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454)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454화(454/537)
< 구시대의 잔재 >
깃발이라는 건 단순한 상징 물이 아니다.
군대에서의 깃발은 군과 부 대의 자존심과 자긍심이 형상 화 된 심장과도 같았다.
군기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수호되어야만 하고 군기를 잃 어버렸다는 건 이미 부대가 붕 괴되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는 고대만이 아니라 근현 대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지는 철칙이었으며, 딱히 군대에만 적용되는 일도 아니었다.
군기와는 달라도 군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취 급되는 게 있다면 국기나 황실 기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런 깃발들은 당연히 취급 하는데도 각별한 주의를 요했 고, 혹시라도 훼손 된다면 그날 부로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로 억지 그 자체이긴 했 지만 원역사에서는 국기가 훼 손 되었다는 이유로 청나라에 전쟁을 선포한 애로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하물며 자랑스러운 황실기가 불타버렸다면 이는 절대 순순 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 다.
당연하게도 이 소식이 당도 하자 의회는 물론이고 모든 정 부 부처가 전부 난리가 났다.
“폐하,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분쟁의 냄새를 그 누구보다 잘 맡는 남자, 디즈레일리가 무 거운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입가가 씰룩이는 걸 보아하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본심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네.
“소식이라니 무슨 소식을 말 하는 겁니까?”
“아시아에서 우리 황실의 깃 발이 훼손 되었다는 패역하고 도 무도하고도 참혹한 소식 말 입니다. 의회와 외무부가 충격 의 도가니에 빠져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히 들었죠. 그런 데 총리님이 아니라 장관님이 온 걸 보니 정말로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총리님께서는 저녁까지는 꼼짝없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지금 귀족원 부터 서민원에 각 부서의 장관 들까지 찾지 않는 곳이 없어서 ···.”
“그럴만하죠.”
아시아에서 대영제국의 황실 기가 불탔다?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전 대미문의 사태라 도리어 어떻 게 처리해야 할지 모두가 깊은 고뇌에 빠진 거겠지.
심지어 조선이나 일본은 동 맹국이었으니까.
“장관님께서는 그런데 여유 가 있으신가 봅니다? 여기까지 오신 걸 보면.”
황실의 의사를 알아야 의회 나 정부도 입장을 굳힐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대표 로 온 겁니다.”
“우리 장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회가 왔다고 느끼십니까?”
최근에는 대놓고 드러내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디즈레일 리는 엄연히 제국주의자에 가 까운 성향이었다.
딱히 그렇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게 애초에 이 시대에 제국 주의자가 아닌 열강의 정치인 이 어디 있겠나.
그냥 조금 더 심하고 온건하 다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사실 온 세계의 정치인들은 기본적 으로 제국주의의 성향을 띠고 있었다.
디즈레일리는 그중에서도 극 렬까지는 아니고 평균보다 조 금 더 농도가 진한 제국주의라 고 해야할까.
어쩄든 기회만 된다면 이 나 라의 힘과 영향력을 외부로 투 사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 는 걸 꺼리지 않았다.
“폐하, 황실의 깃발이 단순히 밟히거나 땅에 떨어진 뭐 그런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큰일이 지만 아예 불에 탔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로 엄중히 책임을 물 어야 하는 일입니다.”
“물론 그래야죠. 절대 가볍게 넘어갈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 데 솔직히 좀 이해하기가 어렵 지 않습니까? 대체 왜 이런 일 이 벌어졌는지.”
“그래서 지금 조선과 일본 대 사를 초치해 말을 들어보는 중 입니다. 그래도 자랑스러운 황 실의 깃발이 불타 사라진 사실 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 책임을 면하긴 힘들 겁니다.”
“조선과 일본이 정신이 나가 버렸나 봅니다. 그렇지요?”
내 물음에 디즈레일리는 너 털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 였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대체 얼 마나 겁대가리를 상실했으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건지 저로서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 군요.”
말하는 걸 보아하니 이미 머 릿속으로 결론을 다 내놨구만!
조선과 일본에 책임을 묻겠 다는 생각에 신나서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게 다 보인다고.
물론 나도 이걸 절대로 그냥 넘어갈 마음은 없었다.
애초에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상 이건 넘어가고 말고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넘어선 일 이다.
