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68)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68화(268/537)
< 우애 좋은 아시아 (2) >
좋든 싫든 대규모 전쟁의 발 발은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현 실을 당사자들에게 주입시킨다.
지금까지 현실과 동떨어져 살던 국가들이라고 하더라도 이 냉엄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는 없다.
전근대 사회에 정보의 전파 력이 약한 나라라고 해도 예외 는 아니었다.
인접한 국가에서 벌어진 전 쟁은 정보를 통제할 수 있어도 본인들이 말려든 전쟁을 숨기 는 건 불가능하다.
조선 역시 별반 다르지는 않 았다.
사실 조선 입장에서는 굳이 이번 전쟁의 성과를 숨길 이유 는 없었다.
조정은 이 전쟁을 제 2차 나 선 정벌이라고 부르며 이건 조 선의 역사적 승리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떠들고 다녔다.
게다가 북방에서 실제로 싸 움을 수행하고 개선한 이범규 장군은 영길리가 어떻게 군함 을 운용하는지 침을 튀겨가며 상세히 묘사했다.
“수십···아니 수백년은 차이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 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조선 과 영길리의 차이는 저 옛날 고 조선과 현 조선의 차이만큼이 나 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허! 그게 무슨 불경한 말 입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저 양 이들보다 족히 수백년은 더 뒤 떨어져 있다는 말씀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 니다.”
“비록 영길리가 군사 대국이 긴 하지만 나라의 기술이라는 게 꼭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영길리와 교류하며 양국의 차이를 실감하는 이들이 많아 지긴 했으나, 500년 가까이 굳 어져 온 관념이 그리 쉽게 바뀔 리가 있겠나.
유학의 도를 숭상하는 고관 들 중에는 아직도 개화의 필요 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 았다.
“전하! 이범석 장군은 영길리 의 군함에 압도당해 객관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옵니 다.”
“이조 참판은 지금 동래에서 영길리의 군함을 타고 감탄한 과인이 부덕하다고 애둘러 지 적하는 것인가?”
“아, 아니옵니다! 전하! 어찌 소신이 그런 망극한······.”
“영길리가 군사력만 강한 나 라가 아니라는 건 김좌근 대사 의 이 장계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한성과는 비할 수 없이 고도 화 된 도시, 부유층은 밤에는 가스등이라는 걸로 촛불보다 수십 수백배는 밝은 빛을 뿜어 내 저택을 밝힌다고 한다.
여기에 원리를 알 수 없는 온 갖 진귀한 물건들이 설명되어 있었고 실제로 김좌근은 지금 저런 신문물을 위화감 없이 다 루는 수준이 됐었다고 하는데.
“아니면 지금 경들의 말은 김 좌근 대사의 이 장계가 전부 거 짓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거, 거짓이라고 하는 게 아 니옵니다. 하오나 조금 과장은 있지 않을지······.”
최근 조정은 개화 추진파와 보류파 두 부류로 갈렸다.
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 들은 김좌근을 필두로 한 안동 김씨.
보류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 은 조병기를 중심으로 한 풍양 조씨였다.
단, 추진파와 보류파 전부 어 떤 신념으로 저렇게 뭉쳐있는 건 아니었다.
안동 김씨도 본래 개화에 시 큰둥했지만 김좌근이 영길리에 대사로 있고, 워낙 최근 영길리 의 기세가 무섭다보니 어쩌다 가 편승한 쪽에 가까웠다.
그러면 풍양 조씨는 무슨 대 단한 성리학적 근거로 개화를 반대하고 있느냐 하면 당연히 아니었다.
안 그래도 작금의 국왕이 안 동 김씨를 견제해 세력을 좀 눌 러놓은 참인데, 여기서 안동 김 씨가 주장하는 대로 개화가 이 루어지거나 영길리와 더 가까 워지면 균형의 추가 확 기울지 않을까.
이런 계산이 섰기 때문에 일 단 반대하고 보는 것이다.
이런 조정의 꼴을 보고 있자 니 조금씩 완화된 병증이 또다 시 도지는 느낌이다.
진짜 그냥 싹 다 갈아버리고 젊고 싱싱한 관료들을 빈자리 에 채워넣으면 안 될까?
하지만 지금 이 조선 땅에는 젊다고 해서 꼭 개화에 적극적 이리란 보장은 없었다.
어렸을 떄부터 보고 듣고 배 운 게 있어서 더욱 극단적으로 유학을 숭상하는 이들도 많은 게 현실이었으니까.
오히려 최근 영길리와 접할 일이 많아지고, 실제로 군함까 지 타본 고관들 중에 더 사고가 열려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열심히 현실을 알려주고 고쳐써서 사 람으로 만들어야지.
