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53)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53화(253/537)
< 대양천조국 >
“그럼요. 원하는만큼 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전라도까지 타고 가시겠 습니까? 동래에서 한성으로 가 느니 전라도쪽에서 올라가는 게 조금이라도 가깝지 않겠습 니까.”
“그럴까요? 아, 그런데 어의 가 극렬하게 반대를 할 거라 그 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 까지 오는 것도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한 사람이라.”
“어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 데 혹시 전하께서는 지금 앓고 계신 병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계십니까?”
“···글쎄요. 정확한 건 모르겠 습니다. 사실 건강이 원래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부끄럽게도 아직 후대를 이을 아들도 보지 못했고요. 그래서 몸에 좋다는 여러 음식을 계속 먹어보았지 만 딱히 차도가 없더군요.”
수박 겉핥기 지식이긴 하지 만 헌종은 세도가를 견제하며 왕권을 강화하던 도중 안타깝 게도 이른 나이에 요절했을 것 이다.
그래서 언제나 이럴 때 빠지 지 않고 등장하는 독살설 같은 음모론도 돌아다녔지만, 느낌상 독살은 아닌 걸로 보였다.
지금 이야기를 나눠보니 헌 종 정도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 라면 최대한 오래 살려둬서 자 리를 지키고 있게 만드는 게 나 에게도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아무리 좋은 이야기 를 많이 나눠도 헌종이 돌아가 는 대로 수명이 다해 진짜 헌종 이라는 묘호를 받아버리면 일 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
다음 뒤를 이을 왕이 원역사 대로 철종이 될지, 아니면 다른 이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이 사람만큼 말이 통한다는 보 장은 없으니까.
여기에 말이 안통하는 정도 를 넘어서 멍청하기까지 하면 그때부터는 안 그래도 거의 없 는 조선에 대한 내 호감도가 마 이너스를 향해 달려갈지도 모 르는 일이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배에서 머무시는 동안 우리쪽 의사에 게 검진이라도 받아보시죠. 제 주치의는 대영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의 실력자입니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체계가 다 른만큼 우리쪽에서는 치료하지 못하는 병을 그쪽에서 치료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쪽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을 우리는 낫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 습니까?”
우리 의학이 훨씬 우월하니 한번 도움을 받아보라고 하면 존심상 거절하겠지만, 이렇게 슬쩍 체면을 세워주면서 말하 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아니나다를까 내 말이 끝나 기 무섭게 헌종의 눈이 일말의 기대감으로 번뜩였다.
“혹시 귀국의 의료진은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증상에 관한 기 록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야 잘 모르지만 제 주치의 는 알 수도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검진을 받아보 시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귀국의 전함을 꼭 타보고 싶다는 걸 핑 계로 이 배 안에 조금 더 머물 러보기로 하겠습니다.”
물론 이쪽이 투약이라도 했 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건 중대한 외교 문제가 되니 적극 적인 시술을 하는 건 힘들다.
그래도 혹시라도 진료가 도 움이 된다면 이쪽은 조선에 어 마어마한 빚을 지우게 만들 수 있으니 딱히 손해볼 건 없다.
그냥 여기서 남해를 가로지 르며 가는 동안 진찰 몇 번 하 면서 병의 경과만 지켜보면 그 만이니까.
“자, 그러면 진료는 이후 차 근차근 받아보는 걸로 하고 어 째서 저를 이렇게까지 만나고 싶어하신 건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유라···사실 짐작하고 계시 지 않습니까? 김좌근 대사의 말 에 의하면 전하께서는 김좌근 대사와 비교도 안 되는 깊은 심 계를 지닌 걸물이라고 하던데 요.”
“그 사람이 그랬습니까?”
“예. 게다가 온갖 전선에 뛰 어들며 막대한 전공을 세운 전 쟁영웅이라는 인상까지 겹쳐서 저는 전하가 좀 더 뭐라고 할 까···무겁고 근엄한 인상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런던 최고의 미소년이라고 불렸던 내가 무겁고 근엄하기 는 무슨.
그래도 헌종의 말처럼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게 상상했 던 거랑은 좀 다르다는 말을 많 이 하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치면 저도 김좌근 대 사에게 들은 것과 전하의 인상 이 달라서 조금 의외이긴 했습 니다. 그냥 김좌근 대사의 안목 이 별로인 걸로 하고 넘어가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이렇게 된 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하 를 직접 보자고 한 건 이 조선 이 나아갈 미래의 방향성에 대 해 상의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대영제국의 국서와 조선의 미래를 상의하겠다는 말씀입니 까?”
“아니요. 조선의 종친이자 제 친척인 기리안 전하와 상의를 하고 싶다는 겁니다.”
내 이름 바꾸기 신공을 역으 로 이용해 찌르려고 하다니 나 름 말재간이 있네.
하긴 그렇게 이름을 바꿔가 면서 설치고 다녔으니 이제 슬 슬 이런 말을 들을 때가 되긴 했지.
