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459)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459화(459/537)
< 새시대의 여명 >
조선이 때 아닌 숙군작업으 로 발칵 뒤집히고 사흘이 지난 뒤, 일본제국 도쿄.
조선에서 급히 귀환한 오쿠 보 총리와 외무대신을 비롯한 내각의 총책임자들까지.
천황이 없다 뿐이지 사실상 어전 회의와도 같은 규모의 회 의장에서, 사람들은 이번 사태 이후의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 다.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습 니까? 총리님?”
외무대신이 육군과 해군의 수뇌부들이 있어야 할 공석을 바라보며 불안한 어조로 물었 다.
원래 있었어야 할 이들이 없 는 이유는 단 하나.
오쿠보가 귀환과 동시에 저 들을 체포해 감옥에 던져넣어 버렸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들어온 확실한 정 보일세. 군부의 방자함은 도를 넘었고 드디어 대영제국을 상 대로까지 실력행사를 한 어처 구니 없는 사고를 저지른 자들 아니던가. 저들을 지키기 위해 대영제국과 척을 지자고 할 생 각은 아니겠지?”
“하,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로 대신들을 쳐내는 건 ······.”
“이번 일만이 아닐세. 지금까 지 알게 모르게 행해졌던 끔찍 한 일들이 저들의 재가 하에 이 루어졌다는 증거가 있으니 더 이상 발뺌할 수도 없겠지.”
지금까지 얌전히 있는 척 하 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 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킬리언이 약속한 언젠가의 그날을 위해 군부에게 맞춰주 는 척하면서 지금까지 저들의 도를 넘은 전횡에 관한 증거를 모아왔다.
대영제국의 황실기를 태운 건 저들을 치기 위한 명분일 뿐, 이미 재료는 처음부터 손에 쥐 고 있었다.
“하오나, 총리대신. 지금은 여 전히 황국의 건아들이 청나라 남부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 는 중입니다. 여기서 군의 핵심 인사들을 전부 쳐내버리면 저 들의 사기가···.”
“당연히 종전을 해야지. 이 미친 전쟁을 대체 언제까지 계 속 할 생각인가? 설마 진짜로 본국이 대륙 심장부까지 진출 해서 저 넓은 땅을 다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 고 오히려 이제 슬슬 보급도 힘 에 부치는 중이었다는 현실적 인 말들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제대로 된 회의고 논의지.
지금 감옥에 있는 정신나간 놈들은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 물이니 풀을 뜯어먹으라는 소 리를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자들 이다.
이런 광인들이 사라지니 그 동안 억눌려 있었던 이성적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 했고, 이점이 오쿠보를 더없이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우리가 계 속 승전을 해온 건 변하지 않는 사실. 이를 기반으로 최대한 유 리하게 종전을 할 수 있도록 외 무대신이 각별하게 신경을 써 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황국의 영광이 대륙에까지 미칠 수 있도록 반 드시 최선의 결과를 가지고 돌 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대영제국에는 이번 일에 연루 된 모든 이들을 엄중 히 처벌하겠다고 약속···아니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겠군.”
“최대한 빠르게 재판에 넘기 고 지금까지 저들의 모든 악행 을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외 교서한의 재가는 소관이 천황 폐하께 상주하도록 하겠습니다.”
손발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게 이제야 좀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거 같다.
지난 몇 년간 되도 않는 대륙 정벌을 하겠다며 무한대로 세 금을 빨아가던 군부 놈들은 이 제 사실상 발언권을 박탈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만주를 움켜쥐고 싶 어하는 조선과는 달리 이쪽은 청의 해안가를 차지해도 그걸 유지할 수 있을만한 능력이 없 다.
엄밀히 말하면 조선도 그건 마찬가지였으나 최소한 조선은 만주와 육로로라도 연결되어 있지 않나.
그렇다고 이미 손에 넣은 땅 을 버리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
‘후우···이 역겨운 새끼들은 뒤처리조차 제대로 해놓고 나 가지 않아서 사람을 미치게 만 드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가 간 자리 또한 아름답다고 하지 만, 똥쟁이들이 머물다가 간 자 리에는 그윽한 똥내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
참으로 역겨운 일이지만 아 무리 더러워도 어쩌겠는가.
오쿠보는 눈물을 머금고 저 들이 싸지르고 간 배설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이었다.
