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457)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457화(457/537)
< 구시대의 잔재 (4) >
“황태자 전하께서 저희 부부 를 보자고 하셨다고요?”
“예. 양국의 미래를 위해 긴 히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 고 합니다. 어떻게 전해드릴까 요?”
“무조건 가야지요. 내일이라 도 바로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 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비비고 들 이댄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맺 는구나.
민자영은 즉각 남편과 함께 입을 맞추고 황태자를 보러 갈 채비를 마쳤다.
양국의 미래를 위하는 일에 현 황태자가 아니라 자신의 남 편을 부른 이유가 무엇이겠는 가.
다만 불순한 목적으로 비쳐 지면 안 되니 만남의 표면상 이 유는 남편의 대영제국 유학을 위한 상담 정도로 위장해두었 다.
민자영은 자신이 있었다.
저쪽에서 아예 관심이 없다 면 모를까 지금 간을 한번 보기 로 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최대 한 저쪽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이쪽의 유용함을 설파하면 된 다.
그리고 예전에 봤을 때와 별 반 다를바 없이 허술해 보이는 에드워드의 얼굴을 봤을 때 민 자영의 확신은 더욱 더 깊어졌 다.
“전하, 이렇게 좋은 자리를 주선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 다.”
“하하하, 저야먈로 이렇게 빨 리 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 지요.”
“총리님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양국의 미래를 위하는 중대한 일이라 니. 이런 중차대한 일을 저희와 함께 논하신다는 데에 놀랐지 만, 전하의 진심을 느낄 수 있 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반 응해주시니 논의를 하는 게 편 해지겠네요. 내가 여러분을 뵙 자고 한 이유는 다름 아닌···어, 뭐더라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아버지께 받은 편지가 여기 있 었던 거 같은데.”
내용이 다 기억나지 않았는 지 품속을 뒤져서 종이를 꺼내 드는 황태자의 모습을 본 민자 영이 슬쩍 고개를 숙이며 실소 를 흘렸다.
호부견자라고 하더니 이런 자리에 나오려면 미리 대본 정 도는 다 숙지하고 왔어야지.
표정관리를 하고 슬쩍 주변 을 둘러보니 아니나다를까 김 좌근의 얼굴도 미묘하게 굳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황태자는 능력 만 보자면 믿고 따를만한 사람 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좋 다.
저렇게 힘과 영향력이 강한 사람이 모자를수록 주변 측근 들은 더욱 더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 테니 까.
“천천히 보셔도 된답니다, 전 하.”
“아 감사합니다. 이런 일이 익숙하지는 않아서 좀 그렇네 요. 아버지께서도 참···갑자기 이 런 내용을 보내오셔서 저를 힘 들게 한다니까요. 어휴. 내 팔자 야.”
대놓고 툴툴 거리며 한숨을 퍽퍽 내쉬는 모습이 동변상련 의 감정을 일으켰는지 성친왕 이형이 진심어린 위로를 건넸 다.
“태자 전하께서도 참으로 수 고가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그래도 일국의 태 자 노릇 하려면 일하는 시늉은 해야죠. 어디 보자···아, 여기 있 군요. 이건 정말로 중요한 일이 니 여기 계신 여러분들 모두 기 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그렇 지 않으면 당연히 모든 건 없었 던 일이 될 것이고 뒷감당은 여 러분들이 스스로 하셔야 할 테 니까요. 참고로 총리님은 이미 여기에 동의하셨습니다.”
“저희는 입이 무거운 사람들 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음···이 걸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까요. 조선의 황족으로서 기분이 나 쁘실 수도 있겠지만, 두분께는 좋은 일이 될 수 있으니 너무 나쁘게 듣지는 마십시오. 일단 아버지께서는 지금 조선의 현 상황에 대해 엄청난 우려를 품 고 계십니다.”
태자가 아닌 자신들을 불렀 을 때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민자영은 여기서 덥 석 먹이를 물만큼 미련한 사람 은 아니었다.
남편은 이런 정치적인 계략 에 약해서 맡겨두기 힘들지만, 여인이 이런 분야에 너무 해박 한 티를 내도 그다지 좋게 보이 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잘 알았 기 때문이다.
현명하게 보이되 교활하지는 않아 보이는 적절한 선.
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 타기를 하며 상대방에게 얻어 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냉정하 게 판단해 봐야 한다.
“저희 조선은 대영제국의 충 실한 동맹으로서 소임을 다해 왔다고 자부하는데 우려라니요? 혹시 저희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도···.”
