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86)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86화(386/537)
< 후계자 (4) >
대영제국령 홍콩 총독 파커 는 귀빈을 모실 준비로 한창이 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곧 오실 테 니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예!”
“호위도 만전을 기하도록 하 고, 주변국들에도 전하께서 홍 콩에 계시는 동안 전투를 멈추 라고 말해뒀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내 가 한번 더 확인해보겠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아시아 순방이었지만 파커 제독은 최 대한 빠르게 준비를 끝낼 수 있 었다.
이게 다 과거 킬리언의 기습 방문 통보로 고생하며 내성이 쌓인 덕분이었다.
그래도 설마하니 황태자가 직접 아시아까지 올 줄은 꿈에 도 몰랐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였다.
“하여간 이 청나라 놈들은 도 움이 되는 게 없어. 눈치가 있 으면 얌전히 찌그러져 있을 것 이지 이런 시기에 왜 또 만나달 라고 애원을 하는 거야? 짜증나 게.”
“황태자 전하께 조선과 일본 을 자중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 려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걸 왜 황태자 전 하께 말하냐고! 황태자 전하께 서 그런 권한을 가지고 계신 것 도 아닌데.”
“그렇긴 하죠.”
그만큼 청나라도 급하다는 말이겠지만 한치의 실수 없이 귀빈을 접대해야 하는 파커 총 독 입장에서는 청나라의 부탁 은 그냥 짜증나는 헛소리 그 이 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심 본국에서 청나 라의 제안을 컷해주기를 바랐 으나 안타깝게도 황태자는 청 나라의 대신과 만나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덕분에 파커 총독이 준비해 야 할 일은 곱절로 늘어났다.
청의 대신과 본국의 황태자 가 공식석상에 만나는 첫 자리 이니 외무부의 입장도 들어봐 야 하고, 황실의 공식적인 지침 도 참고해야 한다.
여기에 청나라가 바라는 건 뻔하니 이에 대한 대응과 혹시 모를 불상사가 일어났을 시의 대처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격무의 연 속이었으나 잔뼈가 굵은 홍콩 총독부는 기적적으로 모든 준 비를 끝내놓았다.
북경에서 온 이홍장은 대충 귀빈용 숙소에서 쉬고 있으라 고 하고 파커 총독은 대영제국 의 최신식 군함들을 주렁주렁 달고 온 황태자를 맞이했다.
“먼길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 으셨습니다.”
“그래도 생각만큼 오래 걸리 진 않더군요. 수에즈 운하가 뚫 린 덕분에 훨씬 더 쾌적한 여행 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폐하께서 어렸을 때 본 제 입장에서는 그 분께서 뚫으신 운하를 통해 전 하께서 아시아로 오셨다는 점 이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아, 그랬죠. 총독께서는 아 버지께서 장관직을 맡으셨을 때부터 보셨던 분이라고 들었 습니다.”
이제 거의 임기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파커 총독은 정중 하지만 자신감이 느껴지는 황 태자의 얼굴을 보며 새삼 세월 의 흐름을 실감했다.
그게 언제였더라.
이제는 기억조차 까마득한 먼 과거의 일이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자기 다시 선명 하게 기억이 난다.
청나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 하도 자 신만만하게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는 걸 보며 얼마나 어이 가 없었던가.
젊다고도 하기 미묘한 어린 청년이 장관이 됐다는 것부터 가 전대미문이었으니 믿음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던 게 사 실이었다.
티는 내지 않았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총리가 무슨 생각으 로 인선을 이 따위로 했는지 이 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런 인식이 순식간에 정 반대로 뒤바뀌었죠. 청나라와 의 전쟁이 끝났을 때쯤 저는 폐 하께서 범상치 않은 분이라는 사실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보니 전하께서는 폐하께서 젊었을 때를 생각나 게 할 정도로 닮으셨군요.”
“그렇습니까? 그런 말을 들 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그런데 청나라의 통상대신 과 만나보겠다는 결정을 전하 께서 내리셨다는데 괜찮으시겠 습니까?”
“괜찮다니 뭐가 말씀입니까?”
황태자의 순진무구한 반응에 총독은 잠깐 얼이 빠졌다.
본국에서 들려오는 소문이나 킬리언의 후계자라면 이런 간 단한 사실을 모를리가 없을텐 데 설마 일부러 저러는 건가?
“그···조선과 일본에도 가셔 야 할 텐데 청의 대신과 말씀을 나누시면 여러 가지 상황이 제 약되기도 할 거고 불편한 상황 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아, 그거 말씀입니까? 괜 찮습니다. 어차피 매달려야 하 는 건 저쪽이니 제가 저들의 눈 치를 봐야하는 상황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적당히 듣기 좋 은 말 몇 마디 해주죠.”
