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80)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80화(280/537)
< 행복 전도사 (4) >
조선의 왕.
누군가에게는 감히 입에 담 을 수도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단어.
천 오백만이 넘어가는 민초 들의 위에 군림하는 만백성의 어버이.
비록 왕권이 이전만 못하긴 해도 그 이름을 망령 되이 부르 는 건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정곡을 찔린 흥선 군은 반사적으로 입을 더듬었 다.
“조, 조선의 와, 왕이라니···전 하. 저는 그러니까······.”
“왜 그렇게 긴장하십니까? 못 물어볼 걸 물어본 것도 아닌데.”
기리안, 아니 킬리언은 자신 의 앞에 놓인 찻잔을 가볍게 들 어 입으로 가져갔다.
“흥선군 대감께서도 조선의 종친 아니십니까. 학식도 뛰어 나시고 국제 정세도 그나마 잘 아시는 편이고 후보로 거론되 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요?”
“그러니까···예. 사실대로 말 씀드리자면 그런 말이 있기는 했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그런데 굳이 말을 하지 않은 건 왕의 자리에 욕심이 있는 걸로 비칠까봐 우 려했던 겁니까?”
가볍게 툭툭 던지는 거 같은 데 이쪽의 속내를 완전히 꿰뚫 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부정할 수 없 는 사실이다.
조선의 왕.
다른 자리도 아닌 조선의 국 왕. 용상의 주인이다.
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게 거짓말이겠지.
조선 팔도에 사는 양반 그 누 구를 데리고 와도 솔직히 똑같 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애초 에 생각지도 않는 것일 뿐, 용 상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주겠 다고 하면 누군들 눈이 돌아가 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자리를 너무나 도 가볍게 논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현실감이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 까?”
“그러라고 판을 깔아준 거 아 닙니까.”
“만약 정말로 기회가 생긴다 면···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 습니다.”
킬리언은 입을 다물었다.
딱봐도 나이 차이가 별로 나 지 않는 이 불가사의한 인물을 계속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계속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오 른다.
그럴리가 없다는 건 알지만 계속 겹쳐 보인다고 해야할까? 잘 모르겠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데 왜 그 찰나의 만남이 계속 아른거리 는 것인지.
혹시 몰라서 몇 번 떠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 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함.
뭔가 다 알고 있는 듯한데 또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 뭐 어떻게 더 캐보는 게 불가능 했다.
이게 단순히 자신의 착각이 었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실례 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조선에 있을 때 노비였 습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영길리의 국서에게 이딴 말을 했다가 아 니기라도 하면 뒷감당을 어떻 게 한다는 말인가.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깡이 없었다.
혹시 그래서 일부러 이쪽을 놀리려고 저러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킬리언이 속 시원하게 말해 줄 때까지는 얌전히 있을 수밖 에.
그런데 그런 마음을 또다시 간파했는지 킬리언은 피식 웃 으며 작은 숟가락으로 찻잔을 탁탁 두드렸다.
“흥선군 대감, 이렇게까지 허 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자리 를 만들어줬는데 그렇게밖에 말 못하십니까. 기회가 생기면 도전을 해봐요? 그게 왕좌를 노 리겠다는 사람이 보일 자세입 니까?”
“···하지만.”
“솔직하게 좀 말해보세요. 누 군가가 떠먹여주길 바라는 소 극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저 런 자리에 나온다? 내가 앞장서 서 떨어트려 버릴 거니까.”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걸 보 면 저건 이쪽이 각오가 약하다 고 판단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분명히 다 알고서 저러는 게 틀림없다.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다 알 고 있으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직접 말해라 이거다.
다시 말해 왕을 하고 싶은 마 음이 있다면 본인에게 매달리 라는 뜻이겠지.
안 그러면 떨어트려버리겠다 는 것이고.
“혹시 전하께서는 지금 염두 에 두고 있는 후보가 있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들었는데 염두하고 말고가 어 디 있을까요. 이제 슬슬 생각해 봐야죠. 그런데 안동 김씨나 풍 양 조씨에서 흥선군 대감에게 접촉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습 니까?”
“···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뿌 리치고 나왔습니다.”
“오, 그래요? 어째서?”
“······.”
승부를 걸려면 바로 지금.
킬리언이 판을 깔아준 이곳 에서 말을 꺼내야만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조선인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에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종친이라고는 하지만 왕보다 항렬도 높고 촌수도 저 멀리 떨 어져 있는 자신이 진짜로 이렇 게 나서는 게 맞나?
