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90)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90화(290/537)
< 실록에도 기록되어 있다 >
조선과 일본은 줄곧 가까우 면서도 먼 이웃으로 지내왔다.
왜란이 터졌을 때 잠시 주춤 하기는 했었지만, 도쿠가와 막 부가 들어선 이후로 교류 자체 는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두 나라 모두 공통점 도 있었는데 양쪽 다 상대방을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도 구로 보면서, 은근 상대방을 자 신들보다 한수 아래로 여긴다 는 점이다.
객관적인 국력만 놓고 보자 면 19세기 중반 일본은 이미 조 선을 훌쩍 넘은 수준이었지만, 어차피 그걸 아는 사람은 현재 조선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당사자인 일본 도 자신들이 조선보다 얼마만 큼 강한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 할 것이다.
각국의 사정을 자세히 모르 니 그냥 서로 근거없는 자신감 만 충만할 뿐,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게 바로 마의 19세 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경원군 의 질문은 어린아이답지 않은 발상이었으나 현실을 모르는 소리이기도 했다.
“도쿠가와의 적통이 끊기면 방계에서 쇼군을 찾을테니 이 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 다. 그런데 그걸 고려해봐야죠. 이건 바둑처럼 내가 한수 두고 다음으로 저쪽이 한수를 두는 놀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저쪽도 떠올릴 수 있다는 걸 언제나 염 두에 둬야 합니다. 자신이 세기 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가 아니라면.”
“이해했습니다. 우리가 저런 행동을 취하려고 하면 막부측 도 비슷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는 거로군요. 그런데 왜인들이 과연 그럴만한 수준이 되겠습 니까? 제가 듣기로 왜인들은 기 질이 사납고 음습하여 대의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 다 하였습니다.”
19세기 조선이라는 시대를 고려하면 결국 이 정도 인식수 준이 딱 한계인 건가.
뭐 그래도 이걸 토론 주제로 삼지 않고 개인적인 자리에서 물어본 판단은 훌륭하다.
아직 어린데도 이 정도로 사 리파악이 되는 사람이라면 현 재 조선의 종친들 중에서는 나 름대로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뒤에 있는 풍양 조씨가 걸리 긴 해도 어차피 경원군의 기질 을 고려하면 문제될 건 없겠지.
여기에 내가 뒷배에 있다는 걸 알면 세도가라고 해도 왕에 게 대놓고 덤비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을 테고.
너무 어린 감이 있기는 해도 어리다는 건 내 입맛에 맞게 물 들일 시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갑자기 구미가 당기는데?
사실 냉정하게 보면 조선과 일본 그 누구도 핏줄을 근거로 내정간섭을 하는 건 불가능하 다.
그랬다가는 바로 전쟁도 불 사할만큼 상황이 최악으로 치 닫게 될 테니까.
하지만 오랜 세월을 들여 작 업을 쳐둔다면 조선이나 일본 은 무리라도 나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 는 건 사실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조선의 새로운 국왕 책봉부터가 그 연 장선 아닌가.
이후로도 나는 시시콜콜한 여러 화제로 각 후보들의 장단 점을 가늠해 보았고.
정말 놀라울만큼 서로 일장 일단이 있어 사전에 선택을 하 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 었다.
그래도 셋 중 누가 왕이 되더 라도 이쪽의 뜻대로 다룰 수 있 다는 견적은 나왔으니 수확은 있었다.
남은 건 도토리 키재기이긴 해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은 놈이 누구인지 가리는 것뿐.
이건 헌종이 고안한 경연이 제몫을 해주기를 바라는 수밖 에.
* * *
세 후보들이 물러간 뒤에도 나를 찾는 이들의 행렬은 끊이 지 않았다.
비변사의 제조들, 육조의 판 서와 참판들, 다른 왕실의 종친 들까지.
그래도 의외로 왕실의 큰 어 른인 대왕대비 순원왕후는 이 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며 내 게 접촉하려 하지 않았다.
김좌근의 누나라서 사전에 언질을 받은 건가 싶긴 하지만 순원왕후가 동생의 말을 잘 듣 는 사람이었던가?
아니면 김좌근이 그만큼 강 하게 말을 해놓았을 수도 있으 니 이건 따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조선의 왕실 따위가 뭘 해봐 야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없 겠지만, 청나라와 일본까지 아 울러야 하는 이 시점에서 일이 더 귀찮아지는 건 사절이니까.
