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9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95화 합종+연횡(95/355)
합종+연횡
“자식이라······.”
나에게도 가족이 생긴다는 것.
아무리 곱씹어 봐도 쉽사리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전생에서는 철이 들었던 순간부터 가족이 없었고, 크리스티앙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루이 15세나 오귀스트와도 제법 잘 지내고 있었으나 가족으로서의 애틋한 감정 같은 건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물론 언젠가 아이가 생길 거라는 자각은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거의 매일 같이 마리와 함께 있었으니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말을 들으니 뭐라고 해야할까.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보통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다면 남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삶에 여유가 있는 가정일수록 진심으로 축복하는 반응을 보이겠지.
특히 왕족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제 아무리 사이가 소원했던 부부라고 할지라도 극적으로 사이가 개선되기도 하는 마법의 이벤트가 바로 2세의 잉태다.
여기에 아들까지 출산하게 된다면 일단 그 부부는 왕족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마리를 축하하고 배속의 아이가 무사히 세상에 나오기를 기도하겠다는 말을 하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구멍에 뭐가 얹힌 것마냥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여보?”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진지하게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걱정되시나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제가 좀 더 당신의 마음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분위기를 맞춰주지 못해 제가 더 미안하죠.”
“아니요. 오히려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저도 너무 들떠서 제 생각만 했었나 봐요. 아, 그래도 어떻게 보면 괜찮은 신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나를 보며 마리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자체가 당신이 이 문제로 계속 고민을 했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저는 걱정 없어요.”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건가.
이런 쪽으로는 전혀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잠자코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분명히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과 아닌 사람이 같을 수는 없겠죠. 그래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지 아니겠어요?”
“그런 건가요?”
“그럼요! 그리고 우리는 분명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듬뿍 사랑을 안겨줄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이 없어도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드릴게요.”
시원스럽게 장담하면서 마리는 활짝 웃었다.
평상시에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미소지만 오늘은 가슴 한켠이 꽉 조일 정도로 와닿는 뭔가가 있었다.
그래. 사서 걱정해봐야 나아지는 건 없다.
그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길을 걸어가면 그만이다.
내가 자식에게 얼마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마리와의 관계도 이렇게 진심이 될 줄은 모르지 않았던가.
“알겠습니다. 덕분에 머릿속이 개운해졌네요.”
“당신은 언제나 생각이 너무 많으니까요. 가끔은 단순하게 머리를 비워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마리를 향해 마주 웃어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내려가면서 반달처럼 휘어졌다.
“일단 지금 해야 할 일이 한층 더 명확해졌네요.”
나는 홀가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우리 아이가 최고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날 수 있도록 이번 전쟁을 빠르게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네~언제나처럼 믿고 있을게요.”
나아가는 발걸음에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이 실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부담스럽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
마리의 임신 소식은 곧바로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예상대로 루이 15세는 뛸 듯이 기뻐했다.
“허허허, 이제 내가 증손자를 보게 되는 건가? 이거 오래 살고보니 좋은 점도 있구나.”
다른 귀족들도 앞다투어 아부가 듬뿍 섞인 축하를 건넸다.
“전쟁이라는 국가 대사를 앞두고 왕족께서 후사를 잉태하셨으니 이게 길조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신께서도 우리 프랑스의 미래를 축복하고 계신 게 분명합니다.”
“그렇습니다. 출전을 앞두고 바로 국가의 경사가 터졌으니 병사들의 사기도 한층 더 오르겠지요. 왕자 전하와 왕자비 마마께서 또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하하하!”
“전쟁을 사전에 대비하신 준비성은 또 어떻고요. 저는 솔직히 영국과 전쟁을 한다기에 조금 걱정했습니다만, 이미 에스파냐와 네덜란드, 러시아, 심지어 인도와도 이야기가 다 끝났다지 뭔가요? 저희들도 몰랐는데 영국은 또 어떻겠습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영국놈들이 이 소식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직접 보지 못하는 게 한입니다. 뒤늦게라도 좋으니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네요.”
