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76)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76화(176/537)
서비스 종료다 (3)
동인도 회사에 대한 성토 여론이 빗발치자 처음에는 회사의 지배구조만 개선하려던 당국도 더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의회의 조사 위원회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불법 증거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와서 적당히 처벌하고 넘어간다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흘러가자 의회조차 이사회가 대체 뭘 믿고 조사에 협조를 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아니···이 놈들은 이게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아마 내부 제보자가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게 아닐까요?”
“하긴, 인도 현지에 은폐되어 있던 아편과 은행에 입금되어 있던 비자금이 결정적 증거였으니······.”
신문사들은 연일 동인도 회사의 각종 비리를 파헤치고 있었고, 각잡고 조사를 하니 온갖 부정에 대한 증거들이 추가로 계속 튀어나왔다.
동인도 회사가 인도에서 본격적으로 부를 축적한 역사만 해도 100년이 훌쩍 넘는다.
그동안 온갖 초법적 권한을 휘둘러왔으니 쌓이고 쌓인 부정부패가 얼마나 넘쳐흐르겠는가.
그냥 이것도 했을까 싶어서 했으면 아니나다를까 물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황증거는 넘쳐 흘렀다.
부정축재, 횡령, 배임, 뇌물.
그냥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니 신문사들 입장에서 이건 특종감이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람은 한번 자극에 노출되면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생물이다.
처음에는 신나게 동인도 회사를 까대던 신문사들은 점점 더 약발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삼삼오오 모여서 동인도 회사를 욕하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뭔가 새로운 장작이 더 필요하다.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나는 모닝 포스트를 움직여 슬쩍 책임소재를 정부 쪽으로 돌렸다.
[동인도 회사의 방종을 내버려 둔 시스템의 문제는 없는가? 동인도 회사에 특혜를 몰아준 의회의 무책임함을 규탄한다!] [정부에서 임명한 총독은 무엇을 했나? 의회와 정부는 시민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라!]엄밀히 말하면 의회는 동인도 회사에 부여된 권한을 수십년 전부터 꾸준히 줄여오긴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권한을 줄였으니 동인도 회사가 뒷구멍으로 돈을 빼돌린 것이고, 그걸 감독해야 할 정부의 관리들은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지 않았나.
몇몇 신문사들은 의회나 정부의 유력자들이 동인도 회사와 밀월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하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같이 얻어 터지게 된 의회는 어이가 없었지만 사실 완전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 또한 사실.
안 그래도 얼마전에 나와 얽힌 사건으로 인식이 추락해 있던 의회였기에 이런 비판이 더 잘먹혀들었다.
-저놈들은 충분히 그럴만하다
이런 정치 혐오가 현재 런던 전역에 마련해 있었던 까닭이다.
상황이 이러면 의회가 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밖에 없다.
동인도 회사를 철저하게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숴서 의회는 동인도 회사의 뒤를 절대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마냥 사이다만 들이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동인도 회사를 박살내면 이후 인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애초에 적당히 손만 본 뒤 이사회의 총재와 총독만 교체하는 선에서 넘어가려고 했던 의원들의 머리가 아파지는 게 바로 느껴진다.
조사 위원회의 여당측 대표 디즈레일리와 야당측 대표 글래드스턴, 그리고 왕실측 대표인 나는 한 자리에 모여 앞으로 일을 의논해 보기로 했다.
“이거 예상보다 일이 너무 커지는 듯 합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흐으음.”
지금 이 자리에서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 못하는 사람은 단 한명.
글래드스턴 밖에 없었지만 나와 디즈레일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하며 고뇌에 잠긴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왠지 몰래 카메라 같네.
나야 이런 일이 익숙했지만 디즈레일리가 혹시나 티를 내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로 표정관리를 꽤나 잘하네.
숙적인 글래드스턴이 이리저리 해매는 모습을 모든 걸 다 알고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보고 있으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텐데.
“파면 팔수록 끝도 없이 비리가 쏟아지고 있는데다가 현재 정부나 의회가 동인도 회사를 너무 풀어준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중입니다. 이걸 해결하고 넘어가려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경책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하의 말씀대로입니다. 보수당측은 이미 총리님께 총독의 해임을 요청드렸고 그건 총독님께서도 승낙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태에 연루된 이사들을 청문회장에 세우고 법적고발을 함께 진행하려고 합니다. 야당측은 어떻게···이견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당내에서도 동인도 회사에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혹시 동인도 회사를 해체한다고 하면 거기에 대규모의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거야 당연히 동인도 회사의 재산을 처분해서 갚게 해야죠.”
