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50)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50화(350/537)
< 나쁜 놈 대 이상한 놈 (4) >
남부의 시민들도.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지도층들도.
처음에는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독립이다! 독립!”
“아메리카 연합국 만세!”
대부분의 사람들의 사고회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특히 고등교육이 당연시 되는 시대가 아니라 지극히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처음 전쟁을 한 이유도 지극히 단순했다.
내 고향, 내 가족,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각 주의 자치권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사실 그리 큰 관심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적었다.
남부의 정치인들 역시 그 점을 잘 알았기에 시민들을 독려할 때는 정치적 논리 따위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북부 양키들을 몰아내자.
저들을 쫓아내면 고향 땅을 지킬 수 있고 우리는 우리의 독립을 누릴 수 있다.
사실 노예제를 인정한다고 해서 남부의 모든 시민들이 노예를 부리며 귀족적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었다.
남부 시민들의 상당수는 가난했고 그 가난한 사람들은 노예를 다루는 소수의 부자를 보며 대리 위안을 얻는 상황에 불과했다.
나도 언젠가는 노예를 부리는 저런 성공한 백인의 삶을 살고 싶다.
그런 동경이 남부의 사회 제도를 유지시하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하아···씨발.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전쟁은 우리가 이긴 게 아니었나? 독립만 하면 다 잘 될 거라며?”
“우리 힘만으로 이긴 게 아니라잖아.”
“아니, 그래도 이상하잖아. 독립만 되면 분명 모든 게 잘 풀릴 것처럼 말했는데 이상하게 옛날보다 살기가 더 팍팍해진 거 같은데. 안 그래?”
지난 수년간 남부의 시민들은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싸워왔다.
인구가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북부와 비교한다면 남부는 과장 좀 보태 총을 쏠 수 있는 나이대의 청년치고 전쟁에 안나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총력전을 펼쳤었다.
그토록 치열하고 처절했던 전쟁이 막을 내리고, 시민들은 이제 한숨 돌리고 발뻗고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생산량 증대를 하지 않으면 북부에게 나라가 먹힌다!] [공업 발전을 이룩하지 않으면 북부에 흡수당한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흑인들은 언제라도 탈출해 노예제도를 붕괴시키려 할 것이다!] [흑인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불만을 품고 갈수록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애국자들이여! 노동이야 말로 애국으로 나라를 지키는 길이다!]대체 어째서 삶이 이렇게 힘들다는 말인가.
저들이 약속했던 독립의 달콤함은 언제 누릴 수 있다는 말인가.
화가 치밀었다.
아버지를, 아들을, 친구들을.
소중한 친지들을 수없이 잃어가며 손에 넣은 독립이 고작 이딴 거였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분노가 차올랐지만 이걸 해소할 길이 없다.
이 분노를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양키 침략자들이 깜둥이들을 선동해 사회불안을 조장하려 하기 때문이다!]정부는 끊임없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주장했다.
[최근 들어 얼마나 노예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나? 주인답지 못한 주인은 노예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말도 안 되는 법률까지 제정해가며 노예들의 편의를 봐주었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 보라!]“그러니까 지금 북부가 깜둥이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거지?”
“방심하고 있으면 다시 나라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건가?”
“전쟁은 안돼! 절대 안 된다고!”
평온한 일상을 완전히 박살냈던 전쟁에 대한 공포는 남부의 모든 시민들에게 트라우마처럼 박혀 있었고.
이 전쟁에 대한 공포를 이용한 광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북부가 쳐들어오고 해방을 꿈꾸는 깜둥이들이 들고 일어난다.
온 세상이 다 적이고, 적을 추종하는 악의 무리들이다.
시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개 뿐이었다.
그저 무력하게 숨죽인 채 말 잘듣는 노동자로 공장에서 착취 당하든가.
아니면 불만어린 목소리를 내뱉는 북부의 간첩들을 색출하든가.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지 어떻게 사람이 평생 그러고 살 수 있겠나.
게다가 하루종일 일만 시키고 있는데 힘들다고 토로하는 게 왜 북부 간첩이 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일이 힘들어서 힘들다고 말하면 그게 북부의 공작원이 되는 건가?
모두의 가슴속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왔으나, 이걸 표출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정치인들과 자본가들 이 개자식들아 너희가 하루라도 이렇게 일을 해봐라. 라고 시원하게 외치는 순간 그대로 불온분자로 낙인 찍힐 테니까.
그러나 바로 그때.
[단결하라! 단결하자 전국의 노동자들이여!] [그대들은 속고 있다! 분노를 돌려야 할 대상은 북부도, 흑인들도 아니다! 우리를 착취하는 자본가들이야 말로 우리가 타도해야 할 적이다!]꽉 막힌 마음을 뻥 뚫리게 해줄.
명쾌한 해답이 제시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을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똑똑해 보이는 청년들이 왜 자신들이 이토록 추레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확실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친애하는 시민, 동지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잘못된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게 한 간악한 무리들이 필사적으로 여러분들을 속여왔기 때문입니다!”
“어이! 그런 말 하면 당신 잡혀가!”
“잡아가라면 잡아가라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여기서 소리 높여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도처에 퍼져 있는 요원들은 이상하게도 이런 주장을 하는 청년들을 잡아가지 않았다.
아니, 잡아가도 어떻게 된 게 바로바로 다시 탈출해 사람들에게 진실을 불어넣고 다녔다.
아메리카 노동자 연합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창설되었고, 모래알처럼 퍼져 있던 남부의 노동자들이 점점 하나로 합치기 시작했다.
“맞아. 우리들은 속고 있었어!”
“우리가 하루 14시간 일하지 않는다고 북부가 쳐들어 온다고? 대체 누가 그딴 헛소리를 시작한 거야!”