다만 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나도 디즈레일리도 이 게 진심으로 조선이나 일본이 일을 저지른 거라고 생각하지 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을 저 지르긴 했을 테지만 순도 100 퍼센트 본인들의 의사는 아닐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디즈레일리 역시 그렇게 생 각하는 걸 보면 내가 아들 하나 는 참으로 잘 키운 모양이네.
“일단 저쪽에서 뭐라고 하는 지 보고 이쪽의 대응을 결정하 기로 하죠. 너무 앞서나가다가 공조가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 록 주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폐하께 서는 이 일의 자초지종을 잘 아 시겠지요?”
“자초지종이요? 조선과 일본 의 몇몇 극성분자들이 머리가 훼까닥 돌아서 황실의 깃발을 훼손한 게 다 아닙니까?”
“아, 예···그렇죠. 알겠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척하면 척이라고 내 입가에 서린 미소를 본 디즈레일리는 웃으며 넙죽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정신이 반쯤 나간 멍청한 인간들이 저지른 대형 사고이고 사건은 그렇게 종결 될 것이다.
뒤에 누가 있을지는 나도 알 고 디즈레일리도 아는 눈치였 지만 아무튼 흑막은 없는 거다. 암 그렇고 말고.
* * *
런던이 난리가 났지만 지금 이 시점 가장 큰 소란이 벌어진 곳은 당연히 런던 주재 조선 대 사관과 일본 대사관이었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소리야아 아아아!”
런던 주재 조선 제국의 대사 박규수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 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답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 도 자세한 전말을 아는 이가 없 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실로 어이가 없고 황당하면 서도 이가 갈리는 일이었으나 대사관의 사람들이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오히려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립되어 있는 이들이야말로 작금의 사태에 가장 머리가 아 픈 사람들이었다.
어마어마한 대형 사고가 터 진 건 확실한데 자신들조차 어 떻게 된 일인지 상세한 내용을 모른다.
그런데 이 나라 사람들은 이 미 다 뚜껑이 열리다 못해 머리 가 부글부글 타오르는 중이고 하필이면 이 나라는 세계 최강 대국이라 평가받는 대영제국이 다.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 다는 말인가.
“정보. 정보가 더 필요하다. 일단 오늘 저녁에 버킹엄 궁전 으로 들어가 두분 폐하에게 무 릎 꿇고 사죄를 드리기로 했으 니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라 도 상세한 자초지종을 알아와!”
“대사님, 아까 총리님과는 어 떤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이야기를 나누긴 무슨. 그냥 일방적으로 깨지다 왔지. 우선 이쪽도 현재 아는 바가 없어서 무조건 빠르게 정보를 취합해 서 알려주겠다고 신신당부를 했네. 내 말 알아듣겠지? 무조 건, 무조건 빠르게, 수단과 방법 을 가리지 말고 정보를 가져와! 전보를 돌리든 전화를 하든 가 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오라고!”
“그러면 일본 대사관측에도 연락을 해볼까요?”
“당연하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에 놓인 책들이 들썩였다.
듣자하니 이번 일에 연루되 어 있는 건 조선인들만이 아니 라 한 무리의 일본인들도 함께 였다고 한다.
대관절 이런 일이 어째서 일 어났는지도 모르겠는데 일본인 들까지 엮여 있다는 말에 박규 수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 았다.
뭔 놈의 사고가 실체는커녕 전개과정조차 짐작이 되질 않 으니 어떻게 해명이나 사과를 할 수 있겠는가.
사과를 하려고 대가리를 박 아도 그래서 뭐가 미안한데? 라 는 말이 돌아오면 입을 열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일본 대사를 좀 만나봐 야겠다.”
박규수가 황급히 채비를 하 고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대사관 직원 한 명이 부리나케 그를 불러세웠 다.
“대사님! 일본 대사가 급히 이곳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나 가지 마시고 여기서 기다리시 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지.”
요시다 쇼인, 그 인간도 발등 에 불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일 터.
황태자를 구워 삶아서 대동 아공영이 어쨌네 저쨌네 하는 망상을 늘어놓던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협력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수십여 분 뒤.
아래층에서 황급히 뛰어올라 오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벌컥 열리고 익숙한 모습의 일본 청 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사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요시다 대사님, 그건 제가 여쭤보고 싶은 말입니다. 혹시 이번 일에 대해 따로 들으신 바 가 있습니까?”