어차피 조선의 국왕이 사관 까지 대동한 자리에서 직접 나 를 종친이라고 한 이상 이건 나 한테도 이득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부 터는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조선의 종친으로서 의견을 말 씀드리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앞서 이 범규 장군이 말했겠지만 우리 조선은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조선의 위치를 확실히 정리하 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청과의 갈등 이 계기가 된 겁니까?”
“예. 물론 조선이 청을 상국 으로 인정하고 책봉-조공 관계 였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 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청 의 식민지라고는 한번도 생각 해 본적이 없습니다.”
“거기까지는 이제 청도 인정 하는 거 같은데 전하께서는 이 제 청과의 조공관계조차 완전 히 끊어버리고 싶다는 게 아닙 니까.”
대놓고 청을 패역하다고 저 격한 저의가 무엇이겠나.
청은 조선이 상국으로 대우 할 의의가 사라진 국가라고 주 장하기 위한 빌드업이다.
이렇게 밑밥을 착착 깔아둔 뒤에 건수를 잡아서 청과의 관 계를 완전히 정리해버리려는 노림수겠지.
“정확한 통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청과의 관계를 끊어낸 뒤의 일입니다. 먼저 중화의 질 서는 이제 우리에게 왔으니 우 리가 새로운 중화라고 칭제건 원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 습니다.”
“대한제국 같은 거 말씀이십 니까?”
“대한제국이라···괜찮네요. 확 실한 정통성과 근본이 느껴지 는 이름입니다. 대번에 저런 이 름을 떠올리시다니 이름을 짓 는데도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그야···실제로도 있었던 이름 이거든.
대한제국이라는 단어를 몇 번 읊조리던 헌종이 고개를 끄 덕였다.
“언젠가는 그런 국호를 쓸 수 도 있겠으나 아무리 생각해 보 아도 지금의 조선의 여건상 갑 작스러운 칭제건원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청 이 지금은 저렇게 정신을 차리 지 못하고 있어도 내부의 혼란 이 어느정도 수습되면 언제 우 리를 다시 압박할지 모르는 일 이고요.”
“일리가 있는 추론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우선 청이 감히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 논 리를 구축해 청과 완벽히 결별 하고, 그 이후에 조선이 독자적 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들으니 뒤의 내용 은 더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청나라가 아니라 대영제국 라인으로 완전히 갈아타고 싶 다 이거지?
“동양의 국가가 유럽의 국가 를 상국으로 대우한다는 이야 기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당연히 없겠죠. 우리가 최초 일테니까요.”
“유생들이 가만히 있겠습니 까? 당장 전국 서원에서 벌떼 같이 상소문이 올라올 겁니다. 즈언하! 어찌하여 유학의 도를 버리시고 양이들의 밑으로 들 어가려 하십니까! 통촉하여 주 시옵소서! 뭐 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거라는 게 뻔히 예상이 되지 않습니까?”
“이거 참 조선을 정말···잘 아 시는군요. 분명히 어렸을 때 떠 나셨다고 들었는데.”
“제가 원래 하나를 배우면 열 을 아는 사람이라서요. 어쨌거 나 구상은 그럴싸하지만 현실 성이 떨어집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원래 명분 이라는 건 만들면 그만입니다. 시대의 천명, 천자의 자격, 천조 질서의 주인. 이런 건 결국 사 람이 정한 개념이 아니겠습니 까. 그러니 바꾸어주면 그만입 니다. 무엇보다 영길리에는 전 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헌종의 말에 나도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명분이라는 건 적절히 가져다 붙여도 상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디까 지나 그건 성공적으로 가져다 가 붙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 긴 하다.
내 미심쩍은 시선을 본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차분하게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전하께서는 우리와 같은 피 가 흐르고 있고, 유학의 도에도 정통하십니다. 그리고 이미 청 을 무릎 꿇리고 그들의 항복을 받아낸 전력도 있습니다. 여기 에 이번에는 아라사와의 전쟁 까지 승리로 이끄실테니 영길 리는 명실상부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세상의 중심이 되겠 지요.”
“하지만 중원의 주인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전쟁 좀 잘한다 고 인정을 받는 게 아닐텐데요. 중원땅을 모조리 밀어버리고 점령을 하는 거라면 몰라도.”
“그래서 전하의 존재가 필요 하다는 겁니다. 단순히 기술만 뛰어나고 힘만 강한 양이가 아 닌 진정한 문명국이자 청나라 를 떠난 천명을 승계한 국가. 전하가 계신 영길리가 그런 나 라라는 논리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 지금 영 길리 영사관에서 김좌근 대사 가 보내오는 보고서도 있으니 그걸 참고해서 논리를 보강하 면 보다 손쉬울 테죠.”
이거 생각보다 훨씬 더 진심 이네.
