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432)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432화(432/537)
< 풍운의 시대 (4) >
동북아시아에 대해서는 이미 머리로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 각했는데 역시 현실은 이론과 는 다르다.
에드워드는 조선에 온지 며 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곳 사 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 다.
예전에는 조선과 일본도 캐 나다나 홍콩처럼 그냥 편입시 켜버리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 을 낸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는 캐나다는 처 음부터 대영제국 이민자들이 주류였고, 홍콩은 사람의 수가 적으니 가능했던 거라는 답을 들려주었다.
사실 그는 아무리 문화가 다 르더라도 결국 다 사람 사는 곳 인데 그냥 장기간에 걸쳐서 의 식을 만져주면 되지 않을까 생 각했었다.
런던에서도 조선과 일본 사 람들을 몇몇 봤지만 딱히 이야 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아시아로 올 때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왔다.
사실 진짜로 할 수만 있다면 조선과 일본을 대영제국 휘하 의 왕국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 지 않겠는가.
연합왕국 안으로 들이는 건 말도 안되겠지만, 본국과 식민 지 사이의 무언가로 삼는 건 가 능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아버지도 그런 식의 느슨한 연합을 만드려고 구상 하는 듯 했는데 자신이 먼저 가 서 터전을 닦아두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문화 를 처음 접한다는 건 예상보다 충격이 더 컸다.
“아이고! 황태자 전하!”
“굽어살펴 주십시오!”
“태자 전하 만세! 만세!”
거리를 좀 구경하고 싶어서 나가니 거리 가득 몰린 사람들 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해대서 처 음에는 진심으로 입이 딱 벌어 졌다.
아니, 이 인간들은 왜 갑자기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는 다는 말인가.
아사아인들은 이상하게 무릎 을 꿇는데에 집착한다는 말은 여러번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 는데 일반 시민들이 왜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저렇게 손을 싹싹 비비는 건지 도무지 이해 가 가지 않는다.
원래 여기 사람들은 무릎을 저렇게 쉽게 꿇는 건가?
“조선의 자랑 에드워드 전하 께 영광을!”
“대영제국 만세! 조선 만세!”
“킬리언 폐하 만세! 에드워드 전하 만세!”
반갑게 맞아주니 좋기는 한 데 자신이 어째서 조선의 자랑 이라는 건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김좌근에게 물어 보았다.
김좌근은 조선은 사실상 킬 리언을 조선 사람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에 그 아들도 조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 까 한다는 추론을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자기 나라 왕이 행차한 것마냥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다는 거로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영제국 내에서도 황실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했으나 사실 이 정도의 대우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런던의 시민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지 저렇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았 으니까.
하지만 이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조선 시민들이 이렇게 대 영제국 황실을 숭배하고 있으 니 잘만 활용하면 제후국 정도 로 삼는 건 무리가 없지 않을까?
아무리 문화가 다르고 섞이 기 힘들다고 해도 그걸 이어주 는 게 바로 황실의 존재감이 아 니겠는가.
“궁금한 게 있는데 시민들은 조선의 왕족들에게도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입니까?”
“국왕 전하께서 행차하시면 비슷한 반응이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조선 자체가 대영제국 황실의 위대함을 워낙 잘 설파 해두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대 영제국의 황족을 더 열광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런던에 있을 때는 몰랐던 사 실이지만 조선이나 일본은 아 버지의 이름을 거의 신성시하 면서 자신들의 우월함을 역으 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지금 시대는 명백히 백인들 이 주도하고 있지만, 킬리언은 그 백인들의 나라에서 정점까 지 올라간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그의 몸에 흐르는 피 의 절반은 아시아인의 피다.
조선은 따라서 아시아인들 중에서도 조선은 예외적으로 백인들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 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열심 히 설파했고, 일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선과 일본이 아시아이긴 하지만 아시아와는 다른 무언 가로 구별지어질 수 있는 건 전 적으로 킬리언 덕분이었으니, 당연히 그 아들도 남 다른 의미 를 가질 수밖에.
문득 고개를 돌린 에드워드 의 눈에 저 멀리까지 이어진 시 민들의 인파가 보였다.
모두가 무릎을 꿇고 이쪽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 까 싶어 살짝 이마를 쳐드는 장 면은 진짜로 적응이 되질 않았 다.
뭐야 저거, 진짜로 무섭다고.
그래도 그는 이렇게 자신을 대우하는 게 좋다는 티를 펄펄 내야 했기에 얼굴 가득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주억거 렸다.
“조선에서도 이렇게 알아서 아버지와 저의 권위를 인정해 주다니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조선에 온 뒤로는 모든 게 마음 에 드는군요.”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 다.”
“그러고보니 오늘 있을 만남 도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조선 의 세자시라면 분명 총명하고 영특하실 테니까요. 아, 이제 며 칠 뒤면 태자 전하라고 불러야 겠군요.”
“아, 예. 세자 저하와 왕자님 들과는 부디 좋은 관계가 지속 됐으면 하는···바람입니다.”
뭔가 반응이 떨떠름한데 세 자가 그렇게까지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인 걸까.
사실 홍콩에서 조사를 했을 때도 그다지 눈에 띄는 정보가 올라오지는 않았다.
뛰어나다는 말도 없고 무능 하다는 말도 없고, 애초에 지금 정무에 거의 관여를 하지 않았 으니 뭐라 평가할 건덕지가 없 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제가 잘 몰 라서 그러는데 세자 저하나 왕 자님들은 혼사를 치렀습니까?”
“물론입니다. 오늘 연회에서 도 아마 같이 나오실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기대 가 되네요.”
과연 정신 나간 인간들이 가 득한 작금의 조선 왕족은 어떤 사람들일까.
