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9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291화(291/537)
< 책봉 >
좌충우돌 우당탕탕 1차 경연 이 다 끝난 뒤.
어스름한 노을이 대궐의 처 마에 걸려 뉘엿뉘엿 저물어가 고 있을 무렵.
혼비백산한 채로 흩어진 다 른 대신들과 다르게 헌종은 나 와 함께 궁으로 돌아오는 그 순 간까지도 얼굴에서 미소를 지 우지 않고 있었다.
“꽤나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용안에 미소가 가득한데 당 연히 그렇게 볼 수밖에요.”
“과연···그럼 전하시라면 제가 무엇에 기뻐하고 있는지도 아 시겠군요.”
“모든 일이 계획대로 착착 돌 아가고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 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요.”
세자가 될 사람들이 예상보 다도 더 총명해 보이고, 청과의 사대단절이나 대영제국 코인을 풀매수하려는 작업도 막힘없이 진행될 게 보이니 나라고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겠네.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과연 방금 토론을 보고 헌종은 누구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을지.
그런데 헌종 역시 같은 게 궁 금했는지 침소 안으로 들어오 자마자 목소리를 낮추고는 은 근한 어조로 물어왔다.
“전하께서는 혹시 아까 전 토 론을 보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어느 정도 선으로 말씀드릴 까요?”
“가감없이. 느낀 그대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덕완군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갸륵하나 기본적인 자 질이 모자란 느낌이었습니다.”
“그건 갈고 닦으면 보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장 가능성을 놓고 봐도 어 린 경원군 쪽이 고점이 높으면 높지 낮지는 않겠죠.”
철종을 옹립하고 안동 김씨 를 쳐낸 뒤 내 꼭두각시로 부려 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이 스마트폰이 있고 인터넷 접속이 되는 현대 라면 모를까 아직 전화조차 나 오지 않은 시대에 대륙을 넘나 드는 꼭두각시 인형극을 펼치 라고?
이건 물리적으로 무리다.
그게 가능하려면 철종이 자 신의 주관이라고는 없는 반병 신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결코 그정도 수준 이 아니었다.
게다가 왕이 그렇게 모자란 반푼이라면 세도가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멀리 있는 조폭보다는 눈앞 의 양아치가 더 무서운 게 사람 의 심리다.
내가 대륙 반대편에서 아무 리 조종해보려고 해도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지 않겠지.
그러니 덕완군은 배제다.
원역사처럼 안동 김씨 등쌀 에 치여서 마음 졸이며 사느니 그냥 이 나라의 종친으로서 대 접 받으면서 편하게 살라고.
솔직히 이 정도면 덕완군은 나한테 머리 박고 감사해야 하 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사실 주상께서도 덕 완군은 후보에서 제외하신 느 낌인데 아닙니까?”
“아니···그걸 어떻게 아셨습니 까?”
“청과의 사대를 청산하려면 기존의 성리학적 질서에서 어 느정도 탈피할 필요가 있죠. 대 영제국과 새로운 조공-책봉 관 계를 맺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까지의 관념을 근본부터 뒤흔 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역할을 감당하기에 철···아니, 덕완군은 너무 유약한 느낌이더군요.”
“제 머릿속에 들어가셨다 나 온 줄 알겠습니다. 정확합니다. 하지만 경원군과 흥선군쪽은 선택하기가 어렵더군요.”
스포츠만 봐도 지금 당장 안 정성을 택한 플로어 픽을 할 것 이냐 선수의 잠재력을 고려한 실링 픽을 할 것이냐는 영원한 난제다.
지금 당장은 흥선군이 경원 군보다 더 유능해 보였지만 이 건 경원군의 나이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경원군이 흥선군과 비등비등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세종대왕의 재래니, 공맹의 재 림이니 하면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2차 경연으로 선발 하실 겁니까?”
“글쎄요. 사실 이미 성향이 파악된 이상 2차 경연도 결국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선택에 있어서 나이를 얼 마나 고려할지 정하는 것이니 까요.”
지당한 말이다. 지당한 말이 긴 한데···나는 여기에 미래의 역사라는 변수를 추가로 알고 있잖아.
흥선군 본인의 자질은 어떨 지 몰라도 후대가 매우 높은 확 률로 답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마음 한 구석이 걸 리는 건 당연지사.
원역사의 고종이 왕이 되는 일은 없겠지만 첫째도 불안불 안한 건 마찬가지리니까?
나름 머리 잘 돌아가고 내 뜻 에 잘 부응할 왕을 뽑는 건 곧 조선을 미래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첨병으로 삼겠 다는 뜻이다.
그러니 만주를 떼어줄 통큰 생각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고종 이나 그에 준하는 인물이 등판 해 판을 집어 던지는 꼴을 보면 속이 뒤접이지 않겠나.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 는 안 되지.
하지만 대강 알아보니 고종 은 이제 막 태어난 시점이고 그 의 형은 경원군보다도 조금 더 어린 꼬꼬마였다.
