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84)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84화(284/537)
< 예송논쟁 (2) >
예송.
과거 현종 시기 상례 격식을 둘러싸고 두 차례 발생했던 치 열한 논쟁이다.
얼핏 보면 민생과는 상관없 는 허례허식으로 보이지만 사 실 이건 억울한 비판이었다.
유교는 조선의 근본이었고, 특히 저 사안은 왕권의 정통성 과 직통으로 관련이 있는 문제 였다.
즉, 조선에서 예송은 현실 정 치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이 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절대 가벼이 논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논 쟁 역시 저때와 다르지만 그 본 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유교에 사상적 기반을 둔 조 선이라는 국가에서 서양 세력 과 수교를 하고, 개화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지.
아니면 성리학적 질서를 끝 까지 견지하며 소중화의 자존 심을 지켜야 하는지.
국가 이념과도 직결된 논쟁 이라는 점에서 가히 과거 있었 던 예송을 방불케 하는 치열함 이 예상 됐다.
차이점이 있다면 조정이 둘 로 갈려 싸우는 게 아니라 지방 의 유생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 쟁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본래 조정의 의견이 확고한 사안은 유생들이 뭐라고 하든 밀어붙이면 그만이었으나, 이건 성리학의 근본적인 이념을 건 드릴 수도 있는 문제다.
확실히 못을 박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끊임없이 잡음 이 생길테니 이참에 모든 걸 확 실히 매듭짓고 가겠다는 국왕 의 큰 그림이었다.
“어깨 위에 머리가 달려있고 그 머리가 멀쩡히 기능을 하고 있다면 이건 고민의 여지가 없 는 문제입니다. 김좌근 대사의 보고서에 실린 아프리카라는 대륙의 참상을 보십시오. 구라 파의 강대국들은 약소국을 마 치 물 한방울도 더 나오지 않을 때까지 쥐어짜고, 또 짜는 그런 자들입니다!”
“옳습니다. 아프리카만이 아 니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속속 저들의 식민지로 전락하 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 조선 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결국 저들에게 먹히지 않을만큼 강 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 고 그 시간을 벌려면 영길리의 힘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습 니까.”
“실제로 우리는 영길리의 손 을 잡고 아라사를 격퇴한 덕분 에 북쪽에 저 넓은 땅을 추가로 손에 넣지 않았습니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실용 주의자가 되어버린 조정의 대 신들은 혀를 차며 유생들의 뒤 떨어진 현실 인식능력을 욕하 는 중이었다.
아무리 유학자라고 해도 지 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실제로 겪은 일들이 있으니 사 고가 교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다.
“지금 시끄럽게 꽥꽥대는 자 들은 그냥 이전에 전하께서 말 씀하신 대로 서구 열강의 식민 지로 보내버리면 되지 않겠습 니까?”
“실제로 그렇게 하신다고 합 니다. 단, 그들이 돌아와서 증언 을 하기 전에 지방 유생들의 관 념을 어느정도 바꿔놓을 필요 가 있다는 거죠.”
“그건 아무런 걱정할 필요 없 습니다. 제가 앞장서서 저 딱딱 하게 굳은 바보들의 머리를 부 드럽게 주물러 놓을 테니까요.”
뭘 잘못 먹기라도 했는지 갑 자기 초강경 실용주의자로 돌 변한 좌의정 김학서의 장담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좌상께서 나서주신다면 든 든하긴 합니다. 그런데 무슨 바 림이 불었기에 이렇게 적극적 으로 변하신 겁니까?”
“이런 제기랄 불안해서 살 수 가 있어야지···.”
“···예?”
“아, 아니 그 도끼들고 길을 막는 머저리들을 보니까 갑자 기 불안해졌다는 말입니다. 길 을 막는 정도를 넘어서 어떤 미 친놈이 도끼를 들고 기리안 전 하를 덮쳤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날로 조선은 끝장입니다, 끝 장!”
귀신에 홀린 사람마냥 중얼 중얼거리던 김학서가 갑자기 큰 소리로 부르짖자 다른 대신 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고 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성격이 었나?
기리안을 만나더니 갑자기 사람이 변해버린 것처럼 적극 적이 됐는데 뭔가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기리안이 태어나서 처음 봤을 김학서와 무슨 관련 이 있다고 그를 구워삶을 수 있 겠나.
그냥 지부상소를 본 김학서 가 그만큼 경각심을 느꼈다고 볼 수밖에.
비변사에서 그렇게 의견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을 무렵.
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최익 현과 이만손을 중심으로 한 유 생들도 나름의 토론 전략을 짜 느라 한창이었다.
“저들은 분명 현실적인 면을 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주 장을 해올 겁니다.”