베어링 은행이 흔들리면 휘그당에 나름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베어링 가문을 완전히 보내버리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베어링 은행과 로스차일드 은행의 순위가 뒤바뀌는 정도였지 한쪽이 망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지금이야 로스차일드가 내 충실한 딸랑이 노릇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이 나라의 금융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건 좋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전에 프란시스 베어링이 직접 나에게 부탁한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니 이러면 그도 나에게 빚을 지는 셈이 된다.
로스차일드를 수족으로 삼아 시중 금융계를 장악하고 베어링 은행이 이를 견제하는 구도가 되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하지만 전하. 동인도 회사의 기능은 단지 무역과 이윤창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인도를 통치한다는 본연의 목적이 있으니 재판부에서 해체는 과하다는 판결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디즈레일리 의원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지금까지는 동인도 회사의 비리쪽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지요. 그러니 청문회에 한분을 더 세우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동인도 회사쪽 인물을 부르는 겁니까?”
“아니요. 동인도 회사가 그 본연의 목적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분입니다. 마침 지금 런던에 머물고 계시다고 하니 시기도 딱 좋네요.”
사실은 이 문제를 터트리기 전에 휴가를 내고 런던으로 올라오라는 언질을 주었지만, 굳이 그런 사실을 모두 알 필요는 없잖아?
“핵심 증인이 될 수 있는 분이라면 당연히 불러야죠. 누구입니까?”
“작년에 일어났던 반란을 진압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신 인도의 육군 사령관. 휴 고프 원수님이십니다.”
* * *
동인도 회사의 핵심 이사들을 불러낸 청문회는 사실상 일방적인 정죄의 현장이 되어 있었다.
“눈이 있으면 이걸 보십시오! 지금 이렇게나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아는 바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희는 정말 억울합니다! 불법 비자금 조성은 정말 아는 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여기 있는 이사들의 명의로 거액의 돈이 은행에 입금된 건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심지어 그 시기가 상선 발주와 정확히 겹치고, 입금된 금액이 계약금과 단 1파운드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일치하는데요.”
“아니, 그러니까 저는 모르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건 다른 누군가가 제 명의로 입금한 게 틀림없습니다. 은행의 시스템상 본인이 아닌 타인도 충분히 돈을 넣을 수 있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청문회에 끌려나온 이사들이 필사의 항변을 했지만, 의원들의 분위기는 그저 싸늘할 따름이었다.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대중들의 관심을 온몸에 받게 된 디즈레일리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이사님들의 말씀대로라면 누군가가 이사님들을 음해하기 위해 계약금과 정확히 같은 액수를 인도의 은행에 입금했다는 겁니까?”
“그, 그렇죠.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계약금과 단 1파운드의 오차도 없는 금액이 들어간 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정확한 계약금 액수를 그렇게 단 시간에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되어 있을텐데요.”
“그러니까···그건 그 아시아 해운이라는 가짜 회사를 만든 자들이······.”
“이사님들! 이 자리가 지금 무슨 장난인 거 같으십니까! 그 가짜 해운 회사가 동인도 회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대체 언제까지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넘어가려는 겁니까!”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함정을 쳐놓았기 때문에 절대로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아무리 부인을 해봐야 결국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누구를 병신으로 아는건가라는 분노만 더 돋구게 할 뿐.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니까요.”
“하! 계속 끝까지 그렇게 모른 척 하시겠다는 겁니까? 어차피 이 외에도 다른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정말 백번 양보해서 인도를 완벽히 통치하고 현지 민심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했다면 일은 잘했다고 정상참작이라도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조사 위원회의 보고에 의하면 동인도 회사는 지금 인도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디즈레일리가 동인도 회사의 그간 찬란한 업적이 담긴 서류를 테이블 위로 척척 올려두었다.