그래도 왕실의 가장 큰 어른 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나는 다른 면담 요청을 다 거절하고 느긋하게 경연일이 다가오기만 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경 연 당일.
나는 헌종의 바로 옆 특등석 에서 조선, 아니 한반도 왕조 역사상 최초로 다음대의 왕을 결정하는 토론을 직관할 수 있 게 됐다.
본래 편전에서 토론을 시키 려고 했지만, 헌종이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넓은 장소 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토론장을 초시가 열리는 시험 장으로 옮겼다.
덕분에 거의 조정의 대다수 의 관원들은 물론이고 성균관 의 진사들까지 저 구석에서 눈 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는 중 이었다.
졸지에 갑자기 수많은 사람 들 가운데서 면접을 보게 된 후 보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 지만, 진짜 왕이 되려면 이 정 도는 가볍게 극복해야 한다는 듯 헌종은 전혀 개의치 않는 기 색으로 대뜸 질문을 던졌다.
역시 당사자들은 똥줄이 타 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꿀잼 도 이런 꿀잼이 따로 없네.
흥선군 저 인간 이전에만 해 도 세자 자리는 거의 맡겨놓은 사람마냥 여유롭더니 지금은 긴장으로 목각인형이 되어버린 것좀 보소.
“덕완군에게 묻겠다. 어린시 절을 강화도에서 보낸 걸로 알 고 있다. 무릇 한 나라의 왕이 라면 어린 시절부터 나라를 이 끌어가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법. 덕완군은 이 점이 치 명적으로 부족해 보이는데 이 런 부분이 결격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다,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만큼 더욱 더 열심히 공부에 힘쓰고 있습니 다. 그, 그리고 비록 궁중의 법 도를 잘 모르지만 저만이 가지 고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 니다.”
“그게 무엇인가?”
“백성들의 삶을 지식이 아닌 이 몸으로 느끼며 자랐다는 겁 니다.”
왕족이라고는 하지만 역모에 연루되어 어렸을 때부터 평민 처럼 강화도 산골짜기에서 자 란 사람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비 웃음이 섞여 있다는 걸 모를리 가 없음에도 덕완군은 의외로 떳떳하게 가슴을 피고 말을 이 어나갔다.
“매, 맹자께서 주장하신 왕도 정치의 핵심은 곧 인과 의입니 다. 인은 사랑이고 사랑은 곧 애민이라 할 수 있으니 백성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긍휼히 여기는 저는 적어도 인의 마음 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 다.”
“너무 추상적인데 구체적으 로 말을 해볼 수 있겠는가.”
“예. 저는 겨울철 손이 얼어 붙을 만큼 차가울 때 불을 붙일 땔감이 없어 온 몸이 뼛속까지 시리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쌀 한 톨을 구하기 힘들어 먹을 걸 찾기 위해 사방 을 돌아다녀야 하는 절망감과 비참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백 성을 생각하고 위하는 게 참된 왕의 자세라면···저는 그 부분만 큼은 누구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묘사 자체가 원가 생동감이 있 고 호소력이 짙었기에 헌종을 비롯한 다른 대신들도 그럴듯 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애민사상과 왕도정치 도 결국 군주가 그럴만한 능력 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것.
기본적인 능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훌륭한 군주가 되기는 힘들다.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 만으로 병이 나아진다면 누군 들 명의가 되지 못할까.
“다음으로 경원군, 경원군은 나이가 다른 두 후보에 비해 한 참 어린데 이 점이 발목을 잡지 는 않는다고 보는가?”
“나이가 어리다는 건 지금 당 장은 약점이 되지만 미래를 본 다면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 다. 앞으로도 더욱 더 공부에 매진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질문을 바 꿔볼까? 흥선군은 본인의 약점 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이들처럼 약점이 될만 한 부분을 파고들 줄 알았던지 이하응의 눈가가 미묘하게 흔 들렸다.
본래 강점을 어필하라는 저 런 질문보다 약점을 말하라고 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너무 하찮은 걸 말하면 장난 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테고, 진 짜 심각한 걸 말하면 그럼 너를 뽑으면 안되겠네 하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는···저의 학식을 과신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제 알량한 지식 이 옳다고 믿고 다른 의견을 배 척하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 로 그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됐고 지금은 언제나 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려 합니다.”
“그 계기가 뭐였는지 말해 줄 수 있을까?”
