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455)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455화(455/537)
< 구시대의 잔재 (2) >
극동의 먼 땅에서 대영제국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황 실의 깃발이 불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드디어 신문에 실렸다.
조선과 일본 대사관이 당장 에 폭파되지 않은 이유는 단 하 나.
정부에서 각 신문사들에게 기사를 작성할 때 ‘아직 불분명 한 점이 많아 조사중’ 이라는 문구를 포함하도록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문장이 없었다면 두 나라의 대사관은 이미 런던 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 다.
“폐하, 이번 건은 결코 조선 황실과 정부의 뜻이 아니라는 점 거듭 말씀드리며, 이런 불미 스러운 일이 일어난데에 대해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올리 겠습니다.”
박규수는 조선 대사라는 직 함이 무색하게 머리를 조아리 며 용서를 구하는 중이었다.
옛날에 흔히 쓰이던 비유 중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다는 표현이 딱 저런 모양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안 그래도 성격이 불같 다고 알려지신 나의 사랑 빅토 리아 여제님은 차디찬 시선으 로 대사를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녀가 나서면 박규수가 진 짜로 대판 깨질 수도 있으니 나 는 적당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 다.
“이번에 올라온 보고에 의하 면 귀국의 군부의 인물들 중 상 당수의 이름이 용의자 중 하나 로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데···이 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시겠 습니까?”
“현재 그러한 보고가 올라오 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 나, 이번 일과 연루되어 있는 그 누구라도 엄중한 법의 처벌 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니 부디 조금만 기다려주시기를 간곡히 청하옵니다. 저희도 황실기가 모욕을 당한 일이 어느 정도로 중차대한 일인지 모르지 않으 니 엄중한 조사를 통해 그에 상 응하는 처벌을 하겠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겠지 만 우리가 귀국의 조사가 끝나 기만을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겠지요?”
“예? 그거야···예, 그 말씀이 맞습니다.”
“커다란 걸 요구하지는 않겠 습니다. 일단 우리도 우리 나름 대로의 조사를 할 테니 최대한 협조를 해주세요. 다음 일은 결 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논 하도록 합시다.”
박규수는 몇 번이고 고개를 굽신거린 뒤 빠르게 뒷걸음질 쳐서 방을 나갔다.
이후 일본 대사인 요시다 쇼 인도 별다를 바 없는 반응을 보 였으나, 그는 여기에 자신들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발을 빼 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번 난동의 핵심이 된 자들은 대부분 다 조선인이었다고 합 니다. 소수의 일본 사람들도 연 루되었으나 이들은 바로 본국 에서 지엄한 법의 심판을···.”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귀국의 군부도 연관이 되어 있다는 말 이 들리던데요?”
“저, 절대 아닙니다! 그···분명 몇몇 인사들이 군부와 연관이 있는 건 맞지만 그들 중 대부분 은 퇴물! 그러니까 권력에서 밀 려나 있던 어중이떠중이들입니 다. 그런 자들이 이번에 눈이 뒤집혀···.”
“아아, 잘 알겠으니 그렇게까 지 덧붙이시지 않아도 됩니다. 결과가 나오면 그때 이야기하 도록 하죠. 귀국에서 어련히 알 아서 잘 조사해주리라 믿습니 다.”
“하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합 니다!”
모든 걸 조선측에 뒤집어 씌 우고 싶나 보지만 어림도 없지.
이미 같은 배를 탄 이상 살아 도 함께, 죽어도 함께가 되야하 지 않겠나.
어딜 비겁하게 혼자 살아서 도망가려고.
요시다가 내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러가자 얼굴 가득 불만족스러운 티를 펄펄 풍기 던 빅토리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너무 유하게 기다려주는 거 아닌가요?”
“왜 또 이제와서 그래요? 다 상의해서 결정한 거면서.”
“아니···아까는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좋은 기회를 그냥 너무 자비롭게 넘겨버리 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요.”
“단기적으로만 보면 그럴 수 도 있지만, 조금 더 멀리 보면 에드워드의 요청대로 해주는 게 맞아요.”
애초에 곧 대대적인 산업구 조의 개편을 앞두고 있는 지금 조선이나 일본까지 내가 사람 을 보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만한 여유는 없다.
이건은 어떻게 봐도 에드워 드에게 맡겨두는 게 최선이었 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의 일처리는 내 기대에서 벗어나 지 않고 있었다.
“조금 더 강하게 압박해서 뭔 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의회 나 시민들은 당신이 고향을 싸 고 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요.”
“괜찮아요. 그런 말이 나오기 전에 더 재미있는 소식들이 뻥 뻥 터질 테니까.”
