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35)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35화(335/537)
< 광풍이 쓸고 간 자리 (2) >
1864년 1월.
아메리카 연합국이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나오게 된 남부연합은 처음부터 거하게 사고를 쳤다.
“콜롬비아 정부는 파나마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나마는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자율권을 보장 받아야 마땅한 곳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뜬금포 들이받기.
남부가 갑자기 뭘 잘못 먹어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파나마의 토착 영주들은 남부의 성명에 크게 고무 됐다.
“와아아아아!”
“콜롬비아는 각성하라!”
“우리는 콜롬비아의 식민지가 아니다!”
파나마 분리 지지주의자들은 남부에 접촉을 했고 남부는 이들의 간절한 열망을 적절히 이용했다.
“우리가 들고 일어나면 남부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단 말씀입니까?”
“확답은 못하겠지만 일단 여유가 된다면 반드시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뭔가 모호한 대답이긴 했어도 파나마의 분리주의자들은 남부의 대답에 큰 희망을 걸었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개입할 마음이 없다면 이렇게 뜬금없이 콜롬비아를 걸고 넘어졌을리가 없으니까.
분리주의자들은 그렇게 믿고 거리로 뛰쳐나와 콜롬비아를 규탄했다.
콜롬비아는 당연히 군대를 출동시켜 이들을 때려잡았다.
“각성은 무슨 각성! 이 새끼들이 미쳤나!”
“남부가 독립했더니 너희도 독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이 정신나간 새끼들 모조리 때려잡아!”
독립하고 싶다고 독립을 할 수 있다면 애초에 남부가 북부를 상대로 왜 그렇기 치열하게 싸웠을까.
“나 때려잡아달라고 이렇게 우르르 나오다니 어이가 없네. 그냥 다 끌고가서 감옥에 처넣어!”
“이 개자식들! 아메리카 연합국이 이 야만스러운 짓을 절대 두고보지 않을 거다!”
하지만 분리주의자들이 믿었던 남부 연합은 움직이지 않았다.
애초에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콜롬비아와 갈등을 일으키겠는가.
실제로 한달이 지나가도록 남부는 아무런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고.
콜롬비아는 남부를 믿고 일어났던 독립세력과 분리주의자들을 철저히 때려잡고 이 참에 아예 뿌리를 뽑으려 행동에 나섰다.
이제 막 싹이 트려고 했던 파나마의 분리주의자들은 철저하게 탄압당하고 세력이 완전히 꺾였다.
그렇게 남부의 이해하지 못할 급발진으로 사건이 종결 되나 싶던 찰나.
-콜롬비아의 끔찍한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말로 뜬금없이 가만히 있던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갑자기 인권의 수호자로 돌변해 콜롬비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남부에서 철수 절차를 밟고 있던 군대를 아닌 파나마 쪽으로 이동시키자 콜롬비아도 이들의 의도를 알게 됐다.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고통받는 광경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남부를 북부의 압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이상 파나마를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콜롬비아는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프랑스와 프로이센이 동시에 콜롬비아를 압박했고 여기에 남부까지 뒤늦게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니 콜롬비아가 어떻게 버틸 수 있겠나.
결국 프로이센과 프랑스는 파나마의 독립을 지원해준다는 명분으로 파나마를 송두리째 뜯어냈다.
문제는 프랑스나 프로이센이 파나마를 이대로 순순히 독립시켜줄 리가 없었다는 것.
“파나마는 아직 제대로 된 국가를 구성할 능력이 없으니 파나마가 자체적인 통치 능력을 갖출 때까지 우리가 분할 통치를 하겠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 맞닿아 있으며 북미와 남미를 잇는 중간에 위치한 높은 지정학적 가치.
이 ‘한시적’이라는 단어가 반영구를 의미한다는 걸 모르는 바보는 없었지만, 콜롬비아는 물론 파나마조차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제 막 자라나고 있던 파나마 분리주의자들의 뿌리를 콜롬비아가 신나게 때려잡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조약을 보증해주는 대가로 대영제국이 슬쩍 끼어들어 파나마의 중앙을 점유해버렸고, 파나마는 졸지에 서쪽은 프로이센, 동쪽은 프랑스.
