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7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71화(171/537)
구시대와의 작별 (2)
대성공이다!
전신 시스템을 선보인 이후로 폭발적인 관심이 모여들며 모두가 나의 혜안과 업적을 칭송하고 있었다.
원역사에서도 2, 3년 뒤 들여올 물건이었다고 해도 그걸 활성화 시키는 건 또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무엇보다 왕실이 보증하고 널리 장려하는 사업인만큼 수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왔고, 대영제국의 전신 사업은 순식간에 대성황을 맞았다.
여기에 군의 호응도 아주 좋았다.
원래 군대는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번 건은 예외였다.
당장 해군측은 무조건 세계 그 어느 군대보다도 먼저 자신들이 전신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해군측은 특히 나를 일본까지 호위하며 친교를 다진 윌리엄 파커 제독에게 정부의 지원을 따내달라며 압박 아닌 압박을 가했다.
오죽했으면 올해를 기점으로 자리에서 내려가려고 했던 파커 제독은 거의 반 강제적으로 몇 년 더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게 됐다.
“전하. 이전에 시연장에서도 말씀해주셨지만, 현재 군 내부에서도 실시간 통신에 대한 열망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대영제국의 국력은 곧 해군의 막강한 전력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주요 해군기지들만이라도 최우선적으로 전신을 연결해 빠르게 이 신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군 내부에 전신을 까는 걸 왕실이 독단으로 할 수는 없죠. 그건 어디까지나 정부와 협의가 되어야 하는 사항이라······.”
“그럼 제가 의회에 증인으로 서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어차피 군 시설에는 최우선적으로 전신이 깔릴텐데 왜 이렇게 보채는 건지 모르겠네.
지금 통신 혁명만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혁명적인 결과를 내려고 구사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귀찮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나는 어째서 파커 제독이 저렇게 난리를 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저어어어언하! 해군에게만 그런 특혜를 주시는 건 정말 너무하신 결정입니다! 실시간 통신을 가장 먼저 활용하는 건 우리 육군이어야 합니다!”
고프 자작 휴 고프 야전 원수. 3년 전 인도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그가 잠깐 본국으로 돌아온 사이 전신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를 찾아온 것이다.
대영제국 육군을 대표하는 인사 중 한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프 원수는 거의 거의 광신도와도 같은 결의로 전신을 둘러치고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실시간 통신이 가장 필요한 곳은 당연히! 당연히 인도 주둔군입니다. 런던에서 중대한 명령이 내려온다고 해도 그게 인도에 도달하려면 최소 몇 달입니다! 인도의 상황이 급변해 본국에 급히 연락을 보내고 거기에 대한 명령을 하달 받으면 이미 상황이 끝나있던 경우가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현장의 판단으로 군을 움직였다고 질책이 날아오는 등 현장에서 뛰는 지휘관들의 사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깎이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부디 육군의 이런 사정을 알아주십시오!”
“아아, 원수님. 진정 좀 하시고요. 나라고 그런 현실을 왜 모르겠습니까. 내가 배를 타고 몇 번이나 아시아를 왔다갔다 했는데요.”
“그런 전하이시니 육군의 안타까운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 예. 물론 지금 왕실 주도로 대영제국과 캐나다 전역에 전신을 깔고 있긴 하지만 이게 군 내부로 들어가려면 당연히 정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나는 국내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몸이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
“그렇다면 저를 의회의 증인으로 세워주십시오! 제가 직접 총리님께 이 사안의 중대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 받은 해군보다는 육군이 먼저 새로운 제도의 수혜를 누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알겠네.
가만히 있어도 어련히 알아서 깔아줄텐데 왜 이렇게 난리가 났나 했더니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해군에, 혹은 육군에 가장 먼저 신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 자존심 싸움이 지금 해군의 제독과 육군 원수가 연달아 나를 찾아와 애걸복걸하는 이유였다.
대영제국의 해군은 자신들이야말로 대영제국의 근본 중의 근본이며 가장 대우를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거의 신념처럼 박혀 있다.
반대로 육군은 그런 해군을 재수없어 하면서도 국가에서 해군을 가장 밀어준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때문에 육군은 이런 기술이라도 해군보다 먼저 도입하려는 상징성을 가져가고 싶은 것이고, 해군은 또 거기에 발작하며 달려드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진짜로 피곤하기 짝이 인간들일세.