마침 시의 적절한 기회가 왔 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경들은 들으라. 이전에 영길 리에서 만국박람회라는 거대한 기술 전시 행사를 하니 조선의 기술과 정신을 세계에 소개하 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왔었 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 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하였 고, 지금도 영길리의 수도에서 준비가 한창일 것이다.”
“구라파의 나라들에 조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방침에는 찬성입니다.”
“다른 이들의 생각도 그러한 가?”
“이번에는 일본도 참가한다 고 들었습니다. 우리 조선은 단 순히 참가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본보다 더욱 인상적인 결과 를 남길 수 있도록 열심히 매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기 저 왜구들보다 뒤쳐진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이건 다순히 자존심 좀 상한다고 넘길 사안이 아니 다.
대신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투쟁심을 불태우는 걸 본 이환 은 이제 대충 어떻게 흐름을 만 들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무조건 일본과 청을 끌어들 여서 조선의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려야 한다.
잠시 고민하는 척하던 그는 대신들을 한번 스윽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만국박람회는 전 세계 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인만 큼 우리 조선의 의기를 드러낼 다시 없는 기회라 생각한다. 하 여 이번 박람회를 우리 조선이 어엿한 독립국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장소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혹여 이견이 있는가?”
“전하. 독립국이라 하시면······.”
“청과의 관계를 완벽히 정리 하겠다. 이전에도 몇 번 논의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워낙 막중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이었기에 반사적으로 일단 말을 하고 보는 대신들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 켰다.
청에 조공을 바치는 관계에 서 탈피해 새로운 질서로 나아 간다.
단, 청나라가 거품을 물고 발 작한 게 뻔하기 때문에 일단 영 길리를 방패로 세워서 청의 반 발을 무력화한다.
“전하. 하오나···영길리가 정 말로 그 정도 수준의 나라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이 나라의 유 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사옵 니다.”
“그것도 다 염두에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이번 만국박 람회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사 절을 보낼테니 그대들의 눈으 로 직접 확인하고 오게.”
“···예?”
“우의정 김흥근을 책임자로 하고 이조참판 조병기를 보좌 로 삼아 영길리에 보낼 축하 사 신단을 구성하도록 하라. 그리 고 영길리만이 아닌 서양의 문 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만큼 저기서 본 모든 걸 상세히 기록 해 조정에 고하도록.”
일단 강제로 시청각 자료를 떠먹여주면 저들도 보는 눈이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머리가 있 으니 현실의 심각함을 깨닫게 될 수밖에 없겠지.
여기에 명분까지 한 숟가락 얹어주면 모든 게 완벽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저 구라파의 열강들이 우리 조선 을 일본보다 떨어진다고 인식 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 니 최선을 다해 박람회에 임하 도록 하라!”
“예! 조선의 기상을 확실히 선보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 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 으면 꼭 일본을 걸고 넘어져야 겠다.
효과 한번 죽여주네.
* * *
일본이 걸리면 갑자기 180도 여론이 변하는 것처럼, 일본 역 시 조선과 관련된 사안은 여느 때보다 신경써서 처리하는 경 우가 많았다.
도쿠가와 막부는 집권 초기 부터 막부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조선에서 온 통신사를 적 극적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있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측에는 조선측의 사절을 조공 사절단이라고 속 이기까지 했다.
류큐와는 다르게 조선은 상 당히 체급이 있는 국가였기에 일본은 저 정도의 국가를 식민 지를 거느리고 있는 강대국이 라고 자신들을 선전해 온 것이 다.
그런데 최근들어 조선이 대 영제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가 일본으로서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순히 조선이 강해질까봐 견제하는 게 아니다.
그냥저냥 통상을 하고 수교 를 하면 누가 뭐라고 하나.
조선이 족보까지 조작을 하 면서 영길리와 엮이려는 행보 를 보이니 막부로서도 저들의 숨겨진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먼저 도쿠가와의 핏줄을 끼워넣기는 했지만, 그 건 아무래도 좋다.
처음에는 이쪽이 하니까 저 쪽도 같이 난리를 피우나 싶었 지만 최근에는 무려 조선의 왕 이 궁을 떠나 기리안과 함께 배 를 탔다고도 하지 않던가.
만약 조선이 영길리에 찰싹 붙어서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 다면 장래 이 나라···아니, 쇼군 의 권위에 어떤 악영향이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만국박람회에 조선이 대규 모로 참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예. 완벽히 확인된 정보입니 다.”
“···그거 우리쪽에서도 참석하 기로 했었지?”
“예. 런던 주재 영사의 주도 로 일본의 우수한 문물을 소개 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유수의 강대국들이 참 가하는 자리다. 우리 일본이 주 목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 니 반드시 성공적으로 일을 마 쳐야 할 것이야. 아시아에서 가 장 주목받는 건 우리 일본이 되 어야 한다. 조선이 아니라.”