“예. 이전에 누군가가 제게 서양과의 수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서양 과의 수교는 나라를 좀먹을 뿐 이라며 확신에 찬 채로 상대방 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 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수 교도 수교도 나름이며 중요한 건 우리 조선이 어떻게 능동적 으로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 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 여 중용에서 강조하는 겸손, 사 양지심의 마음을 다시금 되새 기게 되었고, 이를 잊지 않고 실천해나가려 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털어놓되 이 걸 극복했다고 말하면서 은근 히 장점으로 어필.
현대에서도 면접할 때 요긴 하게 써먹는 스킬 중에 하나다.
이걸 바로바로 써먹다니 다 른 건 몰라도 이하응이 나름 머 리가 비상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듯 하다.
이후로도 기본적인 지식과 대외정세, 인재등용에 관한 의 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질문을 던진 헌종은 후보들 모두의 답 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가장 눈 에 띈 사람은 역시 흥선군이었 고 의외로 선전한 이는 어린 경 원군이었다.
덕완군 같은 경우 역시 처음 부터 안고 있는 패널티가 너무 컸기 때문에 세부적인 지식을 묻는 질문에서는 거의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남은 건 토론에서 만회를 하 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덕완군 이 제시한 화제는 너무 평이했 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다지 두 닥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민초들의 실제 삶을 이해하 고 살피는 게 군주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
이건 아예 첫 질문에서 덕완 군 본인이 상세한 예시까지 곁 들여 설명했기에 아까 했던 답 의 재탕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 이다.
그래도 다음 화제는 꽤나 불 꽃 튀는 설전이 오갔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성리학적 질서를 지키는 게 과연 중요한 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경원군은 자신이 던진 이 화 두에서 동도서기를 강조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은 성리 학적 질서에서 벗어나 서구의 정신을 받아들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허나 저들의 기 술이 강맹한 건 사실이니 우리 의 정신문명은 그대로 유지한 채 서양의 기술만을 들여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경원군의 말도 일리기 있으 나 이와 기가 통하듯 본질과 현 상은 결국 밀접하게 엮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헌데 문명 은 그대로 둔 채 기술만을 받아 들인다? 저들의 기술은 곧 저들 의 사상의 집합입니다. 이기일 원이든 이기이원이든 이와 기 는 완전히 끊어질 수 있는 성질 이 아닙니다. 그러니 동도서기 는 그 자체로 성리학적 질서에 서 벗어난 구호라 할 수 있습니 다.”
“저들의 기술을 무분별하게 그대로 수용하자는 게 아닙니 다. 해체하고 분석해 우리의 뜻 에 맞게 재조립하자는 것이죠.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도 우리 안의 중심은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게 제 주장의 핵심입 니다. 흥선군께서는 그러면 저 들의 기술을 전혀 받아들여서 는 안 된다는 주장이십니까?”
“그럴리가요. 이미 청나라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보지 않았습니까. 받아 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성리학적 질서가 무 너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동감 합니다. 허나, 동도서기가 현실 적인가, 그게 정말 성리학적 가 르침에 부합하는가 따져보면 이견이 있다는 것이죠.”
현대인이 볼 때는 참으로 쓰 잘데기 없는 걸로 논쟁을 벌이 고 있구나 싶지만, 성리학은 조 선의 근본이니 저들은 나름대 로 지금 살떨리는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끼어들 엄두도 내 지 못하고 멀뚱멀뚱 구경만 하 고 있는 덕완군을 보며 애가 타 고 있는 안동 김씨는 똥줄이 타 고 있었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경원군이 똑 똑하다고 해도 열살이 막 넘은 아이가 어떻게 흥선군과 말싸 움을 계속 하겠는가.
준비해온 레파토리가 떨어지 자 경원군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누가 봐도 흥선군의 판 정승으로 논의가 마무리 됐다.
그리고 이 논쟁을 쭉 들으며 내 안에서도 조선을 어떤 식으 로 써먹어야할지 그림이 구체 화 됐다.
역시 가장 걸림돌인 건 유교. 저 놈의 그 지긋지긋한 성리학 적 질서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저걸 붕 괴시키기 어려우니 우회책을 써야 하는데 마침 그럴듯한 수 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게 바 로 다음 토론의 주제로 올라왔 다.
