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4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41화(141/537)
지옥의 양자택일
“합중국이 멕시코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맙소사.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이 기회에 합중국에 합류해 버리자고!”
“우리는 어엿한 독립국인데 독립국으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저들의 일원이 되자는 건가? 하여간 자긍심이라고는 먼지만큼도 없는 인간들 같으니.”
멕시코에게서 독립한 뒤 오랜기간 연방합류냐 독립유지냐로 논쟁해온 텍사스 공화국은 지금 이 순간 전에 없던 고민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개전으로 사태를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합중국의 선전포고가 터진 뒤, 바로 뒤이어 멕시코 역시 선전포고를 했고 졸지에 중간에 끼어버린 텍사스 공화국으로서는 하루빨리 거취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물론 상황이 이 지경이 된 이상 텍사스 공화국이 어느 진영을 선택할지는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애초에 텍사스 공화국의 상당수 주민들은 미국에서 건너온 앵글로 정착민들이다.
이들이 연방에 가입하면 가입하지 멕시코의 편을 들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일단 합중국의 군대에게 길만 터주고 우리는 이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십중팔구는 멕시코가 전쟁에서 패할 텐데 그 순간 우리는 합중국에 영토가 완전히 둘러쌓이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독립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건 그냥 연방에 가입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뭐 어떻게 해요. 둘 다 싸우지 말고 화 좀 삭히라고 할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그리고 참으라고 해도 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합중국 놈들이 퍽이나 말을 잘 들어먹겠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본 결과 텍사스 공화국은 결국 멕시코보다는 합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다는 쪽으로 여론이 움직였다.
애초에 이번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자들도 저 멕시코 타코 놈들이 아니었는가.
그렇게 텍사스가 무난하게 합중국의 손에 떨어지나 싶던 그 순간.
전미를 충격의 도가니에 몰아넣게 될 충격적인 진실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명분 없는 전쟁의 추악한 진실] [”우리 아이는 합중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한 순간에 멕시코에 매수된 매국노가 되어버렸어요!”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눈물. 하운드는 정말 멕시코에게 뒷돈을 받은 노예 사냥꾼들이었을까?] [증거는 조작된 것이다. 거대 노예 사냥꾼 조직 하운드의 일정을 기록해둔 일지가 발견되다!]처음에는 또 돈독이 잔뜩 오른 병신같은 신문사들이 자폭을 하는구나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미 선전포고까지 끝난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서 사기를 쳤다고 헛소리를 해대면 당연히 공권력의 지엄한 심판을 받을텐데.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해괴한 소문은 가라앉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더 거세게 불타올랐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 이가, 그 나라의 하원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미친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결국 남부의 세력 팽창을 위한 음모였다는 폭로에 미합중국 정계는 다시 한번 깊은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부군 전하, 이 자료를 저쪽에 넘겨줘도 될까요? 국가의 이익을 위해 그냥 묻어버린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을 텐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링컨은 아니야. 단순히 도덕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한 순간의 전쟁의 결과 따위보다 합중국의 위신을 영구히 떨어트릴 이 조작극이국익에 더 해가 된다고 판단할 테니.’
핑커톤 탐정 사무소의 손을 거쳐 제임스의 NBA로 넘어간 노예 사냥꾼 하운드의 일원의 소지품은 그렇게 링컨의 손에 넘겨졌다.
그리고 거기서 하운드의 모든 일정과 계획이 기록되어 있는 일지를 발견한 링컨은 격노를 참지 못하고 의회에서 이 자료를 공개적으로 까발려버렸다.
“대통령 각하! 버지니아 주지사 대행! 이 자료에 대한 해명을 해주십시오!”
“어허, 해명은 무슨 해명. 이미 다 끝난 사실을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입니까?”
“끝난 사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인 겁니다. 이 자료를 보십시오. 버지니아 주지사 대행이 공개한 자료와 일치하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럼 뭘 주장하고 싶은 겁니까? 설마 정부측에서 제시한 증거들이 다 날조였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가요?”“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지금 제가 제시한 이 자료가 거짓이라면 해명을 해보세요!”
하지만 당연히 백악관은 묵묵부답, 그냥 논란을 뭉개기로 작정한 거마냥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링컨 저 미친 놈이 자기 이름값 키우려고 허튼 짓을 하는구나, 이미 전쟁이 시작됐는데 입 좀 다물고 있지 하며 비판하던 의원들도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자료를 보면 아무리 봐도 링컨이 하는 말이 맞는 거 같은데?