최근 전쟁의 승리로 카라후 토(사할린)가 절반이기는 해도 일본의 손에 들어오며 나날이 떨어져가던 쇼군의 권위가 다 시금 치솟기 시작했다.
-쇼군의 전격적이고, 빠르고, 신속하고, 무자비하고, 효율적 인 작전에 구라파의 강대국 로 시아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 었다
-청나라마저 저항하지 못한 로시아를 패퇴시킨 쇼군의 신 출귀몰한 전략. 천황 폐하를 보 필해 이 땅을 더욱 위대하게 만 들 수 있는 지도자는 오직 쇼군 뿐!
이 위대한 승리 앞에 각지의 다이묘들은 앞다퉈 쇼군에 대 한 충성심을 간증하기 시작했 고, 사츠마와 조슈는 점점 고립 무원의 신세가 되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목줄을 강하 게 잡는다면 저 불안요소들을 다 치워버리고 다시 옛날처럼 강력한 막부를 재건할 수 있으 리라.
그렇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대외적으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에요시가 내세우고 있는 막부의 위상이 바로 그러했다.
세계 최강대국 대영제국이 점찍은 아시아의 동반자.
이런 위치를 확실하게 차지 할 수만 있다면 과거 조선이나 명, 청을 이용해 권위를 드높이 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효과 를 누릴 수 있지 않겠나.
여기에 구라파의 다른 국가 들도 감히 일본을 우습게 보지 못할테니 불평등 조약을 맺게 될 염려도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박람 회의 주인공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아시아에서 우리 이상으로 눈에 띄는 국가가 있 어서는 안 된다는 걸 철저히 명 심하도록.”
“예!”
이번에 박람회에 참가하는 걸로 알려진 아시아의 국가는 일본, 청, 조선 정도.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서양 국가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 은 곳이 없어 참가하지 못한다.
여기서 확실하게 성과를 낸 뒤에 서구의 문물을 착실하게 받아들여 일본을 아시아의 최 강대국으로 키워내리라.
계속된 성공과 앞으로의 미 래에 대한 확신까지.
쇼군의 야심은 점점 더 커져 만 가고 있었다.
* * *
엑스포의 개막식이 열리기 보름 전.
이제 밑준비는 다 끝났고 각 국의 귀빈들을 초대해 여는 환 영행사의 준비도 한창 막바지 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원역사의 런던 엑스포는 세 계 엑스포의 첫 시작이라 미흡 한 구석이 꽤 있었지만 내가 진 두지휘하며 많은 부분이 달라 졌다.
십수년 뒤에 치러지는 엑스 포들처럼 참가 국가들의 구획 을 확실히 나눠 각 국가들마다 자신들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 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넓은 부지를 활용해 놀이공간도 조성해두었고 수많 은 사람들이 몰릴 걸 대비해 숙 박시설들도 대규모로 확충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동방 의 신비를 컨셉으로 한쪽 구획 을 통으로 꾸며놨으니 아마 상 당한 관심을 끌지 않을까.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난 바 로 직후라 세계의 이목이 한번 에 쏠려있고, 프랑스나 프로이 센, 미국과 스페인이 묘한 자존 심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서 화제거리도 많다.
그야말로 실패할 수가 없는, 약속된 흥행의 축제다.
그렇게 한창 마지막 마무리 를 준비하려던 시기. 의외의 방 문객이 찾아왔다.
“전하. 아시아에서 온 국가의 사신이 전하를 뵙고자 청하던 데 어떻게 할까요?”
“엑스포 건 때문인가? 청? 조 선? 아니면 일본?”
“아닙니다. 아직 본국과 공식 적인 수교를 하지 않은 나라인 데 이번에 꼭 전하를 뵙고 논의 를 하고 싶다고 사절을 보내왔 습니다.”
“그러면 외교부로 가야지 왜 내쪽으로 온 거지? 아시아라서 그런 건가.”
“예. 이름이 뭐라더라···류츄? 로츄? 그런 식의 이름이었습니 다. 아무래도 아시아 국가인지 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들 리는 대로 받아썼다보니 정확 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어디 변방의 섬나라인지 아는 사람 이 거의 없어서 현재 확인이 어 려운지라···.”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름인 데 아시아에 그런 나라도 있었 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금 막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을 입에 담았다.
“혹시 류큐라는 이름 아니었 나?”
“아, 예. 맞는 거 같습니다. 혹 시 아시는 국가입니까?”
“알다마다. 시간을 내줄테니 내일이나 모래쯤 오라고 답을 보내게.”
상당히 파격적인 응대였기에 시종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 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물러 갔다.
이것 참. 설마하니 오키나와 에서 여기까지 사람을 보낼 줄 이야.
청나라와 조선. 그리고 류큐 와 일본.
조공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 은 자들과 놓아주지 않으려는 자들의 조합인가.
딱 봐도 아주 재미있는 행사 가 될 거 같다는 예감이 팍팍 풍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