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9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99화 영원의 적(99/355)
영원의 적
조지 3세와 의회의 결정에 따라 영국은 대서양 방면의 함대 중 상당수를 인도로 돌렸다.
그러자 자연히 제해권은 프랑스 함대에게 넘어갔고 아메리카 영국군은 궁지에 빠졌다.
이들에게는 이제 식민지 군대를 격퇴하겠다는 마음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의회도 호락호락 항복하지만 말라고 했지 구체적인 행동 방침까지는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군을 지휘하는 윌리엄 하우와 콘월리스는 결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병사들을 한 군데로 집결시켰다.
현재 영국군은 다방면으로 보급을 보낼 여력이 없었고,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식민지의 게릴라 전술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병력을 한 곳으로 모은 이상 식민지 지역을 점령하겠다는 기존의 계획은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군의 병력이 한 군데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워싱턴은 바로 결단을 내렸다.
영국군이 모인 장소는 해상에서 대규모 보급을 받기 용이한 요크 타운.
수비하는 병력은 5천 이상에서 1만 이하다.
이 정도 숫자의 영국군을 무력화할 수 있다면 안 그래도 이쪽으로 기운 분위기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
워싱턴은 각지에서 끌어모은 대륙군과 프랑스, 인디언, 에스파냐의 연합군을 결성해 바로 요크타운으로 진격했다.
무려 3만에 달하는 병사들은 영국군의 기지를 포위하고 천천히 숨통을 조였다.
애초에 제해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적군에게 타격을 주라는 명령 자체가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을 비관한 하우 소장과 콘월리스는 미련없이 백기를 올리고 항복해 버렸다.
약 1만에 달하는 군인들이 모조리 포로로 잡혔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곧 영국 의회에도 전해졌다.
“그러니까 애초에 이건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메리카에 있는 병사들을 전부 인도로 돌렸어야지요.”
“그러면 캐나다까지 전부 적의 수중에 들어갔을 텐데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결국 실제 결과가 최악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제 이 전쟁은 그냥 망했습니다! 이대로면 인도에서 전쟁 수행도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인도에서 전쟁을 왜 멈춘단 말입니까. 아메리카를 잃었다면 남은 모든 병력을 인도로 돌려서 철저 항전을 지속해야지요!”
“그랬다가는 포로로 잡힌 우리 군인들과 장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 그 뒷감당은 의원님이 하실 겁니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도라도 수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전쟁불가론을 외치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하원쪽에서는 아직도 전쟁을 계속하자는 자들은 영국의 적이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병석에서 일어나 의회로 복귀한 노스 경은 침통한 안색으로 고성을 내뱉는 의원들을 진정시켰다.
“일단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십시오. 저희끼리 날을 세워봐야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우선 안타깝지만 전쟁을 지속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아메리카 쪽에서 포로로 잡힌 병사들을 모른척하고 인도에 병력을 쏟아 부으면 여론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지금 우리는 인도에서도 손해가 막심합니다. 이대로 전쟁을 끝내려고 하면 기세등등해진 프랑스에서 인도까지 토해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실내에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영국에서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상하원을 막론하고 지금 대다수의 의원들은 슬슬 이 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란 건 그냥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필연적으로 상대국과 전후처리를 놓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전쟁이 어떤 상태로 끝났는지에 따라 협상의 주도권이 갈린다.
때문에 영국은 아메리카에서 식민지측에 한 방 먹이고, 인도의 손해를 최소화 한 시점에서 프랑스에 협상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메리카 전선은 이미 붕괴된 거나 마찬가지였고, 인도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여기서 협상을 하면 적들이 어떤 조건을 제시해 올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노스 경이 서신 한 장을 꺼내 의원들을 향해 흔들었다.
“사실 프랑스측에서 슬슬 이 전쟁을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서신이 왔습니다. 아마 저들도 이 이상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요?”
“이미 승기를 잡았으니 최대한 유리한 입지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뜻 같군요. 제시하는 조건 같은 게 있었습니까?”
“그게······.”
노스 경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말끝을 흐리자 그래프턴 공작이 대신 입을 열었다.
“프랑스측은 총리가 직접 파리까지 와서 협상에 임하라고 했습니다. 즉, 노스 경이 직접 오라는 소리죠.”
“무슨 그런 헛소리를!”
“지금 항복 문서에 서명하라 뭐 이런 뜻 아닙니까!”
예상됐던 반박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조차도 프랑스의 오만한 자세를 규탄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정작 그 누구도 이 제안에 따르지 말자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그랬다가 프랑스가 ‘그래? 그럼 계속 전쟁하자’ 라고 나오면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여기서 영국이 더 강경하게 나간다면 정말로 인도까지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러면 영국은 과장이 아닌 진짜로 항복 문서에 도장을 찍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책임을 질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상대에게 모조리 떠넘기는 것이다.
“이건···총리님의 의향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총리님께서 가신다고 하면 저희도 그 의사를 존중해 드려야······.”
현실적으로 이런 그림으로 흘러갈 거라고 예상했던 노스 경이 쓴웃음을 흘렸다.
“제가 가서 영국의 손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럴 생각입니다. 국가의 실리 앞에서 제가 겪을 굴욕쯤이야 대수겠습니까.”
“노스 경······.”
“역시 충신이십니다.”
어차피 이런 대실패를 겪은 이상 이번 일이 마무리 되면 노스 경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도 휘그당으로 다시 넘어갈 게 뻔하다.
그래도 최대한 영국측의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면 권토중래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 둘 수 있으리라.