* * *
시간이 흐르고 사태의 전말 이 모두 파악이 되자 미친듯이 들끓던 의회의 분위기도 다시 잠잠해졌다.
황실기가 불탄 건 있을 수 없 는 대참사였지만, 조선과 일본 의 반응 또한 사정을 모르는 이 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강경 했기에 뭐라 더 욕을 하기가 힘 들었다.
“···따라서, 본국은 이번 일에 연루되어 있는 육군부 장관을 비롯한 총 서른 두 명의 인사를 전부 해임하고 재판에 회부하 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들은 모 두 국가반역죄로 다스려질 것 이며······.”
“총리대신께서는 이 불미스 러운 일을 계기로 천황 폐하의 재가로 이 일과 연루되어 있던 모든 이들을 재판에 회부했고,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하였습니 다. 본국과 대영제국의 우정과 신뢰는 앞으로도 흔들리리는 일이 없어야···.”
두 놈 다 말은 참 잘해.
요약하자면 겁 없이 설치던 자들은 전부 다 쳐냈으니 앞으 로는 조용조용하게 이쪽의 신 경을 거스르지 않고 얌전히 살 겠다 이거 아닌가.
내가 바라던 대답이기도 했 고, 설마 이 정도로 깔끔하게 일이 처리 될 줄은 몰랐기에 신 기한 기분이기도 했다.
내가 알던 세계 대전시기의 일본 군부였다면 이 정도로 쓸 려나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었겠지만, 김좌근이나 오쿠보 같은 대항세력들이 숨죽이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게 컸 다.
그리고 무엇보다 뒤에서 이 들을 조종해서 입맛대로 일을 처리한 누군가의 공작력이 아 주 빛을 발했을 테고.
숙군작업을 통해 조선의 정 치를 안정화시키면서 동시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를 차기 황제로 심어서 영향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이 계획은 이후 조선 황실의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시켜서 결국 유명무실한 존재들로 만 들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장의 급한 불은 껐 으니 이제는 반쯤 미쳐있던 아 시아의 광인들을 다시 정상으 로 돌려놓을 때다.
지금 동북아시아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한 마디로 이건 광 기의 축제였다.
이제는 제국을 칭하는 조선 은 만주를 포기 못하는 청나라 와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고, 대영제국령인 타이난을 제외한 대만을 대만을 다 먹어치운 일 본 역시 복건과 광동의 남부에 서 연일 난타전을 벌여댔다.
현재 신강까지 정벌중인 청 나라가 이 3면 전선을 다 소화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 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관심 있 는 건 청나라가 지고 이기고 하 는 문제가 아니었으니···.
“폐하, 조선과 일본이 비록 성의껏 대처를 했다고는 하지 만 본국에 대한 보상안은 쏙 빠 지지 않았습니까. 사후대처는 사후대처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 데 그게 의회의 뜻입니까?”
“예. 원래 강경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 는데 조선측의 대처가 제법 단 호했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변한 겁니다.”
모든 일에 결정권이 있는 건 의회지만 동북아시아에 관해서 는 내 영향력이 가장 컸기에 일 단은 내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웰즐리는 슬쩍 돌려말하고 있긴 했지만 의회에서 어떤 말 이 나왔을지는 듣지 않아도 쉽 게 예상해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대영제국이 현재 조선에 뜯어낼만한 게 뭐 얼마 나 있겠나.
저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조 선에서 보상을 받는 게 아니다.
“우리들의 꿀통인 청나라를 더 흔들리지 말고 얌전히 닥치 고 있어라 한 마디 해주면 되는 겁니까?”
“사실 본국 의회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유럽이 우리가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인도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 의 소비력을 지닌 황금의 땅 차 이나는 오롯이 유럽 백인들의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청의 경제력에 더 악영 향을 미치기 전에 중재를 해달 라는 요청은 예전부터 계속 있 어왔다.
처리해야 할 급한 문제가 많 기도 했고, 개입할만한 확실한 명분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까 지는 가만히 놔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지긴 했 지.
애초에 나도 끼어들기 가장 좋은 때를 노리고 있던 거였지 진짜로 저걸 가만 놔둘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덕분에 이 쪽이 완벽하게 우위에 선 입장 에서 여기에 개입할 수 있는 절 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할 생 각이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총리님께서 의회에 동의를 좀 받아주세요. 이쪽의 주도로 청 나라와 일본, 조선을 중재할 계 획인데 내가 전권을 행사해도 되겠냐고.”