거울의 방에 모인 귀족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긍정적인 전망을 늘어놓았다.
미국과 맺은 협약을 한구절 한구절 분석해가며 찬양을 늘어놓는 자들도 있었다.
“누벨 프랑스가 비록 넓기는 해도 왕자 전하라면 능히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그들의 아부를 적당히 한 귀로 흘리며 대강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폐하, 동맹국들에게서 연락은 예정대로 도착했습니까?”
“그래. 이쪽의 선전포고에 맞춰서 에스파냐와 네덜란드도 함께 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쪽도 시간차를 조금 두고 합류하기로 했다. 영국의 귀에 들어가는 건 인도 전선에서 소식이 도착할 때쯤 아닐까 싶구나.”
완벽하다.
지난 몇 년간 동분서주하며 그려왔던 그림이 드디어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된 것이다.
방금 전에 들었던 말처럼 영국의 반응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크리스티앙, 사실 지금 구도라면 영국에게 훨씬 더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지 않겠느냐? 저들이 다시는 올라올 수 없을 정도로 밟아버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살짝 아쉬워하는 듯한 루이 15세의 질문에 다른 귀족들도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여 동조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영국을 신대륙에서 완전히 쫓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인도에서도 우리 프랑스가 패권을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 입안하신 계획대로 하면 이쪽은 손해를 거의 보지 않겠지만, 마찬가지로 영국의 피해도 극대화 되지는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예. 충분히 그런 의문이 나올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을 좀 더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영국을 확실하게 밟고 프랑스가 유럽 제일의 강대국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영국의 자리에 우리 프랑스가 그대로 들어가게 될 뿐입니다.”
프랑스가 전 유럽을 상대로 한판 벌여볼 수 있는 국력을 갖췄다면 모를까, 아직은 그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괜히 필요 이상으로 돌출됐다가 어그로가 이쪽으로 쏠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당분간 프랑스는 동맹국들의 편의를 봐주면서 자국의 이익만을 좇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영국과는 반대 노선을 취하는 거죠.”
“···그렇군. 너무 급하게 이득을 독식하기보다는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자는 말이로구나. 일리가 있는 소리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과연 내 손자로다. 모두가 영국에게 앙갚음을 해줄 수 있는 기회에 눈이 돌아가 있을 때 그 앞의 미래까지 염두에 뒀다니. 좋다. 이번 전쟁의 마무리까지 전부 너의 의견대로 해줄 터이니 한 번 마음껏 해보거라.”
신하들의 몸이 움찔거렸다.
국왕이 이렇게까지 밀어주고 결과를 낸다면 앞으로 프랑스의 진정한 실세가 누가 될지는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을 테니.
“왕자 전하께서 계시는 한 프랑스의 영광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옵니다, 폐하!”
어느 귀족이 재빠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순서를 빼앗긴 다른 귀족들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렇사옵니다.”
“훌륭하신 결정입니다.”
“그래. 알았으니 너희는 이제 물러가거라.”
뒤늦게 호응을 쏟아내려는 귀족들의 말을 끊어버리고 루이 15세는 축객령을 내렸다.
“““예, 폐하! 편안히 쉬시옵소서.”””
아직 국왕의 기억에 남을 만한 아부를 하지 못한 이들은 못내 아쉬워하며 물러났다.
드넓은 방에 나와 단 둘이 남은 루이 15세는 조금 피로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들어 점점 더 이런 분위기가 심해지는구나. 내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찬양에 가까운 말을 늘어놓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건가.”
“폐하의 왕권이 반석 위에 섰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좋은 징조입니다.”
“하긴···선대께서 왕위에 계실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고 하니. 그분께서는 이런 걸 오히려 즐기셨다고 하던데 참 대단하신 분이셨지.”
“제 눈에는 폐하도 충분히 대단하게 보이십니다.”
프랑스의 왕은 백성들과 귀족들의 관심을 즐기지 않으면 도저히 해먹지 못하는 극한직업이다.
손자인 오귀스트와 달리 루이 15세는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마음껏 휘두르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전에는 그랬지만 나이가 드니 이런 짓도 점점 피곤해지는구나. 그래서 말인데······.”