헛된 망상을 꾼다고 비웃음 이나 당하지는 않을까.
그것도 외세의···아니다. 금상 이 킬리언을 끌어들이려고 하 는 모습만 봐도 지금 그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명백 했다.
아직 옛날의 관성에서 벗어 나지 못한 안동 김씨나 풍양 조 씨는 이번 세자 쟁탈전의 본질 을 아직 모르고 있다.
오직 자신만이. 이 흥선군만 이 조선의 용상을 향해 가장 최 단거리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알고 있었다.
세도가들의 등쌀이 부담이 돼서 떠났다?
그건 자신의 본심을 숨기려 고 했던 비겁한 자기기만에 불 과하다.
킬리언은 그걸 알기 때문에 직접 입으로 토해내라는 것이 다.
조선의 용상···안동 김씨와 풍 양 조씨, 그리고 대영제국.
마지막으로 힘의 균형을 가 늠해보았지만 의심의 여지 없 이 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그림 이 그려진다.
결국 크게 숨을 들이마신 이 하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 았던, 자진해서 이곳에 온 본심 을 마음 깊은 곳에서 끄집어냈 다.
“이번 세자 책봉은 전하의 선 택을 받는 자가 될 가능성이 가 장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서 전하와 유일하게 안면이 있는 제가 유리할 거라 판단하고 지 원한 겁니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숨이 가 빠진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킬리언의 눈 빛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날카 롭게 느껴졌다.
찰나였지만 마치 억겁처럼 느껴지는 시간, 킬리언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습니다. 뭔가 바라는 게 있다면 그렇게 나와주셔야죠. 그래야 이쪽도 진지하게 고민 을 해보지 않겠습니까?”
“···전하가 볼 때 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후보라고 생각 하십니까?”
“경쟁력? 그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예?”
“후보로서 적법한 자격만 있 으면 나머지는 아무 의미가 없 습니다. 경쟁력보다는 능력이 중요하죠. 저 용상에 앉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인지 아 닌지. 그것만 갖추고 있다면 후 보 개인의 경쟁력은 높든 낮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마치 누가보면 왕이 아닌 서 당의 접장을 뽑기라도 하듯 담 담한 어조에 이하응은 순간적 으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런 건가. 지금까지 착각하 고 있었지만 조선의 국왕은 이 쪽이 볼 때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지위일뿐.
킬리언이 조선의 왕을 어떻 게 보고 있는지는 지금의 말만 으로도 충분히 유추가 되고도 남았다.
후보가 어느 정도의 경쟁력 을 갖췄는지는 상관없고 자질 만 있으면 된다?
이건 곧 자신이 봤을 때 왕에 적합해 보이는 사람은 그대로 세자로 꽂아넣을 수 있다는 자 신감을 돌려 말한 게 아니면 무 엇이겠는가.
“전하.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자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 니까?”
“그건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 문입니다. 흥선군 대감, 본인이 조선의 왕이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건···제가 다른 후보들보다 훨씬 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당황 하지는 않았다.
이런 물음은 언제 언디서라 도 대답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논리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 이다.
“현실이라면 조선의 현실?”
“조선만이 아니라 세계의 현 실입니다. 이 세계가 얼마나 넓 은지, 조선이 얼마나 우물안 개 구리인지 저 보다 더 자세히 알 고 있는 종친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개인적인 생 각일뿐 아닙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저 는 안동 김씨나 풍양 조씨와 접 촉하지 않고 바로 상해로 왔습 니다. 이게 저의 말을 증명해주 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입니 다. 전하께서도 동의하실 거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굳이 영길리의 제도가 어떻 고, 군사력이 어떻고 구구절절 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흥선 군 본인이 킬리언과 이렇게 마 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엇 보다도 그가 다음대의 왕으로 어울리고 있다는 증거였으니.
느긋하게 찻잔을 기울이던 킬리언은 입술이 바싹마른 이 하응을 한 차례 훑어보더니 가 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중 에 조선에서 보도록 하죠.”
“···조선에는 언제쯤 당도하실 계획이십니까?”
“여기서 처리해야 할 일의 준 비를 끝마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아서요. 그 사이에 시간이 붕 뜨기도 하니 겸사겸 사 조선에 들려보도록 하죠. 아 마 이번 달 말 정도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 슬슬 나가도 된다는 말 에, 흥선군은 꾸벅 허리를 숙이 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선에 서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준비도 열심히 해두시고.”
확답은 받지 못했지만 이 정 도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준비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 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는 없 었으니까.
