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2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21화(321/537)
레콘키스타 (3)
PLVS VLTRA. 보다 더 멀리
El imperio donde nunca se pone el sol.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과거 유럽의 최강대국이었던 스페인 제국을 상징하는 어구다.
이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말은 완전히 대영제국으로 넘어갔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쇠퇴하는 나라의 대명사로 남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스페인도 퇴물 신세를 받는 와중에도 해군력 자체는 나름 준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 해군력을 온전히 다 쓸 수 없으니 문제인 거지 열강의 수문장이라 불릴만한 전력은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던 건 어디까지나 국내 정세의 극심한 불안과 천재지변 때문이다.
적어도 적지 않은 수의 스페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수출을 멈추라는 북부 연방의 억지 요구. 의회는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로 결의!] [정당한 수출을 막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북부의 주장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남부가 탈퇴한 이유가 있다. 강압적인 북부의 외교 방식.]“···그래, 이거지. 이렇게 여론이 받쳐줘야 힘을 쓸 수 있지.”
국무장관을 거쳐 스페인의 총리까지 올라온 테투안 공작 오도넬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만족스럽게 소리내어 읽었다.
현재 총리이긴 하지만 한 때 장군이었던 그는 제국 정책의 강력한 지지자 중 한명이었다.
코르도바 대사가 이 계획의 초안을 들고 왔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승인한 사람도 그였다.
멕시코 전쟁에서 짭짤한 이득을 보았고 그때와 똑같은 행동을 좀 더 규모가 크게 하면 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합중국의 발작? 진짜로 할 거라면 진즉 했겠지.
오도넬 총리의 계산대로라면 적어도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합중국의 총구가 이쪽을 향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날 때즘이면 북부는 전쟁 따위는 생각지도 못할만큼 피폐해져 있을텐데 전쟁의 무슨 놈의 전쟁인가.
“흐흐흐, 좋아, 좋아. 이대로만 가면 정권 연장은 아무 문제가 없겠군.”
지금까지 대환장의 국내 정치를 보며 느낀 건 이 나라는 정치를 잘해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거다.
기반을 아무리 잘 다져봐야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으면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필요하건 오직 정적들의 입을 싹 닥치게 할 수 있는 압도적인 성과뿐.
그런 점에서 이번 전쟁은 둘 도 없는 기회였다.
당장 국내 경제가 어쩌고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쩌고 하는 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싹 들리지 않게 됐다.
신문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던 놈들도 지금은 죄다 북부를 욕하는 기사만 찍어내고 있었지 않나.
대립 구도는 이미 명확해졌다.
까놓고 말해서 대륙 건너편에서 누가 노예제를 하든 말든 일반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중요한 건 우리 스페인 제국이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비상하려고 하는데 저 놈들이 되도 않게 발목을 잡아대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북부는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원래 세상만사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니겠는가.
이미 스페인에서 북부는 돈에 미친 자본가이자 다른 국가들을 강압적으로 찍어 누르려는 악의 세력이 되어 있었다.
반대로 이쪽은 꿋꿋하게 그들의 폭거에 굴하지 않고 자유무역의 정의를 지키는 투사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중이었다.
“총리님, 대영제국이 약속대로 군함을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수고했네. 이제는 이걸 어떻게 남부에 자연스럽게 넘기느냐가 문제로군.”
“지금 분위기를 보면 그냥 팔아버려도 별 문제 없지 않을까요?”
“···그런가?”
학실히 지금 스페인을 향한 합중국의 으름장은 날이 갈수록 점점 수위가 올라가는 중이었다.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졌고, 관계 봉합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냥 이렇게 된 거 얼굴에 제대로 철판을 깔고 남부를 대놓고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원래 사고로 위장해 슬쩍 넘기려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쟁이 끝난 뒤 뒷감당을 하기 힘들지도 모르니 보험을 들어두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이미 눈 가리고 아웅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취하느니 그냥 아예 대놓고 남부를 지원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그럴만하군.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이유는 필요하네. 합중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서라도.”
“이유는 지금 합중국이 만들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저들이 계속 우리를 적대시하는데 가만히 놔두면 저쪽이 알아서 일을 벌여주지 않겠습니까?”
