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51)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51화(351/537)
< 나쁜 놈 대 이상한 놈 (5) >
1865년 5월 14일.
남부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
수도 리치먼드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국 방직공장, 금속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여성 노동자들까지 합세해 규모가 끝도 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된 시위 슬로건은 ‘빵’, ‘세금’, ‘휴식시간’ 이었다.
5월 15일. 파업이 수도 리치먼드까지 확대. 도합 20만에 가까운 대규모 인파가 밀려들었다.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려고 군인들이 발포를 하며 사태는 이제 더 이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학생들도 참가하며 슬로건은 삽시간에 ‘정권퇴진’으로 확대 됐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자 각국 대사관에도 비상이 걸렸고 상세한 정보가 전보를 통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5월 16일. 파업의 규모는 이제 전 도시로 확대 되었고 아메리카 노동자 연합은 총파업을 천명했다.
모든 공장이 운영을 멈췄고 대학교들조차 수업 거부에 돌입했고 제퍼슨 대통령은 결국 본격적으로 군을 동원하며 충돌이 격화 됐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곳인가.
자신들을 방어한다는 이유로 누구나 다 손쉽게 총기를 다룰 수 있는 나라다.
게다가 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시위대들은 군인들이나 쓸 수 있을 법한 무기들을 지니고 경찰과 군 기지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군과 시위대가 서로를 향해 발포를 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흉흉해졌다.
이제 세금이나 휴식시간을 달라는 무른 구호를 외치는 이들은 없었다.
’정권타도’, ‘정부해체’라는 단어를 부르짖는 이들이 날뛰기 시작하며 리치몬드 전 경찰서가 파괴되고 경찰관들도 전부 흩어졌다.
“너희들도 양심이 있으면 무기를 버려라! 너희들도 이 나라의 시민이 아니냐!”
“정부의 개로 살지 마라! 합류해라!”
5월 17일.
민병대들과 정부소속 탐정 사무소 민간 용병들이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정부측 장교를 살해한 뒤에 폭도들에게 가담했다.
시내의 모든 행정기관이 마비됐고 감옥과 구치소의 문이 열렸으며 무기고까지 탈취 됐다.
이후 5월 18일 기병부대까지 시민들에 편에 서고 진압부대가 편성 도중 실시간으로 명령에 불복종하는 진풍경까지 나오며, 정부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북부의 200만 병력과 싸우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남부의 정부는 그렇게, 단 5일만에 완전 붕괴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이 대업을 이끈 엥겔스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여러분! 혁명의 완수까지 이제 단 한걸음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혁명을 완벽히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이 혁명도 결국 프랑스의 혁명처럼 중간에 좌절될 것입니다. 이 혁명의 순수성을 누구도 더럽힐 수 없도록, 모든 시민들이 만족하는 나라를 세울 수 있는 기구를 조직해야 합니다! 저 엥겔스가 서기관이 되어 감히 그 누구도 아메리카의 나폴레옹이 되겠다는 헛된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
“엥겔스! 엥겔스! 엥겔스!”
“엥겔스 서기관 만세!”
대중들은 정부를 대체할 새로운 조직이 들어서기를 열렬히 원했고, 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노동 평의회가 설립 됐다.
평의회는 정식으로 사절을 보내 제퍼슨 대통령에게 행정부를 해산하고 정권을 평의회에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3일 뒤.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평의회의 서기관 엥겔스는 강제로 정부의 인사들을 구금하고 정부를 해체시켰다.
남부를 북부의 손으로부터 구한 영웅, 전통의 수호자이자 승전의 영웅이라 칭송받던 제퍼슨 데이비스는 남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통령으로 기록되었고.
야심차게 북부로부터 독립한 아메리카 연합국은 1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 *
아메리카 연합국의 몰락은 당연히 북부와 캐나다에 가장 먼저 전해졌다.