조선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 해서는 현재 왕이나 대신들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대를 이을 왕족들의 능력과 성 정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쓸만한 인형들이 될 수 있다 면 가지고 놀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일단은 만나보고 결정하기로 하자.
* * *
현 국왕의 차남인 익성군 이 재황은 저 멀리서 보이는 고풍 스러운 가마를 바라보며 긴장 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대영제국이 얼마나 큰 위세 를 지니고 있는 국가인지는 어 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 다.
이 나라의 국왕인 아버지조 차 쉽게 볼 수 없는···아니 아버 지가 애초에 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대영제국 덕분이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 대영제국의 다음 대의 황 제가 될 사람이다.
옛날 최전성기의 명이나 청 의 황태자보다도 더욱 더 대단 한 사람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 까?
그야말로 나는 새도 떨어트 릴 권력을 갖춘 사람이 저기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영제국 황제의 권력이 옛 날 천자의 권력만큼 강하지는 않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런 건 애초에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 다.
어쨌거나 황제가 그 나라의 얼굴인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 니까.
더욱이 조선은 대영제국 황 실에 엄청난 동경을 지니고 있 고 저 황태자의 몸에도 조선인 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렇다. 조선인의 피가 흐르 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어느 나라라도 생판 남이 차 기 국왕의 선정에 관여를 하면 거품을 물고 거부반응을 보인 다.
과거 명이나 청에 사대할 때 도 사후 허가를 받는 식이었지 저쪽이 왕을 지목하지는 않았 다.
하지만 대영제국의 경우 이 쪽이 남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 기에 왕실에 개입이 가능했다.
정확히 말하면 개입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틀린 말이다.
킬리언 자체가 조선 왕실의 일원으로 여겨지고 있으니 개 입이라기 보다는 의견 피력이 라고 하는 게 적당할 터.
그렇기에 이번 만남은 그에 게 있어서 참으로 중요햇다.
익성군은 문득 어제 있었던 아내와의 짧은 대담을 떠올렸 다.
“지금 황태자가 온 건 천재일 우의 기회입니다.”
“조선에게 있어서 큰 기회인 건 맞지만 천재일우의 기회까 지는 조금 과장이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 전하께 서 보위에 오르실 때 킬리언 폐 하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문 들어보셨지요?”
“그거야 뭐···공공연한 소문 이니까.”
부부인 민씨.
익성군은 아내와 의견을 나 눌 때면 아내가 자신보다 정치 적인 권모술수에 더 능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고는 했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솔직히 익성군은 어째서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해보세요. 사실 지금 세자 저하가 왕실의 후계자로 여겨지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 면 이는 틀린 말입니다.”
“어허, 부인! 틀린 말이라니 요. 어디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경을 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이들의 앞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 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주상께서는 종친들 가 운데 가장 우수한 사람으로 뽑 혀 세자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그 전통을 앞으로도 유지하겠 다고 확언하셨었죠. 하지만 은 근슬쩍 현 세자 저하를 세자로 책봉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어······.”
굉장히 민감한 사안일 수도 있지만 아내의 말에 틀린 구석 은 없었다.
아버지는 분명 처음 보위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의 왕은 가장 뛰어난 사람이 맡을 거라는 식의 말을 했었다.
그런데 왕권이 안정되고 나 라가 개화되기 시작하자 귀신 같이 은근슬쩍 형님을 세자로 삼아버렷지.
조선이 만주를 착실하게 점 령하며 승승장구하고 왕실의 위엄이 높아지니 그 누구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작금의 왕실이 기를 쓰고 만 주를 수복하려는 건 이런 이유 도 있었다.
역사상 최초로 만주고토를 수복한 국왕이 부자세습을 하 겠다는데 누가 감히 이의를 제 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충분한 발언권이 있 는 사람이 이걸 걸고 넘어지면 어떻게 될까?
“부인 설마···.”
“대영제국은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주 상께서 그렇게 약속을 하셨으 니까요. 게다가 지금 방문해 계 신 황태자 전하는 더더욱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으시지요.”
“···어째서?”
순진한 익성군의 물음에 민 부인이 나직하게 한숨을 지으 며 고개를 저었다.
“대영제국의 태자 전하는 장 차 황제가 되실 몸입니다. 그러 니 당연히 조선의 보위를 이을 사람이 자신과 잘 통하는 사람 이기를 원하지 않을까요? 자신 의 이득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 람이 왕이 된다면 외교를 하기 훨씬 더 수월할 테니까요.”
“아···그건 참 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니 태자 전하에게 최대 한 좋은 인상을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그때의 약속 을 상기시켜 주셔야 합니다. 태 자 전하께서 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부인이 말 하고자 하는 건.”
“예.”
민부인이 은근한 어조로 익 성군을 향해 속삭였다.
“지금의 세자 저하는 확실한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닙 니다. 에드워드 황태자 전하를 이쪽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저 자리는···.”
우리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 지만 익성군도 이제는 아내의 의도를 확실히 파악했다.
형과의 사이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았지만···왕의 자리 를 양보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지금까지야 그냥 당연히 적 장자인 형이 세자가 되는 게 옳 다고 여겼지만 부인의 말대로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하 면 도전해 보는 게 당연하지 않 을까.
회상을 떨쳐낸 익성군은 크 게 숨을 들이키고 저기서 다가 오고 있는 에드워드의 훤칠한 얼굴을 한 눈에 담았다.
아내, 민자영의 말대로.
이쪽에게 왕이 될 수 있는 가 능성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비 벼볼 것이다.
되면 좋고 안 되도 손해는 아 니지 않은가?
익성군 이재황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가마에서 내린 대영제국의 황태자를 향해 고 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