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88)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388화(388/537)
<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2) >
대영제국이 파나마를 손에 넣은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운하만을 노리고 한 일이었다.
동쪽과 서쪽을 프랑스와 프 로이센게 넘기고 운하 지역만 을 대영제국의 영토로 삼아 10 0년이 지난 뒤에도 대영제국의 품을 떠나지 않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운하 지 역만 가지고 있다면 현지인들 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있 게 만들 수 있고, 이들에게 풍 부한 임금을 줘 불만도 억누를 수 있다.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파나 마 운하가 완공될 시 운하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대영제국 본 토 시민들보다 더욱 소득이 높 을 거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설령 파나마의 나머지 지역이 독립을 한다고 해도 대영제국령 파나마는 독 립 여론에 휩쓸릴 가능성이 없 다.
독립하면 당연히 다른 지역 과 합쳐야만 하는데 운하 지역 과 다른 지역은 소득이 5배에서 10배까지도 차이가 날 걸로 예 측 되고 있다.
그런데 미쳤다고 합병하겠는 가.
자신들이 통나무를 지게 될 게 뻔한데.
당장의 미래만이 아니라 100 년, 200년 뒤까지 바라본 큰 그 림.
파나마 운하는 대영제국이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마저 손 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 는 상징이 될 것이다.
대영제국 정부는 이런 이유 로 의회와 함께 여러 특별법까 지 만들어 운하 공사에 진심으 로 임해왔다.
수에즈보다도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완공하겠다는 게 당 초의 목표였고, 계획 자체는 그 럴싸하게 나왔다.
그러나 이놈의 질병이 모든 걸 바꿔버렸다.
“파나마 운하가 착공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거의 진행이 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빗발치 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도가 3 %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 니다. 대체 뭡니까? 지금 공사 를 40년 동안 하겠다는 건가 요?”
“대체 누가 이딴 업체를 선정 한 겁니까!”
“레셉스가 이끄는 공사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입니다. 인선은 틀리지 않았어요!”
“레셉스는 프랑스인이라면서 요? 혹시 프랑스가 일부러 꼬장 부리는 거 아닙니까?”
“프랑스도 지분 좀 얻어보려 고 기웃 거리고 있는데 그럴리 가 있겠습니까! 제발 현실적인 지적을 좀 하세요!”
한 마음 한 뜻으로 특별법을 통과시킬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네 탓이네 쟤 탓이네 하는 걸 보니 평상시 대영제국의 의회 다.
웰즐리는 의원들의 고성이 난무하는 회의장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느긋하게 커피나 홀짝이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의원이 어 처구니가 없다는 듯 언성을 높 였다.
“총리님! 정부의 대책이 필요 한데 어째서 관망만 하고 계신 겁니까! 이번 운하 건설은 정부 주도의 사업이었는데 대실패로 끝나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대 책을 주셔야지요!”
“대책? 제가요?”
“총리님이 정부의 수반이 아 닙니까!”
“그렇긴 한데 이 운하 특별법 은 처음부터 의회에서 제정한 게 아닙니까. 파나마 운하만큼 은 대영제국 황실이 아닌 정부 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제 기억에는 자유당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주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당시에는 거의 모든 의원들 이 자유당의 주장에 동의했었 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 은 지금.
웰즐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 게 보수당 의원들은 당시 운하 특별법 제정을 가장 소리높여 주장한 러셀에게 화살을 돌렸 다.
“러셀 의원님! 뭐라고 말씀을 좀 해보세요!”
“어쩌실 겁니까! 지금 이대로 가면 공사는 실패할 게 뻔한데 그 책임을 우리가 다 뒤집어 쓰 게 생겼단 말입니다.”
“아니, 그게 왜 제 책임이라 는 겁니까? 여러분들도 전부 동 의했던 일이 아닙니까!”
“그거야 러셀 의원님이 하도 자신있게 말하니까 그런 가보 다 한 거죠!”
“대영제국의 의원이 돼서 타 인의 주장에 휩쓸렸다는 게 자 랑스레 내뱉을 말입니까! 부끄 러운 줄 아셔야지요!”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황실 을 견제하겠답시고 소화도 못 할 물건에 욕심을 부린 사람쪽 이고요!”
개판이군 개판이야.
사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운 하 건설이야 뭐 실패할 수도 있 고 성공할 수도 있는 거라 일방 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건 그냥 대 영제국의 식민지에 운하를 파 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파나마 중앙의 그 코딱지만 한 지역을 점유한 이유부터 프 로이센과 프랑스에 동쪽, 서쪽 을 양보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부 운하를 파기 위해서였 다.