“뻔하지. 이름만 다르지 사실 상 북학파와 대동소이하지 않 나?”
“맞습니다. 그러니 사실상 반 박하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과거 이용후생을 주장한 북 학파는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 긴 했지만 결국 그들만의 주장 으로 끝났다.
어째서인가. 그들의 주장이 그럴싸해보이긴 했으나 결국 수백년간 쌓여온 조선의 전통 을 거스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 다.
아무리 현실이나 실용 같은 그럴싸한 논리를 가져다 붙여 도 그건 단지 찰나의 순간에 불 과할 뿐.
수십 수백년을 쌓여온 전통 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이며 역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 다
“저는 서학이 결과적으로 우 리를 피폐하게 만들뿐이라는 증거들을 최대한 모아보겠습니 다.”
“그러게. 이광로 선생께서도 당신의 제자가 이렇게 분투하 는 걸 보신다면 분명 크게 만족 할 걸세.”
“감사합니다. 있는 힘을 다해 사학에 눈이 어두워지신 전하 의 총기를 다시 일깨워보이겠 습니다.”
기리안이라는 반쪽 조선인이 대체 어떤 사이한 요술을 부려 선비들의 사상을 오염시켰는지 는 모르겠으나.
제대로 된 판이 마련된 이상 온 정성과 힘을 다해 준비하면 분명 주상께서도 다시 눈을 뜨 실 것이다.
500년 이어져 온 성리학의 나라에서 서학이라니?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전에는 그런 꼴 은 못 본다.
“가봅시다. 조선을 구하러.”
* * *
“성리학을! 지킵시다! 통촉하 여! 주시옵소서!”
“조선은! 변화해야 한다! 현 실을! 직시하자!”
“성리학을! 더럽히는! 사문난 적! 물러가라!”
“개혁만이! 살길이다! 유생들 은! 각성하라!”
크으 분위기 죽여주는구만.
논쟁일이 가까워지자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각지의 유 생들은 물론 성균관의 유생들 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은 거 의 예외없이 모두가 조정의 대 신들을 비판했지만, 의외로 한 성에서 가까운 이들은 중립적 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성균관에서도 개화와 척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좀 의외였 다.
아무리 현실 정치와 가깝다 고 해도 학생들은 결국 이상주 의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흘러갔 나 알아보니 여론이 요동치기 시작한 시점은 명확했다.
사할린의 절반이 조선의 땅 으로 들어온 그 날.
남한 땅의 거의 절반에 가까 운 영역이 새로 영토에 편입되 자 거하게 뽕에 취한 이들이 나 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리안 전하의 몸에 조선인 의 피가 흐른다 한들 결국 영길 리의 사람입니다! 조선의 이득 이 아닌 영길리의 이득을 위해 움직일 터! 덮어두고 신뢰하는 건 망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옵니다!”
“갈! 네 이놈! 감히 기리안 전 하를 의심하는 것이냐! 지금까 지 기리안 전하가 조선에 베푼 은혜를 생각해 보아라! 상호 방 위 조약을 맺어 아라사의 위협 을 물리치고, 저번 전쟁에서는 살합림의 절반을 조선의 영토 에 편입시켜주시기까지 했거늘! 대체 세상의 어느 누가 우리 조 선을 위해 이런 호의를 베푼단 말이냐! 명에 사대를 할 때조차 이렇게 영토를 떼어준 일이 없 었거늘!”
비록 유지조차 못하고 무주 공산에 가깝게 남겨두고 있는 땅이지만 영토가 늘어났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특히 타국과 전쟁을 해서 영 토를 빼앗아본 적이 없는 조선 에게 사할린 병합은 뭐라 형용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 었을 것이다.
입으로는 군자 선비해도 몸 은 솔직한 법.
“기리안 전하의 말씀대로 부 강, 자강의 길을 걸으면 살합림 만이 아니다! 만주 고토를 수복 하고 조선이 진정한 중화로 거 듭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주를 치자하자는 건 지금 청나라와 전쟁을 하자는 건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인가!”
“청나라가 언제적 청나라인 데 아직도 옛날 옛적의 사고방 식에 얽매여 있다는 말인가! 기 리안 전하와 함께 만주를 수복 하고 조선의 영광을 되찾자!”
만주까지 넘겨준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한적이 없는데 김칫 국을 치사량 수준으로 들이키 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서 만주 가져봐야 너희 는 유지 못한다고 해서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기에 지금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애초에 그런 말을 해도 이미 대환국 레벤스라움 뽕에 취해 버린 이들이 들어먹을 턱이 없 으니.