“아하. 그것도 그렇군. 그건 내무부에서 나온 분석인가?”
“런던에 있는 대사관도 동일한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확실히 더 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지긴 한다.
“멕시코는 어떻게 한다고 하지?”
“멕시코야 뭐 지금 박수를 치면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합중국에 피해만 줄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냐는 입장일 겁니다.”
멕시코가 스페인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만큼 합중국이 인근 국가에 저지르고 다니는 패악질이 컸다는 뜻이겠지.
“좋아. 내무부의 분석대로 일을 진행하고 동시에 합중국이 지금까지 주변국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철저히 보도자료를 돌려서 여론을 더욱 더 우리 편으로 만들도록 하게. 어차피 유럽에서 지금 북부 편을 들어줄 국가는 없어.”
사실 이것도 생각해보면 신기하긴 하다.
분명 나쁜 건 노예를 부리는 남부고 북부는 이걸 제지하려고 하는 건데 어째서 지금 균형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어어 하는 사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북부는 고립되어 있었고 남부는 모두의 응원을 받고 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은 단물만 빨아먹으면 그만이니 상관없겠지.
항상 오늘만 같으면 정치가 참 재미있을 텐데.
오도넬 총리는 부르고뉴에서 직송한 와인을 애용하는 잔에 졸졸 따랐다.
예전에는 독한 위스키를 많이 마셨는데 최근에는 이런 술이 더 땡긴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날이 계속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웰즐리 총리와는 다르게 아직도 믿음직한 남편인 나는 빅토리아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사과를 하는 중이었다.
“···이제 화는 다 풀린 거죠?”
“알긴 아나봐요? 잘못한 거.”
“아니, 나는 그 애가 이렇게까지 진심인 건 몰랐지! 그냥 당신먼저 설득하라고 하면 꼬리 내릴 줄 알았는데 그렇게 질러버릴 줄 알았나.”
“네, 네 나도 알아요. 그래도 나한테 미리 말은 해줬어야죠.”
아들이 급발진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빅토리아도 냉정하게 저게 최선인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근본적인 원인을 타고 올라가면 이게 다 내가 뺀질나게 전장에 드나들어서 그런 거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래도 그 애가 위험한 곳에는 절대로 보내지 않을 테니까 믿어 주시라고요.”
“하아···누구누구씨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덥석 나가버렸으니 그 아이를 말릴 방법도 없고 어쩌겠어요.”
“그게 다 나 좋자고 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당신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한 거였다고······.”
“당연히 알죠. 아니까 이 정도로 끝난 거라고요.”
암요 암요 여왕 폐하의 자비로우신 마음에 감동으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빅토리아의 화가 다 가라앉은 건 아니다.
애지중지 사랑으로 키운 장남이 갑자기 아빠처럼 하겠다고 전장에 나가겠다는데 속이 뒤집히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나.
안 그래도 발화점이 낮은 그녀가 또 뚜껑이 열리기 전에 재빠르게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당신도 알겠지만 에드워드가 압박감을 굉장히 심하게 받고 있는 거 같은데.”
“잘난 아버지를 둔 장남의 무게인가 봐요. 물론 장녀도 다른 의미로 너무 잘난 아버지를 둬서 속을 썩이고 있지만.”
“애들레이드는 뭐···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에드워드는 좀 신경을 써줘야 할 거 같으니 데리고 다니면서 과외를 좀 해줄까 싶은데 어떨까···요?”
그래도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눠보니 에드워드가 싹수가 영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잘 키워주면 대성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도 물씬 풍겼다.
하지만 원래 부모란 자식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건 이미 객관적으로 증명된 하나의 법칙.
아기를 키우는 시절에는 혹시 우리 애가 천재는 아니라도 수재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지 않은 부모는 거의 없다.
에드워드가 나처럼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괜한 부담만 지우는 걸 수도 있지만, 계속 옆에 끼고 돌아다니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건 확실하지 않을까.
빅토리아의 잔소리도 쏙 들어간 걸 보면 그녀도 나름 내 제안이 마음에 든 것처럼 보였다.
“일단 당신이 계속 옆에 붙어서 알려주면 그 아이도 자신감이 오를 테니 나쁜 방법은 아니네요.”