조선 입장에서는 청나라가 입을 닥치게 만들 든든한 방패 가 되어 달라는 말이지만, 딱히 저쪽의 장단에 맞춰준다고 해 서 이쪽이 손해를 볼 일은 아니 다.
이걸 잘만 이용하면 지금 청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천자의 조정이라는 위치를 송두리째 뺏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 기 때문이다.
이걸 영국이 주도해서 하면 너무 속보이는 침탈행위가 되 겠지만 조선이 판을 깔아준다 면 이제 찬탈이 아닌 승계가 된 다.
나쁘지 않네···확실히 나쁘지 않아.
안 그래도 인도에서 천천히 밑작업을 해두고 있었으니 이 걸 결부시키면 보다 깔끔하게 빅토리아를 여왕이 아닌 여제 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원역사에서는 디즈레일리가 인도 황제의 자리를 빅토리아 게 주었지만, 너무 속이 빤히 보이는 강탈이라는 지적을 받 았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의 의도가 이런 이상 이쪽이 해달라고 하는 것 도 아니고, 저쪽이 자진해서 우 리를 청 대신으로 삼겠다고 하 는데 강압적이라는 비판을 들 을 건덕지가 없지 않는가.
왕국이 왕국의 조공국이 되 는 건 딱보아도 부자연스러우 니 아시아 국가들의 존재로 대 영제국의 위상을 아주 자연스 레 격상시킬 수 있을 터.
나중에 조선이 자주독립국을 표방하면서 칭제건원을 하든 말든 한번 올라간 위치는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청나라처럼 원래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누군가에게 강제 로 빼앗기는 게 아닌 이상에는.
러시아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대영제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 대국으로 등극하는 시점이 될 테니 마침 시기도 딱 적절하다.
좋아, 추진해볼만 하겠어.
벽면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 라보니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 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나는 긴장한 기색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하고 있는 그를 바 라보며 피식 웃었다.
“피곤하실 텐데 잠시 숨 좀 돌리고 자세한 이야기는 석반 을 드시면서 마저 나눠볼까요? 바로 제 주치의를 불러드릴테 니 진료를 좀 받아보시죠.”
이환, 너는 합격이다.
부디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 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 보자고.
* * *
뿌우우우!
위압감이 절로 느껴지는 고 동 소리와 함께 거대한 강철의 배가 바다를 가로지르며 나아 간다.
바람의 도움이나 노의 조력 이 없어도 알아서 물길을 헤치 고 나아가는 배라니 누가 상상 이나 했을까.
기리안의 주치의와 면담을 마치고 갑판에 나와보니 옹기 종기 모여서 전함을 구경하고 있는 대신들이 보였다.
체면 때문에 이리저리 기웃 거리지는 못하고 아닌 척 하면 서 이쪽을 보았다 저쪽을 보았 다 곁눈질로 힐끗 거리는 게 오 히려 더 우스워보였다.
“신기하기도 하지. 경들도 대 체 어떤 원리로 배가 나아가고 있는 건지 궁금한 것인가?”
“전하! 회담은 이제 다 끝난 것이옵니까?”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으셨 습니까?”
“원하던 답은 들었으니 만족 스러운 회담이었다 평할 수 있 겠지.”
이어지는 대신들의 축하와 아부소리를 배경 삼아서 주변 을 둘러본 이환은 자신도 모르 게 감탄사를 흘렸다.
“군함들이 줄을 지어 연기를 뿜어내며 나아가고 있는 모습 이 실로 장관이로구나. 전 세계 에 흩어져 있는 군함들을 전부 합치면 족히 수십 척은 될 터인 데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니 이것이 바로 대양천조국이 아 니겠는가.”
계약이 체결되었으니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떡밥 을 던져도 되겠지.
“이토록 기술이 발전하고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하게 된 이상 이제는 육지보다도 바다를 지 배하는 자에게 천명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경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예? 그, 그거야······.”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 다면 굳이 답을 하지는 않아도 괜찮네. 그보다 예판, 혹시 가까 운 촌수 중에 아직 출가하지 않 은 딸을 가진 종친이 있는가?”
“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 자세 히는 모르옵니다만 한분쯤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갑 자기 하문하시는 이유가······.”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 을 뿐이니 괘념치 말게.”
비록 잠깐 동안 이야기를 한 정도였지만 그는 확신이 들었 다.
족보를 조작한 수준으로는 완전히 엮였다고 할 수 없으니, 이참에 그냥 진짜로 피를 섞어 버리는 게 최선이 아니겠는가.
슬쩍 물어보니 아이가 이미 셋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 좋 을 수는 없다.
자신에게도 아들이나 딸이 있었다면 더 고민할 필요도 없 을 테지만 후사를 보지 못했으 니 일단 급한대로 가장 가까운 촌수의 친척을 찾아볼 수밖에.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남은 시간동안 힘을 내서 후사를 보 는 걸로 굳세게 마음을 먹어볼 까.
어쩌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