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28)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28화(128/537)
격동하는 세계
조선이 상해에서 날아온 소식에 온갖 호들갑을 다 떨며 부산스럽게 움직일 무렵.
일본 역시 똑같은 소식을 받고 긴장 상태에 빠져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후란스(프랑스)와 로시아(러시아)라···두 국가 모두 딱히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국가들인데.”
“쇼군께서 말씀하신대로 이기리스(영국)도 두 국가를 조심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기리스가 사이가 좋지 않은 두 국가를 일부러 좋지 않게 말한 게 아닌가 해서 오란다(네덜란드)의 상인들에게도 저들의 평판이 어떤지 알아보았습니다.”
“오, 그래?”
일본이 조선과 사정이 다른 건 그들은 오래 전부터 제한적으로나마 교류하던 오란다의 상인들로부터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전쟁을 통해 오란다의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이미 교차검증이 전부 끝났다.
“우선 오란다 상인들은 후란스와 로시아 모두 교류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후란스는 불과 수십년 전에 구라파 전체를 말려들게 한 대전쟁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로시아는 지금 얼지 않은 항구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며 다른 국가들과 분란을 일으키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해에서 온 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는군.”
“예. 아마도 로시아가 남하하면 필연적으로 청과 싸우게 될 텐데 현재 청은 변방의 해안지대를 방어할 힘이 없습니다. 아마 로시아가 조선과 국경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조선이 로시아를 막을 방파제가 될 수 있을까?”
도쿠가와 이에요시의 불안에 도야마가 쓴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쇼군께서는 조선에 그만한 여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절대로 무리겠지. 하물며 후란스도 지금 이쪽에 뭐 주워먹을 게 없나 기웃거릴 가능성이 높다지 않나? 만약 조선이 로시아의 전진기지 용도로 전락해 버린다면 우리도 바로 위협에 노출될텐데 이거 걱정이 되는군.”
“로시아는 이기리스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마 조선을 통째로 집어삼키려고 하면 그쪽에서 막아서지 않을까요?”
“보통은 그럴테지만 로시아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던져준다면 또 모르지. 저들 입장에서도 조선까지는 내어주고 우리를 이용해 방어선을 구축하려 할지도 모르고.”
뭐가 됐든 간에 본격적으로 구라파의 열강들이 아시아에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상 이쪽은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시작한 형국이 됐다.
어떻게 해서 막을 것인가.
막으려고 한다면 막을 수는 있는 것인가.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보았지만 역시 자국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만약 여기서 내가 후란스든 로시아든 저들의 압박에 굴복해 개항을 하는 순간 다이묘들은 분명 나를 무능하다고 성토하며 들고 일어나겠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저들의 요구에 굴복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조선이 무조건 로시아를 붙들고 늘어져야 하는데······.”
“후란스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거야 후란스는 이기리스와 숙적이라고 하니까 이기리스를 끌어들이면 되겠지.”
위기이기는 하지만 이 위기를 잘 이겨내면 쇼군의 위상은 이 나라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막아낸 위인으로 단숨에 치솟게 될 터.
역시 되도 않는 억지를 부려가면서까지 기리안을 이쪽의 혈통으로 밀어넣기를 잘했다.
덕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이런 고급 정보가 자신들의 손에 들어온 게 아니던가.
“일단 조선에 사신들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보도록. 우리보다는 저쪽이 좀 더 급할테니 로시아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지 대책을 세워보자고 하면 수락할 거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조선 놈들도 생각이 있다면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해놓았겠지.
과거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외적의 침략을 손쉽게 막았다지만 이제는 그런 이점이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바다는 외적의 침략을 막아주는 장애물이 아닌 언제든 저들이 배를 끌고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조선이 똥꼬쇼를 하든 영혼까지 쥐어짜든 뭘 해서라도 최소한 북쪽만큼은 틀어막아줬으면 좋겠는데.
요새 갈수록 말을 듣지 않는 다이묘들부터 굶주린 맹수처럼 이쪽을 향해 침을 질질 흘려대는 서구의 열강들까지.