“그렇죠?”
“그런데 전쟁까지 따라간다는 건 아니겠지요? 아빠랑 아들이 손잡고 전쟁 나간다고 하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 못해요.”
“내가 가고 싶다고 해도 에드워드가 허락을 하지 않을 테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 제일 문제는 그 아이를 안전한 후방으로 빼돌려야 하는데 그 아이가 또 눈치가 없는 애가 아니라···.”
전공을 쌓으려고 가는 건데 내가 따라가면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테니 에드워드가 질색팔색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후방으로 박아둔다고 하면 거품을 물고 앞으로 보내 달라고 난리를 치겠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착실하게 교육을 해둘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에드워드는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전부 알려주겠다고 하자 쌍수를 들고 찬성했다.
“그래, 에드워드. 너는 위에 앉아야 할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뭐라고 생각하니?”
“역시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능력이 아닐까요? 아버지가 그런 면에서 타에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총리님의 말씀이 있던데 저도 그런 능력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 물론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중요하지. 하지만 그만큼이나 더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단다.”
지금까지는 누구에게도 해주지 않은 말이지만 내 피를 이은 후계자에게는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커다란 의미에서 보면 정치와 관련되어 있단다. 이번에 터진 저 합중국의 내전도 마찬가지지. 저렇게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정치적으로 해결을 볼 수 있는 일이었지만 결국 뿌리깊게 박혀 있던 경제와 사회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탄이 나버렸지.”
“아버지께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 저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대규모 계획을 어떻게 세울 수 있었겠니. 자. 여기서 그러면 앞으로의 상황을 가정해 보고 우리가 취해야 할 적절한 전략을 논해보도록 하자꾸나.”
거대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여러 나라를 상징하는 체스 말을 쭉 펼쳐놓자 에드워드의 표정이 한순간에 진지하게 변했다.
여기서 자신의 식견을 증명해보이겠다는 듯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는 게 여실히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우선 지금의 상황은 스페인이 우리의 무기를 남부에 팔고 있고 프랑스가 남부를 정식 국가로 승인한 상황입니다.”
“그렇지. 그러면 앞으로 전황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 이렇게 되면 조급해지는 건 북부입니다. 스페인은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할 테고 프랑스 역시 노리는 바가 명백하니 하루라도 빨리 개입하려 하지 않을까요? 프랑스까지 참전하면 균형은 남부 쪽으로 크게 기울 겁니다.”
여기까지는 조금만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이라면 충분히 다 짐작해 볼 수 있는 전개다.
에드워드는 그게 다냐는 내 눈빛을 받자 조금 더 생각을 해보더니 몇 마디를 덧붙였다.
“프랑스의 참전이 확정되면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도 해군을 편성해 개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북부에 항복을 종용한 뒤에 그에 상응하는 이권을 받아낼 수 있다면 종합적으로는 우리 대영제국이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될 겁니다.”
“그래. 그게 정석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전쟁이 그렇게 끝나버리면 우리가 얻는 이득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예?”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남미에 식민지를 확보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상대적이니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너무 쉽게 저쪽을 먹는다면 그건 우리 대영제국에 득이 되지는 않겠지. 그러니 근본적인 전제를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이 전쟁이 남부의 승리로 끝나는 게 정말로 우리에게 이득일까?”
에드워드가 순간 과부하에 걸린 것처럼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무언가에 과하게 꽂혀 있으면 사물의 다른 면을 보는 게 불가능해진다.
에드워드도, 스페인도, 그리고 프랑스도.
불리한 남부를 도와 전쟁에 이겨서 크게 뜯어낼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 반대의 경우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쟁에는 승자가 있어서는 안 된단다. 우리 대영제국을 제외하면.”
합중국은 물론이고 스페인과 프랑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 말씀은 설마······.”
“그래. 우리를 제외하면 전부 패배자가 돼야지.”
신세계의 지식을 접한 에드워드는 입을 떡 벌린 채 나를 바라보았고.
예상대로 정확히 일주일 뒤 프랑스에서 대규모의 육군을 파병할 거라는 소식이 당도했다.
북미에만 국한된 내전은 이제 끝.
유럽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기 시작하며 전쟁은 이제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