그러면 버지니아 주지사 대행과 백악관에서 제시한 자료들은 대체 뭐였지?
교차 검증을 해보면 둘중 하나는 무조건 거짓말을 한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가 문제였는데 이건 굳이 비교하는 게 시간낭비일 정도였다.
“이 물건들은 캐나다에서 사망한 하운드 일원의 시신에서 나온 물건들입니다. 총에 스쳐 찢겨나간 부위가 있긴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버지니아 주에서 누구에게 의뢰를 받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올라갔는지, 그리고 캐나다의 국경을 어째서 넘었는지 그 모든 이유와 과정이 아주 상세히 적혀 있단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멕시코에게 뒷돈을 받았다한들 굳이 그걸 적어놓을 이유는 없지 않았을까요?”
“이들이 캐나다의 국경을 넘은 이유 자체가 버지니아에서 집단으로 탈출한 노예들이 북부를 거쳐 온타리오 내부로 들어갔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정보를 어디서 구했는지도 적혀 있습니다. 바로 현재 합중국에서 계속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핑커톤 전미 탐정사무소입니다. 저는 이미 여기 탐정 사무소에 실제로 하운드가 그런 정보를 요청했는지 물어보았고 돈을 받고 조사를 한 뒤 정보를 전해주었다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하운드가 탐정 사무소에 정보를 사고 그쪽에서 온타리오를 지정해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면 정부측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이 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멕시코측에서 온타리오를 넘어 대영제국을 도발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뒷돈을 살포했다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탐정사무소도 설마하니 그들이 진짜로 국경을 넘어 캐나다 마을을 습격할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온타리오라는 정보가 합중국측의 탐정 사무소로부터 나왔다면, 멕시코가 저 지역을 찍어서 하운드를 부추겼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궁지에 몰린 정부측은 다급하게 반박을 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다른 쪽을 걸고 넘어졌다.
“링컨 의원, 그 정보를 대체 어디서 알게 된 겁니까! 혹시 그쪽도 반정부 세력에게 사주를 받은 건 아닙니까?”
“사주? 이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저는 캐나다에서 죽은 우리 합중국 시민들의 시신을 송환받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왔습니다. 아무리 국경을 넘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들이 우리 합중국의 시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을 멕시코의 매수에 넘어간 매국노로 치부하고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지요! 그래서 제가 대신 한 겁니다. 그런데 그들의 시신에서 발견된 이 일지를 보아하니 정부가 어째서 시신을 송환하는데 그토록 소극적이었는지 알 거 같습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전쟁을 찬성하던 북부측 의원들도 스리슬쩍 진상조사를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쪽으로 입장이 기울었다.
동시에 D.C와 저 멀리 떨어진 텍사스 공화국에서도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합중국이 이런 음모를 꾸며낸 건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고 텍사스를 손쉽게 흡수하기 위해서라고.
본래 텍사스는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왼쪽으로 가는 합중국 출신들 중에서도 특히나 더 반골기질이 강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멕시코에서 얌전히 있으라고 하니 독립을 하고, 열강들이 연방에 합류하지 마라고 하니 연방합류파가 힘을 얻는 청개구리들의 집단이었던 것이다.
그런 곳에서 이 사달이 났으니 여론이 어떻게 변하겠는가.
-합중국이 이번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납득할 수 있는 대응을 하기 전까지 텍사스의 연방 합류는 무기한 보류하기로 한다.
전쟁에서 합중국의 손을 들어줄 일은 없으니 썩 꺼져라.
텍사스를 통과해 리오그란데 강으로 향하려단 합중국 사령관 재커리 테일러와 그의 군대는 그렇게 전쟁의 개전과 동시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 * *
-예상대로 링컨은 모든 진실을 폭로. 백악관은 현재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북부측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으며 남부측 의원들은 전쟁이 시작 됐는데 다른데로 시선을 돌리는 건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매국적인 행태라 비판하며 맞서는 중입니다.
-남부측 노예 탈출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버지니아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에서 2300명 이상의 노예들이 집단 탈주에 성공했고, 몇몇은 현지에 남아 폭동을 일으키겠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가 대규모 노예 폭동으로 번진다면 남부측은 혼란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음. 개판오분전이 따로 없구만.
내가 벌인 일이기는 해도 아주 흠잡을데 없이 흘러가고 있다.
