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29)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29화(329/537)
< 전환점 (2) >
때 아닌 테러로 몬트리올의 올드 포트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대영제국의 여론은 당연하다는 듯 들끓기 시작했다.
비톡 본토가 아닌 저 먼 캐나다에서 일어난 사고지만 대영제국의 시민들은 캐나다를 다른 식민지와는 조금 다르게 여겼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상류층들은 대부분이 왕당파 영국 사람들이었으며, 아일랜드계만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주한 노동자들도 많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캐나다의 공업이 눈부시게 발전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수의 본토 시민들이 기회를 찾아 캐나다로 향했다.
당장 이번에 몬트리올에서 불탄 상선들 중 상당수가 영국 자본가들의 소유였다고 하니 이는 영국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캐나다는 어떤 땅이냐고 영국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캐나다요? 거기 왕실 땅 아닌가요?”
“부군 전하의 영지로 알고 있는데요.”
킬리언이 캐나다 전권대사이자 캐나다 공작이긴 하지만 엄연히 중세 영주처럼 캐나다를 아예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당연히 왕실령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시민들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수의 일은 사실관계 따위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지 원래 시민들은 복잡한 진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캐나다가 얼마나 큰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세계지도 펼쳐두고 캐나다가 어디 있는지 찍어보라고 하면 정확히 찍는 사람들의 수는 절반이 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몬트리올? 그게 어디 붙어 있는 땅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애초에 런던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으니까.
문제는 대영제국의 위대한 국서가 보유한 땅에 주제도 모르는 미국 놈들이 테러 행위를 가했다는 사실뿐.
<몬트리올 올드 포트 테러. 유력한 용의자는 합중국.>
<남부와 북부 과연 어느 쪽이 주범인가? 목격자들의 엇갈린 증언>
이런 좋은 특종이 나왔으니 신문사가 놓칠리가 없다.
영국 내의 모든 신문사들이 앞다투어 기사를 냈고 기사를 읽는 시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은혜를 원수로? 중립을 지켜준 대가를 테러로 보답한 아메리카의 배신>
“주모자를 찾아내 엄벌하라!”
“이건 왕실에 대한 공격이다!”
대충 조사해도 지지율 95를 훌쩍 넘는 왕실에 대한 테러를 가만히 두고 볼 시민들이 어디 있겠나.
심지어 이건 전쟁에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중립을 지키고 있던 차에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다.
남부든 북부든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라는 요청이 빗발쳤고.
내각은 당연히 남부와 북부에 각각 지금 일어난 이 사태에 대한 상세한 경위를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건 대영제국이 상상도 못한 사고였던 것처럼 남부와 북부 역시 예상치 못한 우연에 당황하는 중이었다.
“···북부 억양을 쓰는 자들이 현장에서 대규모로 목격 됐다는 겁니까? 어째서?”
이번 일을 남부에 뒤집어 씌우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준비한 북부측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링컨은 대영제국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항의문을 한켠으로 치워두며 지그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랜트 장군, 설명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저도 보고만 받았을 뿐 제가 직접 주관한 일이 아니라 현재 최선을 다해 사태파악에 나선 중입니다.”
“설마하니 우리 부대가 이런 기초적인 사안도 지키지 못하고 실수를 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애초에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남부 어조를 구사하기 위해 남부에서 전향한 군인들을 공작원으로 투입했으니까요. 저들은 북부 억양을 아예 쓸 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원래부터 남부 방언을 쓰는 이들인데 대체 어떻게 북부 억양을 구사하는 이들이 목격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못하는 놈들만 보냈는데 어떻게 해요!’ 라고 곧이 곧대로 말하는 건 그냥 자폭이나 다름없으니 사실상 해명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영국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겁니까?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처음에는 뭔가 농간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대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저희가 불태우기로 했던 구역과는 명백히 다른 곳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방화를 저질렀다? 그것도 우연히 같은 날에?”
“사실 계획된 날짜는 사건 당일이 아닌 이틀 뒤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비들이 자리를 비우다시피 해서 현장에서 임의로 판단해 계획일을 앞당겼다고 합니다.”
