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38)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38화(238/537)
< 선택과 집중 >
니콜라이 황제는 초조했다.
개전 초만 하더라도 손쉽게 오스만을 압도한 그는 러시아 제국의 강력함에 한껏 취해 있 었다.
그 옛날 치열하게 혈전을 주 고받던 상대가 이제 더없이 허 접하게 보일 때만큼 우월감이 느껴지는 상황은 또 없다.
전 외무 장관 네셀로데는 대 영제국이 아무런 전쟁의 준비 가 되어 있지 않다고 호언장담 을 했기에 거칠 건 아무것도 없 었다.
속선속결로 오스만을 밟고, 이후 시끄럽게 왕왕 대는 프랑 스와 적당히 타협하는 게 원래 러시아가 세운 완벽한 계획이 었다.
프랑스가 꽤나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국가라고는 하지 만 단독으로는 절대 이쪽에 선 전포고를 할 수 없다.
그러니 강하게 나가도 된다 는 논리였는데 저 망할 영국이 끼어들면서 이 모든 판이 어그 러져 버렸다.
그래도 처음에는 나름의 자 신감이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흑해는 러 시아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였 고 제 아무리 영국이 세계 최강 이니 뭐니 힘주고 다녀도 여기 에서라면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왜, 시노페 해전에서도 이쪽 은 거의 교전비 100대 1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치를 달성하며 오스만 해군을 죄다 물고기밥 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나.
이 정도로 강해졌다면 지상 포대의 지원을 받는 위치에서 는 능히 영국의 해군과도 싸워 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히모프 제독에게 오데사를 방어하라는 특명을 자신있게 내린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 밥이 되어버 리는 건 이쪽의 배였고.
제해권을 한번 빼앗기자 여 기저기서 숨도 못쉬게 포격이 쏟아지며 수도는 매일매일 각 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소식 으로 난리통이 되어버렸다.
“폐하! 적군의 함대가 또다시 상트페테르 부르크 인근에 나 타났습니다. 근처의 도시들이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폐하! 아조프 해의 항구에 있는 물자를 군에 보급해 달라 는 현지 사령관들의 요구가 계 속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 조프 해를 탈환해야 합니다!”
“폐하! 흑해에서 몰래 물자를 수송하던 아군 수송선 5척이 영국에게 나포됐다고 합니다!”
이런 썩을. 이런 보고를 올려 서 자신보고 뭐 어쩌라는 말인 가.
어차피 영국 놈들이 날고 기 어봐야 수도에 병력을 집중해 놓은 이상 이곳에 직접 상륙하 는 건 무리다.
그러니 인근 도시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쪽을 구원할 여 력 따위는 없었다.
억울하면 수도로 들어와서 살든가.
일견 냉정하게 보이지만 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군을 내보냈다가 수도의 방어 가 약해진 틈을 타서 영국 놈들 의 함대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어쩌면 놈들이 그걸 원하는 걸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섣부 르게 수도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는 없었다.
가뜩이나 지금 병력이 여러 곳으로 퍼진 상황이라 통제하 기도 힘든데 이 이상 군을 쪼갤 수는 없다
“군을 집중해야 하는 지역은 크게 두 곳. 이곳 수도와 크림 반도의 세바스토폴이다. 여유가 된다면 캅카스에서 오스만군을 밀어내는데 투입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할 수밖에.”
“폐하···.”
관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으 나 그들이라고 당연히 별다른 대안이 있는 건 아니었다.
러시아의 국토는 너무나도 넓었고 지금 각지에서 일어나 는 싸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 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 다.
지켜야 할 지역을 선택하고, 거기에 병력을 집중하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다.
그래서 황제는 참았다.
핀란드 대공국이 쑥대밭이 되고 헬싱키가 폐허가 되도.
계속해서 참았다.
피땀 흘려서 만든 올란드 제 도의 조선소가 다시는 제 기능 을 하지 못하게 됐어도.
반격의 때가 올 때까지 참아 야 하는데···그런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소식이 저 먼 동쪽으 로부터 날아왔다.
“폐하. 코레야와 야폰이 프리 모리예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누가 어디를 공격 해?”
“코레야와 야폰이···특히 야폰 은 선전포고도 없이 본국의 사 할린 섬을 공격해 병사들의 항 복조차 받지 않고 모두 참수했 다고 합니다.”
뭐지? 하도 안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다보니 이제는 환 청까지 들리는 건가.
선전포고야 그렇다고 치자. 저 놈들은 영국의 동맹이었으 니까.
그런데 직접 군사를 일으켜 서 이쪽의 영토를 공격했다는 말인가?
아시아의 노란 원숭이들이?
“···선전포고문은?”
“코레야는 비교적 빠르게 보 내왔고 야폰은 공격을 한 뒤에 뒤늦게 선전포고를 해왔습니다. 놈들의 말에 의하면 갑자기 악 천후가 심해져서 배가 중간에 표류를 했다고······.”
“뭔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 를!”