지금 아시아가 어떤 상황인 데 저런 말로 넘어가겠다고?
“청은 대영제국이 조선과 일 본의 사이를 중재해주기를 원 할 겁니다. 그러니 전하께 그런 부탁을 하려고 하겠죠.”
“그러면 뭐 적당히 둘러대면 그만이죠.”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만나 지 않았으면 되는 게 아닙니까?”
“에이, 그래도 대영제국의 황 태자가 아시아까지 친히 온다 니 허겁지겁 나온 그 성의가 가 상하지 않습니까.”
장난치는 건가 했지만 도저 히 꾸며낸 모습이라 볼 수 없었 기에 아주 잠깐 안색이 굳어졌 다.
옛날 킬리언이 생각난다고 하자마자 이렇게 멋지게 뒤통 수를 날려주다니.
본국에서는 총명한 황태자라 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총명하 기는 무슨, 성격은 좋아보이긴 해도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든 모 질이가 아닌가.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 드워드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농담입니다, 농담. 총독님에 게도 이게 연기처럼은 안보였 나보군요. 다행입니다.”
“···예?”
“총독님께서도 그렇게 보시 는 거면 청의 대신도 비슷하게 볼 거 아닙니까.”
아까만 해도 생글생글 웃던 게 거짓말처럼 에드워드의 얼 굴에서 한순간에 표정이 사라 졌다.
완벽하게 무미건조한 얼굴이 된 그의 표정을 본 총독은 일순 간 소름이 돋을뻔 했다.
단순히 자신마저 속인 연기 력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 이 다시금 선명하게 뇌리에 떠 올랐던 까닭이다.
‘그때도 그랬지. 딱 킬리언 폐 하가 청나라에 처음 왔을 때 저 러지 않았나?’
사실 그때는 총독도 알지 못 했다.
그냥 아시아에서 태어나서 아시아를 잘 아는 젊은 장관이 최선을 다해 청과 대영제국의 분쟁을 풀려하는 줄 알았으니 까.
아마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 이 그렇게 알고 있을 거고 역사 서에도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총독은 홍콩에서 십수년을 더 있으며 청나라와 관련된 업 무를 처리해 왔다.
게다가 당시 있었던 사건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취급할 수 있게 되어서 다각도에서 당시 사건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다.
분명히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킬리언은 청나라와의 분쟁 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 법을 다 동원했고, 저들의 요구 를 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연과 사 고가 겹쳐 청나라가 전쟁의 빌 미를 제공했고, 대영제국은 기 다리고 있었다는 듯 전쟁을 벌 였다.
그 모든 게 과연 우연이었을 까?
양쪽의 정보를 전부 입수한 상태에서 쭉 검토해 보니 이건 너무나도 잘 짜인 한편의 연극 으로 보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무리 아시아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한참 어렸을 때 아시아를 떠난 킬리언이 무슨 재간으로 저들의 행동을 유도했겠나.
애초에 그렇게 될 거라는 사 실을 알고 있지 않는한 불가능 한 일이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총독 은 킬리언이 청의 총독이나 대 신들과 회담을 할 때 보였던 태 도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극히 그 나이대에 어울리 게 순진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상대를 안심시키는 태도.
그걸 믿고 마음을 놓았다가 뒤통수를 맞은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인가.
“그럼···청의 대신은 언제 접 견하시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 그 냥 내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제가 준비한 만 찬을 즐기시며 여독을 푸시지 요. 내일 일정을 잡아두겠습니 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총독님 께 옛날 이야기를 안주 삼아 들 으며 좀 쉬어야겠습니다.”
총독은 일부러 앞으로의 구 체적인 계획은 묻지 않고 에드 워드가 궁금해 하는 킬리언이 막 장관이 됐을 시절의 이야기 를 들려주며 술잔을 나눴다.
나이를 먹으니, 기억 한 구석 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긴 장됐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 이었다.
* * *
역사적인 황태자의 아시아 순방 2일차.
오자마자 성대한 환영을 받 은 에드워드는 바로 청의 통상 대신 이홍장을 접견했다.
홍콩으로 오기전 청나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를 했 고, 아버지에게도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이홍장과 좌종당, 그리고 서 태후.
청의 현 실세들은 어떤 자들 이며 청이 내부로부터 얼마나 썩어서 곪아들어가고 있는지 여과없이 들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버지 는 외무부보다도 더 청의 현실 을 답이 없다고 보고 있다는 것 이었다.
