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18)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18화(118/537)
나비가 일으킨 태풍 (2)
영국 웨스트민스터의 고급 타운 하우스
언제나처럼 한 자리에 모여 당의 대소사를 논의하는 휘그당 의원들은 오늘따라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마침내 확인된 진실! 아시아 프린스 킬리언 고어의 놀라운 출생의 비밀] [외무부 장관의 놀라운 진실! 대영제국의 외교 노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시아 왕족은 유럽의 왕족과 어떻게 다른가? 아시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신비한 아시아의 문화]단순한 사실의 나열부터 온갖 예측, 소설까지 난무하는 신문이 테이블 위에 주르륵 올라와 있었다.
그걸 말없이 넘겨보고만 있는 다른 의원들의 모습이 글래드스턴에게는 답답하게만 보였다.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 보수당도 이 뜻밖의 사태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여기서는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서 화제를 선점해야 합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씀이지만 뭘 어떻게 치고나가겠다는 겁니까?”
멜버른 자작이 내려온 뒤 휘그당의 움직임은 파머스턴 자작 헨리 템플이 주도하고 있었다.
파머스턴 경과 함께 휘그당의 차기 실세로 여겨지던 존 러셀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살짝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파머스턴 경도, 존 러셀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파머스턴 경, 일단 당의 의견부터 통일시켜야 합니다. 이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다룰 것인지, 아니면 사소한 해프닝 정도로 취급할 것인지부터 확실히 해둬야 다른 의원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그럼 글래드스턴 의원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보수당에서 화려하게 전향하며 이번 총선에서 휘그당에게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글래드스턴은 이미 휘그당의 중심 인물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특히 보수당에서 쭉 정치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휘그당의 실세들도 그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편이었다.
“제 생각에는 일단 후속 보고가 도착하는 걸 기다리긴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상해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을 가능성이 아직 0은 아니니까요.”
“흠···이 정도의 중대한 문제를 두번 세번 검증도 하지 않고 그냥 보냈을까요?”
“우리쪽에서 조사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니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아마 그래서 보수당도 지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지 않습니까.”
찰스 웰즐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언제 어느 화제에서도 휘그당보다 발 빠르게 나서서 여론전을 펼치며 정국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도, 성명도 내지 않고 고요하게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혹시 당사자인 킬리언이 캐나다에 가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웰즐리 파벌의 수장과 보수당의 총리는 킬리언 고어가 아닌 찰스 웰즐리가 아니던가.
‘혹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가정이 맞았던 걸까?’
보수당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글래드스턴은 내심 보수당의 실세는 웰즐리가 아닌 킬리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왔다.
당연히 물증 따위는 없는 심증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런 의혹이 자꾸만 들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휘그당의 중진들도 유독 이 추론만은 완벽하게 부정하는 중이었다.
특히 평소에는 조용히 있던 존 러셀은 이런 이야기만 나올 때면 그 누구보다 열렬하게 찰스 웰즐리의 무서움을 설파하고 다녔다.
“보수당이 가만히 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지금 보수당의 중심은 저 웰즐리 총리가 아닙니까. 분명히 이중삼중으로 계획을 꾸미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저것 보라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또 나왔다.
존 러셀의 만물 웰즐리 흑막설.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러셀은 자나깨나 웰즐리 조심을 외치며 무슨 논의가 나올 때면 ‘속지 마라, 이건 웰즐리의 함정이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하고 다녔다.
이번에도 또 똑같은 소리를 해대니 이쯤되면 대체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라도 캐물어보고 싶어진다.
“러셀 의원님, 진짜로 웰즐리 총리가 뭔가 함정을 파놓고 있는 걸까요? 제가 볼 땐 그냥 예상 외의 상황에 당황해서 조금 더 보고가 올라오는 걸 지켜보려는 것 같은데요.”
“그럴리가 없다니까요. 글래드스턴 의원님은 보수당에 그렇게 오래 계셨으면서 총리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네. 제가 이야기를 나눴던 총리님은 유쾌하고 성격 좋은 정치인이었지 무섭고 음험한 계략을 짜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당의 사람까지 그렇게 속여넘겼다니···제가 경계해야 한다고 한 이유를 아시겠죠?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조차 그 본모습을 모를 정도로 자신을 감추는데 능숙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러면 저래서 무섭다고 하고 저러면 이래서 무섭다고 하니 이건 뭐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하나.
“그러면 러셀 의원님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총리가 그렇게 두려우면 이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쪽의 눈치만 봐야 하는 겁니까?”
“일단 지금은 그게 최선입니다. 뭐 하려고 하지 말고 총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보고 대응책을 짜는 게 좋아요.”
“아니···의원님이 그토록 웰즐리 총리를 경계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공감을 좀 할 수 있게 이유를 말씀해주시던가요.”
“다 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멜버른 자작님께서도 자리에서 내려오시며 총리를 조심하라는 말을 계속 강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전 당수였던 멜버른 자작에 이어서 존 러셀까지 저러는 걸 보면 분명 이쪽은 모르는 어떤 뒷사정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런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당 내에 없었으니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 내에서 발언권은 아직 외부에서 굴러온 돌인 이쪽보다 저쪽이 더 크니 따를 수밖에.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러셀 의원님의 말씀대로 상황을 지켜보는 겁니다. 그리고 저쪽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면 거기에 대응하는 전략을 어떻게 구상할지는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자신 있습니까?”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공포에 잡아먹혀 있는 것보다는 이쪽이 직접 그 능력을 확인한 킬리언쪽에 주력하는 게 백배는 더 건설적인 방침이다.
