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49)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49화(249/537)
< 킬리언과 기리안 (8) >
겐나디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는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 다.
그렇기에 그 인간을 사로잡 은 조선의 공이 결코 낮지 않다 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대영제국의 손에 잡혔다면 솔직히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 겠지만, 조선이라는 약소국의 손에 잡힌 추태를 보인 이상 이 제는 빼도 박도 못하겠지.
실제로 굳이 이틀까지 기다 릴 것도 없이 단 하루만에 연락 이 왔다.
“전하. 제가 전하의 뜻대로 따른다면 목숨을 보장받는 건 확실한 거겠지요?”
“그렇다니까요. 이름도 영국 식으로 바꾸고 저기 캐나다에 서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으니 머리 스타일도 좀 바꾸고 수염도 싹 밀고 살을 한 20키로만 찌우면 괜찮을 겁니 다.”
“그런데 제가 모아놓은 재산 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일을 잘 해주시면 평생 놀고 먹을 수 있게 편의를 봐드리죠. 그러면 되겠습니까?”
이미 여기까지 물어본 이상 대답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
겐나디는 혹시라도 누가 들 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본 뒤 희 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게 새어나가면 전 죽음을 위장하기도 전에 바로 암살당할텐데 어떻게 하죠?”
“그건 다 알아서 해드릴 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그냥 사령관 님은 제가 적어준 내용을 기자 들을 불러모은 뒤 실감나게 읽 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 해 보세요. 니콜라이 황제는 본 인의 욕심을 위해 수십만의 병 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 군이다.”
“니콜라이 황제는 본인의 욕 심을 위해 수십만의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군이다!”
좋아, 이 정도면 코딩도 순조 롭게 될 거 같고 남은 건 이게 어떻게 러시아군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하느냐인가.
20세기처럼 라디오라도 대중 화되어 있었으면 조금 더 편했 을 텐데 아무래도 지금은 정보 전달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게 걸렸다.
기껏 멋들어지게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게 러시아의 귀에 는 들어가지 않으면 곤란하니 말이다.
어찌 되더라도 고위 장교들 은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들 이 작정하고 통제를 하면 군의 사기가 붕괴되는 지경으로 이 르진 않을 터.
겐나디가 통수를 칠 거라고 는 예상치 못하고 있는 이 때를 최대한 활용해서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일단 아시아에서는 뭘해도 무리니 유럽으로 데려가서 최 대한 판을 크게 키워놔야겠다.
물론 그 전에 아시아쪽 교통 정리도 끝내놓는 게 마음이 편 하겠지?
솔직히 한명씩 만나는 건 번 거로우니 나는 조선측 책임자 인 이범규와 막부군의 지휘관 인 도야마를 한꺼번에 불렀다.
“우선 두 분 모두 우리 동맹 으로서의 신의를 보여주시기 위해 이토록 열심히 싸워주신 데에 깊은 감사를 표하겠습니 다. 처음에는 함대의 보급만 요 청했는데 이렇게 군대까지 보 내 싸워주실줄은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동맹된 도리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저는 현지 안정화가 끝나면 바로 배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 가야 합니다. 아마 종전협정이 열려도 그쪽에서 열릴테니 여 러분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 되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하 지만 동맹으로서 이토록 열심 히 싸워주셨는데 우리 대영제 국이 여러분들의 이권에 소홀 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미리 들어 두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렇게까지 신 경써주시다니 그저 감사할 따 름입니다.”
“전하의 배려에 쇼군께서도 감동하실 겁니다.”
확실하게 이권을 챙겨다주겠 다는 약속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조선측과 일본측 모 두가 헤벌쭉 웃으며 원하는 것 들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쇼군께서는 그간 로스케들 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겼던 카라후토에 대한 점유권을 확 실히 보장받고 싶어하십니다.”
“그거야 크게 어렵지 않죠.”
“아, 그런데 혹시 이 지역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만약 이곳 을 분할 점령할 계획이신지···.”
사할린만 다 먹어도 배부르 겠구만 연해주도 눈독을 들이 는 건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 닌가.
물론 그쪽도 저걸 아니까 분 할점령 이야기를 꺼낸 거겠지 만 현실적으로 조선이나 일본 은 아직 이 땅을 차지할 체급이 되지 않는다.
“혹시 조선도 연해주의 일부 라도 가져가고 싶습니까?”