물론 정부측도 청이 현재 맛 이 단단히 가버렸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그건 객관적인 데이 터에 의한 해석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청이 드러 난 것보다도 더욱 힘든 상황이 라고 단언했다.
단순한 지표만으로 볼 수 없 는 망국의 조짐이 수없이 많은 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라는 이 유에서였다.
둘이 미세하게 의견이 달랐 으나 에드워드는 주저없이 아 버지의 직관을 신뢰하기로 했 다.
“명성이 자자한 청의 통상대 신을 만나게 되니 반갑네. 북경 에서 홍콩까지 가깝다고는 볼 수 없는 거리인데 고생이 많았 겠군.”
“아닙니다. 오히려 런던에서 홍콩까지 오신 전하께서 저보 다 훨씬 더 수고가 많으셨겠지 요. 이렇게나 빠르게 접견을 허 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 다.”
살짝 거만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게 인사를 건넸지만 이홍장 은 아무런 미동 없이 정중히 고 개를 숙였다.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어떻 게든 살려보겠다고 동분서주하 는 청에 얼마 남지 않은 능력있 는 충신이라고 했나.
문득 어제 총독에게 들은 이 야기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청에 왔을 때 처음 으로 만났던 청나라 총독의 이 름이 임칙서였던가.
그 사람도 나름 능력있고 강 단이 있었다고 하는데 청은 그 의 말을 무시했고 스스로 패망 의 길을 향해 달려갔다고 한다.
원래 망국이란 다 그렇게 오 는 법이다.
나라의 위가 썩었는데 충신 한 두명이 몸부림을 쳐도 뭐가 변하겠는가.
그러니 이홍장에게는 미안하 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은 이쪽 이 아닌 주변의 답이 없는 무능 력자들을 탓하길 바란다.
“북경에서 홍콩까지 다른 사 람도 아니고 통상대신이 직접 달려올 줄은 몰랐네. 그만큼 청 이 본국의 위상을 인정한다는 거라 봐도 되겠는가?”
“···예, 물론 그렇사옵니다. 그러나 이번에 전하께서 참석 하실 예정이라는 조선과 일본 왕실의 혼인식에 대해서······.”
“혼인식? 아아 그거 말이로 군. 그게 어째서? 혹시 귀국도 참가하고 싶은 건가?”
“예?”
“아아, 농담일세 농담. 당연 히 청나라로서는 결혼식을 엎 어버리고 싶겠지.”
상식적으로 손잡고 자신들을 쳐들어온 나라 둘이 결혼을 한 다고 하는데 거기 축하사절을 보내고 싶겠는가.
상대방이 아마 대영제국의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천하의 이홍장이라고 해도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거 참 다른 사람의 감정은 신경쓰지 않는 거만한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 네.
“···본국으로서는 대영제국이 이 전쟁의 중재를 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래도 조 선과 일본은 저희와 전쟁 중이 기도 하고 아예 이쪽의 말을 들 을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지라 ···.”
“싸움은 좋지 않지요. 다 같 이 사이좋게 지내야지 싸워서 뭐가 남는 게 있다고. 쯧쯧. 유 럽의 국가들은 러시아 전쟁 이 후 서로 전쟁을 벌이지 않은 지 꽤 됐는데 아시아는 왜 아직도 자신들끼리 싸우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바로 얼마 전에 합중국과 스 페인이 전쟁을 벌였고, 그 전에 는 남북 전쟁에 유럽이 참여해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냈지만 그건 아메리카와 유럽의 싸움 이니 노카운트다.
물론 이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은 이홍장이 이번에야말로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건 덤이었다.
“그, 그건···그러니까 조선과 일본이 방자한······.”
“아아, 알겠네. 그러니까 청 나라가 원하는 건 이제 전쟁을 그만하고 싶으니 좀 말려달라 이거겠지?”
“예? 예. 말씀대로입니다.“
”그러면 내가 아버지에게 한 번 말씀드려 보지. 조선이나 일 본도 아버지께서 불호령을 내 리시면 바로 말을 알아듣지 않 겠나? 그나저나 내가 그렇게 해 주면 청나라는 내게 무얼 줄 수 있지?”
“예? 그, 그야 대영제국에서 원하는 대가를 검토해······.”
“아니, 그거 말고. 내게 뭘 해 줄 수 있냐는 걸세.”
이홍장의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 져서 하마터면 살짝 웃음이 나 올뻔 했다.
무슨 이런 미친놈이 다 있겠 냐 싶겠지?
동감이다. 자신도 지금 그렇 게 생각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