사실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되 면 만주를 조선에 떼어주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러 려면 최소 세 가지 이상의 조건 이 충족되고도 50년 이상의 시 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아무튼 날이면 날마다 계속 시끄럽게 외쳐대는 군중들을 바라보는 내 호위병들은 이해 를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나는 그중에서도 제법 싹수 가 보이는 젊은 소위를 향해 물 었다.
“고든 소위 뭐 궁금한 거라도 있나?”
“아닙니다, 전하!”
“궁금한 게 있는 줄 뻔히 알 고 물어보는 거니까 솔직히 말 해보게.”
“전하께서 어떤 계획을 가지 고 계신지 몰라서 그냥 저희끼 리 여러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습니다. 그중 누구의 추론이 전하의 생각과 가장 가까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하긴 궁금할만 하군.”
여기 군인들만이 아니라 본 국의 정치인들도 비슷할 것이 다.
저 쥐꼬리만한 나라 그냥 식 민지로 만들거나, 왕조를 멸망 시키고 괴뢰정권 세워버려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왜 없겠 나.
하지만 내가 조선을 써먹으 려는 이유는 철저하게 경제성 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일단 저쪽에서 꽁으로 얻어 낸 종친이라는 신분을 유용하 게 사용하려면 이땅의 왕가가 제 구실을 하고 있는 편이 유리 하다.
적어도 이곳의 모두가 나를 떠받들 때까지는 이 감투를 유 용하게 쓸 필요가 있었고, 실제 로 그렇게 된 뒤에도 왕족이라 고 하는 게 백성들의 지지를 더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나.
게다가 나름 관료제를 갖추 고 있고 나라의 틀을 유지하는 이곳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 제를 세운다면 그게 전부 다 돈 이다.
장기적으로 이 한반도라는 땅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 는 용도로 써먹어야 하는데 내 사비를 들여서 거기까지 키워 놓으면 대체 얼마나 돈이 깨질 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뭐, 그래도 당연히 저 유교 꼰대들과 답이 없는 왕가를 그 대로 놔둘 마음은 없다.
낡은 아파트도 리모델링하면 내부는 그 어떤 신축 못지 않게 싸그리 다 바꿀 수 있지 않나.
어차피 본격적으로 내가 개 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 으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유지 하고 싶어도 유지가 불가능해 진다.
한창 왕이 될 야망으로 부풀 어오른 이하응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설령 그가 왕이 된다고 해도.
그리고 이후의 후계자들이 누가 된다고 해도 용상의 주인 이랍시고 떵떵거리며 살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조선이라는 환자는 수술을 받아야 하고 그러면 왕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가 필연적 으로 많이 바뀌게 될 수밖에 없 을 테니까.
나라의 방침을 논하려면 현 실은 물론 저런 미래까지도 다 고려해야 하는데 과연 저기서 매일같이 부르짖는 이들 중엔 과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자 들이 몇이나 있을까.
아니, 몇이나 있는 게 아니라 과연 존재는 할지 의심을 해보 는 게 먼저려나.
그래도 미래를 보지는 못하 더라도 현실이라도 볼 수 있는 이들이라면 그 현실조차 외면 하는 자들보다는 훨씬 더 낫다 는 게 내 지론이다.
나는 논쟁이 있는 당일까지 도 제발 살려만 달라고 온 몸으 로 주장하는 김학서에게 슬쩍 귀띔을 해주었다.
“논쟁에 임하시기 전에 만주 에 조선의 깃발이 휘날리는 광 경을 한번 상상해 보시고 들어 가세요.”
“···예? 무, 물론 세간에 그런 뜬소문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설마···진짜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 지 않습니까. 간절히 바라면 천 지신명이 도와줄지도 모르죠.”
“오오! 오오오오!”
지금까지 살기 위해서 비굴 한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판이 하게 다른 반응.
“당장 다른 대신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겠습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쏜살같 이 사라져버린 김학서의 뒷모 습을 보던 나도 슬슬 자료를 정 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만주를 줄 수도 있다고 하긴 했지만 그게 언제라고 말 은 안했거든?
한 100년 뒤가 될 수도 있기 는 하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거 짓말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방금 나눈 대화도 다 기록으로 남겨두겠지만 나는 분명 그런 광경을 상상해보라 고만 했지 아무런 확답도 주지 않았으니.
나중에 일이 잘못되도 그건 전부 영감님의 노망난 헛소리 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말을 내뱉어도 당장 책임질 일이 없 으니 뭔들 어떠랴.
성리학의 도를 입버릇처럼 달고사는 저 유생들이라고 하 더라도 김학서의 공수표 남발 을 버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한민족의 레벤스라움, 대환국 공영권.
대한의 민족이 이 국뽕을 참 을 수 있다고?
그러면 내가 전재산을 내놓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