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9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98화 꼬우면···알지?(98/355)
꼬우면···알지?
“···그래서, 총리의 건강에 이상은 없나?”
“회의 중에 잠시 비틀거리신 정도입니다. 의사의 말로는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대영제국의 국왕 조지 3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 여당인 토리당은 국왕의 친구를 자처하고 국왕의 전폭적인 비호 아래에서 세력을 키웠다.
이번 전쟁으로 여당의 입지가 흔들린다면 국왕의 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야당인 휘그당을 이끌고 있는 그래프턴 공작이 정치공세로 일관하지 않는 게 조금은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인도의 전황이 그렇게까지 좋지 않은 건가?”
“···예. 외람되오나 저는 슬슬 폐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소리가 들렸다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조지 3세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영국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혼자 커버해야 할 전선이 무려 3군데였다.
아메리카와 대서양은 사실상 하나로 붙어 있다고 봐도 좋으니 그런다 쳐도, 인도는 본국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완전히 반대에 위치해 있다.
거기에 싸우고 있는 국가들의 면면만 봐도 다들 한가락 하는 자들이었으니 지금처럼 버티고 있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전선을 유지한 것 자체가 영국의 엄청난 저력을 방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하지만 그 단단한 국력에도 드디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노스 경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던 러시아와 신성로마제국의 참전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두 국가는 프랑스나 에스파냐, 네덜란드처럼 적극적으로 영국을 적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사태를 유지하는 지금 두 국가가 추가로 참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필연적으로 북해쪽에 추가 함대를 보낼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대서양 쪽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제외한 세계의 모두가 적이라는 사실이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래프턴, 의회는 아메리카와 인도 중 한 곳을 택해야 한다면 인도 쪽이라고 보고 있는 건가?”
마침내.
양쪽 모두를 지킬 수 없다는 현실이 다른 누구도 아닌 국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래프턴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 인도도 지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폴릴루어에서 베일리 중령이 이끌던 군대가 사실상 전멸해 버렸으니까요.”
“미쳐버리겠군. 인도 놈들이 투입한 병력이 어느 정도라고 했지?”
“마이소르 왕국만 8만. 마라타 동맹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병력이라고 하고 그 두 국가를 프랑스가 뒤에서 지원하는 중입니다.”
“그 정도 병력을 5천 명으로 막으라고 한 게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명령이었군.”
아무리 영국군이 강하다고 해도 교전비가 매번 30:1을 해야 하는 수준인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심지어 마이소르 왕국은 야심차게 새로 도입한 로켓이라는 신무기까지 도입했다.
영국이 돈을 주고 고용한 세포이들도 상대가 프랑스, 마라타, 마이소르의 3국 연합이라는 걸 알자 계약을 파기하고 도망가버렸다.
결국 영국은 인도에 진출한 이래 유례가 없는 대패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베일리 중령이 지휘하던 3800명은 거의 전원이 죽거나 적국에 포로로 잡혔다.
조지 3세가 진심으로 위기감을 느낀 것도 이 충격적인 비보를 접한 다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포로 해방 협상은 어떻게 됐나?”
“프랑스측은 관례에 따라 몸값을 받고 다 석방해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인도 놈들은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고 포로들을 지하감옥에 수감했다고 합니다.”
“이런 빌어처먹을 야만인 놈들. 전쟁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법도가 있는 법이거늘.”
원래 유럽은 자신들끼리 하도 오랫동안 전쟁을 해온 관계라 모두가 지키는 불문율이 있었다.
대표적인 게 포로들은 몸값을 받으면 석방하는 것과 지휘관들은 대다수가 귀족이니 웬만하면 생포하고, 정중히 대우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알 게 뭐냐는 듯 포로로 잡은 지휘관들을 본보기로 처형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까놓고 말해서 유럽인들끼리 형성한 불문율을 자신들이 지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짐은 이런 괘씸한 놈들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인도만이 아니라 식민지도 마찬가지지. 그 자식들도 지휘관만을 노려 사살하는 전법을 쓰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래서 귀족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귀족들 사이에서 이 전쟁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는 불만도 꽤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놈들은 이런 반응을 노리고 그런 비열한 짓을 하는 게 확실하다. 우리가 그 노림수에 놀아나 줘야겠나? 하물며 프랑스나 신성 로마제국도 아닌 식민지 놈들을 상대로?”
국왕의 이 의견에는 그래프턴도 나름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민병대가 주축인 미국의 대륙군은 유럽의 관행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적극적으로 장교들을 저격하고 있었다.
인도야 아예 다른 문화권을 지닌 자들이니 그렇다 쳐도 미국은 엄연히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이다.
민병대야 아무것도 모른다 쳐도 이들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이 관행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병사들을 제어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하오나 폐하, 위신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결국 현실적인 면이 받쳐줘야 하는 법입니다. 여기서 더 무리를 했다가 북아메리카와 인도를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인도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역시 없겠지?”
“예.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인도입니다. 인도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면 초석 공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프랑스 놈들이 중간에 농간을 부린다면 그조차 여의치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긴···프랑스 놈들은 이 구도를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하니 몇 겹으로 함정을 더 깔아뒀을지도 모르겠군.”
