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53)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53화(353/537)
< 통합왕국 (2) >
19세기의 신문사들이 최우선을 둔 가치는 바로 속도였다.
정확성? 공정성? 그런 건 냉엄한 자본주의의 현실 앞에서는 2군에 불과할 뿐이다.
당장 속보를 내야 신문 판매량이 올라가는데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고 있다가 신문사가 피해보면 손해는 조상님이 메꿔주시나?
경쟁의 세계는 차갑다.
이건 캐나다나 합중국 같은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영제국? 세계 최강대국이니 뭐니해도 결국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오히려 세계 최고의 자본을 가진 나라답게 각종 신문사들이 난립하며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자극적인 기사들이 나오는 형편이었다.
언론보도에 관한 지침이나 자정작용이 일어나기 전이라 이런 경향은 더 강했다.
이런 이들이 남부에서 일어난 혁명을 놓칠 리가 없으니 모두가 연일 속보를 찍어내기 시작했고 이 내용은 시민들에게는 충격과 공포였다.
[아메리카 연합국 붕괴, 아메리카 사회주의연합국 수립!] [공산주의자들이 온다!]북부나 다른 유럽 국가들만큼은 아니지만 대영제국의 정재계도 이 소식에 엄청난 동요를 보였다.
게다가 캐나다 현지에서 러셀과 로버트의 보고가 올라오자 의회는 곧장 긴급 회의를 열고 토론에 들어갔다.
“우려한 대로 공산주의자들의 헛바람이 캐나다 식민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합니다.”
“부정적 의견이라니요. 설마 캐나다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저 사회주의자들이 나라의 공산화만 외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식민지 반대, 불평등 철폐를 주로 외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선 이런 주장은 굉장히 호응이 좋다는 게 문제죠. 러셀 의원과 로버트 의원 모두가 이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허어···하필이면 캐나다에서 본국편입 논란이 일어났을 때 이런 사고가 터지다니. 전하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그래도 의원들의 대다수는 캐나다의 현지 민심은 킬리언이 있는 이상 흔들릴 리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알 만큼 아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하께서 계시는 동안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민심 안정을 오롯이 전하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면 결국 전하께서는 계속 캐나다에 계실 수밖에 없습니다. 설마 그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요?”
“전하께서 계속 캐나다에 계시면 폐하께서도 전하를 따라가실 겁니다. 그러면 왕실이 캐나다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는데 이건 본말전도죠.”
“중요한 건 캐나다의 잠재력입니다. 지금 캐나다의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보면 세대가 몇 번 바뀌면 최소한 공업화의 수준 자체는 본국과 비슷한 단계까지 올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곳을 언제까지 식민지로 놔둬야 하는지는 진지하게 의논을 해봐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고려를 하면 통합이 최선인 건 맞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이죠.”
자원을 빨아먹거나 이쪽의 물건을 소비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진 다른 식민지와는 다르게 캐나다는 대영제국의 미래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땅이다.
예전에는 몰라도 남북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이걸 모르는 바보들은 의회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업화를 하는데 최적의 지형과 자원을 갖춘 오대호 일대.
여기에 놀랍게도 땅을 파면 그냥 필요한 게 쑥쑥 나오는 알래스카.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을 다 점유하고 있는 이상적인 위치까지.
비록 북부의 땅 태반이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기는 했으나 그런 곳은 대부분 자원이 풍족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게다가 현재 캘리포니아 일대는 북부와는 달리 사람들이 정착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인구가 무섭게 불어날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 않나.
파나마 운하까지 만들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무역로는 한층 더 활성화 될 테고 이렇게 되면 역으로 캐나다의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된다.
총리인 웰즐리도.
보수당의 디즈레일리와 자유당의 글래드스턴도.
킬리언과의 친분이 아닌 현실적인 이유에서 캐나다를 대영제국의 일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데는 완벽히 동의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명분이었다.
고작 식민지인들 따위를 본국의 시민들과 동등하게 대응해준다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입을 닥치게 할 명분.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적절한 명분이 그들의 손에 굴러들어왔다.
“마침 전하께서도 이번 사태에 관한 일로 제게 의견을 보내오셨습니다. 본래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분이 아닌데 전하께서는 캐나다를 왕국으로 격상시키고 연합왕국의 일부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총리님, 문제는 결국 방법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그런 부분에 관해서도 다 적혀 있습니다. 캐나다의 문제는 캐나다 단독이 아닌 대영제국의 앞으로의 방향성, 그리고 새롭게 대두한 공산주의에 대한 대응을 전부 아우르는 커다란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하시는군요. 저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캐나다 문제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일종의 끼워팔기를 하자는 거로군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전략인데 막상 머리를 좀 굴려보니 이보다 좋은 방법이 또 없어 보였다.
어차피 지금 남부에서 일어난 신생 사회주의 국가와 관련된 문제는 모든 유럽 국가들이 풀어야 할 숙제나 다름없었다.
캐나다 편입도 여기에 묶어서 한번에 처리하고 넘어간다면 사회의 저항을 최소화한 채 일단락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통합 작업은 어떻게 할까요? 사실 제가 듣기에도 전하께서 제안하신 계획이 그럴듯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면 전하께서 생각해두신 바가 있으신 거 같은데 전하에게 위임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전하에게 넘기는 모양새가 되면 의회의 권위가 실추 됩니다. 신문사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낼 게 뻔하고요.”
“어차피 법은 우리가 제정하고 집행은 행정부가 합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캐나다 공작으로서 우리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부여해 드리면 되죠. 캐나다 문제를 처리하는데 캐나다 전권대사의 의견을 듣는 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걸 지적하면 그 언론이 정신 나간 거죠.”
어렵고 복잡한 일은 능력있는 사람에게 떠넘기고 공은 본인들이 가져가겠다는 실로 명쾌한 책략.
