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89)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 189화(189/537)
혁명의 불씨
킬리언과의 만남을 마치고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반쯤 귀신에 홀린 기분으로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한번 정도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실제로 나눠보니 이건 뭐 다른 세상에 살다 온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저분의 말에 따르기로 한 게 올바른 판단···맞겠지?”
“이미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지 않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일이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서···마르크스, 자네는 어떤가?”
“나라고 다를 거 있겠나. 자네의 지금 기분이 딱 내 기분일텐데.”
지금까지 살면서 오늘 하루만큼 충격을 많이 받은 날은 아마 없었던 거 같다.
프로이센에서 쫓겨나듯 프랑스로, 파리에서 다시 런던으로 올 때도 상당히 고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어떤 사상적인 충격을 받은 건 아니었으니까.
“엥겔스, 대영제국과 프랑스는 어디가 다른 걸까.”
“그냥 다 다른 거 아닌가? 프랑스의 국왕 루이필리프와 우리가 방금 만난 부군 전하만 비교해 봐도 나라가 왜 저렇게 차이가 나는지 바로 이해가 되는데.”
“그런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 일단 오늘 나눈 이야기로 봐서 현재 유럽의 왕족 중 가장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건 확실한 듯 싶었네. 세상 어느 왕족이 공산주의라는 말에 대해 저렇게 심도있게 생각을 해보았겠나.”
“그건 나도 조금 충격이었는데. 게다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척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자네나 자네의 사상을 정리해둔 나보다도 더 통찰력이 깊어 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공산주의 사상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예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상관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고 정립한 사상이 역으로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독재체제의 합리화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는 말은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듣다보니 너무 그럴듯해서 반박을 할 수 없었다는 게 더욱 분하다.
“그렇게나 자신 있게 옆에서 지켜보라고 했으니 일단 그대로 따르기로 함세. 말뿐인 사람이 아닌 걸 바로 보여주겠다고 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확인할 수 있겠지.”
“자본주의의 완성으로 공산주의 낙원이 도래하게 하겠다···우리 살아 생전에 그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못볼 이유도 없지 않겠나.”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도, 여성도 하루에 16, 17시간을 일하며 죽을 때까지 착취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아이들과 여성들은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았고 곧 성인 남성들도 이런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여기에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십수년 뒤에는 초등 공교육까지 실시해 전반적인 국민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도 했다.
모든 노동자들이 적절한 교육 수준을 받아야 한다는데에는 마르크스도 쌍수를 들고 찬성했다.
애초에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프롤레타리아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니까.
“그나저나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차티스트 운동은 이제 동력을 잃었다고 봐야겠지?”
“그렇지 않을까. 당장 부군 전하께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크게 보장해주겠다고 모두의 앞에서 약속을 하셨지 않나. 총리도 거기에 동의했고.”
“그러고보니 조지가 우리가 돌아오는 대로 자신을 찾아달라고 하지 않았나?”
차티스트 운동을 주도하는 조지 하니는 킬리언과의 대담이 끝났을 때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계속 투쟁을 해나가야하는지, 아니면 여기서 만족하고 상황을 살펴야 하는지.
집단을 이끌고 있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차티스트 운동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던 마르크스는 차티스트 운동은 이미 끝났다고 내심 결론을 내린지 오래였다.
“지금까지의 숱한 혁명가들은 결국 이 사회의 구조 내에서 현상을 해석하고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방향성을 제시했을 뿐일세.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건 세계 그 자체를 변혁시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조지는 진정한 혁명가라고는 할 수 없었어.”
“자네 말대로일세. 오히려 그들의 생각은 혁명가보다는 철학가에 더 어울렸지.”
세계를 완전히 깨부술 각오로 덤벼들지 않는 한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지금까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믿던 신념이었다.
그런 점에서 킬리언은 조금 종잡기가 힘든 사람이었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들어보면 이 사람이 자본가들의 위에 군림하는 왕족의 말이 맞긴 한가 의문이 들 정도의 급진적인 사상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대로 저 위에서 사회를 내려다보는 사람답게 지극히 현실적인 입장이 돋보였다.
대게는 그러면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로 남기 마련이지만 킬리언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으니 일단은 믿고 지켜볼 뿐이다.
만약 그 역시 말뿐인 사람이었다면 미련없이 곁을 떠나 다시 대륙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래도 적어도 당분간은 이 나라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 옆에서 지켜볼 것이다.
만약, 정말로 킬리언 고어가 세계를 변혁하고 공산주의 세상이 도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지도자라는 확신이 든다면···.
그때는 최선을 다해 이 나라의 자본주의가 완성될 수 있도록 모든 능력을 아끼지 않고 도울 것이다.
마르크스는 그렇게 엥겔스와 함께 기나긴 유럽 방랑을 끝내고 당분간 대영제국에 정착하기로 확실히 마음을 정했다.
* * *
한 순간에 자본주의 맹주와 공산 천마라는 두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두 배로 불어난 건 아니었다.
일단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구워삶는데 반쯤 성공한 이상 당분간은 공산주의가 혁명의 도구로 쓰일 일은 없다.
공산주의의 시작은 자본주의의 완성이니까.
이 공식 헷갈리는 놈은 공산주의 사상을 자신의 사욕을 위해 악용하려는 독재 꿈나무다.
이렇게 확실히 가이드 라인을 정해두면 부패한 자본가들 목을 다 쳐버리고 사회주의 낙원을 이룩하자는 빨갱이들이 설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내가 곧 교주고 나의 대호법 마르크스가 적어주는 이론이 절대적 진리가 될테니까.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진짜로 나를 믿고 따라야 한다.
