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5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51화(251/537)
< 꼬우면 네가 와라 >
조정의 분위기가 무겁다.
거의 실신할 때까지 기마를 매섭게 몰아붙여서 당도한 따 끈따끈한 대답에 고관들은 국 왕의 눈치만 보며 입을 열기를 꺼리는 중이었다.
누군가 용감하게 무도한 기 리안 과이의 오만함을 비판해 야 했으나 그럴 깡을 지닌 사람 은 누구도 없었다.
그랬다가 너 지금 영길리와 한판 하자는 거니? 라는 공격을 받기라도 하면 그 순간 귀양 확 정이었기 때문이다.
“···동래로 오라고 했다고.”
“전하. 동래는 너무나도 먼 길이옵니다. 내의원 의원들과 의녀들이 각별히 주의를 한다 고 하더라도 옥체에 심각한 부 담이 될 수 있사옵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제물포라 면 모를까 동래는 아니되옵니 다!”
“허나 저들의 군함의 경로상 제물포까지 꺾는 건 불가능하 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기리안의 주장은 그렇 게까지 억지를 부리는 건 아니 었다.
아직 구라파의 전쟁이 끝나 지 않은 시점에서 한성까지 대 규모 환대를 받으며 갈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하는데 이쪽이 뭐라고 하겠나.
게다가 실제로 연해주에서 배가 내려오는 이상 제물포로 오려면 한반도를 한바퀴 빙 돌 아야만 한다.
안 그래도 시간이 없어서 한 성으로는 못 오겠다고 한 이상 제물포에서 만나자는 말은 애 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전하! 하오나 전하께서는 이 조선의 주인이십니다. 그러니 이 조선 땅에서 전하께서 직접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겨야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기리안의 말에 틀린 구석이 있는 건 아니지 않 는가.”
만약 이쪽이 만나자고 했는 데 너는 그럴 급이 아니니 네가 와라라는 답이 왔다면 이건 충 분히 모욕이라 받아들일만 하 다.
그러나 기리안은 어디까지나 유럽의 전쟁이 끝나지 않아 시 간상 한성으로 올 수가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그래도 정 만나고 싶다면 동 래에서 하루 기다릴 수 있으니 결정하라고 선택권을 이쪽에 넘긴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교묘한 방법이었으나 원래 외교는 교 묘하게 하는 법이다.
꼬아서 보면 치사한 거고 좋 게 보면 능수능란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어쨌거나 명분상 트집을 잡 을 수 없었기에 조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가지였다.
시간이 없다니 아쉽다. 다음 에 보자고 정중히 답을 보내고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는 것.
아니면 그렇다면 이쪽이 너 희들의 사정을 고려해 배려를 해주마라고 하며 직접 동래까 지 행차하는 것.
원래라면 전자를 고르는 게 맞았지만 문제는 이환에게는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시간 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 길어봐야 이년에서 삼 년, 짧으면 내년에 눈을 감을지 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여기서 어떻 게 더 기다리라는 말인가.
지금의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동래까지 왔다갔다 하는 건 꽤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그냥 이 참에 시원하게 외부의 공기 를 맡고 궐 밖을 구경하고 싶다 는 마음도 있었다.
“예판, 짐···아니, 과인이 동래 까지 내려가는 게 조선의 위신 에 그렇게까지 먹칠을 하는 행 위인가?”
“전례가 없는 일인 건 맞사옵 니다.”
“과인이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는 영길리의 국서를 배려해 동래로 걸음을 하는 건 오히려 양국의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 히 하는 미담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 같사옵니다.”
원래 말이라는 건 가져다붙 이기 나름이니 이것도 조선의 아량을 보여주는 미담이라고 포장하면 그만이긴 하다.
“그리고 과인은 가끔 이런 생 각이 든다. 과인은 조선의 왕인 데 정작 이 두 눈으로 담은 조 선의 땅은 사대문 안쪽의 땅과 한성 인근이 전부가 아니었던 가. 한번쯤은 저 먼 곳까지 내 려가면서 조선의 국토를 과인 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지 않을까?”
“전하.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 는 전하의 어심을 헤아리지 못 한 신들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경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 나. 자신을 탓할 시간이 있다면 동래로 갈 준비에 집중하도록.”
마지막으로 조선의 강산을 두 눈에 담고 이 땅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왕으로서 해야 할 의무는 다 하고 간다고 볼 수 있겠지.
뒷일이 좀 불안하기는 하지 만 김좌근도, 다른 대신들도 능 력이 없는 건 아니니 그냥 믿을 수밖에.
김좌근의 경우 야망이 좀 걸 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분간 영길리에서 돌아오지 못할테니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그토록 소문이 무 성한 화제의 인물을 직접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펑펑 샘솟았다.
동래든 어디든 만나러가주마.