“아닙니다. 사실 땅을 넓히고 싶지 않은 국가가 어디있겠습 니까만 여기를 소유해봐야 괜 히 아라사와 분쟁 거리만 늘어 날 듯하고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그리 크지 않을 거 같습니다.”
“본국에서도 그렇게 판단하 는 중입니다. 연해주는 일단 점 령은 하되, 러시아측에 돌려받 고 싶으면 보상금을 내라고 하 고 다시 넘겨줄 계획입니다. 보 상금의 분배는 이쪽에서 적절 히 계산해볼 예정이고요.”
“조선이 이 지역을 차지하지 않겠다면 저희도 욕심을 더 낼 생각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분할해서 점령할 계획이 있다 면 저희 몫도 배분을 받고 싶다 는 말씀이었으니까요.”
일본측은 이걸로 대충 정리 된 거 같고 나머지는 이제 조선 쪽이다.
일본이 사할린을 가져가는 걸 본 이상 그에 준하는 무언가 를 얻어가고 싶을텐데 과연 무 얼 요구할까.
“전하께서는 이번 일을 계기 로 청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 하고 싶어하십니다.”
“조선을 청의 식민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은 이미 정리된 걸 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이 아니라 이번에 있 었던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서 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 내는 게 조선의 정체성에 더 맞 을 거라는 게 전하와 조정의 판 단이라고 전해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공관계 자체를 아예 정리하겠다는 겁니까?”
청이 알면 진짜 개거품을 물 만한 일인데 이렇게까지 강하 게 나간다는 건 확실히 뒤를 봐 달라는 뜻인가.
그만큼 이번에 청이 보여준 추태가 조선에게는 상당한 영 향을 남긴 거겠지.
하긴 내가 조선의 대신이었 어도 지금의 청나라를 보면 진 짜 쟤네와 책봉-조공 관계로 남 아야 하는가 자괴감이 들 거 같 다.
문제는 이걸 전해들을 청의 반응인데. 여기에 조공국에서 벗어난다는 건 그동안 오랜 세 월 한반도를 지배해 온 중원 중 심의 질서에서 벗어난다는 뜻 이기도 하다.
아니면 청나라는 중화의 자 격을 잃었으니 이제는 자신들 이 중화라고 칭하려고 그러는 건가.
뭐가 됐든 간에 꽤나 큰 결심 을 한 셈인데 어쩌면 아시아가 진짜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드 는 건 이 전쟁이 끝난 뒤부터일 지도 모르겠다.
“일단 알겠습니다. 청나라가 아니라 러시아에 받아내고 싶 은 건 없습니까?”
“영토를 원하지는 않고 물자 와 보상금을 조금 더 받아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걸 원합니 다.”
관리도 못할 땅보다는 지금 당장 떨어지는 현금을 원한다 는 말이로구만.
조선의 사정을 고려하면 나 름 실속을 챙기는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후 종 전협상이 열리면 여러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러시 아의 양보를 끌어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겐나디 사령관은 그럼 어떻게 되는 겁 니까? 우리 조선측에서 계속 보 호하고 있으면 되는 겁니까?”
“아니요. 연해주를 떠날 때 우리가 데려갈 겁니다. 아무래 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 있 으면 너무 불안하고 무섭다고 하셔서요.”
“아···그럴 수도 있겠네요. 알 겠습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겐나디의 화려한 배신쇼는 실행 이전까지는 누 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
나는 이후로도 조선과 일본 측의 요구를 들어주며 착실하 게 연해주를 떠날 준비를 마쳤 다.
청나라도 나름 한자리 차지 하겠다고 끼어들려고 했지만, 그쪽은 공을 세운 게 아니라 대 영제국의 동맹을 공격한 과를 상충한 거라는 말에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돌아갔다.
여기에 조선이 이제 조공국 의 지위도 벗어던지겠다고 하 면 그때는 진짜로 너죽고 나죽 자고 덤벼드는 거 아닌가 모르 겠네.
물론 진짜로 그런다면 나는 살고 너만 죽는 결과로 끝날테 고, 청나라도 그 사실을 잘 알 거다.
상식적으로는 찍소리도 못하 고 있어야겠지만 세상 일이라 는 건 꼭 그렇게 이성적으로 흘 러가지만은 않는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 실이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 거였으니까.