아직 행동으로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으니 저들은 내가 진짜 언행이 일치하는지 반신반의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을 터.
나는 구상해두었던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기 위해서 웰즐리 총리를 버킹엄 궁으로 불러들였다.
“공장법 발의 일정을 조금 더 앞당기자고요?”
“예. 총리님도 아시겠지만 지금 차티스트들은 의견이 절반으로 갈려서 서로 치열하게 논쟁하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보다 빠르게 치고 들어간다면 당장 보통 선거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차티스트들은 내부에서 고립될 겁니다.”
“하지만 공장주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언젠가는 시행을 하겠다고 이미 말해두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발의는 하되 적용을 지금 당장 하는 건 아니라고 하면 됩니다. 이 세상에는 계도기간이라는 아주 멋진 단어가 있으니까요.”
“아하. 그러니까 법안은 통과시키고 적용은 한참 뒤에 하자?”
눈 가리고 아웅이긴 하지만 법안이 이미 통과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노동자들에게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계도기간을 딱 정해두면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장주들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그들도 시간이 좀 지나면 느낄 겁니다.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해줘야지 너무 쥐어짜기만 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걸.”
“···흐음, 그건 글쎄요. 공장을 경영하는 이들은 워낙 이익에 민감한지라 허튼데 돈이 나가는 걸 견디지 못합니다. 그것도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반영구적이라면 더더욱 반발을 할 것 같은데요.”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니까 일단 계도기간을 3년 정도로 잡죠. 그 전에는 지금 이미 통과된 아동, 여성 노동 제한 시간을 준수하고 있는지만 체크하고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라고 해두면 될 겁니다.”
지금 상당수의 공장들은 노동자들을 집에도 보내지 않고 계속해서 일하게 하기 때문에 공장 안에서 잠을 자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따로 취침공간을 만들어줬을까?
우리 19세기의 자본주의가 그렇게 무른맛일리가 있겠나.
침구는 커녕 땅바닥에 누워서 잘 공간을 마련하는 것조차 그냥 기다란 줄을 걸어두고 거기에 기대서 자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하면 노동자들이 누워서 자는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니 공간을 아낄 수 있고 좋지 않은가.
정말로 천재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진짜 그 어떤 제약이나 규제도 없으면 인간이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지금 현 시기의 자본주의가 아닐까.
“계도기간을 3년으로 잡으면···그래 반발이 좀 클 거 같은데요. 최소 5년은 달라고 할 겁니다.”
“3년이면 충분해요. 당연히 반발이 있겠지만 3년만 있으면 슬슬 그들도 느낄 겁니다.”
웰즐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였으나 앞으로 3년만 있으면 전 유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혁명이 퍼져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둔 대영제국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넘어갈 수 있겠지.
원역사처럼 차티스트 운동가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리도 없으니 더더욱 평온한 1848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대영제국의 성숙한 자본주의 덕분이라는 기사가 계속 날 테니 머리가 있는 자들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을 거다.
느끼지 못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계속 유도를 하면 될 테니 결국 모두가 알 수밖에 없다.
자본가들이 몸뚱아리 위에 붙어있는 모가지를 제대로 간수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는 노동자들이 숨을 쉴 수 있게는 풀어놔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이야 중산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겠지만, 계도기간이 끝날 때쯤이면 모두가 총리님의 선견지명을 칭송할 겁니다. 언제 제가 틀린 말 하는 거 봤습니까? 저만 믿으세요.”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조금 이해가 안가지만 전하의 말대로 전하가 틀린 적이 없었으니 믿고 밀어붙여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저도 이번에 정부와 의회가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총리님의 편을 들어드리죠. 그것만으로도 의회를 향한 여론이 꽤 호의적으로 바뀔 겁니다.”
평상시라면 의회도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그들은 여론관리를 해야한다는 절박함에 목이 마른 상태다.
어느 정도 계산을 끝낸 웰즐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전하의 뜻대로 내일이라도 바로 우리측 의원들에게 공장법을 보다 빨리 발의하라고 주문해두겠습니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주겠다고 하면 아마 반대도 최소화 할 수 있겠죠. 어렵지 않게 통과될 테니 기다리고 계시면 될 겁니다.”
“아아, 그리고 총리님. 한 가지만 더. 프랑스 대사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좀 마련해주십시오.”
“···프랑스 대사와요?”
“예. 프랑스측에 긴히 해둘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안보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고 하면 그쪽도 절대 거부하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이건 대영제국 왕실과 프랑스의 거래가 될 테니 그 부분은 총리님이 알아서 잘 처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왕실과 프랑스가 거래를 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전하의 권한이니 의회나 정부는 일단 간섭을 하지 않도록 하죠.”
좋아.
내가 프랑스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의회나 정부는 짐작조차 할 수 없겠지.
사실 프랑스를 도와주겠다는 마음 자체는 진심이었다.
1848년 혁명으로 프랑스의 국왕이 퇴위하고 임시 공화국이 설립된다는 건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실이니까.
하지만 혁명으로 나라가 뒤집히는 걸 친애하는 나의 교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본다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거든.
그러니 혁명으로 나라를 뒤엎는 자극적인 광경은 당분간 송출 금지다.
물론 이건 공짜는 아니다.
대영제국 왕실이 프랑스 왕실의 은인이 되는 셈 아닌가?
대가는 두둑하게 받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