“없으니까 여기까지 왔지요!”
“일단, 진정하고 여기 앉아 보시죠. 그래도 서로 보고 받은 바가 다를 테니 일단 서로가 가 진 자료를 맞춰보는 게 어떻겠 습니까.”
이번 일은 자칫 잘못하면 지 금 한창 성장세를 타고 있는 조 선이나 일본의 기세가 한번에 꺾일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었 다.
기세가 꺾이기만 하면 다행 이지 자칫 잘못하면 진짜 뼈도 못추리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거참, 조선은 대체 사람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아 니 대체 어떻게 해야 폭도들이 한강에 정박해 있던 배의 깃발 을 뽑아다가 불태울 수 있냐는 겁니다.”
“그렇게 치면 우리도 할 말이 있죠. 듣자하니 폭도들 중에는 일본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고 하는데 대체 자국민 관리를 어 떻게 하면 타국에서 저런 방자 한 짓거리를 할 수 있다는 겁니 까!”
“허어어······.”
“쓰읍.”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면 둘다인지 그래도 이번 일이 어 느 한 나라의 삽질만은 아니라 박규수나 요시다 쇼인은 완전 히 쭈그리 신세가 되지는 않았 다.
어떻게 해서든 죄를 저쪽에 덮어씌우면 이쪽의 과실은 줄 어들 테니 빠져나갈 수 있는 활 로도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책임전가를 하려고 해도 일단 일의 전모를 파악하 고 있어야 하는 법.
두 사람은 일단 날카롭게 갈 고 있는 비수를 등 뒤로 숨기고 자신들이 보고받은 내용을 서 로 말해주었다.
“일단 본국에서 말한 바로는 이렇습니다. 대영제국의 황실기 를 건 배를 폭도들이 습격했고 그 과정에서 황실기가 불타 전 소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범인들은 조선인과 일본인 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재 조선 정부에서 엄중하게 문책하고 있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제가 들은 내용도 비슷합니 다.”
“그러면 지금쯤 조선에서 추 가로 언질을 줬어야 하는 게 아 닙니까? 지금 사태가 한시가 급 한데 일초라도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아야지 이 무슨···.”
“조선과 이곳의 거리가 그리 가까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조 금만 더 기다려 보면 연락이 있 겠지요.”
“그런데 혹시 한성에 계신 황 태자 전하께 어떤 변고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요시다의 물음에 박규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내심 그가 가장 두려워 하고 있었던 일 역시 바로 저것이었 기 때문이다.
황실기가 불탄 것도 정말로 큰 문제지만 만약 황태자의 신 변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황실기 전소는 따위라고 해 도 좋을만한 대규모 후폭풍이 밀어닥칠 터.
그때가 되면 조선이나 일본 이 나라째로 쓸려나가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서,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 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고 가 벌어졌다면 이미 연락이 당 도했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그, 그렇지요? 하하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째 올 라오는 보고의 양 자체가 너무 신통치 않다는 게 박규수는 못 내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연락에 혼선이 생기 는 이유는 저쪽에서도 무슨 말 을 해줘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보통 이런 건 너무 큰 사고를 쳐서 이걸 덮으려고 허둥지둥 거리고 있거나, 정말로 본인들 이 무능해서 사건의 전말을 파 악하지 못했을 경우로 나뉜다.
박규수는 왠지 모르게 전자 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 는 불안한 예감을 느끼는 중이 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언제 나 현실이 된다고 하던가.
두 시간 뒤 조선 대사관.
“이,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 가? 이게 말이 되냐고!”
“크흠, 박 대사님. 저는 그럼 이만···.”
“가길 어딜 간다고 그러십니 까! 당장 이리 와서 대책을 마 련해야죠!”
-대영제국 황실기 전소 사건.
범인들의 입에서 나온 배후 는 조선과 일본 양측의 군부 인 사들. 현재 파악된 성명은······.
눈을 의심케 하는 글자들의 향연에 대사들은 몇 번이고 내 용을 다시 읽어보며, 전보가 잘 못 온 게 아닌지 다섯 번에 걸 쳐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는 달 리 아무리 확인을 해본들 내용 은 단 한글자도 달라지지 않았 다.
정녕 하늘은 조선을 버린 것 인가, 몇 번이고 탄식을 뱉어내 는 박규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