아직 핏덩이에 불과한 애들 을 슥 보고 ‘아, 이 후보는 아이 들이 싹수가 별로일 거 같으니 다른 후보로 가죠?’ 라고 하면 누가 공감해주겠는가.
조선에서는 지금 아주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으니 적어도 이 일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먼지 한톨만큼의 오점도 있어 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지금 시점에서 완벽한 답이 나 올리는 없으니···답은 하나 뿐이 다.
어차피 이 나라의 왕은 내가 아니라 눈앞의 이 인간이잖아?
이놈이 신나게 똥을 싸고 있 는데 내가 대신 힘을 줄 필요는 없겠지.
조선의 왕이면 왕답게 마무 리는 본인이 해야하지 않겠는 가.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앉고 세상에서 가 장 자신 있는 전매특허.
가스통의 뚜껑을 슬며시 열 었다.
“주상, 이왕 이런 전례가 생 겨서 하는 말인데 혹시 로마라 는 국가에 대해 들어보셨습니 까?”
“로마? 금시초문입니다만.”
“로마는 과거 유럽에 존재했 던 제국으로 서양 모든 나라들 의 동경의 대상이라고 봐도 무 방한 곳입니다. 사실상 서양에 서 황제를 칭하는 모든 국가는 자신들이 로마의 정당한 후계 자라고 칭했으니까요. 대영제국 에는 선망, 사랑, 낙원을 의미하 는 관념이 뭉친 로맨스라는 단 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 자체가 로마라는 이름에서 왔을 정도 니 감이 오실 겁니다.”
“유럽의 천자 같은 느낌인가 보군요. 대강 알겠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모든 유럽 국가들의 정신적인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였습니 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그 로마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 황제들은 대부분 친자가 아닌 양자였습니다.”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여 기엔 바다보다 깊은 사정이 있 지만 불필요한 지식은 판단에 방해가 될 뿐.
어쨌거나 나는 지금 이 순간 도 앞으로도 단 한마디의 거짓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예상대로 헌종은 상황이 상 황이다 보니 내가 들려주는 이 야기에 즉각 반응을 보였다.
“양자가 물려받았는데도 황 권이 안정적이었다는 말씀입니 까?”
“물론입니다. 로마에 군림한 황제들의 면면을 보면 친자 승 계보다 양자 승계나 추대에 의 해 등극한 사람이 더 많을 겁니 다. 특히 로마가 가장 번영했 던 시기에는 황제들이 양자를 조기 입양해 제왕학을 가르치 며 후계자를 양성했죠.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빛나는 시기 의 마지막을 장식한 황제는 양 자가 아닌 친자에게 자리를 물 려주었고, 그 친자는 앞선 황제 들에 비하면 명백히 함량 미달 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덕이 높 은 이를 양자로 삼아 왕이 될 준비를 시킨다···적장자 계승을 원칙으로 하는 성리학의 질서 와 맞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또 통하는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결국 왕도 정치라는 건 뜻이 좋고 결과가 좋고 백성 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가 되는 법이다.
애초에 적장자 상속은 중국 에서 유래한 종법이 원류가 아 닌가.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겠다면 굳이 이걸 따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로마 는 이곳 조선과 꽤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태어 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억지 가 아니라 정말로 비슷한 면모 가 보이거든요.”
“···정말입니까? 이를테면?”
“로마는 조선처럼 반도 국가 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탈리아 반도의 작은 국가였지 만 나중에는 유럽 전체를 지배 하는 황제국이 됐죠. 그리고 숱 한 외세의 침략을 받으며서도 이를 이겨냈고, 자신들만의 언 어와 글자를 발전시키기도 했 죠.”
차이점을 가져오라고 하면 이것보다 수십배는 더 많은 예 시를 들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 아시아와 비교도 안 되 게 강한 유럽.
그 유럽의 정신적 지주이자 동경의 대상인 로마와 조선이 닮은꼴이라는 인식을 주입하는 일이다.
“허어···그거 참 기이한 인연 이로군요.”
“그렇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가장 능력이 있는 왕족을 양자 로 들여 왕위를 물려주는 사례 를 남기게 됐다는 것까지 겹치 네요. 이거야말로 가장 소름돋 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면서도 온 몸이 오그라 들어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지 만 헌종의 표정을 보아하니 슬 슬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려 는 모양이네.
조금만 더 참으면 이 고통에 서 해방될 수 있어!
“그러니까, 전하. 전하께서 말 씀하시려는 건 즉······.”
“즉?”
“조선이 그 로마라는 나라처 럼 될 수 있다는 겁니까?”
“그건 전하의 선택에 달린 일 입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조선이 로마 그 자체라거나 제 3의 로 마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을 못하겠다.
하지만 이미 선례가 만들어 진 이상 다음대에도 이런 과정 을 반복할 명분은 확보된 셈이 다.