“사실 프랑스 측에 함께 갈 분도 이미 정해뒀습니다. 다행히 그쪽에서도 흔쾌히 제 제안에 응해주시더군요.”
“오, 그게 누굽니까?”
노스 경이 지금은 주인 없이 텅 빈 야당쪽의 좌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전대 총리를 맡으셨던 채텀 백작 윌리엄 피트 경이십니다.”
※※※
제 1대 채텀 백작 윌리엄 피트는 옥스퍼드 대학을 줄업한 수재로 하원에 들어가 정치인의 인생을 시작했다.
초장부터 월폴의 정책을 비판하며 주목을 끈 그는 평민 출신임에도 지속적으로 승승장구하며 국방장관의 지위까지 올랐다.
여기에 7년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배경을 마련해 놓으며 위대한 평민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결국 수상의 지위까지 올라간 그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몇 년 뒤, 영국 의회가 아메리카 식민지에 인지조례, 항해조례, 곡물조례, 설탕조례 같은 온갖 세금을 붙여대자 본격적으로 의회에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고려한다면 피트의 의견이 옳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는 여러 의원들의 등쌀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스 경은 피트의 이런 행적을 기억하고 파리로 가는 길에 함게 동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미 70에 가까운 노구인 피트에게는 무리가 갈 수 있는 일정이었으나 그는 영국을 위해 다시 한 번 일선에 나섰다.
그리고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학 중인 자신의 아들도 동행할 수 있겠냐는 부탁을 건넸다.
안 그래도 피트의 나이가 많은 걸 걱정했던 노스 경은 이 부탁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1759년 출신의 어린 청년이 영국의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파리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청년은 이름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윌리엄 피트.
후대에서는 위대한 평민이라고 불렸던 아버지를 대 피트, 그를 소 피트로 부르며 구분하지만, 명성은 아들 쪽이 훨씬 더 높았다.
하지만 그건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
장래에 최연소 총리가 되어 영국의 내각을 이끌게 될 천재 정치인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아직 세상에 단 둘 뿐이었다.
그중 한 명인 대 피트는 저 멀리 보이는 베르사유 궁의 전경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겨 있었다.
“내 생전에 다시 영국을 대표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의회가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뻔뻔스럽게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의 뒤처리를 부탁하기까지 하다니······.”
“오히려 좋지 않느냐. 이렇게 다시 전면에 나서서 주목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미 신문 1면은 내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게다가 나와 이름이 같고 이번 협상에 함께 가는 너의 이름도 함께 거론되고 있지.”
소 피트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숙한 수재는 이미 아버지 이상의 정치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 일이 끝나면 여당은 몰락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연히 휘그당이 재집권을 하게 될 테고, 이전에 식민지 유화 정책을 필 것을 주장했던 대 피트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정계에 입문하려고 준비 중인 소 피트에게는 최고의 판이 깔리는 셈이다.
“아버지께서 이번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내주시냐에 따라서 앞으로 제 입지도 달라지겠죠.”
“내가 제법 괜찮은 결과를 내준다면 너는 장래에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느냐.”
“못해도 10년 안에 영국의 총리가 되어 20년쯤은 정권을 잡고 있을 생각입니다.”
대 피트는 마을에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담담하게, 하지만 터무니없이 광오한 말을 하는 아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남자라면 그 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세간에서는 정치인이 어린 걸 단점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꼭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어리다고 무시해준다면 저로서는 반가울 따름입니다.”
“그래···그런 점에서 이번 협상은 너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프랑스측의 대표로 누가 나오는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오를레앙 공작 루이 크리스티앙. 저도 사실 한시라도 빨리 그 사람을 직접 보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 거리는 중입니다.”
피트 부자가 어린 나이가 단점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이미 온 몸으로 그걸 증명한 사람이 옆 나라에 있기 때문이었다.
사생아라는 신분에도 젊은 나이에 권력의 정점에 올라 프랑스를 호령 중인 루이 크리스티앙.
그는 1759년생인 소 피트보다 고작 4살 밖에 더 많지 않았다.
크리스티앙의 존재 자체가 소 피트에게는 가장 큰 자극제나 다름 없었다.
“네가 나중에 영국의 의회를 이끌게 된다면 반드시 대립하게 될 상대다. 게다가 20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면서 프랑스의 권력의 중심에 있으니 능력도 보통이 아니겠지. 이번 협상에서 그가 어떻게 임하는지 잘 보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잘 분석해 보아라.”
“예. 제 나름대로 루이 크리스티앙이라는 사람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소 피트는 크리스티앙을 그렇게 나쁘게 보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영국 권력의 정점을 넘보는 그로서는 먼저 그 길을 개척한 크리스티앙에게 일종의 동질감마저 느끼는 중이었다.
물론 크리스티앙 때문에 영국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자면 의회의 꼰대들이 현명한 자신의 아버지의 조언을 무시했기 때문 아니던가.
만약 자신이 총리의 자리에 있었다면 이렇게 머저리처럼 식민지를 헌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피트가 잠깐 상념에 잠긴 사이 어느새 마차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도착한 건가?”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고풍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베르사유 궁의 전경이 코앞에 펼쳐져 있었다.
가장 앞의 마차에 탔던 노스 경이 잔뜩 굳은 얼굴로 마차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에게 환영 인사를 건네는 젊은 청년을 본 순간 피트는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긴장감으로 한 차례 숨을 들이켰다.
놀랍게도 그 청년은 영국의 수상을 앞에 두고도 슬며시 시선을 돌려 아버지와 함께 내리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착각이 아니다.
분명히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피트는 확신했다.
앞으로 이 자와 자신은, 그리고 영국은 기나긴 악연을 이어나가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