헬싱키 항구가 박살이 났다 고 했을 때도 이렇게 열이 받지 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감정을 주체하기가 힘 들었다.
헬싱키야 숙적 영국의 함대 에게 박살난 거니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상대는 세계 최강의 함대 전 력을 보유한 바다의 깡패들이 었으니까.
그런데 야폰? 코레야?
이쪽이 무서워서 영국에게 쪼르르 달려가 불가침 조약을 맺어달라고 징징 거렸던 놈들 이 아니던가.
그리고 마지못해 협정을 맺 어줬더니 고맙다고 굽실거리던 놈들이 전쟁이 터지자마자 이 쪽의 등에 칼을 꽂아?
“아무리 우리 군의 병력이 없 다고 해도 프리모리예에 있는 방어군이 코레야나 야폰 따위 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 다는 말인가?”
“그것이···야폰 놈들이 기습을 해서 사할린을 점거하는 통에·· ····.”
“아무리 그래도 블라디보스 톡에 병력이 있을 거 아닌가!”
“예, 예. 있습니다. 그런데 겐 나디 임시 사령관의 말에 의하 면 영국의 아시아 함대가 언제 블라디보스톡을 칠지 모르니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고 합니 다.”
“동 시베리아 군은? 거기에도 소수나마 병력이 있지 않았나?”
이제는 하다하다 시베리아 촌구석에서까지 병력을 긁어모 아야 하나 싶지만 어쨌든 쓸 수 있는 거 끌어다 써야 한다.
전쟁통 한복판에서도 실리가 아닌 자존심을 찾는 게 우스워 보이긴 했으나 러시아는 원래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사는 나라 였다.
이 위대한 제국이 다른 나라 도 아니고 코레야와 야폰 같은 삼류 아시아 국가에게 선빵을 맞고 영토까지 빼앗겼다.
이걸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전 쟁이 끝났을 때 황제의 권위를 어마어마하게 깎아먹는 장애물 로 남을지도 몰랐다.
“동부 시베리아군은 소수에 불과하지만···있기는 있을 겁니 다. 아마도······.”
“딱히 시베리아가 아니라도 상관없어. 그냥 현재 전선에 직 접 투입되지 않은 병력 중 동부 에 주둔중인 병력은 프리모리 예로 돌려라. 저 건방진 나라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박살을 내 야겠다.”
“폐···아니, 알겠습니다. 명대 로 하겠습니다.”
이거 봐라. 한번 웅크리고 약 하게 있으니까 이제 별 거지 같 은 놈들까지 동급인줄 알고 기 어오르지 않나.
하지만 상대를 잘못 건드렸 다. 대 러시아 제국은 절대 약 소국의 도발을 참지 않는다.
실리보다 자존심을 우선시할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존 심이 실리보다 덜 중요한 건 아 니다.
아시아 국가에게 영토를 빼 앗긴 유일한 유럽 국가라는 낙 인만큼은 절대 감내할 수 없다.
저 멀리 동쪽 구석에 박혀 있 는 네 개의 섬 조각과 하나의 반도를 바라보는 황제의 눈이 복수심으로 활활 타올랐다.
* * *
아이, 일이 잘 풀릴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이렇게 모든 게 착 착 들어맞으니 이제는 불안해 질 지경이네.
빠른 시일내에 답신을 주겠 다고 한 프로이센은 정식으로 참전을 하기로 결정하고 군을 일으켰다.
동맹국중에 가장 먼저 빠르 게 참여할 걸로 보였던 오스트 리아보다도 한발자국 더 빠른 참전이었다.
덕분에 발트해 전역을 누비 고 다니는 함대의 운용에도 한 층 더 탄력이 붙었다.
이제는 진짜 머지 않아 러시 아 황제가 수도를 버리고 동쪽 으로 런하는 광경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프로이센과 오스트 리아가 거의 동시에 참전하겠 다는 의사를 밝히자 크림 반도 전선의 사령부는 한결 여유를 되찾았다.
-아 이거 여기서 천천히 놈들 을 말려 죽이고 있으면 알아서 대문 열고 항복할 수도 있겠는 데?
대영제국의 로열 네이비의 지원을 받은 프로이센과 오스 트리아 군이 북상을 시작하면 그때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에 전력을 밀어넣을 수 있을까.
지금 편성되어 있는 지원군 을 당장 수도방어를 위해 돌리 겠지.
그러면 그 순간 세바스토폴 의 운명은 결정나는 거나 마찬 가지다.
이런 게 바로 독불장군처럼 외교를 등한시하고 자기네만 잘났다고 설쳐댄 강대국의 말 로다.
지네가 아무리 쎄면 뭐하나.
사방이 다 적이면 아무리 군 대가 강해봐야 어느 한 곳은 무 조건 뚫리게 되어 있는데.