“아아, 그건 아닙니다. 여러분 들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군부 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있는 게 우려된다는 거지요. 군부가 정치에 깊숙하게 관여하면 당 연히 막대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본국은 그 부 작용이 극한까지 드러난 나폴 레옹이라는 사례를 이미 겪어 보았기에 여기에 민감한 반응 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현 조선의 황실은 이 런 분위기를 오히려 묵인하는 듯 하더군요. 그래서 왜 그런지 잘 살펴보니 조선 황실이 예전 에 우리와 한 약조를 지키지 않 기 위해 일부러 수를 쓰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 다고 합니다.”
단순한 부자상속이 아니라 진짜로 왕에 어울리는 왕족에 게 세자 자리를 물려주겠다던 이하응과 킬리언의 약조.
지금와서는 당연히 지킬 마 음이 전혀 없는 옛 이야기가 나 오자 민자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제 완벽히 머릿속에서 그 림이 완성됐다.
그러니까 조선이 대영제국과 맺은 약속을 어기고, 그걸 위해 일부러 군부의 폭주를 조장하 는 듯한 이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거 아닌가.
특히 대영제국 황실의 대표 격인 킬리언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건 실질적인 행동이 동 반될 가능성이 높다.
“폐하께서 그렇게 느끼셨다 고 하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 러나 조선은 예로부터 신의를 목숨처럼 지켜온 국가이니 너 무 심려치 않으셔도···.”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아버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현 태자가 즉위하면 조선의 이 런 혼란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으니 조치를 취해야겠다. 그 러니 대안을 알아봐야겠는데 이황자인 성친왕은 네가 보기 에 어떻느냐. 그래서 저는 친절 하고 좋은 사람인 거 같다는 말 씀을 이미 드렸습니다.”
“···예?”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대놓고 언급할 줄은 몰랐다.
민자영은 물론이고 남편 성 친왕마저 입을 떡 벌린 채 이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한 에드워 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건 다시 말해 후계 구도에 본인들이 직접 개입해서 자신 들의 입맛에 맞는 군주를 세우 겠다는 게 아닌가.
말도 안되는 내정간섭이고 엄격히 항의해야 할 일이지만, 민자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 었다.
그도 그럴 게 남편을 조선의 황제로 만들어준다는데 그깟 내정간섭 따위가 뭐가 중요하 겠나.
하지만 꿈에도 그리던 황후 의 자리가 진짜로 코앞까지 다 가왔다고 하니 기쁨보다는 얼 떨떨한 마음이 더 컸다.
“전하께서 저희를 그렇게 잘 봐주셨다고 하니 정말로 영광 이지만 너무나도 급작스러워 서···.”
“그렇겠지요. 나도 이렇게 해 도 되는 건가 싶어서 솔직히 마 음이 편치는 않아요. 다만 아버 지께서는 지금 군부와 깊숙히 얽혀 있는 태자와는 달리 성친 왕이 제위에 오르면 군부와의 결속을 끊어내기 더 쉬울 거라 고 보고 계신 듯 합니다.”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 는 군부와 그렇게까지 친밀하 게 지내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면 아주 좋네요 성친왕 이 새로 조선의 황위에 오르면 아버지의 우려도 다 사라질 테 고, 저 역시 이렇게 우정을 쌓 은 두 분을 믿고 아시아를 맡길 수 있으니 장래에도 마음이 편 하겠네요. 이거야말로 모두가 행복한 세계의 완성 아니겠습 니까? 하하하!”
말은 쉽지만 일국의 황태자 를 끌어내리는 일이다. 그게 그 렇게 쉬우면 이쪽이 진즉 했겠 지.
“혹시 폐하께서 어떤 식으로 일을 추진하라는 조언을 해주 시지는 않으셨나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아버지 께서는 군부와 황태자를 한번 에 엮어서 같이 실각시키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아까 군 부와 친밀한 사이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당연히 그쪽 에 배팅하고 있는 군부 인사들 도 없지는 않겠죠?”
“예. 사람 일은 혹시 모르니 저희쪽에 줄을 대고 있는 사람 들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이들 은 대부분 요직에서 벗어나 있 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 가요? 그들도 적극적으로 협력 을 해줄 거 같은데요.”
에드워드의 말대로 이번 일 이 잘만 풀린다면 군부는 대거 물갈이가 될 테니 지금까지 빛 을 보고 있지 못한 자들을 포섭 하는 건 일도 아니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남아 있었다.
대체 어떤 방식을 써야 지금 황실과 결탁해 점점 더 힘을 불 리고 있는 군부를 찍어누를 수 있냐는 건데 민자영에게는 마 땅한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전하, 혹시 대영제국이 직접 개입할 의향은···.”
“없습니다. 물론 그럴만한 명 분이 생긴다면 이야기는 다르 겠지요. 사실 두분이 도와주신 다면 일이 좀 더 쉬워질 것 같 은데···.”