그러니 부디 실망스러운 만 남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 다.
* * *
-대영제국의 국서의 바쁜 일 정을 고려해 직접 동래까지 가 도록 하겠습니다.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설마 진짜로 이런 답이 돌아올줄은 몰랐네.
확실히 역사의 나비효과가 무섭다는 게 실감이 간다.
그 조선이 이렇게나 유연한 대응을 보여주다니.
물론 이건 전적으로 헌종의 의지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나를 보 고 싶어한다고 해석해야 하는 거겠지?
무슨 논의를 하고 싶은 건지 추론해보면 그럴싸한 게 너무 많아서 정확히 콕 찝어서 이거 다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래도 뭐가 됐든 간에 국왕 이 직접 한성에서 동래까지 올 가능성은 낮다고 봤는데 이걸 진짜로 추진할 줄이야.
적당히 거절하려고 둘러댄 거였는데 이러면 만나줄 수밖 에 없게 됐잖아.
“전하. 그러면 조선의 국왕과 는 어디서 대화를 나누시겠습 니까? 저쪽에서는 동래성 내부 에서 보자고 하고 있습니다만.”
“함장님의 의견은 어떻습니 까? 실질적인 군의 지휘관은 함 장님이니 여기서는 함장님의 의견에 따라야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군함 의 바로 인접한 항구라면 모를 까 저기 내부까지 들어가는 건 저로서는 반대입니다. 만에 하 나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효율 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보장 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동맹국의 왕이 직접 오는 건데 그럴리가 있겠습니 까.”
“그건 그렇긴 하지만···크흠.”
왠지 모르게 윌리엄 함장의 헛기침 소리가 청나라라는 단 어로 들리는데 기분 탓이려나.
하긴 실제로 동맹을 맺어놓 고 뒤통수를 쳐버린 아시아 국 가가 뻔히 있는 이상 마음 한켠 에는 이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 니다.
“그러면 함장님은 아예 조선 의 왕을 우리 함선에서 맞이하 자는 겁니까?”
“예. 어쨌거나 이건 확실히 협의된 만남이 아니라 다소 즉 흥적인 회담이니 함내가 아니 라면 저희가 전하의 안전을 완 벽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 다.”
“일리가 있긴 하네요. 조선측 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 지만.”
안 그래도 이쪽을 만나겠다 고 동래까지 왔는데 조선의 땅 이 아닌 영길리의 군함으로 올 라오라고 하면 조선은 이걸 확 실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가능 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 내세울 명분이 없는 건 아니다.
윌리엄 함장의 말마따나 청 나라라는 불신의 아이콘이 있 기 때문에 장교들이 불안해하 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조선측은 우 리는 청나라 따위와는 다르다 고 할 수도 없으니, 뭔가 반박 을 하기 애매해진다.
그리고 윌리엄 함장도 더 말 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영제국 의 함선 위에서 조선의 국왕을 맞이하는 건 양국간의 힘의 서 열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의 미도 있었다.
대영제국의 국서가 함에서 내려 조선의 땅에서 왕을 만나 느냐.
조선의 왕이 대영제국의 영 역인 함선 위로 올라와 국서를 만나느냐.
고작 몇십 걸음 움직이는 차 이에 불과하지만 이 몇십 걸음 이 외교에서는 결정적인 차이 를 만드는 것이다.
힘의 우위를 그대로 드러내 려는 쪽과 버티려는 쪽의 자존 심 줄다리기라고 표현하면 적 절하지 않을까 싶다.
나로서는 헌종이 동래까지 오는 이상 내려가서 만나줘도 상관은 없지만 대영제국의 국 서로서는 최대한 자국의 이익 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일단 함선 위로 올라오는 게 어떻겠느냐 하고 죽어도 안된 다는 답을 보내올 게 뻔하니, 그때는 그걸 구실로 여러가지 양보를 받아내면 되지 않을까.
조선의 체면을 세워주었으니 당연히 그쪽도 나를 위해 뭔가 를 내어줘야하지 않겠어?
나는 뭘 요구하면 좋을까 몇 가지 요구사항을 떠올리며 몇 가지 지시사항을 적어 함장에 게 건네주었다.
“우선 조선측에 이 기함을 만 남의 광장으로 쓰자고 전해주 세요. 그쪽에서는 당연히 안된 다고 할 테니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그쪽의 요구사 항을 다 듣고 나에게 그대로 전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선의 왕과 직접 대면한다고 하니 감 회가 새로운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내 전생을 고려하 면 이런 감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물론 애틋하다는 감정이 아 니라 순도 100% 신기하다는 감 정이었지만 그렇기에 곧 있을 만남이 더 기다려졌다.
일본에서 쇼군이나 덴노를 만났을 때와는 또다른 심정이 다.
진짜로 사극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곤룡포를 입고 올까?