* * *
주제를 안다는 건 참으로 중 요한 덕목이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 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건 절대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었 다.
지금의 조선 같은 경우가 딱 그렇다.
막말로 조선이 자신들은 대 영제국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며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다닌다 면 어떤 참사가 일어나겠는가.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처럼 아직도 저 나라의 왕을 고를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안동 김씨는 김좌근이 미리 언질을 줬을텐데도 저러 는 건 무슨 생각인지 한번 머리 를 열어보고 싶을 정도다.
아니면 따로 무슨 계획이 있 어서 연기를 하는 건가?
어쨌거나 저들에 비하면 바 로 이쪽으로 찾아온 이하응의 현실파악 능력은 조선에서 단 연 독보적이라 봐도 좋겠지.
김좌근 정도를 제외하면 현 재 조선 본국에 붙어있는 사람 중 저 정도로 수준 파악을 제대 로 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종친 중에는 사실상 없 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이하응을 아 예 왕으로 확정해둔 건 아니었 다.
머리 잘 돌아가고 감각이 있 는 사람을 왕으로 세워두는 것 도 좋지만, 완전히 이쪽의 장기 말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 면 또 그렇게까지 능력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럴 거면 이쪽이 철종을 옹 립해서 원역사의 안동 김씨가 그랬듯 내 입맛에 맞게 조선을 굴려도 된다.
다만 진짜로 그렇게 하면 안 그래도 과도한 내 업무가 배로 늘어나게 되겠지?
역시 그냥 적당한 사람을 뽑 아두고 자동사냥을 돌리는 게 낫겠어.
객관적으로 흥선군 자체만 보면 솔직히 별 불만은 없었다.
개화에도 적극적이고 나와도 연줄이 있으니 후보들 중에는 최고의 선택지로 보였기 때문 이다.
굳이 몇 가지 불안점을 꼽아 보자면 그 불도저 같은 성향과 자식 문제 정도가 아닐까.
성향이야 내가 컨트롤하면 되지만 자식쪽은 글쎄···원 역사 의 고종이 재림하면 속 꽤나 썩 을만한 사람이 많아 보여서 좀 걸리긴 한다.
그래도 내가 알기로 고종은 차남이었으니 장남을 왕으로 세우면 좀 더 나으려나?
아니면 지금 이 방식을 새로 운 전통으로 삼아 종친 중 가장 싹수가 있는 사람을 새로운 세 자로 삼는 방법도 있다.
뭐, 대처법은 많으니 벌써부 터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겠지.
대강 생각을 정리한 다음 날.
나는 바로 본국에 보낼 소식 을 정리한 뒤, 잠시 자리를 비 울 준비에 착수했다.
“자, 이건 본국에 있는 웰즐 리 총리에게 가야 할 문서고, 이건 여왕 폐하께서 전해야 할 서신이니 헷갈리지 않게 신경 을 쓰도록.”
“예! 전하!”
“그리고 답신이 돌아오면 조 선으로 갈 예정이니 자네들도 준비를 좀 해주게.”
“예! 함장님께 바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명령을 받은 젊은 소위가 군기가 바짝 든 얼굴로 비장하 게 외쳤다.
누가보면 전쟁이라도 나가는 줄 알겠네.
하긴 이제 갓 임관한 소위가 눈 앞에서 나라의 국서이자 해 군 제독인 사람을 보필하게 됐 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 는 게 이상하겠지.
“그런데 소위, 자네 이름이 뭐였지?”
“찰스 조지 고든입니다, 전 하!”
“그래. 고든 소위, 자네도 나 와 함께 조선에 갈 가능성이 높 으니 준비를 좀 하고 있게나.”
“예! 전하를 보필하는데 부족 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 니다!”
마치 로봇처럼 딱딱한 삐걱 거리며 물러가는 그에게서 시 선을 뗀 나는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20년이나 더 지난 일인데도, 제임스의 손에 이끌려 조선 땅 을 떠날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당시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 지, 어떤 생각을 하며 저 땅을 뒤로 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
나를 거절한 저 땅이, 먼 미 래에는 과연 나를 어떻게 맞이 하게 될지. 당시에는 그게 궁금 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제는 확인하러 가 볼 시간이다.
내 명령에 따라 상해에 주둔 중인 해군은 조선까지 나를 호 위하기 위한 병력과 인선을 꾸 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우리 대감 나으 리는 살아있으려나 모르겠네.
설마 내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하겠지만, 만약 먼저 알아보 기라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여 줘야 할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 는 걸?
이거 참, 상상만 해도 즐겁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