변화에 순응하지 않고서는 잡아먹힐지도 모르겠다는 쇼군의 불안감이 날로 깊어지고 있었다.
* * *
아시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불안한 상황이라면, 이미 분란의 씨앗이 자라나다 못해 터져버린 지역도 있었다.
그곳은 당연히 미합중국.
명령에 순응보다는 반대를, 충성보다는 자유를 외치는 반골들이 즐비한 나라였으니 조금만 사건이 터져도 서로 싸워대기 일쑤일 수밖에.
그런 곳에서 가장 첨예한 노예제 사건을 두고 대놓고 충돌이 일어나버렸는데 어떻게 갈등이 폭발하지 않고 넘어가겠는가.
현 미합중국 대통령 존 타일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일 백악관에 노예제도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중이었다.
“오늘도 브리핑하실 내용이 있습니까?”
“각하. 지금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민심이 아주 심각합니다.”
과거 미합중국의 부통령이자 현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상원 의원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존 칼훈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노예 탈출을 호소하는 농장주들이 한두명이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대표로 왔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만이 아니라 버지니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조지아 등 남쪽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심각한 일이로군요.”
“이건 정당을 떠나 최우선적으로 대처해야할 문제입니다. 한데 의회는 여전히 여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모르는 척 하고 싶은 거겠죠.”
북부의 대다수 주들이 노예제도를 폐지한 이래 남부의 노예들이 북부로 도망가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북부라 할지라도 도망 노예법이 적용되는 곳에서는 탈출한 노예는 자유민으로 살기가 힘들었다.
남부에서 도망온 노예라는 게 발각되면 즉시 체포당해 송환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부측에서도 남부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마음은 없었기에 빼도박도 못하는 경우라면 별말 않고 노예를 인도해주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원이 다를만큼의 대규모 집단탈주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칼훈의 설명이었다.
“제가 어제 들은 보고만 해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43명의 흑인 노예가 사라졌습니다. 일주일이 아니라 어제 하루입니다. 이건 어느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수치 아닙니까?”
“의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면 혹시 범인은 파악을 했습니까?”
과거에도 흑인 노예들을 탈출시키겠답시고 미친 짓을 하지 않은 단체가 없던 건 아니다.
물론 이들은 전부 법을 어긴 법법자들로 엄한 처벌을 받았다.
이번에도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게 웬걸.
칼훈은 미치겠다는 듯 이마를 짚고 한숨을 뻑뻑 내쉬었다.
“그걸 모르겠으니까 문제지요. 하지만 제 예상으로는 분명히 이건 북부의 어떤 주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 북부에서 NBA인가 하는 미친 조직이 흑인 목숨도 목숨이다 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다닌다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은 그놈들이 의심스럽습니다.”
“저도 여러 번 이야기를 들어봐서 조사를 했는데 그들은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온건적인 조직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관련이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혹시 흑인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집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각하.”
꽤나 그럴듯한 추론이라고 생각했지만 칼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각하께서는 그자들이 무슨 비밀결사 같은 걸 조직할 능력이나 지능이 된다고 보시는 겁니까?”
“아~그렇군요. 깜빡 했습니다.”
“흑인들이 탈출한 수법이나 경로를 보자면 분명히 우수한 백인들이 도와주는 게 분명합니다. 당연한 게 흑인들에게 그럴만한 지능이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그쪽으로 조사를 해보면 꼬리를 밟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지금 이 갈등에 깊은 우려를 품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의원님 말씀대로 이건 정당을 막론하고 우리 남부 출신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사안이 아니겠습니까.”
열등한 흑인들이 자신들끼리 조직을 꾸려서 탈출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건 남부 인사들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설이었다.
가구나 기계장치나 마찬가지인 열등하고 미개한 자들이 어떻게 그런 ‘사람’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분명 그들을 탈출 시키고 있는 백인들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분명 북부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자들일 터.