물론 헌종이 후사가 없었기 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거야 어 떻게든 논리를 가져다가 붙이 면 우길 수 있지 않겠나.
어떻게 하냐고? 그건 내가 아 니라 이 나라의 왕인 헌종이 생 각해야지.
“전하. 조선은 지금 굉장히 중요한 길목에 서있습니다. 여 기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 냐, 아니냐로 저 유럽의 열강들 과 어깨를 나린히 하는 강대국 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평생을 대영제국의 그늘 아래서 근근 히 살아가는 약소국으로 마감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전하를 통해 영길리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 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과 연 어떤 애로사항이 따를지 앞 선 토론에서 보지 않으셨습니 까. 조선이 성리학적 질서를 따 르는 이상 유럽의 사상과 그 사 상의 산물인 기술을 받아들이 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전하께 서 성리학적 질서를 계속 견지 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계시다 면 죄송하지만 그래서는 성공 하지 못합니다.”
조선의 동도서기, 청나라의 중체서용, 일본의 화혼양재.
이름은 달라도 동양의 정신 무명 위에 서양의 기술을 쌓아 올리겠다는 시도는 예외없이 전부 실패로 끝났다.
그나마 깊이 발을 담그기 전 에 재빠르게 탈아입구, 메이지 유신쪽으로 방향을 튼 일본만 이 살아남았을 뿐.
“···뼈아픈 말씀이로군요.”
“전하께서는 이미 깨어 있으 시니 이런 말을 드릴 수 있는 겁니다. 청나라와의 사대를 끊 는 것, 대영제국과 조공-책봉관 계를 맺는 것. 그리고 선진문물 을 들여와 근대화를 이루는 것 까지. 전부 전통적인 성리학적 질서 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 는 일이니 전하께서 이걸 천천 히, 하지만 확실하게 타파하셔 야 합니다.”
“······.”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헌종은 잠시 말이 미지근한 물 을 연거푸 들이켰다.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현 실을 직시했지만, 조선에서 성 리학을 조금씩 치워버리라는 건 다른 의미로 굉장히 현실적 인 문제였다.
실제로 성리학을 버리느니 군사적 열세를 감수하고 서양 의 침략으로 계속 고통받겠다 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결코 적 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들에게 있어 유교의 전통 을 지키는 건 곧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일인데 죽기 싫으면 바 꾸라고 한다고 말을 들을리가 없지 않은가.
제 아무리 왕이라고 하더라 도 이런 중대한 문제를 마음대 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알려준 대로 조 금씩, 하나하나 전통과 관습을 파괴해가면서 은근슬쩍 나라의 체제를 바꿔두면 불가능한 일 은 또 아니다.
이미 나라는 존재가 조선에 서 받아들여지고 있고 많은 인 기를 끌고 있다는 것부터 이미 목표까지 절반은 온 거나 마찬 가지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머지는 전적으로 이 나라 의 왕이 하기에 달렸다.
“만약 제가 실패한다면 전하 께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가 조선에 이렇게까지 머 물러 있는 이유는 조선이 대영 제국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 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전하께서 실패하 시고 제 예상과 다르게 일이 진 행된다면 저 역시 고향이라는 이유로 계속 배려를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알겠습니다. 확실히 제가 마무리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군요. 전하의 말씀대로 조 선이 제3의 로마가 될 수 있도 록, 제가 물러나기 전에 이 나 라가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기반 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양자 승 계. 조선이 새로운 문물에 적응 해야 하는 이 중대한 시국에서 는 왕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 하니 저것도 못할 건 없지요. 전하의 조언에 따르겠습니다.”
아니 이런 유언비어를. 내가 언제 조선이 제 3의 로마가 될 수 있다고 했어?
누가 들으면 내가 조선에 말 도 안 되는 헛바람을 집어넣어 서 성리학적 질서를 붕키려는 줄 착각하겠네.
사관이 기록을 남길 수 없게 헌종에게만 들리도록 아주 작 은 목소리로 말했으니 누구도 내게 누명을 씌울 수는 없다.
애초에 지금까지 모든 일을 정도와 명분에 맞게 처리해온 내가 한 나라의 정권을 뒤에서 쥐고 흔든다는 건 프리메이슨 같은 음모론보다도 더 현실성 없는 소설 속 망상이 아닌가.
“흠흠, 안 되죠. 전하. 이런 건 누군가의 조언이 아닌 본인의 판단과 의지대로 움직여야 합 니다. 행동을 하는 군주에게서 강한 확신과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밑의 사람들은 따르 지 않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충고로군요.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말씀 대로 시작은 제가 했으니 마무 리도 전적으로 제가 하는 게 순 리겠지요.”
“그럼요. 저는 뒤에서 응원하 며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헌종의 굳은 자기다짐과 함 게, 책봉을 둘러싼 이날의 회의 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조선의 개화를 책임질 다음 대의 왕과 그 계승방식이 발표 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