“그냥 날짜를 정해서 동시에 전보를 주고 받으면 안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하면 물개 놈들은 분명히 약속된 시간을 어기고 먼저 전보를 주고받기 시작할 겁니다.”
꼭 자기들은 안 그럴 것처럼 말하는구만.
육군이든 해군이든 백이면 백 무조건 먼저 통신을 킨 다음 자신들이 세계 최초로 실시간 통신을 주고받은 군대로 우길 게 뻔히 보이는데.
“정부에서 공식적인 시간을 정해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역사적인 첫 메시지니 같은 시간에 동시에 왕실에 계신 폐하께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는 겁니다. 설마하니 수신인이 폐하신데 본인들 마음대로 시간을 앞당기거나 하지는 않겠죠.”
“그거야 폐하께 발송하는 메시지라면···하지만, 전하. 제가 단순히 물개···아니, 해군들을 의식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얼마전 인도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었던 걸 아시지 않습니까. 마라타 제국의 잔당들이 아직도 지치지 않고 군사를 일으키는 중입니다. 이번에는 격퇴를 했지만 언제 또 군사를 일으켜야 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인도 현지의 상황이 그렇게 불안정합니까?”
“엄청나게 위기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정됐다라고 속단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니 우리 군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해군보다 먼저 육군이 전신을 활용할 수 있게 힘을 좀 써주십시오.”
분명히 이전에 아시아에 갔을 때 내가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인도에서 소란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마라타 군대가 거의 6만에 달하는 대군을 일으켰고 휴 고프 원수가 그들을 격퇴했다고 했었나.
사실 휴 고프 원수의 말은 엄살은 아니었던 게 내가 알기로는 앞으로도 크고 작은 반란과 전쟁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쌓이고 쌓이고 쌓이다 종국에는 세포이 항쟁이라는 초대형 반란으로 격화되겠지.
안 그래도 슬슬 인도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좋은 건수가 될지도 모르겠네.
“원수님. 확실히 가만히 생각해보니 원수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역시 전하시라면 이해해주실 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이걸로 우리 육군의 사기도 한층······.”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해군을 제치고 육군을 먼저 대우해주려면 그만한 이유와 명분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원수님도 아시겠지만 대영제국에서 해군이 가지는 상징성은 단순한 군대 그 이상이니까요.”
“···그건 그렇지요. 틀린 말씀은···아닙니다.”
육군 원수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휴 고프라도 인정할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열심히 우기고는 있었지만 대영제국이 해군을 쳐내고 육군을 먼저 대우해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었겠지.
그러려면 최소 나폴레옹 격퇴라는 업적을 세운 웰링턴 공작 정도의 임팩트를 남겨야만 할 테니까.
“하지만 육군에 긴급히 지원을 해줘야 할만한 이유가 생긴다면 당연히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그러면 내가 웰즐리 총리님께 슬쩍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별 부담이 없을 테고요.”
“오오! 그런 거라면 저희도 즉각 협력하겠습니다!”
육군의 사기를 높이고, 해군을 조롱할 거리가 하나 생긴다면 그 무엇이라도 협조하겠다는 의지가 펄펄 풍겨온다.
게다가 누구보다 애국심이 충만한 대영제국의 국서가 이상한 수작을 부릴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겠지.
그 예상대로다. 내가 하려는 건 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였으니까.
“저번에 아시아쪽 순방을 했을 때 동인도 회사에 관한 이야기가 좀 많이 들려왔었습니다. 개중에는 당혹스러운 보고도 있었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도 주둔군 총사령관인 휴 고프는 필연적으로 동인도 회사와 밀접하게 엮일 수밖에 없는 관계다.
동인도 회사는 단순한 민간 회사가 아니라 군사와 행정, 통치까지 담당하는 거의 국가에 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동인도 회사 말씀이군요. 혹시 전하께 불평불만을 고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건가요?”
“뭐,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천상 군인인 휴 고프가 동인도 회사와 마냥 관계가 좋을 수만은 없다.
서로 협력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자체 사병을 운용하는 동인도 회사와 대영제국 육군 원수인 휴 고프 사이에 의견이 항상 일치할 수가 없을 테니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건 동인도 회사가 휴 고프에게 일방적으로 굽히면서 그가 하라는 대로 따른 종 노릇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럴리가 없을 테니 그는 내가 던진 떡밥을 그대로 물었다.