대서양을 건너 막 토론토의 항구에 발을 디딘 대영제국의 의원들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러셀 의원님,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게나 말일세. 환영을 나온 사람들도 뭔가 어수선해 보이고 전하께서는 또 어디가신 거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전 전하를 뵈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전하는 런던에서도 뵐 수 있지 않나?”
“런던에서 뵙는 거랑은 다르지요. 이곳 캐나다는 전하의 위대한 의지와 뜻이 살아 숨쉬는 역사적인 땅입니다. 이곳에서 전하를 뵙는 건 전하의 발자취를 따라 올라가는······.”
또 시작이군.
로버트의 킬리언 찬양이 발동이 걸리자 러셀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오는 동안 그렇게나 떠들어대고 아직도 더 말할 거리가 남았다니 역시 이래서 젊음이 좋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그러니까 킬리언 전하께서는 이 캐나다를 발전시키실 때···공업화에 가장 적합한 발전 과정을···이 오대호가 공업화에 적합한 지형임을 바로 간파하신 위대한 안목이······.”
배에서는 크림 전쟁 일대기를 줄줄 읊더니 이제는 캐나다 발전사인가.
흡사 킬리언 광신도가 따로 없는 모습인데 놀랍게도 지금 젊은 의원들 중에는 이런 자들이 많았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다음대의 인도 국무상으로 내정된 로버트 개스코인세실이었다.
다음대의 솔즈베리 후작이자 보수당의 중심이 될 이런 인재가 킬리언에 흠뻑 빠져 있으니 웰즐리 총리 이후의 보수당도 친왕실 스탠스가 될 건 불 보듯 뻔한 사실.
자유당으로서는 그리 반길만한 일이 아니었으나 공교롭게도 자유당 내에서도 이런 젊은이들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의회가 왕실과 친한 건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숭배하는 모양새가 되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말을 돌려서 해봐도 로버트 같은 킬리언 숭배주의자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게 문제다.
이런 충고를 하면 오히려 열등감이나 질투로 받아들여버리니 어떻게 설득할 방도가 없다.
이럴 때는 그냥 말을 돌리는 게 최선의 전략인 법.
“부군 전하의 놀라운 업적은 이따가 천천히 더 들어보기로 하고 지금은 상황을 좀 파악해 보지. 이보게, 부군 전하께서는 언제쯤 도착하시나?”
러셀의 질문을 받은 보좌관이 바로 주변에 물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래진 채 돌아왔다.
“의원님! 큰일입니다!”
“우리가 왔는데도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걸 보면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어수선하다는 말인가?”
“남부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지금 정부가 완전히 뒤집어 졌고 빨갱이들이 세운 평의회가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국이 난리가 났습니다.”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는 건가?”
“그냥 폭동이 일어난 게 아니라 정부가 뒤집히고 아예 나라가 끝장났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러셀이 벙찐 표정으로 돌아보니 로버트 역시 비슷한 얼굴로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나라가 무너져?
세상에 그게 가능한 건가?
“아니, 잠깐. 런던에서 배를 탔을 때만 해도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는 말 따위는 없었는데?”
“최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나 단기간에? 아니···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러셀과 로버트가 캐나다에 온 이유는 캐나다에서 최근 번지고 있는 본국편입론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의회의 의견은 최대한 그럴싸한 이유로 캐나다의 본국편입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본국에서는 식민지에 불과한 놈들이 본국의 일원이 된다는 걸 가당치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기를 조금 잘못 맞춘 건가···현지 여론은 어떻지?”
“지금 식민지 의회는 초유의 긴장 상태입니다. 노동자들이 나라를 무너뜨린 걸 넘어서 아예 새 정부까지 수립하겠다고 나선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그렇겠지. 이게 괜히 불똥이 튀지 않으면 좋겠는데. 전하께서 나오시지 못한 것도 그래서인가?”