그리고 중앙은 대영제국이 차지하는 기이한 형태로 분열 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 * *
휴지에 손도 안 대고 코푸는 격으로 파나마 중앙을 손에 넣은 이후, 대영제국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해졌다.
사실 눈이 있어서 지도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영제국이 손에 넣은 영토가 운하를 파기에 최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약 50마일만 파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통로가 만들어진다.
대서양쪽에 주요 항구를 가지고 있는 합중국과 캐나다로서는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한 꿈의 운하라 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 건설 된 수에즈 운하와 비슷한 영향력을 지닐 거라 예측하는 사람도 있었고, 캐나다가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수에즈를 넘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쪽이 됐든 확실한 건 통행수수료 만으로도 건설비용을 손쉽게 회수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대영제국으로서는 이곳에 운하를 건설하고 싶어서 벌써부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계속 나왔다.
그건 의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운하의 건설기간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공사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영제국에 막대한 이익을 가지고 올 시설을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이건 단순히 돈만 걸린 문제가 아니었다.
태평양으로 나갈 길이 막힌 북부로서는 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 운하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북부만이 아니라 남부 역시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코르테스 해로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지역이라 해도 극소수에 불과했고 남부의 대도시 역시 전부 동부에 있었으니까.
다시 말해 파나마 운하를 손에 쥐고 있다는 건 합중국의 선박 통과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진짜로 제한을 걸지는 않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 있다는 건 저들로서는 엄청난 압박일 터.
무엇보다 수에즈에 이어 파나마까지 손에 넣으면 세계 물류 선박의 가장 거대한 손이 되는 거라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이 아니다.
당연히 의회에서 이견이 나올 리가 없었고 모두가 운하 건설 특별법에 자신의 이름을 끼워넣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이 있었으니.
“그런데 여러분, 이 운하의 소유권은 수에즈와는 다르게 우리 정부에 귀속되는 형태로 만들 겁니까?”
“······어.”
아까까지만 해도 파나마 운하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합중국이 이쪽의 눈치를 얼마나 보게 될지 떠들던 의원들이 입이 싹 닫혔다.
분위기를 한번 살핀 웰즐리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
“파나마 운하 건설 계획을 입안한 건 부군 전하셨습니다. 애초에 부군 전하가 세운 계획이 아니었다면 파나마를 이렇게 쉽게 가져오지 못했을 거라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수에즈에 이어서 파나마까지 왕실에 쥐어주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누구도 직접 입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의원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꺼림칙함이 떠나지 않았다.
왕실이 대영제국의 국익에 엄청난 이바지를 하고,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
물론 이해한다. 지금까지 한 게 있으니 당연히 그런 경의를 받아야지.
그러나 대영제국은 엄연한 입헌군주제였으며 가장 큰 힘을 지닌 건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대표인 의회가 되어야 한다.
특히 서민원에 속해 있는 의원들은 더더욱 그렇게 믿고 있었다.
왕실을 존경하고는 있지만 이 이상의 힘을 주기는 싫다.
솔직히 말해서 수에즈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지 않는가.
하지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특히 왕실의 눈치를 강하게 있는 보수당 의원들은 누가 의견이라도 물어볼까 싶어서 억지로 시선을 피하는 게 강하게 느껴졌다.
이 기나긴 침묵을 깬 건 글래드스턴과 함께 자유당의 거물로 꼽히는 존 러셀이었다.
“이건 두말할 여지 없이 대영제국 정부가 관할해야 합니다. 국유화를 시키든, 대영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업이 운영하는 형태로 귀속시키든 해야죠. 이 당연한 걸 왜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러셀 의원님, 하지만 파나마를 병합하는데 왕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니······.”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왕실을 대우해주면 그만입니다. 국유화를 시킨 뒤 지분의 극히 일부를 주는 방식 정도는 고려해볼만 하겠죠. 어쨌거나 확실한 건 이건 무조건 정부 주도의 사업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왕실의 인기가 높아도 할 말은 한다.
러셀이 용감하게 포문을 열자 상당수의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왕실이 이미 수에즈를 가지고 있으니 파나마는 국유화를 하는 게 균형이 맞지요.”
“전하께서도 다 이해해주실 겁니다. 애국자시니까요.”
애초에 이런 분위기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웰즐리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면 그렇게 진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대신 법령을 제정하기 전에 왕실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의견을 미리 전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킬리언이 얼마나 파나마 운하에 진심이었던지 아는 웰즐리는 내심 불안했지만 여기서는 의회의 손을 들어주는 게 순리상 맞다.