“각하의 용단에 남부를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각하께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신다면 저희 역시 정당을 막론하고 각하께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노예제도는 우리 합중국의 근간이자 전통입니다. 누구도 이 제도에 칼을 들이대게 놔두지 않을 테니 저만 믿으십시오.”
북부측 의원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고 넘어갈 이야기가 태연스레 흘러나왔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았다.
노예제를 두고 다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오히려 지금까지는 남부가 너무 물렁하게 나와서 북부가 점점 선을 넘고 있다는 정황이 확실했기 떄문이다.
여기서 최대한 강하게 나가줘야 저들도 이런 헛짓거리를 더 하지 못하겠지.
미합중국의 대통령은 물론 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상원의원들까지.
그 누구도 이 흐름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
“킬리언, 준비는 다 됐나요?”
“예. 이번에는 어디를 가볼까요?”
“얼마전에는 버밍엄을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맨체스터를 방문하는 걸로 계획을 세워볼까요?”
세상이 들썩이고 난리가 나든 말든 나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길란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때가 바로 신혼이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과연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신혼 첫 일주일은 한적한 윈저 성에서 머물며 둘만의 휴일을 즐겼다.
눈을 뜨면 밤까지 항상 붙어 있었고 바깥 공기를 쐬고 싶으면 마당이나 뒤에 있는 숲을 걸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난 뒤에는 버밍엄 답사를 가장한 신혼여행을 떠났다.
물론 시민들의 생생한 삶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목적 자체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공장과 학교, 병원들을 두루 둘러보며 시민들과 자본가들을 모두 만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버밍엄은 현재 런던에 이어 두번째로 큰 산업의 중심지인만큼 둘러볼 곳도 많았고 이야기를 나눌 거리도 많아 제법 풍성한 여행이 됐다.
빅토리아도 느낀 점이 많았는지 런던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감상을 이야기하며 대영제국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계속 의견을 주고 받는 중이었다.
“맨체스터도 현재 면직물의 중심이라고 하잖아요. 실제로 가서 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거 같아요. 킬리언 생각은 어떤가요?”
“리버풀과 경제 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밀접하게 묶여 있으니 실제로 간다고 하면 양쪽을 다 둘러보고 와야 할 거 같은데 나쁘진 않을 거 같네요. 하지만 여유가 충분하려나 모르겠는데···.”
“여유? 지금은 별로 하는 게 없지 않나요. 이제 왕실 사람들과 친분도 어느정도 다 나눴고 정부 고위 관료들도 한번씩 다 방문했고.”
“그렇긴 하죠. 지금 당장은 할 일이 별로 없긴합니다.”
내가 너무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것 같자 얼마전에는 답답해진 웰즐리가 찾아와서 설마 이대로 정계 은퇴를 할 생각이냐고 물은 적도 있다.
누가봐도 지금의 나는 여왕과의 행복한 신혼생활에 정신이 팔린 팔불출 애처가 남편일 테니까.
“혹시 막상 정치쪽과 거리를 두게 되니 마음이 허전한 가요? 그렇다면 부담 가지지 말고 그렇다고 해도 돼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가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하나 만들어 볼 테니까.”
“괜찮아요. 대영제국의 여왕이 그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사소한 일이라니.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일인데 당연히 신경을 써야죠.”
“빅토리아, 당신이 직접 움직이면 명분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결국 정치개입은 정치개입이디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요. 좀 더 나중이라면 몰라도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게 좋아요.”
“계속 지켜만 보고 있으면 상황이 바뀐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니지.
기도메타도 아니고 간절히 바라고만 있으면 백마 탄 초인이 와서 도와줄리가 있겠나.
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단 가만히 기다려 보면 입질이 올 겁니다. 낚시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도 실력이거든요.”
떡밥은 이미 넘치도록 던져두었다.
상황은 이미 바뀐 지 오래고 지금은 저들이 그 현실을 언제 자각하느냐의 문제일 뿐.
온 사방에 다 뿌려놓은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싫어도 알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총대 매고 이 난장판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