* * *
조선군이 아라사의 사령관을 생포하고 이번 전선을 종결짓 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소 식이 조정에 당도했다.
어쩌다보니 등 떠밀리듯 참 전한 전쟁에서 이렇게나 큰 공 을 세울줄이야.
이 뜻밖의 희소식에 비변사 는 물론 왕실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이렇게 되면 전쟁이 끝날 때 보상금을 꽤나 두둑하게 받아 낼 수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적어도 이번 전 쟁을 위해 지출한 물자의 몇 배 이상을 보충할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영길리의 요구에 적 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김좌 근 대사의 의견이 옳았습니다. 아라사는 역시 영길리의 적수 가 아니에요.”
처음에는 김좌근이 구라파까 지 보낸데에 앙심을 품고 일을 대충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 을 펴낸 인간들이 누구였더라?
이환은 가능하다면 대놓고 실소를 흘리고 싶었지만 안타 깝게도 이제 그런데에 체력을 허비하는 것조차 아까울만큼 몸이 좋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청에게서 완전 히 떨어져 나오겠다는 과인의 뜻은 잘 전달이 되었겠지?”
“물론입니다. 영길리의 기리 안 과이도 이쪽의 뜻을 확실히 알겠다는 답을 주었다고 합니 다.”
“다행이로군. 그러면 지금부 터는 우리가 청을 상국으로 인 정하지 않는 명분을 확보하는 데 전념해야겠다. 좋은 의견을 가진 이들이 있는가?”
“전하! 신 병조판서 서기순 아뢰겠습니다. 청이 이번에 보 여준 전쟁은 도저히 천자의 나 라라고 할 수 없는 무도함으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전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라사를 공격 하는 그 방식부터가 너무나도 저열하지 않았사옵니까. 어찌 그런 나라가 중화의 법도를 지 키는 상국이라 할 수 있겠습니 까.”
“병판의 말이 옳다. 이번에 청이 행한 일은 우리가 왜인이 라 부르는 저 왜군조차 하지 않 을만큼 치졸하기 짝이 없었으 니.”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이범 규가 답답할 정도로 정석대로 임한 덕분에 굉장히 좋은 명분 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사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조선이 천조질서를 따르고 유 학의 도를 숭상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 라의 근간을 부정한다는 건 심 각한 권위의 실추로 이어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이 주장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청은 이제 중화의 중심이라 는 자격이 없으니 아예 칭제건 원을 하고 조선이 새로운 중화 라고 천명하든가.
아니면 청이 가지고 있던 천 명이 다른 국가로 이동했다고 설파하고 청과의 관계를 정리 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일견 화끈해 보이기는 해도 지금 당장 저렇 게 하기엔 조금 부담되는 측면 이 있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제일 무난 한 방법이었으나 그럼 새로운 천조질서의 중심을 어느 국가 로 놓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일단 두 번째 방법을 취했다 가 자연스레 첫 번째로 이동하 는 게 가장 뒤탈이 없는 수순이 기는 한데···.
“그러고보니 연해주에 있는 기리안 과이는 이후 어떻게 움 직일 예정이라고 하던가?”
“우선 연해주 지역의 점령이 끝나면 바로 구라파로 돌아간 다고 합니다. 아직 구라파의 전 투가 한창이니 여기에 더 머물 여건이 되지 않는 듯 합니다.”
“바로 돌아간다고?”
그래도 연해주까지 왔는데 진짜로 볼 일만 보고 쌩하니 가 버릴 줄은 몰랐다.
이쪽만이 아니라 막부의 쇼 군도 보고 가지 않는 걸로 봐서 는 그쪽 나름대로 이미 얻을 건 다 얻었다고 판단하는 걸까.
새삼 이환은 이야기로만 들 었지 자신은 그를 한번도 본적 이 없다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현재 아시아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힘과 권력을 지닌 인물.
어쩌면 이 나라 억초창생의 주인인 자신보다도 조선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모르 는 사람.
조선의 피가 흐르면서도 저 먼 구라파의 강대국에서 최고 의 위치까지 올라간 인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니 좀 억울하지 않나.
잠시 용상을 손가락으로 두 드리던 그는 결국 충동적인 한 마디를 불쑥 입밖으로 내뱉었 다.
“이범규 장군에게 파발을 띄 우라. 기리안 과이가 구라파로 돌아가기 전에 짐이 꼭 직접 만 나보고 싶어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