“의회가 거절할리가 없죠. 그 런데 설마 정말로 딱 중재만 해 주실 마음은 없으시겠죠?”
당연히 없지.
이 세상에 부동산 중개업조 차 중개수수료를 받는데 전쟁 을 멈춰준 평화 중개업자가 수 수료를 받지 않는 게 말이 되는 가.
“예전부터 생각해둔 바가 있 습니다. 짭짤하게 챙겨올 테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아, 그런데 그게 문제가 있 긴 하네요.”
“예? 무슨 문제 말씀입니까?”
“지금만 해도 홍콩과 상해 총 독이 있는데 여기서 영토가 더 늘어나면 새로운 총독들이 필 요할 테니 밑준비를 좀 해둘 필 요가 있겠어요. 그리고 무엇보 다 현지 주민들 동화작업이 절 실합니다. 이곳은 미래를 고려 해 봤을 때 반드시 우리가 가지 고 있어야 하는 요충지니까요.”
웰즐리는 한번 지도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앞으로도 세계 최강대국으로 남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건 내가 거의 세뇌하듯 주입시 켜놓은 말버릇이다.
내가 미국에서 시작했다면 이런 고민 따위는 하지도 않았 을 텐데 이게 바로 다이아몬드 수저를 바라보는 금수저의 비 애인가.
“외희의 동의를 받은 뒤 바로 청나라측과 이야기를 해보겠습 니다. 청나라도 제발 전쟁을 끝 내주기를 바라고 있었을 테니 아마 기쁘게 응해올 겁니다.”
“당연하죠. 만약 응하지 않겠 다고 하면 그때는 우리가 조선 이나 일본 편을 들거라는 뉘앙 스의 말을 흘려주면 됩니다. 설 마 이런 말까지 해야 할 정도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황태 자 전하께서도 이제 슬슬 돌아 오실텐데 어떻게 할까요?”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성과 가 있을 걸로 보이는데 이건 결 국 그 아이가 잘해준 덕분에 얻 어낸 기회 아니겠습니까. 그걸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좋을 거 같네요.”
에드워드는 내 아들이긴 하 지만 웰즐리에게도 아기 때부 터 거의 매일 보다시피 했던 조 카 같은 아이다.
그런 아이가 어느덧 본국에 큼지막한 땅덩어리를 물려줄만 큼 믿음직하게 자랐으니 애틋 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으 리라.
“그나저나 폐하, 최근에 들었 는데 제임스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다지요?”
“예. 나이가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세월이 흘렀구나 싶더 군요. 예전에 폐하께서 어렸을 때 셋이서 저택에 둘러 앉아 미 래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며 전략을 세울 때가 엊그제 같은 데.”
“솔직히 말해서 엊그제 까지 는 아니죠. 나는 기억이 가물가 물한데. 30년도 더 된 일을 어 제일처럼 말하는 건 전형적인 노인들의 화법이에요.”
“제가 이제 60입니다. 그 정 도면 노인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죠.”
분명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십대의 파릇파릇한 청년이었는 데 언제 그렇게 삭아버렸다냐.
나는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 끗해지고 눈가에 주름이 패인 그의 얼굴을 돌아보며 물었다.
“설마 제임스처럼 이제 그만 내려오고 싶으십니까?”
“그럴리가요. 아직은 임기 한 번은 더 할 수 있습니다. 하지 만 그 이상은 솔직히 말해서 자 신이 없네요. 건강이 따라주지 못할 수도 있고 체력이나 의욕 이나 다 예전 같지 않은 건 사 실이니.”
“그렇군요. 벌써 시간이 그렇 게나 흘렀단 말이죠.”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 럼 지금까지 화려하게 대영제 국의 정계를 수놓았던 정치인 들도 슬슬 역사의 뒤안길로 사 라질 때라는 말인가.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니 확 연하게 숱이 적어진 머리카락 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벗겨졌다는 소리를 들 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얼굴에 주름 몇 개 생긴 정도로는 딱히 슬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제임스에 이어서 웰 즐리까지 자리에서 내려가는 날이 되면 그때는 정말로 꽤나 서글퍼질 것만 같네.
“그러고 보니 그거 기억하십 니까? 예전에 폐하께서 카드게 임장에서···.”
나는 잠시 일을 미뤄두고 끝 도 없이 이어지는 웰즐리의 옛 추억 이야기를 안주 삼아 오랜 만에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