특히 지금까지 유일한 약점이었던 신분의 족쇄까지 해결하게 되면 날개를 달고 승천하는 그를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킬리언을 보수당에서 조금 떨어트려 놓을 수 있는 묘수가······.’
이간질? 먹힐리가 없으니 논외다.
음모론? 역으로 공작당해서 이쪽이 똥물을 뒤집어쓸 게 뻔하니 역시 논외다.
저런 방법이 아니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수로 파고들어야 승산이 있을 텐데 과연 무엇이 있을까.
글래드스턴의 모든 신경은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총리가 아닌 오직 킬리언 한명에게 향해있었다.
* * *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더니 지금의 아시아가 딱 그런 꼴이다.
그냥 헛소리만 짖어대는 줄 알았는데 설마하니 족보까지 조작해서 이걸 공식으로 박아버릴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도 일본이야 원래 기상천외한 짓을 자주 해대는 애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조선은 또 뭔데 이 미친 짓에 같이 어울려서 폭주하고 있느냔 말이다.
역시 한수 아래라고 얕잡아 보고 있던 왜놈들이 얽히니까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해져 버린 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신나가버린 족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거 혹시 영국에서 실수로 조작된 자료를 보낸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지금 본국에 있는 사무소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는데 이미 확정된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도련님은 런던에서 최고의 가십거리입니다.”
제임스가 대서양을 넘어서 날아온 따끈따끈한 신문들을 쭉 보여주자 나는 그만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거야? 역모에 연루된 종친에 도쿠가와의 피가 섞였고 거기에 아일랜드 귀족인 아버지의 피까지 섞여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나다?”
“완벽한 정리네요. 적어도 서류상으로 도련님은 그런 존재가 된 거 같습니다.”
이건 무슨 키메라도 아니고 뭐가 이리 많이 섞인 거야?
조선의 종친에 막부 쇼군의 피에 아일랜드 백작의 피가 섞인 대영제국의 귀족.
보통 이런 혼혈 잡탕은 소년만화에서 주인공에게 온갖 능력을 덕지덕지 붙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나?
“아니, 제임스. 조선으로 날 데리러 온 너라면 이게 그냥 다 개소리라는 게 짐작이 가지? 거지발싸개처럼 굴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고귀한 피가 흐른다니 어이가 없지 않아?”
“그래서 도련님께 정중히 사과를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누가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라고 했어? 정신 나간 인간들 같으니라고. 대체 어떤 놈이 이런 해괴한 생각을 한 건지 머리라도 열어보고 싶네.”
처음에는 무슨 목적으로 일을 이렇게 키웠는지 추론해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도 대강 짐작은 간다.
처음에는 분명 어떤 목적이 있었겠지.
그러나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명백히 감정적인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이 틀림없다.
원래 국가간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면 이거보다 더 말도 안 되는 헛짓거리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법이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돌아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지. 웰즐리 님도 편지에서도 최대한 빠르게 와달라고 하고 있으니까 일단은 가볼 필요가 있겠어.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은 다 해놓고 가야하지 않겠어?”
원래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위인이나 유명인들을 본인들의 가문으로 끌어들이려는 혈통 조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꽤 흔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계보를 과거의 명망있는 가문에 끼워넣거나, 과거의 위인을 슬쩍 자신들의 가문에 편입시키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지금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데려다가 넌 알고보니 우리와 같은 핏줄 이러는 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정상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도 이미 일은 벌어졌고 국내는 난리가 났으니 어쩌겠나.
이 예상외의 사태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예상을 한 뒤에 대응책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일단 런던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일단 나는 총독을 만나서 지시사항을 좀 일러둬야 할 것 같으니 너도 여기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끝마쳐줘.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지도 몰라.”
신중하게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사안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제임스는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처리한 뒤 도련님을 따라 귀국하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최대한 조용하고 신속하게 총독을 만나서 지시사항을 하달해야겠다.
소란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으니 최대한 간결하고 빠르게 할 말만 전하고 조용히 빠져나가면 되겠지.
그러나 이런 나의 바람은 너무나도 나를 좋게 보는 바곳 총독의 선의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무참하게 짓밟혀 버렸다.
“장관님이다! 장관님이 돌아오셨다!”
“오오오오! 장관님 만세!”
“아시아 프린스! 아시아 프린스!”
임시 총독 관저가 있는 킹스턴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환영하겠답시고 우르르 몰려온 캐나다 사람들이 장대한 환영 퍼레이드를 연 것이다.
심지어 바곳 총독이 성공적인 미국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축하해주겠답시고 작정하고 벌인 행사라, 킹스턴만이 아닌 온갖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시아 프린스! 아시아 프린스! 아시아 프린스!”
“아시아의 지배자 킬리언 장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시아 프린스!”
으아악, 제발 그만해.
대체 아시아 프린스라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호칭은 누가 먼저 말한 거야.
백번 양보해서 종친이 맞다고 해도 종친은 왕자가 아니라고!
“아시아 프린스! 아시아 프린스!”
호칭의 오류를 정정해주기전에 일단 쪽팔려서 고개를 들지를 못하겠다.
혹시 총독은 나를 수치사로 암살하기 위해 프랑스가 보낸 스파이가 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계획은 거의 성공할뻔 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나에 대한 지지가 열광적이라면 상정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는 보험은 들어놨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창피한 건 순간이니 일단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로서 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발목은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사랑해요! 아시아 프린스!”
그저.
온몸을 타고 올라오는 쪽팔림과 수치심을 감내하면 될 뿐인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