기회가 왔으면 잡는 게 맞으니 어째서 일정을 지키지 않았느냐 타박할 마음은 없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니 어째서 이렇게 재수없이 일이 겹쳤는지도 이해가 갔다.
이쪽에 죄를 뒤집어 씌우려던 조직도 항구의 경비가 약해지자 얼씨구나 기회가 왔다 하고 냅다 불을 지른 거겠지.
“왜 하필 그때 경비들이 자리를 비운 겁니까?”
“원래 교대를 해야 하는데 착오가 생겨서 잠시 공백이 생겼다고 합니다.”
“···일단 이쪽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해명을 합시다. 혹시 억양 말고 다른 증거는 뭐가 있습니까?”
“NBA의 회원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흑인 해방 연맹의 회원증이? 진짜 아주 작정하고 일을 벌인 건가···.”
대영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멀쩡한 항구에 불을 지르고,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한 증거를 남기고.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일을 벌인 자들이 있을까 놀라운 마음이 들 지경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범인이 누구인지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남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저쪽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요. 아마 빨리 해명하라는 대영제국의 압박에 머리가 어지럽지 않을까 합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양국의 동시 테러.
이쪽에 누명을 씌우기 위해 아주 칼을 갈고 준비한 거 같지만 이쪽도 대충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당장 몬트리올로 보낸 공작원들은 전원 남부에서 전향한 이들이었으며 그들의 고향에서만 사용하는 여러 물건들을 일부러 흘렸다.
무엇보다 이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몬트리올에 잠입해 있었기 때문에 남부 사투리를 쓰는 이들을 아주 많은 몬트리올 시민들이 목격했을 터.
남부는 이번 사태에서 절대로 발을 뺄 수 없다.
“남은 건 우리만 어떻게 잘 둘러대고 빠지면 되는데···잠깐, NBA의 창립자인 킹 제임스는 영국인 아니었나?”
“그럴 겁니다. 이쪽에서도 사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분명 국적은 영국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잘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당장 그를 만나봐야겠군. 그는 지금 어디 있지?”
“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사람이라···지금은 캐나다에 있을 겁니다.”
눈앞이 조금 깜깜한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제임스가 영국인이라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저쪽의 분노가 남부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돌아가도록 판을 짜야만 한다.
이미 북부는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 않으면 얼마나 더 버틸지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이야 애국심을 고취시켜 계속 버티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달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지점이 온다.
그때가 되면 아마 재선의 가능성조차 그리 높지 않겠지.
답답하다. 링컨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몇 년이나 되었다고 얼굴이 이렇게 폭삭 삭아버렸다는 말인가.
이 전쟁이 끝나면 그냥 재선 따위 집어 치우고 고향으로 내려가 두발 뻗고 편하게 잠이나 잘까.
링컨은 대통령이 된 이래 처음으로 진한 허탈감을 느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 *
따지고 보면 올드 포트의 상당부분이 불에 탄 건 별다른 손해가 아니었다.
멀쩡했던 배가 박살난 건 분명 손실이었지만, 그 정도는 티도 안날만큼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배를 잃은 선주들도, 피해를 입은 선원들도 잃어버린 재산보다 더 큰 돈을 받았기 때문에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다면 더 큰 일이 일어났겠지만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 있었다.
“책임을 물긴 해야 하는데 대체 어느쪽에 물어야 하지?”
“원래 계획은 남부의 편을 들려던 게 아니었습니까?”
“전하께서는 그렇게 하실 거라고 했는데 흐음···갑자기 계획이 바뀌신 건지.”
“전하께서 이 일을 다 계획하고 계셨던 건 확실하겠죠?”
“물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지. 그 특유의 당황한 척 하는 가증···아니, 실감나는 연기. 아마 속으로는 모든 게 계획대로 돌아가는 중이라며 쾌재를 부르지 않았겠습니까? 장관님도 그분을 하루이틀 본 게 아니니 아실 텐데요”
웰즐리가 피식 웃으며 책상을 톡톡 두드리자 마주 앉아 있던 디즈레일리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 전하께서는 이 일을 고의로 끌고 계시다는 거로군요. 노리시는 게 뭘까요?”