사실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 다는 마음으로 계속 내버려두 고 있던 거였지만 조선과 일본 의 황실은 내 입장에서도 썩 달 가운 존재들은 아니었다.
일본이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 히 얼굴마담 정도로나 살아갈 테니 그쪽은 그래도 넘어가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왕실이 아니 라 황실을 칭하고 있는 조선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왕권이 강한 나라였고, 조선이라는 나 라 자체가 수백년에 걸쳐 임금 알기를 하늘 같이 알라는 세뇌 를 해온 국가다.
백성들은 당연히 나랏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일단 믿고 따르는 게 디폴트였고 이 건 현대 시대로 와서야 조금씩 개선된 병폐였다.
그런데 이제 조선이 아예 황 실이 됐고 만주까지 차지하게 생겼으니 조선팔도에서 황실의 위엄이 얼마나 치솟을지는 안 봐도 블루레이지 않나.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조선 왕실의 덕을 본 게 없냐고 하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
당장 귀족이라고는 해도 혼 혈 노예 출신인 내가 대영제국 의 국서가 될 수 있었던 건 알 고보니 아시아 프린스였다는 깜짝 반전 덕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이 미 지금의 조선의 입지로 차고 넘치게 보상을 해줬다.
원래라면 지금쯤 세도 정치 가 절정에 달해 이리저리 썩어 갔어야 할 나라가 일찌감치 개 화에 성공해서 청나라를 패네 마네 하고 있잖아?
이 정도면 나는 내가 받은 이 상으로 돌려줬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다.
“조선도, 일본도 대가리가 너 무 컸어요. 이제 확실히 좀 눌 러놓을 때가 됐으니 한번쯤 눌 러놔야죠.”
“그러려면 오히려 더 쎄게 몰 아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이건 오히려 좀 봐주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럼 더욱 좋죠. 저들도 당 신처럼 느끼고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서로서로 윈윈을 해왔다고 앞으로도 무조건 그 럴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하 수 중의 하수다.
사실 나는 이미 그럴 수 있는 길은 열어두었다.
김좌근이나 오쿠보가 제대로 배의 키를 잡고 가기만 했어도 아슬아슬하긴 해도 균형이 맞 물려 돌아갔을 테니까.
하지만 원래 힘이 생기면 휘 둘러보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본성.
일본은 원역사에서도 이미 그걸 충실히 증명해 보였고, 이 번에도 어떻게 통제를 해보려 했으나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 이 증명됐다.
조선도 별 다를 거 없다. 조 선이 바깥에 쳐들어가지 않은 게 뭐 진짜로 평화를 사랑하는 DNA가 몸속 깊숙히 박혀 있어 서 그랬겠는가.
그건 현대에서 일본이 평화 를 사랑하는 와의 DNA가 어쩌 고 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 는 소리다.
현대와 근대 두 시대를 살아 보고 확실히 얻은 깨달음이 있 다면 인간의 본성은 어딜가든 거기서 거기, 그놈이 그놈이라 는 것이다.
당장 조선도 일본과 같이 청 을 쉽게 밟을 수 있을 거 같은 견적이 나오니 바로 만주고토 수복! 만주는 우리땅 하면서 북 진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고 청나라가 제일 착 한 놈들이냐 하는 건 당연히 그 렇지 않다.
중국이 힘을 얻고 강력해지 면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외교 를 하는지는 전랑외교라는 네 글자가 잘 설명해주고 있으니 까.
즉, 조선이든 일본이든 성공 적으로 개화를 추진한 이상 점 점 콧대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봐야 한다.
김좌근이나 오쿠보가 이를 억누르려고 한 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의 임시방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고.
그러니 콧대가 과하게 치솟 았으면 적당히 다시 뭉개놓을 필요가 있다.
다만 그렇다고 군사를 이끌 고 들어가면 괜히 지금까지 쌓 아놓은 내 이미지에 흠집이 갈 지도 모르잖아?
이런 건 세련되게, 안에서부 터 갉아먹어가는 방법이 제일 좋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내 아들 은 아버지의 뜻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 * *
시간을 돌려 킬리언이 레오 폴드 2세와 한창 콩고 독립국 을 위한 협상에 한창일 때.
킬리언에게서 조선에 관한 모든 정보를 넘겨받은 에드워 드는 이 나라를 어찌하면 좋을 지 내심 고민에 빠져 있었다.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곳 이란 말이죠.”
“예? 뭐가 말입니까?”
“조선이라는 나라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제 사고방식에서 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 아서요. 물론 그건 총리님도 처 음 런던에 왔을 때 마찬가지였 겠지요?”
“예···그거야 뭐······.”