운하를 짓지 못할 거라면 애 초에 프랑스나 프로이센에 식 민지를 양보할 필요도 없었다 는 뜻이다.
“이럴 거였으면 그냥 파나마 를 우리가 통째로 먹었어도 아 무런 상관이 없던 거였지 않습 니까!”
“괜히 프랑스나 프로이센에 아메리카에 깔짝거릴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준 꼴인데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입니까!”
“어후, 대체 왜 저런 말에 귀 가 솔깃해서······.”
“아니, 좋다고 다들 동의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러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울분을 토로하는 러셀의 항 변에도 의원들은 그의 시선을 애써 피하거나 귀를 막고 그냥 앵무새마냥 러셀을 비난했다.
같은 자유당의 거목인 글래 드스턴조차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먼산만 바라볼 뿐.
애초에 글래드스턴은 특별법 제정 때부터 기이할 정도로 비 협조적이었기에 아무도 그를 걸고 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역시 대국적인 안목 은 러셀보다는 글래드스턴이라 는 수군거림이 주변에서 들려 오는 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공격 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글래드스턴이라면 일단 물고 보는 디즈레일리가 일부러 러 셀이 아닌 글래드스턴을 향해 이죽거렸다.
“그래도 당을 이끄시는 분이 이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는 없을 텐데요?”
“저도 책임이 아예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렇게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대로 일이 실패 로 끝나면 언론에는 분명 이런 기사가 나올 겁니다. 그냥 황실 에 맡겼으면 되는 걸 의회가 탐 욕으로 일을 그르쳤다는 비판 이 나올텐데 뭐라고 변명하실 겁니까?”
“아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트집에 글래드 스턴이 반사적으로 반박을 하 려다가 입을 닫았다.
의회 발언은 한사드에 전부 기록되는만큼 속기사들이 또다 시 시작된 글래드스턴과 디즈 레일리의 설전을 기록하기 위 해 펜을 드는 게 보였기 때문이 다.
사실 저건 너무 반박하기가 쉬운 말이다.
상식적으로 황실이 맡았다고 해도 운하 건설이 제대로 됐을 까?
이건 업체를 잘못 선정했다 거나 정부측의 삽질로 공사가 틀어진 게 아니다.
그쪽이 말라리아 창궐지였고 세간에 떠돌던 말라리아 예방 책이 하나도 효과가 없을 줄 어 떻게 알았겠나.
다시 말해 이건 누가 했어도 안 될 사업이었다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황실이 뒤집 어써야 할 똥물을 정부가 굳이 받아와서 자폭해버린 꼴에 가 까웠다.
그런데 그걸 저렇게 말한다 고?
즉각 반박을 해서 입을 다물 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목구멍 까지 차올랐으나, 그렇기에 뭔 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 다.
디즈레일리 같은 사람이 상 식적으로 저걸 모를리가 없지 않은가.
진짜로 까놓고 말한다면 이 건 오히려 황실에게 감사를 받 아야 할 일이다.
본인들의 실수를 이쪽이 대 신해줬으니까.
하지만 글래드스턴이 아는 디즈레일리는 이렇게 쉽게 반 박이 되는 시비를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이건 일부러 허술 하게 반박이 되는 말을 던진 뒤 에 이중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다는 뜻.
여기서 반박을 하려면 저쪽 다리를 잡고 같이 늪에 끌려들 어가는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 다.
“물론 저 역시 자유당을 이끄 는 대표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 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치면 디즈레일리 의원님께서도 저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은 아 닐 텐데요? 애초에 지금 의회에 서 보수당의 동의 없이 통과될 수 있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보수당은 우리와 함께 법안을 통과 시켰고, 디즈레일리 의원 님은 보수당의 당론에 결정적 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입니 다.”
“물론 동의를 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죠. 그러나 어떤 일 이라도 공범이 주범보다 더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의정 활동이 범죄는 아니 지만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결 국 자유당 쪽에 더 책임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의회가 황실이 하려 던 일을 가로채서 엎어버렸다 고 믿을 텐데 이걸 어떻게 책임 질 건지 묻는 겁니다.”
아까부터 계속 황실 일을 가 로챘다는 걸 강조하는데 슬슬 저쪽이 뭘 노리는지는 대강 예 상이 갔다.
역시 디즈레일리는 글래드스 턴이 이건 누가 맡았어도 실패 할 사업이라는 말을 하기를 바 라는 것이다.