북부에서는 완벽히 주도권을 쥔 북부 의원들이 남부측을 샌드백처럼 두들기고 있고, 가뜩이나 얻어터지는 남부는 자기들 본진에서 불이 난 상황을 뒤늦게 발견한 형국이다.
평상시라면 바로 군대를 출동시켜서 진압을 했겠지만 이걸 어쩌나.
남부측 군대의 상당수는 이미 텍사스와 뉴멕시코 쪽에서 발이 묶여버린 상황이다.
심지어 개전과 동시에 멕시코의 해안가를 초토화 시키고 상륙작전을 펼치기로 되어 있었던 함대마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다.
현장에 나가있는 지휘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일 것이다.
전쟁을 하라고 해서 용맹하게 앞으로 나섰는데 갑자기 본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계속 싸움을 수행할 맛이 나겠는가.
하지만 이미 전쟁은 터진 상황이고 멕시코군은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텍사스가 미국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인 뜻을 밝혔기에 멕시코는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인근에만 전력을 집중했고 우왕좌왕 하는 합중국의 군대를 멋지게 격파···는 하지 못했다.
제임스와 핑커톤에게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멕시코는 현재 제대로 된 나라라고 불러주기도 힘든 유사국가 수준의 무언가다.
전쟁을 벌여놓고 믿을 수 없는 추태를 보여주는 미국이라고 할지라도 멕시코가 어떻게 하기에는 체급차이가 너무 크게 났다.
그래도 합중국의 군대는 그 오합지졸인 멕시코를 밀어내고 계속나아가지 못했다.
자기들 본진인 남부에서 계속 노예들이 탈주하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 들려오는데 어떻게 서쪽을 향해 발이 떨어지겠는가.
안 그래도 북부측 여론도 심상치 않은데 그냥 군을 돌려서 돌아가면 안 되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그러나 이미 전쟁이 터진 이상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아무리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나름 총기로 무장한 멕시코 군대가 호시탐탐 저쪽을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합중국이 혼란에 빠진 사이 나는 착실하게 기존의 계획을 실행에 옮겨나갔다.
“총독님, 이거 상황을 보아하니 전쟁이 장기화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자국민들의 보호를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선제적인 조치라 하신다면······?”
“지금 멕시코, 합중국과 우리 대영제국령 캐나다가 동시에 접하고 있는 지역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 오리건 지역 말입니다. 지금 우리의 시민들 중 상당수가 오리건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우리 시민들이 전란의 불길에 휘말릴 수도 있을 거 같아 걱정이 되네요.”
“역시, 부군 전하이십니다. 식민지의 안위까지 걱정해주시는 그 자애로운 마음에 시민들도 깊이 감동할 겁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여왕 폐하께서 캐나다에 머물고 계십니다. 아무리 식민지라고 해도 이쪽이 시민들의 안위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는 건 대영제국의 위신을 실추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있겠나.
총독은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눈으로 거대한 북아메리카의 지도를 스윽 훑었다.
“전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그러면 바로 상비군을 일부 각출하고 각지에서 민병대를 조직해 오리건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리건 일대의 치안을 확실하게 다잡아 놓으면 우리 시민들도 안심하고 다시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아, 그리고 의회에 서신을 보내놓았으니 곧 대답이 돌아올 겁니다. 그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군대를 움직여야 할 수도 있으니 필요한 준비를 끝내주세요.”
“본격적인 준비라 하시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합중국측이 멕시코에 모든 죄를 다 뒤집어 씌운 뒤 우리를 영토확장 계획에 이용하려고 했다는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습니까. 이런 괘씸한 짓을 벌였으면 당연히 대가를 받아내야죠. 안 그래도 당장 튀어 오라고 했으니 에버랫 대사가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진짜 전쟁을 벌이면 이쪽도 소비가 크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명분을 거머 쥔 우리가 찌르고 들어오기만 하더라도 기겁하며 대가리를 박을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양면 전쟁을 벌이면 대영제국만이 아니라 멕시코 따위에게 영토를 떼어줘야 할 정도의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
우선 서쪽에서 영토분쟁 중인 모든 지역을 이쪽에게 넘기는 걸 기본으로 깐 뒤에 협상을 진행해야겠지.
만약 거절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뭐긴 뭐야. 감히 우리 여왕님을 건드린 대가로 세계 최강 로열네이비가 출격하겠지.
해안가 전부 버스터콜로 쑥대밭 되기 싫으면 생각 잘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