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80)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80화(180/537)
하얀 광전사 (2)
대영제국의 왕실이 실질적인 권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19세기 대영제국은 엄연히 군주제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왕실 인사가 직접 특정 가문을 궁전에 초대하는 건 굉장한 영광이었고, 초대 자체가 특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보통 저명한 귀족이거나 군 장성, 유력 정치인인 경우가 대다수다.
아니면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유명한 개인인 경우도 드물게나마 있었다.
특히 지금은 왕실의 인기와 영향력이 여느 때보다도 더 높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버킹엄 궁전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가족 하나를 통째로 궁으로 초대했으니 이 사실이 빅토리아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리가 없다.
“이번에 손님을 들이기로 했다면서요?”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벌써 소식이 귀에 들어갔나보네요.”
“처음 듣는 가문 이름이던데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에요?”
“음···얼마 전에 이야기를 나눠봤으니 아는 사이라고 하면 아는 사이이긴 한데.”
확실히 지금 이 초대는 파격에 가까운 일이기는 하다.
빅토리아가 의아해하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궁에 부른 적은 있어도 일가족을 초대한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
“당신이 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뭔가 생각이 있을 거 같은데 그···나이팅게일? 그 사람이 혹시 장래가 유망해 보이나요? 지금부터 미리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만큼?”
“진짜로 그런지 아닌지 한번 보고 싶어서 부른 거예요.”
“궁금하긴 하네요. 당신이 딸들까지 불러서 잘 대우해줄 정도로 뛰어난 가능성을 본 사람이라니.”
음?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사실 용무가 있는 사람은 딸쪽이고 아빠는 덤이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리가 없겠구나.
보고를 한 사람도 당연히 내가 윌리엄 나이팅게일을 초대한 거라고 생각하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초대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말하려고 하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직 얼굴 한번 보지도 않은 사이니 빅토리아가 오해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해명을 하기가 어렵네.
“어···빅토리아? 그러니까 이번에 내가 용무가 있는 사람은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쪽이 아니에요. 딸쪽이지.”
“···딸? 두 명이 들어올 거라고 했는데 그 중 어느쪽?”
“둘 째라고 하네요. 이번에 내가 하려는 일에 아주 요긴하게 이용···이용이라고 하면 어감이 좀 그렇긴 한데 굉장히 유용한 인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군대 의료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어떻게?”
신경이 쓰이는 건 다행히도 그쪽인 건가.
하긴 나에 대한 빅토리아의 신뢰를 생각해보면 그런 쪽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
“원래는 후원자들과 가볍게 인사만 해보려고 했는데 윌리엄 나이팅게일의 이력이 꽤나 특이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거든요.”
“젠트리라고 했나요? 확실히 주지사 선거에 나간적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정치나 군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그런쪽에 후원을 하는 건 드문 일이긴 하네요. 사실 정치를 할 목적이 아니라면 당신에게 줄을 대려고 후원을 한 것도 아니었을테니. 그렇다고 후원 액수가 당신의 주목을 끌만큼 많은 것도 아니었고요.”
그 말대로 대부분의 후원자들은 목적이 명확했다.
진심으로 군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지갑을 연 이들도 소수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일을 하는 주체가 나였기 때문에 접근한 것이다.
왕실이 가지는 위상이 끝도 없이 오르고 있으니 어떻게든 연줄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돈을 투척한 거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로는 내 관심을 끌 수 없다.
윌리엄 나이팅게일 역시 단순히 후원 액수 자체는 내 이목을 끌 수준은 아니었다.
아무리 부유한 젠트리라고 해도 돈으로만 보면 나는 후원자들 전원을 다 합친 것보다도 월등히 많았으니까.
돈으로 내 관심을 끌고 싶으면 적어도 로스차일드나 베어링 은행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
빅토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관심을 보인 건 젠트리라는 부유층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갔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당신 말대로 그래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윌리엄이 딸이 간호사를 하겠다고 집안을 뒤집어놔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이 좀 동했죠. 처음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의 철없는 행동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요?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네요. 부유한 가문 출신의 아가씨가 간호사라니.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버티지 못하고 금방 나가떨어질텐데.”
“간호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귀족 출신이 시인이 수년째 구애를 하고 있다는데 그것도 다 거절하고 가족들을 설득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니 대단하죠?”
“기특하네요. 그럼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라고 칭찬해 주기 위해서 부른 건가요?”
“간호사가 워낙 고된 직업이니 아버지쪽은 딸이 더 편한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더군요. 아버지로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니 일단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어요. 플로렌스라는 아가씨가 간호사로서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면 그만두게 설득을 잘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 반대라면 중용을 해줘야겠죠.”
내가 원역사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행적에서 주목하는 건 단순히 헌신적인 간호사로서의 능력이 아니었다.
물론 그녀는 간호사로서도 입지전적의 인물이었고 존경과 경의를 받아 마땅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녀가 사회에 남긴 진정한 공헌은 통계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료환경 그 자체를 극적으로 개선해냈다는 거다.
미시적, 거시적 관점에서 둘 다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흔하지 않다.
지금부터 적합한 교육을 하고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면 원역사보다도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건 이미지상으로도 굉장히 좋아요. 지금 간호사들은 잡일꾼 정도의 인식이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여인들은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죠. 일단 이런 인식을 다 뜯어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개선하고 교육기관을 설치해봐야 누구도 지원하지 않을 테니까.”
“아~그래서 나이팅게일 가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겠다는 거네요. 좋은 생각이에요.”