사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기에 의회는 일단 현지에 나가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모든 과정을 대서양 건너에서 듣고 있던 나는.
“역시 이번에도 그렇게 나오는구만. 웰즐리 총리가 바람 좀 잡으면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지.”
“역시 전하십니다!”
“로버트, 먼 길 왔는데 직접 마중나가지 못해서 미안하네. 캘리포니아에 급한 일이 있어서 다녀오느라 시간을 미처 맞추지 못했어.”
“아닙니다. 오히려 덕분에 현지의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의견을 의회가 적극 수용하기로 한 이상 이제 캐나다도 연합왕국의 일부가 되는 겁니까?”
“그렇게 만들어야지. 중간에 처리할 일들이 제법 많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계획하고 있던 일이라 솔직히 별 감흥이 들지는 않는다.
의회가 납득한 이상 남은 건 최대한 시민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건데 이거야 엥겔스 팔이를 하면 차고 넘치겠지.
상상한 이상으로 우리 서기장 동무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던데 이런 위협을 두고도 딴 소리를 하면 그놈은 그냥 매국자로 몰아가서 머리를 깨버리면 그만이야’
물론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게 내 뜻대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었다.
대표적인 게 지금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묘한 연합과 분란의 징조. 그리고 예상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캐나다인들의 광적인 집착이었다.
아시아 문제야 지금 당장은 처리할 수 없는 문제니 넘어간다지만 후자는 지금 당면한 현실이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전하! 캐나다가 왕국으로 격상 된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그런 소문은 또 어디서 들었나?”
“드디어! 드디어 캐나다가 왕국이 되는 겁니까! 여러분! 전하께서 왕으로 군림하셔서 우리 캐나다를 이끌어 주신다고 합니다! 위대한 절대군주······.”
“어이, 잠깐. 그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캐나다 왕 킬리언 폐하 만세! 만세!”
“빅토리아 황제 폐하 만세! 킬리언 국왕 폐하 만세!”
사실보다 더 부풀려진 소문에 열광하는 이들이 총독 관저와 왕실 별장으로 몰려와 만세를 불러대며.
나는 이 예상치 못한 사태에 오랜만에 뒷목을 잡았다.
* * *
[드디어 캐나다에도 정당한 국왕이!] [이제는 공작이 아닌 왕이다! 킬리언 폐하의 대관식은 언제가 될까?] [국왕일까 대공일까. 식민지여 이제는 안녕!]엄밀히 따지면 나는 캐나다에서 거의 모든 권한을 휘두를 수 있었으니 왕에 버금가는 존재였던 건 맞다.
그러나 캐나다가 대영제국의 식민지인 이상 당연히 몇몇 권한은 확실히 제한되어 있었고, 진짜로 절대왕정의 군주들처럼 내 마음대로 나라를 주물럭 거릴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표면적인 책임자는 시민들의 대표인 의회가 되어야 하니까.
그런데 캐나다는 왕국으로 격상된다는 걸 마치 옛날의 프랑스나 프로이센처럼 왕정이 들어선다는 식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대체 그런 헛소리는 누가 퍼트린 거야?
“일단 이런 소문이 너무 퍼지면 의회도 당황스러울 테니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할 거 같은데? 러셀 의원님, 의회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캐나다 일은 전하의 소관이니 전하께 일임하겠다고 의견이 모아진 듯 합니다.”
이런 망할 똥강아지들을 봤나. 그냥 뒷짐지고 내가 수습하는 걸 보고만 있겠다고?
내가 진짜로 수틀려서 캐나다의 왕으로 등극하고 지금의 권한을 훨씬 더 강화해서 휘두르겠다고 하면 그것도 찬성해줄까?
진짜로 한번 해볼까 싶긴 했지만 너무 드러내놓고 힘을 휘두르는 건 애초에 내 스타일이 아니다.
-힘은 지니고 있지만 휘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럴뿐 사실은 뒤에서 다 휘두르고 있다.
이게 바로 내 국정 운영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의회의 사람인 로버트가 은근히 내 캐나다 왕 등극을 바라는 듯 계속 장작을 집어넣었다.
“어차피 여왕 폐하께서는 아시아의 황제를 겸하고 계시니 이 참에 그냥 연합왕국을 진짜 제국으로 격상시키고 지금 혼용되는 왕실, 황실 칭호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한데······.”
“지금 저 밑에서는 공산주의니 뭐니 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왕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라니. 새삼 시민들에게 이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전하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니, 여기서 기습숭배를?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기쁘지 않으니 좀 자중해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확실히 로버트의 말대로 지금 이 역설적인 상황에 머릿속에서 재미있는 그림이 새로 그려졌다.
남부의 사회주의연합국은 봉건제도 탈피, 차별 철폐, 신분제 부정을 외치고 있는 중이다.
이걸 부정하는 방법은 신나게 저들을 때려잡고 감옥에 처넣는 물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따로 있지 않을까?
잡초는 뽑아봐야 곧 있으면 새로 돋아나지만 아예 그보다 더 질긴 다른 식물이 자라도록 토양을 바꿔버린다면 잡초는 사라지게 되어 있다.
왕실이 주도하는 자본주의만큼 공산주의에서 외치는 사상과 완벽히 어긋나는 체제는 또 없는 법.
캐나다를 식민지에서 벗어나게 하고 대영제국의 일부로 편입시키면서 거기서 내 영향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 뒤에, 집중적으로 자본을 퍼부어 공산주의의 영향력까지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수 있는 묘수.
이게 대체 일석몇조야?
그래. 결정했다.
캐나다는 강력한 왕이 필요해요.
왜냐고? 이 나라는 유럽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줄 최강의 방파제가 되어줘야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