“그걸 모르니 조금은 답답합니다. 원래 그분은 자기만 알고 있는 지식을 꼭꼭 숨겨 뒀다가 나중에 조금씩 푸는 경향이 있어서.”
“아, 맞죠. 그런 감이 확실히 있긴 합니다.”
“아니면 판은 깔아뒀으니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지금 시민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으니 슬슬 결정을 내릴 때입니다. 전쟁으로 얻을만큼 이득도 다 얻었겠다 이제 슬슬 이 촌극의 막을 내려야죠.”
대영제국의 군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총리와 의회의 의견이 일치할 필요가 있으니 이건 킬리언의 소관이 아닌 게 맞다.
다만 이게 또 캐나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니 그의 의중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
킬리언이 북아메리카에서 어떤 구상을 그리고 있는지 알아야 어느쪽을 잡아다가 팰지 정할 수 있지 않겠나.
결국 그 날 밤 웰즐리와 디즈레일리는 킬리언의 정확한 속내를 알기 위해 버킹엄으로 걸음했다.
“지금 한창 바쁘실 두분께서 여긴 또 어전 일이십니까?”
“바쁘니까 이 야심한 시각에 온 거죠. 전하, 이제 슬슬 우리에게도 이번 일의 진상을 알려주십시오. 늦어도 다음 회의에서는 확실히 이쪽의 입장을 정해야 합니다.”
“총리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또또, 이미 결정을 다 내렸으면서 이쪽의 의견을 물어보는 척 하기는.
“일단 남부와 사전에 말을 맞추긴 했지만 어차피 증거 따위는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어도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양쪽 모두 자신들의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게 어느 한쪽의 음모라는 걸 증명할 만한 증거도 없는 형편입니다.”
“그렇죠. 저도 알아봤는데 양쪽 모두 아주 철저하게 준비를 한 모양이더군요.”
킬리언은 느릿느릿 손수 웰즐리의 찻잔에 물을 부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굳이 누구의 짓인지 찾을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양쪽 모두 범인인 건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 이번 사건은 북부와 남부의 계략이 동시에 서로를 겨누는 형태로 실행됐다는 게 당연한 추측이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양쪽에서 인정을 하지 않으니 문제인 거지.
“그러니까 전하의 말씀은······.”
“남부가 공작을 했네, 북부가 공작을 했네 이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자작이든, 음모든 중요한 건 서로 다른 두 조직이 공작을 펼쳤고, 지금 합중국에 있는 세력은 두개 뿐이니까요.”
“그냥 둘 다 범인으로 공표하자는 말씀입니까?”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의 동맹인 프랑스와 프로이센은 남부의 편을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남부를 적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적대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전후협정 때 책임을 좀 물을 뿐이죠. 오히려 범인이 둘이니까 딱 명분이 서지 않습니까. 이 미친 전쟁을 끝내라고 둘을 중재할 명분이.”
너희 둘 다 병신들이니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말고 멈추라고 양쪽 모두에 총구를 겨누자는 뜻인가.
확실히 이렇게 하면 직접적으로 전투를 벌이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북부와 남부는 분단될 터인데.
“어차피 남부로서는 독립을 원할 테니 적어도 남부쪽은 기꺼이 중재에 따를 겁니다. 결국 전하께서도 간접적으로 남부의 편을 들어주시겠다는 거로군요.”
“물론이죠.”
하긴, 그게 처음 맺은 약속이었으니까.
이 기회를 살려서 전후협정 때 남부에게 추가로 뭔가를 더 뜯어내겠다는 건 상상도 못한 방법이긴 했지만 좋은 방법이었으니 딱히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어진 킬리언의 말은 웰즐리의 예상을 또 한번 훌쩍 뛰어넘었다.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망할 나라니까 밀어줘도 아무런 뒤탈이 없지 않겠습니까.”
웰즐리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꼬리를 이리저리 뒤틀며 웃어 보였다.
얼핏 들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킬리언의 말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