-조선이 옛 조선의 강역에 정 당성을 지니고 있는가
헌종이 공개한 토론 주제를 본 대신들은 물론이고 저 멀리 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성균관 의 진사들마저 입을 떡 벌린 채 발제자인 흥선군을 바라보았다.
반응은 저마다 달랐지만 느 껴지는 감정은 똑같다.
‘저 인간 미친 거 아니야?’
누구도 소리를 내지는 않았 지만 이미 주변을 바짝 조이는 긴장감이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 와중에 순진한 우리 덕완 군은 천역덕스러운 얼굴로 손 을 들며 물었다.
“여기서 말하는 옛 조선이 단 군께서 세우신 그 조선을 말하 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리 조선은 이름 부터가 옛 조선을 계승한 국가 니 당연히 정통성이 있는 게 아 닌가 싶은데.”
안동 김씨 대신들의 얼굴이 파랗게 죽었다.
‘그거 맞아?’ 라고 외치는 절 박한 심정이 느껴졌는지 덕완 군이 이내 고개를 슬쩍 돌리더 니 머리를 긁적이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옛 조선의 땅 대부분이 청나라의 영토라 국 경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테고···무의미한 싸움으로 이어 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저,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합 니다.”
어린아이가 논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운 주제다.
경원군도 말을 더듬으려 재 빠르게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 했다.
사실 이게 일반적인 사람들 의 반응이고 정석이지만 애초 에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걸 토론 주제랍시고 제시하지 않는다.
흥선군은 내쪽을 한번 힐끗 바라보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 쉬고 단호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조선은 과거 한반도에 서 이어져 내려온 모든 국가의 정통성을 한몸에 계승한 국가 입니다. 옛 조선만이 아닌 고구 려, 백제, 신라와 발해, 그리고 고려의 모든 전통과 사상이 우 리의 문화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부정하실 수 있는 분 계십니까?”
“···아니, 그건.”
“꼭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
청나라와의 사대를 확실히 청산하고 싶은 게 헌종의 뜻이 고 나는 의견을 강력히 밀어줄 의도가 있다.
이대로 가면 예상보다 싱겁 게 결론이 날 수도 있을 거 같 다고 예상하려던 찰나.
어린아이 특유의 치기였는지 아니면 날카로운 촉이 발동했 는지 모르겠지만 우물쭈물 말 을 흐리던 경원군이 눈을 딱 감 고 큰 소리를 내질렀다.
“아, 아니! 우리 조선이야말 로 조선과 발해, 고구려를 전부 계승한 국가가 맞습니다! 이건··· 그, 그러니까 실록에도 고구려 를 계승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발해는요?”
“실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옛 조선도? 확실합니까?”
“그것도 실록에 기록되어 있 습니다! 아마도···.”
음.
어.
그런가?
혹시나 해서 옆에 있는 헌종 에게 슬쩍 물어보니 놀랍게도 아마 진짜일 거라고 한다.
대단하다 조선왕조실록!
아무리 그래도 저건 숫제 그 냥 우기기로 밖에 보이지만 어 쩌겠는가.
조선이 한반도에 거점을 두 었던 모든 국가를 계승했다는 기록이 실록에 있는 이상 이를 부정하는 건 실록의 정확성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
사초와 실록을 열람할 수 있 는 사람은 극히 한정되어 있으 니 여기서 당장 까보자라고 할 수도 없는 무적의 논리였다.
나중에 아니라고 하면 잘못 들었던 모양이다 아님 말고 해 버릴 생각이겠지.
모두가 어버버 하는 사이 이 미 토론의 방향은 조선은 만주 의 정당한 계승자이며 이는 실 록에도 나와있다는 쪽으로 굳 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의 이 토론 역시 실록에 기록될 예정 이다.
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광기의 토론을 보 며 자연스레 확신을 굳힐 수 있 게 됐다.
유교 탈레반들의 입을 한방 에 다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비책은 역시 ‘조선을 다시 위대 하게’라는 구호뿐이다.
그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이 무엇인지는 굳이 따로 길게 설 명할 필요도 없을 터.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면 조선이 만주를 먹겠다고 설치 면 아래에 있는 우리 동조선, 즉 일본이 영향을 받지 않을 가 능성이 없다는 건데.
쟤들이 이걸 보고도 조용히 있을까?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 같은 데.
내가 머릿속으로 아시아 전 체의 판도를 그려보며 생각에 잠긴 사이, 토론의 전개를 바라 보는 헌종의 입가에는 만족스 러운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