그런 실없는 의문부터 과연 헌종과 나의 촌수는 얼마나 떨 어져있을까 하는 나름 중요한 의문까지.
조선의 국왕을 기다리는 동 안 나의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 * *
신하들의 걱정이 거세긴 했 지만 의외로 동래까지 오는 길 내내 헌종의 건강은 예상처럼 악화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답답한 궁안을 벗어 나 바깥의 공기를 쐬며 조금씩 걸어보기도 하는 게 도움이 됐 는지 이전에 비하면 몸이 조금 더 가벼운 거 같기도 했다.
물론 다 죽어가듯 골골대던 사람이 많이 아프다 수준으로 나아진 정도지 건강이 회복됐 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이곳저곳 들리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만끽하고, 동래부사와 민초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읍성으 로 들어오니 기분이 이보다 더 상쾌할 수는 없었다.
“무어라? 기리안 과이가 회담 을 자신들의 군함 위에서 하자 고 했다고?”
눈치없는 동래부사가 이 말 을 조금만 더 늦게 했다면 상쾌 한 기분이 더 오래 지속됐을 텐 데 아쉬울 따름이다.
“예. 기리안 전하는 읍성으로 들어오고자 했는데 휘하 병사 들의 걱정과 만류가 너무 심해 힘들다고 합니다.”
“아니, 우리는 동맹국인데 동 맹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인 가?”
“그것이 저번에 청나라의 사 례가 있어 지휘관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조심하는 중이라 고 합니다.”
“허참, 이놈의 청나라는 이제 도움이 되는 구석이 없구만.”
“저, 전하! 어찌 그런 망극하 신 말씀을···.”
설마하니 국왕의 입에서 대 놓고 청을 까는 말이 나올 거라 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걸까.
동래부사만이 아니라 함께 온 대신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 렸다.
하지만 이미 앞으로 조선이 나아갈 방향을 정한 그에게는 자신의 말을 듣고 청나라가 듣 고 이가 갈리든 머리가 빠지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왜, 그렇지 않나? 지금 청나 라 때문에 끝까지 정도를 걸으 며 중심을 지켰던 우리 조선이 도매급으로 믿지 못할 아시아 국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생겼 는데.”
“저, 전하! 망극하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조선은 저 들과는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 여주어야겠다. 그나저나 배 위 에서 회담을 하자고? 좁아터진 배에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 눌만한 공간이 어디······.”
저 멀리 보이는 항구를 내려 다보며 혀를 차던 이환은 눈앞 에 보이는 웅장한 모습에 그대 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저게. 영길리가 말 하는 배라는 말인가?
이전에 한강에 유람을 갔을 때 자랑스러운 조선의 수군입 네 하면서 병조에서 보여주었 던 배와는 근본부터가 다른 물 건이지 않나.
저런 걸 한 척도 아니고 여러 척을 운용하면서 전 세계를 누 빈다고 하니 어째서 영길리가 세계 최강제국인지 바로 이해 가 됐다.
청나라? 걔네가 누구였더라 벌써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해지 는 것 같네.
“저 배위에서 회담을 하자라 ······.”
“전하, 지금 바로 거절을 하 겠사옵니다.”
“아아, 아닐세. 내 말하지 않 았나. 우리는 청나라와는 다르 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보이 겠다고. 그러니 일단은 저들에 게 맞춰주는 게 어떻겠나? 그리 고 과인도 저 크고 웅장한 배에 한번 올라보고 싶은데.”
“···예?”
반 강제로 끌려오다시피 한 예조판서는 물론 동래부사가 황당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이 쪽을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경들은 저기에 한번 타보고 싶지도 않나? 그렇다면 여기에 있게. 과인만 다녀오도록 할 터 이니.”
“아, 아닙니다 전하!”
“전하께서 가시는데 어찌 저 희가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 까.”
이환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 는 두 사람의 시선이 대영제국 의 웅장한 군함을 힐끗 곁눈질 로 보는 걸 똑똑히 보았다.
그럼 그렇지 역시 이 인간들 도 마음속으로는 저기 한번쯤 타보고 싶었구만.
“이 모든 건 청나라의 탓이니 사관은 그리 기록하도록 하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을 하 니 이만큼 편할 수가 없다.
멍하니 손을 움직이며 기록 을 남기는 사관을 뒤로한 채 이 환은 기리안이 기다리는 거대 한 배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 겼다.
“자, 그럼 먼 곳에서 온 친척 을 만나러 가보도록 하지. 하루 밖에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했 으니 서둘러야 하지 않겠나?”
원래 뒤가 없는 사람만큼 예 측이 불가능한 건 없다.
옛 성현들의 말을 몸소 증명 해 보이기로 한 이환은 살면서 이토록 자유로운 기분을 느껴 본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