이래서 정치인이 아닌 사람을 구워삶는 건 쉽다니까.
표정을 숨기지를 못하니까 뭘 원하고, 뭐에 불만이 있는지 그대로 다 티가 나잖아?
“동인도 회사가 인도 현지인을 너무 가혹하게 착취하고, 정치와 행정에도 완전히 소외시키고 있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너무 과하게 찍어누르면 불만이 응축되고 터지기 마련이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반란을 진압해야 하는 육군의 부담이 커질 테고요.”
“그건 저도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데 계속 전쟁으로 일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군인이 정치 좀 똑바로 하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월권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게 사실입니다.”
“고뇌가 많으셨겠습니다. 실제로 피를 흘리며 싸우고 죽는 건 원수님과 원수님의 지휘를 받은 병사들일텐데.”
“전하께서라도 알아주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커다란 전쟁을 치른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원수의 눈에는 완연한 분노의 감정이 서려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동인도 회사가 내정을 개판으로 하고 있다는 걸 증언해줄 결정적인 증인이 되어줄 수 있겠구만.
“원수님.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이건 대영제국과 인도 주둔군, 그리고 원수님 모두에게 이득인 방법인데······.”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인도도 식민지니까 내가 직접 손을 대도 당연히 아무 불만 없겠지?
이 나라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현지에서 똥만 싸고 있는 밥버러지들은 빨리빨리 치워버리는 게 최선이다.
* * *
휴 고프가 킬리언을 만나고 돌아간 지 며칠 뒤.
로스차일드는 킬리언의 호출을 받고 버킹엄으로 출두했다.
“밀크티 한 잔 하게.”
“감사합니다.”
안면을 튼 지 이제 시간이 좀 됐는데 그는 여전히 킬리언을 대하기가 좀 어려웠다.
물론 이 세상에 국서를 대하기 쉬운 사람은 여왕밖에 없을 테지만, 국서라는 자리와 별개로 보더라도 킬리언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에게는 상당한 압박감을 가져다주었던 까닭이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도인지 파악이 되지 않으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심력이 소모되는 느낌이다.
“인도에서 준비하라고 한 건 어떻게 됐지?”
“전부 끝내놓았습니다. 완벽하게 장부 조작을 마친 유령 회사 5개를 설립했고 현지 아편 공급자들, 상선 발주자들과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동인도 회사 같은 거대 조직을 어떻게 무너트리겠다는 거지 싶었는데 왕족이라 그런가 생각하는 스케일이 차원이 달랐다.
설마설마하니 동인도 회사를 통째로 해체해버리겠다고 할 줄이야.
“전하, 그런데 아무리 계획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괜찮을까요?”
“반발이라면 동인도 회사가 조직한 사병으로 뭐 무력시위라도 한다는 건가?”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원래 궁지에 몰리는 사람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인도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그게 본국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동인도 회사는 지금까지 그 점을 이용해 수많은 사안을 자의적으로 처리해왔습니다.”
“걱정 말게. 이제는 그 핑계도 못 댈 테니까. 차라리 무력 시위라도 해주면 이쪽은 더 고마울 테지만 그렇게까지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신기했다.
지금까지 금융업에 종사 하면서 온갖 인간군상들을 다 봐왔고 개중에는 남의 돈을 뜯어먹고 사는 사기꾼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동인도 회사 같은 초거대 기업을 도산시켜 버리려는 사람은 맹세코 처음 봤다.
만약 금융업계에서 닳고 닳은 사람이었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해보겠지만, 이 사람은 대영제국에서 가장 존귀한 신분을 지닌 사람 중 한명이 아닌가.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수단을 짜낼 수 있었던 건지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다.
“동인도회사를 치우고 나면 지금 베어링 가문의 자리에 자네가 들어가겠지? 그 정도면 나를 도와준 대가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더 바라는 게 있나?”
“없습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그러면 준비가 끝났다고 하니 더 기다려 볼 필요도 없겠지? 진행시켜.”
드디어 시작인가.
처음에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로스차일드는 이제는 빨리 이번 일의 결과를 두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돈을 만지며 사는 사업가에게 눈앞의 이 사람은 결코 마르지 않을 부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인도 다음은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
로스차일드는 처음으로 자신이 맡은 거래를 성사시켰을 때와 비슷한 두근거림을 느끼며 깊숙하게 허리를 숙였다.
황금의 제국으로 향하는 길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