아무리 북부 양키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이쪽이 노동 시간을 좀 줄였다고 공격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러면 14시간 일할 때는 저들이 공포에 떨며 침략할 생각을 못하다가 10시간씩 일하면 ‘오, 저놈들 고작 하루에 10시간밖에 일을 안한다고? 기회다.’ 하면서 쳐들어오겠나.
오히려 14시간씩 일하는 걸 보면 전쟁에서 싸울 체력도 없겠다고 판단하고 더 쉽게 쳐들어올 마음을 품는다는 게 설득력이 있겠다.
아메리카 노동자 연합이 세를 불려가자 유럽의 저명한 사회주의자 엥겔스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연일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각성과 연대를 촉구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을 억압하고 착취한 이들이 누구인지 떠올려 보십시오! 여러분들을 공장으로 끌고가 강제로 노동하게 한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북부 양키들입니까? 아니면 흑인 노예들입니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둘 다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를 착취하는 이들의 감언이설에 홀려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연히 우리가 진정으로 배격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깨달을까봐 무서웠던 겁니다! 여러분! 눈을 뜨십시오! 이 나라를 뒤집으려 한다는 공작원들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흑인들은 적이 아닙니다!”
“그러면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겁니까?”
“노예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여기에 영향받는 분 계십니까? 노예들을 부리며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분 여기 계시면 손 좀 들어보십시오.”
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 중에는 당연히 없었다.
애초에 노예를 다루는 것도 다 유지비가 들었고 그만한 유지비를 지불하며 이익을 뽑아내는 사람들은 농장을 경영하는 소수의 특권층 밖에 없었으니.
“보십시오!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왜 본인들은 누리지도 못할 그런 부조리한 권리를 위해 여러분들이 피와 땀을 흘리며 착취 당해야 합니까? 저기 위에 편하게 노예들을 부리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자들이 버젓이 있는데. 왜 여러분들이 저들을 위해서 대신 목에 쇠사슬을 차고 저들의 경비병 노릇을 해주고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여기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젠가는 자신들도 저렇게 노예들을 다루는 성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 부터 환상이란 겁니다! 여러분! 눈을 뜨십시오! 지금 눈을 뜨고 여러분들의 삶을 돌아보십시오. 새벽에 눈을 뜨면 공장에 출근해서 14시간, 16시간 일을 합니다. 일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올 힘도 없어 공장에서 자거나 필사적으로 집에 돌아와 잡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또 출근해 어제와 같은 일을 합니다. 매일, 매일, 몸이 고장나 다시는 말을 듣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반복합니다.
자, 여기서 여러분들이 저 흑인 노예들과 신분 빼면 다른 게 뭐가 있습니까? 언젠가는 너희도 성공할 수 있다는 달콤한 환상을 주고, 계속해서 착취하고 빨아먹는 것! 그게 바로 저들의 노림수라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우리는 저 흑인 깜둥이들과는 다르다고, 언젠가는 우리도 저들을 다루는 삶을 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지만 사실 저들과 자신들이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다른 점이 있다면 흑인들은 농장주들의 노예라는 것과, 자신들은 공장주들의 노예라는 사실 정도다.
“눈을 뜨십시오! 여러분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나빴기 때문에 이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한 마디.
지금까지의 이 모든 건교묘하게 나라의 이득을 독점하기 위한 부르주아들의 음모였다.
시민들은 그저 저들의 농간에 놀아난 선량하고 안타까운 피해자일 뿐.
“제퍼슨 대통령은 당장 해명하라!”
“우리는 쇠사슬에 묶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
“북부가 쳐들어온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라!”
“개소리로 변명만 하지 말고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줘라! 제발 숨이라도 좀 쉬면서 살자!”
억지로 막아두고 있던 둑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거대한 붉은 파도가 남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 * *
한번 불이 붙은 노동자들의 절규는 멈추지 않았다.
만약 전쟁이 끝난 뒤 유럽에 밀린 대금을 지불하느라 재정에 빵꾸만 나지 않았다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급하게 공업화를 추진하며 노동자들을 억압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불만을 한데 모을 구심점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이런 요소들 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이렇게 빠르게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한데 합쳐진 눈덩이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르게 굴러가며 정부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정부도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유럽의 빨갱이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왔다더라!”
“빨갱이들의 목적은 나라를 무너트리고 이곳을 자신들이 차지하려는 거라더라!”
“여러분! 빨갱이들의 요사스러운 혓바닥에 속지 마십시오! 북부조차 우리를 어떻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독립을 거머쥔 자랑스러운 이 나라를 지킵시다!”
정부는 엥겔스와 바쿠닌 같은 이들을 국가전복의 의지를 지닌 빨갱이들이라 낙인 찍고 어떻게든 체포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상할 정도로 신출귀몰하게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 움직였고,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물론 모든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바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정부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었다.
“휴일을 보장해 달라!”
“애국을 빌미로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라!”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를 제공해라!”
“흑인 노예들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저열한 짓거리는 이제 그만 좀 해라!”
어떻게 보면 실로 당연하고, 어떻게 보면 너무 급진적인 주장들이었으나 일단 이 정도만 얻어내도 만족할만한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당시의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요구에 타협을 하는 건 곧 패배라고 믿는 이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저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남부의 공업화는 물론 노예제까지 끝장날 거라는 위기감도 한몫을 했다.
북부조차 어떻게 하지 못했던 남부의 고유한 제도가 이렇게 스스로 무너지도록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따라서, 제퍼슨 대통령은 남부의 역사를 영원토록 바꿔놓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간부로 무력 사용을 승인합니다. 전부 해산 시키세요.”
혁명은 피와 폭력을 먹고 자라난다.
시위가 혁명으로 자라날 수 있는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남부를 이끄는 정치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