원역사의 21세기 미국처럼 압도적인 초강대국이라고 해도 저런 짓은 안할텐데 아직 대영 제국보다도 아래인 러시아가 저런 상황에 처한 이상 천천히 고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순히 이걸로 전쟁 이 승리로 끝난다는 말은 아니 었다.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가.
경제가 망해도 박살난 경제 는 러시아의 전통이라며 고고 히 버틸 수 있는 깡을 지닌 나 라다.
아무리 병사들이 죽어도 한 명이 죽으면 두명을 밀어넣으 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끝도 없이 미래의 자원을 갈아댈 준 비가 된 곳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절대로 이길 수 없 는 상황이라고 해도 참전국들 의 발목을 붙잡고 다같이 나락 으로 빠지겠다는 각오를 다질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원역사에서도 니콜라이 황제 가 죽지 않았다면 러시아는 자 기네가 지든 말든 신경쓰지 않 고 계속 병력을 박았을지도 모 른다.
그러니 방심은 금물이다.
이게 원역사와 비슷한 시기 에 일어난 전쟁이라면 모를까 몇년 일찍 일어난 이상 니콜라 이 황제가 언제까지 살아있을 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고 그에 비례해서 아군의 피 해도 늘어날 수 있다.
“파커 제독님.”
“예, 전하.”
세바스토폴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주고받는 연합군과 달리 대영제국의 해군은 그 어 디에서도 승전보만 보내오는 중이다.
제해권을 쥔 쪽이 전쟁을 지 배한다.
이번 전쟁으로 한층 더 자부 심이 드높아진 파커 제독의 얼 굴은 숨길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흑해와 아조프에서는 러시 아의 보급선을 차단하는 것 외 에는 이제 더 일이 없어 보입니 다. 발트 해 쪽에 조금 더 집중 을 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어떻 게 생각하십니까?”
“러시아를 더 안달나게 하려 면 그쪽이 효율적인 방법이 아 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쪽은 어떻습니까? 러시아 입장 에서는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 가 났을 듯 한데.”
“상해 총독에게 막부와 조선 쪽을 크게 칭찬해주고 계속해 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라고 했습니다. 잘만하면 블라디보스 톡을 아예 점령해버릴 수도 있 겠어요.”
진짜로 블라디보스톡에 러시 아 깃발 대신 유니온 잭이 휘날 려도 이쪽이 그걸 계속 가지고 있을 수는 없지만 이후 협상에 선 굉장히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이제 아시아 방면 함 대에도 더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라고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태평양쪽도 연계한다면 러시아 군이 동쪽을 감히 쳐다도 볼 수 없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프 로이센측과 이야기를 좀 더 해 봐야겠네요. 저쪽에서는 진지하 게 수도를 칠 생각까지 하는 모 양이라서요.”
대사의 전보에 의하면 프로 이센의 대표로 나온 사람은 다 른 누구도 아닌 비스마르크라 고 한다.
그가 협상의 대표로 나왔다 는 뜻은 이번 참전에 그 녀석의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됐을 수 도 있다는 의미겠지.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거 같으 니 일단은 그쪽의 의도가 뭔지 좀 파악해보기로 할까.
장기적으로 친하게 지내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비스마 르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프 로이센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것.
언제나 이쪽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좋은 꼭두각시 인형 이라고 생각해서는 언젠가 뒤 통수를 한방 맞을 수도 있다.
그렇게 대강의 현황을 정리 한 내가 프로이센쪽으로 전보 를 치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 막 일어나려던 찰나.
“전하! 아시아쪽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프리모리예 지역에서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충돌? 러시아군이 그렇게 나 발 빠르게 조선과 일본을 공 격했다고?”
아무리 러시아가 머리 끝까 지 화가 나서 병력을 추가 파병 해도 이건 물리적으로 가능한 시간이 아닌데?
철도도 없고, 전신도 깔리지 않은 러시아의 저열한 환경을 고려하면 일본이 사할린을 공 격했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 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충돌이 일어났다는 건···.
“러시아가 자중지란에 빠졌 다는 보고를 받고 만주 인근에 있는 극소수의 청나라군이 움 직인 모양입니다. 조선, 일본군 과 만주군이 충돌해 몇몇의 사 상자가 나왔다는 듯 합니다.”
그러니까 러시아에게 연해주 를 빼앗기고 이를 갈고 있던 청 나라가 지금이 복수할 때라고 싱글벙글 군을 움직였다가 때 마침 연해주로 들어온 조선군 과 충돌했다 이건가?
러시아 영토에서 청나라와 조선 일본 연합군이 충돌했다 니 이거 아시아가 어떻게 돌아 가고 있는 거야.
그나저나 모두가 똑같은 생 각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는 게 웃어서는 안 되는데 웃지 않을 수가 없는 포인트네.
역시 든든하다 한중일 동북 아 삼국.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긴 했 지만 뜬금없이 튀어나온 청나 라라는 변수에 내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이 전쟁에서 언 제나 내 예상을 빗나가는 지역 은 다름 아닌 저쪽 지역이구만.
역시 아시아는 요지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