에드워드는 안절부절 못하는 김좌근의 반응을 보며 피식 웃 었다.
아버지가 보내준 쓸만한 사 람들의 리스트 위에서 가장 위 에 올라와 있던 사람.
눈치도 빠르고 능력도 있으 면서 조선 황실과의 관계가 그 렇게까지 좋은 건 아니다.
이용···이 아니라 협력하기에 이보다 좋은 카드는 없다고 봐 도 무방하지 않을까.
“총리님, 우리 허심탄회하게 한번 이야기나 해보죠. 총리님 은 지금 조선이 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그건···당연히 그렇지 않 겠습니까. 작금의 조선은 나날 이 번성하여 건국 이래 최고 전 성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닌···.”
“지금이야 그렇지만 장기적 으로 봤을 때 진짜로 괜찮겠느 냐 이겁니다. 사실 총리님께만 드리는 말씀인데 일본의 총리 대신 오쿠보가 제 아버님께 제 발 좀 살려달라는 식의 편지를 보내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오쿠보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좌근의 눈가가 꿈틀 움직였 다.
똑같이 군부의 등쌀에 못이 겨 나날이 실권을 잃어버리고 있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반 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아버지는 편지에서 오쿠보와 김좌근을 최대한 이용하고 되 도록이면 그들을 이용한만큼 보상은 던져주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직접 이 땅을 통치할 거라면 상관없지만, 본국으로 돌아가면 언제 또 이런 극동의 땅에 올 일이 있겠는가.
직접 발을 담글 게 아니라면 충실한 대리인을 세워두는 건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특히 이미 아버지에게 경도 되어 있는 상대라면 다루기가 어렵지 않았으니 더더욱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겠지.
“자, 총리님. 저도 이제 조선 에 온 지 제법 됐으니 이 나라 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 습니다. 저로서는 뭐랄까···참으 로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를 하 고 있더군요.”
“가당치도···않다니요?”
“조선은 만주를 점령하고 일 본은 청나라의 남부를 지배. 그 렇게 한 뒤에 전 아시아를 하나 로 만들어 대동아공영권을 이 루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제 앞에서 설명하던데···제가 여기 에 뭐라고 반응해주면 좋았던 걸까요?”
놀랍게도 이건 지어낸 게 아 니라 거짓 한 톨도 없는 완벽한 진실이었다.
맨정신에 말한 게 아니라 술 자리에서 술이 좀 거나하게 들 어간 군부의 대신들이 나오는 대로 지껄인 소리였지만, 너무 나도 참신한 개소리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 그런 헛소리를 어떤 정 신나간 인간이···허언입니다, 전 하. 그냥 흘려들으십시오.”
“조선에게 허락해줄 수 있는 만주까지가 최대입니다. 그것도 옛날 조선의 전신인 국가가 만 주에 국토를 가지고 있었기 때 문에 관대하게 봐주고 있는 것 이지 그 이상을 원한다면 유럽 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개입해 올 겁니다.”
“압니다, 당연히 알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게 저 런 말을 한 사람들은 딱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더군요.”
에드워드는 잠시 말을 멈추 고 고운 백자 술잔에 쪼르르 술 을 따랐다.
그리고 긴장 가득한 눈으로 이쪽을 살피는 김좌근을 향해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총리님, 이대로 가면 조선은 그다지 좋은 꼴을 보지 못합니 다. 그건 누구보다 총리님이 잘 알고 계시겠죠?”
“······.”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정사에 관여하지도 않으면서 조선에 온 저를 이렇게 졸졸 따 라다니시는 게 아닙니까. 혹시 라도 저 폭탄과도 같은 자들이 언제 또 사고를 칠지 몰라서.”
“···예리하시군요. 제가 들은 정보가 많이 잘못됐던 거 같습 니다.”
“총리님. 제가 누구인지 아시 면서 본인이 수집한 정보로 저 를 판단하려 하셨던 겁니까?”
“예? 아, 아니···그러니까. 죄 송합니다!”
에드워드는 문득 전선에 써 있던 유용한 조언을 떠올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거라, 아 들아. 그냥 네가 뭔가 있어 보 이는 척 하면서 말을 하면 네 배경 때문에라도 저들은 전부 압도당할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까 총리님이 조선을 보다 더 나은 미래로 이끌고 싶 다면 앞으로 제가 부탁하는 걸 좀 들어주셔야 합니다. 물론 그 러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완전히 압도당한 듯한 김좌 근의 얼굴을 보니 에드워드는 이번에도 아버지의 가르침이 옳았다는 걸 실감했다.
아버지 참으로 좋은 거 하나 배웠습니다.
에드워드는 쩔쩔매는 김좌근 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킬리언 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