참고로 이제부터 나오는 내용은 조작이 아닌 순도 100프로의 사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스차일드 형제를 쓴 조작극은 동인도 회사를 재판대에 올리기 위한 미끼였을 뿐, 저들을 사형대로 보낼 수 있는 죄목은 이미 차고 넘친다.
사실 이 모든 건 엄밀히 말하면 의회와 정부가 반쯤은 묵인해준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원래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말 그대로 눈을 감아주었을 뿐이지, 그렇다고 이게 다 합법이 되는 건 아니다.
대규모 횡령을 일으키고 대영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식민지 인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실적에 굶주린 현 의회에게 이보다 더 좋은 먹이감이 어디에 있을까.
내가 저 자리에 있었어도 아마 눈에 불을 켜고 동인도 회사를 뜯어먹기 위해 달려들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인도에서 대영제국에 대한 여론은 최악입니다. 식민지에서 본국을 우호적으로 보는 건 쉽지 않지만 인도는 지금 위험선을 넘어가는 중입니다. 실제로 현지에서 반란이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작년에 일어난 반란은 특히나 규모가 더 컸습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건 본국의 총독님께서도 다 허가하신 일이었습니다. 본국의 이익을 위해 인도에서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게 방침 아니었습니까.”
이번 건은 조작이 아닌 진실이었기에 이사진들도 일방적으로 부정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든 물타기를 해서 책임을 분산시키려고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여야는 이번에 드물게도 완벽하게 이인삼각으로 동인도 회사를 끝장낼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본국의 이익을 위해 인도를 최대한 활용한다. 당연히 이건 본국의 방침이 맞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겠습니다. 그래서 동인도 회사의 방침대로 경영해서 본국의 이익이 극대화 되었습니까?”
“그, 그건 그러니까······.”
“현지 민심 관리 실패, 반란 조기 진압 실패. 이 두가지만으로도 작년에 인도에서 본 손해가 어마어마합니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동인도 회사에 거액의 운영비를 대여해주기도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본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겁니까? 인도에서 최대한 많은 이득을 올리는 건 좋지만, 그렇게 단기적인 이익을 올리는데만 급급하다가 결국 더 큰 손해를 본 상황이 아닙니까?”
“······.”
“그냥 단순히 쥐어짜기만 하는 건 누구를 앉혀놔도 다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사회는 모두의 앞에서 지금까지 행했던 일들이 대영제국을 위해 자신들 딴에는 최선의 행동을 한 거라 확실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걸 증언해줄 증인이 있습니다. 휴, 고프 원수님! 발언해주십시오.”
디즈레일리의 지명에 증인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고프 원수가 몸을 일으켰다.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친 그는 내가 턱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작년에 터진 인도 반란에서 동인도 회사측은 빈 말로도 좋은 대처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지 육군과 끊임없는 불화를 일으키며 작전에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인도 육군에서 동인도 회사에 대한 여론은 어떻습니까?”
“최악입니다. 육군을 구성하는 대다수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세포이들인데 동인도 회사측은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시 말해, 현지인들은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으며 이들의 불만은 계속 누적되고만 있습니다.
민간쪽은 몰라도 군대에서까지 이런 차별적 대우가 계속된다면 다음번에는 타지역이 아닌 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고프 원수가 과장을 조금 섞어 말하긴 했어도 이건 분명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현실이었다.
지금은 대우가 조금 안 좋은 정도지만, 앞으로 몇년만 지나면 봉급이 줄어들고, 지금도 그리 많지 않은 액수인 퇴직 연금마저 사라질 것이다.
고프 원수의 증언이 계속될수록 실내의 분위기는 점점 더 차가워져만 갔다.
부정부패만이 아닌 무능력한 경영능력까지.
여기까지 몰린 이상 이제 이들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예 없어졌다.
“이제 더 들어볼 것도 없습니다!”
“동인도 회사는 정당성은 물론이고 계속 존재해야 할 의의를 증명하는 것마저 실패했습니다!”
어느새 죄다 대영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참된 애국자의 가면을 쓴 의원들은 인도를 바로 세워야만 대영제국의 패권이 계속 유지 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회는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동인도 회사의 주식 배당금을 상환한다는 법안을 즉석에서 통과시켜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순간부로 동인도 회사는 이제 서비스 종료다.
그 말인즉슨, 공석이 된 인도에 새로운 지배자가 군림할 시간이 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