킬리언이 있으면 캐나다 사람들이 남부의 빨갱이들처럼 들고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쯤 눈이 빠져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을테니 여기까지 신경을 못쓰는 것도 당연하다.
“러셀 의원님, 이렇게 된 거 우리도 바로 전하와 합류하도록 하죠.”
“아, 의원님들 죄송하지만 전하께서는 지금 토론토에 계시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급히 기차를 타고 서부로 가셨습니다. 지금쯤이면 아마 캘리포니아에 계실 겁니다.”
“캘리포니아? 설마 그쪽에서도 폭동이 일어난 겁니까?”
진짜로 단단히 큰일이 났구나.
다급해진 로버트와 러셀의 물음에 현지 보좌관이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민자들과 관련된 문제라고 합니다.”
“···이민자?”
하긴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으니 이민자 사회가 어수선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다.
폭동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킬리언이라면 사전에 민심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전하가 하는 일이라면 전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러셀 의원님, 우리는 우리대로 여기서 현지 민심을 파악해보도록 하죠.”
“···그러도록 하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일단은 움직이고 봐야 한다.
여당, 야당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로버트와 러셀은 이 초유의 사태에 한뜻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사회주의 혁명으로 남부가 박살났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계획대로였지만 이런 섬세한 계획은 사소한 변수만으로도 크게 뒤틀릴 우려가 있다.
처음에는 망상가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일본과 조선 유학생들이 말했다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릴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일본과 조선이 청나라를 치고 대륙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유럽 사람들이 들으면 100에 99는 헛소리라고 여기겠지만, 나는 단 한명의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일본 얘네는 상상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들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쟤네가 철저하게 이성으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자들이었다면 진주만을 공격했겠는가.
조선은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지만, 저번에 가서 확인해 봤을 때는 조선도 딱히 제 정신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원래 혼자라면 몰라도 같이 있을 때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거칠 게 없어지는 게 바로 아시아의 특징 아닌가.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다고 청나라를 칠 가능성은 결코 0이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라 얼마나 신빙성이 있게냐마는 일단은 확인해 봐서 나쁠 건 없겠지.
물론 가능성으로 치면 3% 이하라고 봤다.
그런 조짐이 있었다면 대사관에서 재깍재깍 나에게 보고를 했을 테니까.
그런데.
“하, 하하하···저, 전하. 그게······.”
“왜 말을 못하는 거지?”
술자리에서 입을 놀렸다는 일본계 유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 상원 의원들의 자제였기에 유학생들 중에서는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자들이었지만, 내 앞에서는 그래봐야 다들 한마리 순한 양에 불과할 뿐이다.
“전하. 그러니까 그건 당연히······.”
“당연한 말이지만 혹시라도 거짓을 말한 걸로 밝혀진다면 자네들만이 아니라 자네들의 부모님도 많이 슬퍼하실 테니 그 점을 염두에 두도록.”
아무리 일본 상원의원이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날려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유학생들은 서로서로 눈치만 보더니 어색한 영어로 신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 저희들도 그저 discuss! 토론을 하다가 얼떨결에 나온···accident! 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이 실제로 오가는 건 사실이란 건가?”
“어···어어······.”
“나는 자네들을 다그치려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만 파악하려는 거니 너무 걱정말고 말해보도록. 자네들에게 불이익 가는 일은 하나도 없을 거라 약속하지.”
왕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안심시켜주자 자신들끼리 몇 번 시선교환을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확실히 약속해주신다면······.”
“그래.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해줄테니 말해보게.자네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걸 넘어서 여기서도 한 자리 할 수 있게 해주면 만족하겠지?”
“그, 그렇다면···next time에 제가 더 자세히 알아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하의 약속이라면 i am 신뢰입니다!“
그래, i am 시체에요가 되고 싶지 않다면 진짜 상세히 알아와서 불어야 할 거다.
오쿠보, 김좌근 이 인간들 가만히 풀어줬더니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조만간 기강을 한번 쎄게 잡아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