음음, 역시 착하면 척 알아듣는구만.
“하지만 단순히 신분만 좋아서는 그리 큰 반향이 일지 않을 거예요. 내 정책의 홍보모델이 되어줄 사람이라면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 되어줘야죠. 그래야 계속해서 승승장구 할 수 있을 테고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테니까.”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라······.”
밀크티를 홀짝이던 빅토리아가 돌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잔을 탁 내려놓았다.
“흥미가 생기네요. 나도 한번 만나볼래요.”
“···음?”
뭐야 결론이 왜 그렇게 나오는 건데.
물론 사회 상류층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부유층 아가씨에게 여왕이 관심을 가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확실하게 밀어줄거면 나 혼자보다는 빅토리아도 함께 해주는 게 더 효과가 좋을 테니 상관은 없겠지?
나이도 비슷하고 둘다 진취적인 성향일테니 통하는 바도 있을테고.
일단 지금까지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 * *
“윌리엄 에드워드 나이팅게일, 파시노프 나이팅게일,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맞습니까?”
“네, 네. 제가 윌리엄이고 여기 제 딸들이 파시노프와 플로렌스입니다.”
“네. 들어가시죠. 전하와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폐하요?”
분명히 처음에는 국서와 간단히 티 타임을 가질 거라고 했는데 갑자기 웬 폐하?
여왕폐하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했었지만 그건 솔직히 희망사항 정도라고 여겼던 나이팅게일 일가의 눈이 사이좋게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아, 그게 원래 전하께서 자리를 마련하라고 하셨는데 폐하께서 전하께 이야기를 듣더니 흥미가 생기신다고 한번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많이 부담되실까요?”
“아, 아닙니다! 부담이라니요. 영광이죠. 영광···하하하하.”
이전에 주지사 선거를 나간 적도 있고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유지라고 해도 그래봐야 이 나라의 정점인 여왕과 비교한다면 태양 앞의 촛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걸 본적이 없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어쩌면 이번이 그녀에게 다시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봐도 부군 전하가 가족을 초대한 이유는 단순히 아버지 때문은 아니었다.
당장 지금만 봐도 폐하를 만난다는 사실 하나로 눈에 띄게 당황을 하지 않나.
세상에서 가장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긴 하지만 그녀는 객관적인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나라의 국서가 직접 궁전으로 초대할만한 급의 사람은 아니다.
그러면 대체 이유가 뭘까?
아직 이거다 싶은 건 없었지만 이번에 아버지가 갔던 후원행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떻게든 전하나 폐하의 눈에 들면 의료인의 길을 걷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말이 쉽지 다른 누구도 아닌 여왕 폐하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새는 신분제가 그렇게 칼 같은 수준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귀존과 젠트리, 거대 자본가 수준의 이야기일 뿐.
그 대상이 왕과 왕의 배우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뭐···여기서 시간을 더 끈다면 앞으로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한 5년 정도 더 꾸준히 설득을 하면 아버지도 못이기는 척 보내주겠지만 5년이라는 세월을 설득으로 허비하는 건 너무 타격이 크다.
누가 보면 미친 인간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그녀는 이런 성격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설령 이 나라 왕의 앞이라고 해도 그건 달라지지 않으리라.
“폐하를 뵙습니다! 버킹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허락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온데 이렇게 폐하의 존안을 직접 뵙게 되는 영광을 허락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건 공식적인 접견이 아니니 그렇게까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네. 런던까지 오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았고?”
“버킹엄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너무 들떠 여행의 피로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딸 아이들도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런가? 이렇게 보니 두 딸 모두 아주 고울 뿐더러 총기도 넘쳐 보이니 참으로 보기가 좋네.”
여왕께 직접 칭찬을 받자 아버지와 언니는 진짜로 몸둘 바를 몰라하며 고개를 넙죽 숙였다.
물론 자신도 가슴 한쪽이 붕 뜨는 느낌에 조금 어떨떨한 심경이기는 했다.
세상에 버킹엄에서 이 나라의 여왕 폐하를 직접 배알할 수 있게 되다니.
이 나라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드는 음식을 입에 달고 사실텐데도 의외로 몸이 굉장히 말랐고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뭐 더 말할 것도 없다.
언니는 아닌척 하면서도 슬쩍슬쩍 부군 전하의 얼굴을 훔쳐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객관적으로 봐도 굉장히 잘생긴 사람이긴 했지만 지금 신경쓰이는 건 단순히 저 멋진 외모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왕족들과 다르게 부군과 여왕께서는 분명히 군인들이나 서민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의료환경에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착각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여왕이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완연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승부수를 던져봐도 괜찮지 않을까?
관심을 끌어야 한다.
다소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황송하다는 기색 따위는 싹 지운 채 진지하게 여왕과 부군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흥미를 느꼈는지 여왕이 이내 이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라고 했지?”
“예, 폐하.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런던에는 처음 온 건가? 괘찮다면 버킹엄에 온 감상이 어떤지 듣고 싶은데.”
“예, 폐하. 그러니까······.”
운이 좋게도 벌써부터 기회가 온 건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망설일법도 하지만 그럴만한 사람이었다면 어렸을 때부터 간호사가 된다고 설치지도 않았다.
“아픈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놀랐습니다.”
“······?”
“······.”
“제대로 된 환경에서 치료받지 않는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입이 경악으로 딱 벌어지고 언니의 눈동자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게 보였다.
아, 진짜로 저질러 버렸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잖아?
원래 목적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과감성은 필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