어차피 러셀이 주도한 거니까 불똥이 튀어도 저쪽에 튀겠지.
웰즐리는 의회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는 걸 보며 모르는 척 슬쩍 자리를 떠났다.
* * *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
아니 밥상을 다 차리고 식기까지 놔줬는데 나보고는 디저트만 먹으라고 하네?
앞으로 달달히 꿀좀 빨아보겠다고 하는데 발목을 잡아당기는 게 같은 팀이라고 하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니, 내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운하를 다 가지겠다고를 했나, 아니면 세계 선박 물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휘두르겠다고를 했나.
누가보면 내가 아주 욕심쟁이인 줄 알겠어?
이건 솔직히 내가 과민반응을 하는 건 아니었다.
면목 없다는 듯 의회의 뜻이 그렇다고 전달해준 웰즐리의 말을 듣고 당장 에드워드조차 분통을 터트렸으니.
“아니, 아버지 파나마를 손에 넣은 순전히 아버지가 하신 일인데 이걸 이렇게 하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닙니까. 총리님께서라도 이건 아닌거 같다고 확실히 밝혀주셨어야지···.”
“웰즐리 총리는 보수당 소속이니 정당의 이익을 최선으로 해야지. 왕실이 파나마 운하까지 가져가는 건 좀 과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아무리 그래도 국유화를 하고 극히 일부의 지분만 공유해준다는 건 좀······.”
“억울하니?”
에드워드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억울하겠지. 나도 이런 기분은 조금 오랜만에 느껴보니까.
옛날에 청나라를 줘패고 오니 아시아로 꺼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솔직히 의회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왕실의 힘이 너무 쎄지면 의회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테니 이 이상 뭔가를 주고 싶지는 않았겠지.
입헌군주제의 왕실은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 나는 그렇게 해줄 마음이 없지만.
“조금 기분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의회의 결정을 존중해줘야지. 다음 회의에 참석해 의회의 결정을 기꺼이 따르겠다는 연설을 해줘야겠다.
“···예? 아니, 아버지. 의회의 결정에 따라주기는 해야겠지만 굳이 그렇게 협조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밀어줄 거다.”
에드워드는 그런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나라고 쟤네가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돌아가게 된 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파나마를 손에 넣자마자 넙죽 운하를 짓겠다고 호주머니를 풀었다면 주변에서 좋지 않게 보는 자들도 나오지 않았을까?
수에즈에 이어서 파나마까지 너무 과하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에드워드, 그냥 이렇게 된 거 너도 파나마 운하 착공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이라도 해주거라.”
“아버지께서 하라고 하신다면 하겠지만······.”
“그거 무조건 실패할 거거든.”
들릴 듯 말듯 작게 속삭인 마지막 한마디에 에드워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 나 없이 해볼 테면 해보라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말라리아 창궐지인 파나마가 우스워 보여?
20세기라면 모를까 지금은 말라리아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조차 모르는 시대다.
내가 운하 착공에 들어가면 이 사실을 확실히 주지시킬 생각이었지만 저쪽에서 나를 따돌리겠다면 나도 굳이 이걸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정부 주도의 착공사업은 무조건 엎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면 정부는 졸지에 운하를 팔 수도 없는 땅에 괜히 들어간 삽질을 저질렀다는 오명을 사게 될 터.
그때 내가 사업을 인수해서 내 돈으로 운하를 뚫어버리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사업권을 왕실에 귀속시킬 수 있다.
역시, 지금은 즐기시게 놔둬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 같다.
“50마일만 파면 운하를 뚫을 수 있으니 성공한다고 철석 같이 믿고 있을 텐데 실패한다면···그거 참 볼만하겠네요.”
50마일이면 80킬로미터 정도인가.
중얼거리는 에드워드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본 나는 문득 한가지 끔찍한 가정이 떠올랐다.
내가 이대로 대영제국을 원역사보다 더 강대하게 키우면 설마 세계의 표준이 야드 파운드법이 되는 건가?
온 세상이 길이를 야드로, 무게를 파운드로 표기하는 세계라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상상인가.
세상에 더 큰 죄를 짓기 전에, 이건 좀 손을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