조지 3세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자신 역시 크게 당한 경험이 있기에 그래프턴 공작도 금새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예. 적을 과소평가하면 결국 손해로 돌아올 뿐입니다. 분하기는 하지만 지금 프랑스를 움직이고 있는 루이 크리스티앙 왕자는 저나 노스 경보다 한 수 위의 책략가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신을 만들었다고 한 그자가 맞나? 그때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위협적인 적이 될 거라는 예상은 못했었는데.”
“저도 처음에 보았을 때는 그랬습니다. 자신의 의도를 감추는데 상당한 일가견이 있는 자 같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을 실각시키고 본인이 그 자리에 오른 걸 보면 정치력도 비상한 게 분명하고요.”
“···암살해버릴 수는 없을까?”
“어려울 듯 합니다.”
그래프턴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라고 이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사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그래프턴 공작은 노스 경과 은밀히 의논해 크리스티앙 왕자를 제거할 계획을 토론한 적이 있었다.
“알아본 바로는 크리스티앙 왕자가 빈에 갔을 때 이미 전 오를레앙 공작이 그를 암살하려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크리스티앙 왕자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법원을 정리하고, 자신의 입지를 넓혔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처형 당하고 크리스티앙 왕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도 그래서인가···상상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인간인 것 같군.”
“예. 이미 암살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분명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을 겁니다. 만약 암살을 하려다가 들통나기라도 하면 오히려 저희 쪽에 엄청난 타격이 올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지 3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좀 더 해보니 역시 암살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후우, 그래. 그렇다면 자네가 의회에서 안건을 표결에 붙이게. 줄 건 줄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야겠지. 단,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로 후퇴하는 건 용납 못한다.”
“알겠습니다.”
인도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북아메리카의 식민지 역시 지금까지 많은 이득을 안겨준 중요한 지역이다.
최소한의 전투조차 없이 포기하고 줄행랑을 칠 수는 없었다.
그래프턴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윌리어 하우 소장에게 폐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그래. 식민지 놈들에게 우리의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프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현실을 나섰다.
※※※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의 중심인 이곳의 분위기는 파리와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었다.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바로바로 받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왕인 루이 15세가 이 전쟁에 굉장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사각-사각-
펜촉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들리는 소리.
루이 15세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더없이 만족스러우면서 동시에 한층 기대감이 끓어올랐다.
“···그런데 우리 며늘아가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원래 저와 함께 오고 싶어했는데 제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아무리 안정기라고 해도 마차를 타는 건 좋지 않지. 마차 문에 부딪쳐서 유산하는 경우도 꽤나 자주 있다고 하고.”
“예. 저도 마리의 안전을 지금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중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걸 소홀히 하는 건 아니고요.”
나는 열심히 작성한 초안을 국왕에게 보여주었다.
이 전쟁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적어둔 계획서였다.
“흠···너는 생각만큼 영국에게 심대한 피해를 주지는 못할 거라고 보는 것이냐.”
“예. 정확히 말하면 영국측에서 그 정도로 심각한 패배를 겪기 전에 발을 뺄 겁니다. 저들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하긴. 이미 전력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진 이상 바보 같이 더 버티진 못하겠지.”
루이 15세는 어딘지 아쉽다는 기색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은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수많은 귀족들이 죽었고 상선들이 나포 됐죠. 무엇보다 지금까지 패배를 몰랐던 무한 확장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 겁니다.”
“나도 그 점은 아주 마음에 든다. 최근에는 조지 3세에게 어떤 식으로 서한을 보낼지 고민하느라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니.”
국왕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7년 전쟁의 마지막에 내가 얼마나 큰 굴욕감을 느꼈을지 너는 알지 못할 거다. 아마 그때 느꼈던 내 기분을 지금 조지 3세가 그대로 체험하는 중이겠지. 상상만 해도 아주 흐뭇해.”
“영국에 친구가 있는 프랭클린의 말에 의하면 총리인 노스 경이 회의 중에 뒷목을 잡고 실려갔다고 하더군요.”
“충분히 그럴만하지.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루이 15세의 입꼬리가 쉴새 없이 위로 올라갔다.
이쪽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기대감을 반짝거렸다.
“길어도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면 이 전쟁도 끝이 나겠지. 마음 같아서는 인도도 완전히 이쪽이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과욕을 부리진 않기로 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인도를 우리가 완전히 차지하려고 하면 영국은 모든 걸 다 포기하고서라도 우리와 끝장을 보려 할 겁니다. 물론 동맹국들도 우리가 인도를 독차지하는 걸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고요.”
“그래. 지금이야 동맹이지만 우리가 영국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영국에 붙겠지. 나도 이제 그 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예. 게다가 인도 전선은 유용한 협상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저쪽에도 탈출구를 열어줘야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면서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겠죠.”
루이 15세는 그래도 지금의 결과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국가적인 실리야 두말해봐야 잔소리고, 그냥 영국에게 굴욕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워서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슬슬 협상단을 꾸려야 할 텐데···생각해둔 바는 있느냐?
”물론입니다.“
루이 15세에게 넘긴 계획서의 가장 하단부를 가리키는 내 얼굴에 미소가 깃들었다.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본 루이 15세가 결국 소리내어 웃으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잠시 동안 그 반응을 감상하던 나는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내가 써둔 부분을 읽었다.
“총리인 노스 경에게 직접 파리로 오라고 할 생각입니다. 꼬우면 뭐···더 꼴아박으라죠. 그러다가 인도까지 다 잃고 싶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