮬레이션 해본 그는 마침내 베르사유에 당도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얼굴이 좋아보이니 다행이로군.”
프랑스 역시 상황의 다급함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프랭클린은 베르사유에 도착한 첫 날 바로 크리스티앙 왕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다 왕자 전하의 배려 덕분입니다. 전하께서 고향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셨는지 뒤늦게 전해들었습니다. 전에 뵀을 때 감사의 인사를 올리지 못한 점 미리 사죄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뭘 그런 걸로 감사까지야. 그쪽의 여러 지식인들이 한 마음으로 움직여줬으니 결과가 좋았던 것 아니겠나.”
크리스티앙은 정말로 별 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손을 저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일생의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을만한 업적임에도 이런 반응이라니.
단순한 겸양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쉽사리 꿰뚫어볼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프랑스에서 저희를 정식 외교관으로 대우해주신다는 건 곧 합중국을 정식 국가로 인정해주신다고 해석해도 무방하겠지요?”
“일단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왕실에 주장하고 있네. 그쪽에서 낸 독립선언문은 몇 번을 읽어봐도 감동적이더군.”
“감사합니다. 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그 말씀이야말로 정말 더할 나위 없는 감동입니다.”
크리스티앙 왕자의 태도는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도 훨씬 더 우호적이고 친근함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혼자 경계심을 잔뜩 품고 있던 게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번에 뵀을 때 전하는 그러셨지요. 식민지가 영국에 맞설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증명하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요.”
“그랬었지.”
“지금 전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자만이나 허세가 아니라 현재 합중국은 충분히 독립을 쟁취할 수 있는 역량을 선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솔직히 롱아일랜드에서 승전을 할 줄은 몰랐거든. 사전에 손을 써두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깔끔하게 이겨버릴 줄은 정말 예상 못했거든.”
계속 순순히 인정하는 모양새가 살짝 불안하긴 했어도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크리스티앙 왕자가 해놓은 말이 있으니 이제 와서 모양 빠지게 물리진 않을 거라 예상은 했었다.
게다가 영국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은 한 치의 왜곡도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지원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만 참전해준다면 다른 국가들도 설득하기 한층 쉬워질 겁니다.”
“좋아. 내 직접 폐하에게 이번 전쟁에 참가하라는 진언을 올리도록 하겠네.”
“저, 정말입니까?”
설마 진짜로 이렇게 쉽게 파병을 약속한다고?
너무 일이 쉽게 풀리자 눈에 띄지 않게 살짝 허벅지를 꼬집어보기도 했다.
은은한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니 분명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 거지.
“능력을 증명하면 지원을 해주겠다. 이게 약속이었으니 당연히 지켜야지.”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세부적인 조건을 따져보기로 하지. 사실 다수의 귀족들은 이번 전쟁에 아직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네. 영국을 방해하는 건 좋지만 남의 나라가 독립하는데 왜 우리가 그렇게까지 피를 흘려줘야 하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거든.”
“당연히 그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여력이 허락하는 선에서는 최대한 프랑스의 편의를 봐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무상으로 병력 지원을 약속받을 수 있다는 망상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프랭클린의 목적은 처음부터 최대한 이쪽이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러면 일단 우리 측의 조건부터 말하도록 하겠네. 우선 우리가 원하는 건 아메리카 대륙에서 영국을 완전히 축출하는 걸세.”
“그렇게 된다면 저희에게도 나쁠 건 없지요.”
“대신 그 영토는 우리 프랑스가 돌려받았으면 하네. 그러니까 7년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지.”
크리스티앙이 신대륙의 지도에 깃펜으로 쭉 선을 그으며 말을 이었다.
“누벨 프랑스를 신대륙에 재건하고 안정화에 들어갈 때까지 합중국에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데 가능하겠나? 금전적인 지원을 하라는 게 아니라 상호 방위와 경제 협력 정도의 조약을 맺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정도라면······.”
프랑스의 영역이 너무 커지는 감이 있긴 했지만, 독립이 된다고 해도 합중국 역시 당분간은 내실을 다질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크리스티앙이 내건 마지막 조건을 들은 프랭클린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그리고 영국이 전쟁의 배상금으로 토해내는 금액의 9할은 우리가 가져가겠네. 아무래도 그 정도는 돼야 이쪽도 빚을 져서 군대를 파병할 수 있지 않겠나.”
배상금의 9할을 독식하겠다니 무슨 이런 날강도 같은 말이 다 있다는 말인가.
당장의 이 충격적인 발언 때문에 누벨 프랑스 쪽에 대한 프랭클린의 주의가 일순간 옅어졌다.
“전하, 아무래도 그 부분은 조금 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런가? 그럼 천천히 의견을 조율해 보도록 하세.”
크리스티앙이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프랭클린은 이 전쟁으로 소모될 비용을 대략적으로 예상한 자료를 꺼내놓으며 열변을 토했다.
그런 그의 말을 듣는 크리스티앙은 의외로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래도 뭔가 찝찝하다는 느낌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지금의 프랭클린은 그런데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