에드워드가 킬리언에게서 받 은 밀명을 슬쩍 보여주자 민자 영과 성친왕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습니까? 가능할까요?”
“가능···할 수도 있을 거 같습 니다. 일단은 내일까지 답을 드 려도 괜찮을까요? 저희도 저희 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하니까요.”
“그러세요. 사실 저는 그리 급할 게 없으니 얼마든지 더 기 다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황태자의 말 그대로 급한 건 사실 이쪽이지 저쪽이 아니다.
민자영은 남편에게 눈짓을 보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에드워드에게 인사를 한 뒤 방 을 나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이 건 하늘이 내려준 다시 없을 기 회. 반드시 잡아야 해.’
이 기회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토록 바라던 황후의 자리가 들어온다.
이쪽에서 친하게 지내는 군 부의 인사들이 없는 것도 아니 니 킬리언의 계획을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새로운 시대.
군부의 힘을 억누르고 남편 인 성친왕이 새로운 조선 제국 의 황제가 된다면 자신은 황후 가 되고 자신의 집안은 과거 안 동 김씨를 능가하는 권세를 얻 게 되겠지.
심지어 대영제국의 차기 황 제와 친밀한 사이라면 자신의 영향력은 한층 더 치솟을 테고 조선의 번영은 이미 약속된 것 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이 민자영의 이 름 또한 조선 역사에 길이길이 남게 되리라.
이제는 단순한 소망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그 날을 맞이하 기 위해.
그녀의 야심은 한층 더 맹렬 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완벽하게 넘어왔군요.”
두 사람이 나간 자리를 물끄 러미 바라보던 김좌근이 어색 한 미소를 흘리며 눈치를 살폈 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이 왕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죠. 그 것도 원래부터 저 자리를 간절 히 원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더 더욱.”
“이독제독이라 군부의 떨거 지들을 이용해 주류를 밀어내 기 위해서 두 사람과 접촉하신 거군요.”
“그것도 있고 어차피 현 황제 의 둘째가 차기 태자가 될 테니 조선 국내 정서도 더 호의적이 지 않겠습니까. 지금 황제가 원 하는 건 부자상속이니 대놓고 끼어들기도 힘들 테고.”
“···그렇군요.”
“어제 밤에 이야기를 나눠보 니 일본의 총리 대신도 이 작업 에 꼭 같이 하고 싶다고 하니 총리님은 여기서 나가시는 대 로 그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사건은 요란할수록 좋으니 조 선인들만이 아니라 일본인들까 지 얽혀 있으면 한층 더 시끄럽 게 타오르지 않겠습니까?”
싸늘하게 웃는 에드워드의 미소를 보자 김좌근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민부인과 성친왕의 앞에서는 그렇게 허술한 척을 하더니 진 짜 모습을 드러내니 말 한마디 한마디에 냉기가 서린 것처럼 싸늘하기 그지없다.
정보부 직원들아 미안하다.
너희가 근무태만이라 이상한 보고서를 적어서 보낸 게 아니 었구나.
이렇게 자신의 진면목을 숨 기고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먹 고 다녔으니 아버지에게 열등 감이 있다는 소문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겠지.
이건 대사관의 직원들을 탓 할 게 아니었다.
“전하···그런데 아직 한 가지 더 문제가 있긴 합니다.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법인 데 황실 깃발을 불태운다고 해 도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이 갈리지 않겠 습니까? 상식적으로 군부가 그 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유는 만들면 그만이죠. 제 가 다음번 술자리에서 아시아 에서 전쟁이 이 이상 끌리는 걸 우려하는 국내 정치인들이 여 럿 있다는 식의 말을 흘릴 겁니 다. 그러면 총리님이 그 말을 곡해해서 대영제국이 조선이 만주를 온전히 삼키는 걸 원하 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식의 기 사를 내주세요. 물론 가짜뉴스 였다고 수습을 해야겠지만, 그 전에 그걸 본 군부의 과격파들 이 눈이 훼까닥 뒤집혀 사고를 친 걸로 하면 됩니다.”
“···세상에······.”
“이 일은 속도가 생명입니다. 문제가 터지는 즉시 군부의 대 신들을 체포하고, 성친왕이 전 면에 나서서 혼란을 통제하겠 다고 하세요. 우리가 옆에서 힘 을 실어줄 테니 겁먹지 말라고 잘 다독여 주시고.”
훗날 김좌근이 회고하길.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호랑 이가 호랑이를 낳았구나.
지금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는 이 따스한 시간이 지 속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이튿날. 거사에 동참하 겠다는 성친왕 부부의 확답을 받은 김좌근은 이 짧은 한성의 봄에 막을 내리기로 결심을 굳 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