그럼 이제 자연스레 드는 의 문이 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반론인데 왜 이쪽이 그런 말을 하기를 유도하는 걸까.
‘설마 이걸 뒤집을 기책이 있 는 건가?’
황실이 공사 업체를 선정하 면 말라리아가 일어나지 않을 까? 그럴리가 없지 않나.
그러면 디즈레일리는 자유당 이 황실을 걸고 넘어지게 만들 어서 이간질을 하려는 걸까.
뭐가 됐든 간에 의도를 간파 한 이상 걸려줄 마음은 없었다.
“필요하다면 기자들을 불러 두고 죄송하다고 기자회견이라 도 하겠습니다. 물론. 집권여당 인 보수당도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시 겠다고요?”
“예. 시민들은 그렇게 볼 텐 데 우리가 추하게 아니라고 해 봐야 지지율만 떨어질 뿐이죠.”
글래드스턴이 너무 순순히 인정하자 당황한 건 아까만 해 도 자유당 대표로 얻어터지고 있던 러셀이었다.
“아니, 의원님! 지금 무슨 생 각입니까. 왜 우리가 대국민 사 과를 해야 한다는 겁니까. 이건 누가 도전 했어도 성공가능성 이 없었던 공사에요. 그 점을 파고들어 반박을 하셔야죠!”
“돌아가는 분위기가 왠지 그 러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일단 조용히 사태를 관망합시다.”
“허어···이런 답답한.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네. 혹시 황실에 밉보이실까봐 그러는 겁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글 래드스턴은 이번에도 최대한 몸을 낮추고 이 풍파가 흘러가 기만 기다렸다.
자유당 의원들은 답답해 했 으나, 디즈레일리 또한 아쉽다 는 듯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지었 다.
지금까지 십수년을 싸우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여간 깊어 진 게 아닌 두 사람이다.
글래드스턴은 디즈레일리의 저 표정이 ‘보내버리지 못해서 아쉽다’라는 의미임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저 빌어먹을 놈. 역시 날 어 떻게든 엮을 함정을 파놓고 있 었구나.’
반사적으로 말싸움을 벌였다 면 어떤 참사가 났을지도 모른 다고 생각하니 욕지거리가 절 로 나왔다.
디즈레일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웰즐리 쪽으로 고 개를 돌렸다.
“총리님, 일단 결단을 내리셔 야 합니다. 이 이상 시간이 길 어져봐야 완공은 불가능합니 다.”
“그렇긴 하죠. 지금 추세로 가면 4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하 는데 시간만이 아니라 인부들 의 피해가 막심하니까.”
“특별법은 실패로 인정하고 공사를 백지로 돌려야 합니다.”
결국 그 방법밖에 없는 게 사 실이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하면 방 금 전 논의한 대로 의회든 정부 든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돈은 돈대로 쓰 고, 프랑스와 프로이센에게 아 메리카의 식민지를 주고, 이쪽 은 그다지 의미도 없는 땅을 가 지게 된 상태로 상황이 고착 될 테니 말이다.
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 해야 하는지 모두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웰즐리가 한 차례 한숨을 내 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러면 이 번 일은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 를 짓겠습니다. 우선 파나마 쪽 에 공사 결정 통보를 내리기로 하죠.”
“······.”
“그리고 어떻게든 이 사업을 다시 황실쪽으로 넘겨보겠습니 다.”
“···예?”
상상도 못한 폭탄 선언에 보 수당과 자유당 의원들이 약속 이라도 한 듯 얼빠진 소리를 내 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 실패한 게 확실한 사업 을 황실에 도로 넘겨버리겠다 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애초에 킬리언이 바보도 아 니고 그걸 받아줄리가 없지 않 나.
“이쪽이 많은 걸 양보해야 하 겠지만 그래도 잘만 하면 황실 에서 책임지고 이 실수를 덮어 줄 겁니다.”
“아아, 거래를 하겠다는 말씀 이군요.”
“그러면 황실 사업을 가로채 서 똥을 뿌렸다는 비판은 듣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제가 폐하와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황실이 사실상 망한 사업을 가져가 손해를 떠안고 마무리 를 해준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또 없다.
대체 어떻게 협상을 해야 그 킬리언이 이 요구를 들어줄지 모르겠지만, 총리가 이렇게 자 신있게 나서는 이상 당연히 이 유가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총리님!”
“총리님은 언제나 계획이 있 으시군요.”
의원들의 찬사에 웰즐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걸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다시 한번 기적의 협상가의 역할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