국왕은 나지막하게 읊조리며 펜과 종이를 들었다.
말없이 그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든 나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즉각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걱정 마십시오. 폐하의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
북아메리카에서 본격적인 전선이 형성된 뒤에도 영국군은 자신들이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쥐에게 물리긴 했어도 쥐가 고양이를 죽일 수는 없는 법이다.
북미 방면의 총사령관을 맡은 윌리엄 하우는 무리하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는다는 2가지 철칙을 세웠다.
그는 7년 전쟁 때도 이 미국 땅을 밟아 전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비록 눈에 띄는 화려한 전공을 세우지는 못했어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식민지 진압 작전은 그에게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멍청한 식민지 촌놈들. 정말로 독립 같은 가당찮은 짓이 가능할 줄 아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전투에서 몇 번 이겼다고 자신들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나 봅니다.”
“쯧, 확실히 지금까지는 너무 방심하긴 했지. 전임자가 놈들의 사기를 너무 올려뒀어.”
정작 윌리엄 하우도 롱아일랜드에서 워싱턴에게 패배했지만 부하들도 그 점을 언급할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다.
“소장님, 그럼 공세는 언제 다시 재개하면 좋겠습니까? 지금 오를 대로 오른 대륙군의 사기를 한번쯤은 꺾어줘야 할 텐데요.”
“너무 조급해 하지 마라. 저번 패전도 놈들을 너무 얕보고 결전을 서두른 게 실책이었다. 본국에서 지원군과 보급이 도착할 테니 아군의 합류를 기다린 뒤에 차분하게 찍어누르면 될 거다.”
현재 대륙군은 영악하게도 인디언들과 결탁해서 아군의 보급을 지속적으로 차단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하우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캐나다 쪽과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도 영국에게는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대서양이 있지 않던가.
대륙군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압도적인 해군력을 보유한 영국의 군함들을 막지는 못한다.
육로의 보급을 끊어봐야 해로에서 오는 보급을 차단하지 못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결국 저들의 저항은 시간벌기.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는다.
“제왕에게는 제왕의 싸움법이 있지.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안전하게 이길 수 있다면 굳이 그 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부하들도 하우의 전략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
사실 전장터에 나가면 가장 먼저 총을 맞고 나자빠질 사람들은 바로 자신들이 아니던가.
압도적인 물량과 화력으로 밀어버릴 수 있으면 그만큼 자신들의 생존율은 올라간다.
하우 소장은 느긋하게 기지 안에서 본국의 보급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 기다리던 함대는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설마 오다가 풍랑이라도 만난 건가···이 이상 늦어지면 조금 곤란해지는데.”
늦어지는 보급으로 서서히 진영에 불안감이 감돌던 찰나.
마침내 해안선 저편으로 영국의 깃발을 내건 배가 한 척 보였다.
그렇다.
함대가 아닌 단 한척의 배였다.
“뭐야? 오라는 보급은 어디가고 웬 연락선이······.”
설마 의회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추가 파병안을 부결시키기라도 한 것인가.
그러나 짜증이 한가득 섞인 하우가 뭐라 쏘아붙이기도 전에 배에서 내린 병사가 허겁지겁 그에게 다가와 충격적인 비보를 알렸다.
“큰일입니다, 장군님!”
“큰일은 지금 보급을 못 받은 우리 군의 상황이 큰일이지. 대체 내가 요청한 추가 지원은 어떻게 된 건가?”
“그게···당분간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지금 자네는 이 상황이 장난으로 보이나? 대륙군 놈들이 인디언들과 결탁해서 떼거지로 난동을 부리고 있다니까? 제압하려면 추가 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대체 본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만 한바탕 욕설을 이어나가려던 하우의 말을 끊어버리고 병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있을 수 없는 하극상이었지만 하우는 병사의 태도를 지적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입에서 나온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에스파냐, 네덜란드가 전부 식민지의 편을 들어 본국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보고에 하우가 침을 튀기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