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462)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462화(462/537)
< 새시대의 여명 (4) >
“조건, 조건이라···.”
비스마르크는 의외라는 듯 혼자 중얼거리며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말씀은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중립을 지켜주실 수 있다는 건가요?”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으 니까요.”
사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문제는 나나 대영제국으로서도 골치 아픈 사안이었다.
웰즐리나 디즈레일리는 물론 글래드스턴을 비롯한 여야의 모두가 저기는 언젠가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의 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진짜로 일이 벌 어지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생각이 나뉠 수밖에 없다.
이건 심지어 아직 여당에서 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모두 가 가진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나처럼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슬쩍 말을 흘리기만 해도 대세 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하노 버?”
“동군 연합이 깨진 지 한참인 곳입니다. 대륙의 분란에 끌려 들어갈 소지가 있는 땅 따위 거 저 준다고 해도 사절이고요.”
“가지고 있는 식민지 중 한 곳을 다시 팔아드릴까요? 파나 마나 필리핀?”
“지금 가지고 있는 식민지들 을 안정화 시키는 것만 해도 큰 일이라 더 이상은 별로 필요가 없습니다.”
하노버를 이용해서 독일 분 란에 영향력을 행사해보자고 하는 정치인들도 있었으나, 그 의견은 순식간에 기각 됐다.
오래전부터 고립주의를 고수 하고 있던 대영제국은 대륙의 분란에 직접 개입하는 걸 극단 적으로 꺼렸기 때문이다.
예외라면 나폴레옹 정도의 사람이 나왔을 때 정도?
러시아와의 전쟁도 프랑스를 몸빵시켜두고 슬쩍 거드는 수 준으로 개입했고, 이후로도 동 맹을 강화해 자동사냥을 돌리 는 게 영국의 방침이다.
하지만 대륙에 직접적인 영 토가 있으면 이런 정책을 계속 고수하는데 심각한 지장이 생 길 수 있기 떄문에 영국의 정치 인들이 유럽 한복판에 영토를 가지고 있는 걸 원치 않았다.
황금이 넘쳐나는 기회의 땅 이라면 모를까 하노버가 그 정 도의 가치가 있는 곳은 아니었 으니까.
필리핀도 이미 아시아에 많 은 요충지를 차지한 이상 그렇 게까지 군침이 도는 곳은 아니 다.
파나마야 뭐 장기적인 관점 에서 보면 오히려 프로이센이 계속 가지고 있어줘야 하는 곳 이니 말할 가치도 없고.
“그럼 뭘 원하시는 건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머리가 복잡해서 딱히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네요.”
“어차피 대영제국의 기본적 인 방침은 고립주의니 신경쓰 지 말자는 의견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이센은 대영제국의 가장 큰 동맹이니 우리가 강해지는 건 대영제국 에도 간접적인 이득이 될 거라 봅니다만.”
비스마르크 답지 않게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는 거 보면 저 쪽도 참 제공할 게 없긴 하나보 네.
“영구동맹조약을 맺어도 그 냥 파기해 버리면 그만인 게 국 제 정치입니다. 총리님이 계실 때까지는 저도 아무 걱정이 없 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만 돌아 가는 게 아니니까요.”
“흐음···그러니까 결국 폐하께 서는 동맹관계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좀 더 확실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본국이 러 시아와 틀어지면 프랑스나 대 영제국과의 공조를 더욱 굳힐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러시아와 틀어진다고요? 외 교란 러시아와 싸우지 않는 거 다라는 말이 프로이센 내부에 서 떠돈다고 들었는데요.”
“하하하!”
비스마르크가 큰 웃음을 터 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분명 최근에는 러시아와 조 금씩 사이가 좋아지고 있었지 만, 저번 음모론 사건 이후로 또 냉담한 분위기가 됐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 금 태자 전하는 절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실 수 없는 분입니 다. 제가 옆에서 조금만 바람을 넣어도 러시아와는 평생 찬바 람이 불 겁니다.”
비스마르크도 생각이 있을 테니 고의적으로 러시아와의 분란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러 시아와의 관계가 수습되기 힘 들다는 건 분명 사실이다.
지금 러시아 황실은 나보다 배신자인 프로이센의 왕태자를 더욱 더 증오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중이었 으니까.
“그런데 독일이 너무 강해지 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 습니까? 전 유럽과 싸우면서 러 시아를 상대로도 양면전선을 펼치는 그런 그림이 연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텐데요?”
“그거야말로 농담거리조차 못되는 가정이죠. 세상에 어떤 미친 인간이 망하고 싶은 게 아 니고서야 유럽과 싸우고 있는 데 러시아와도 싸움을 하겠습 니까?”
“우수한 독일군이라면 러시 아 따위는 순식간에 짓밟아 항 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을지 도 모르니까요.”
“폐하, 세상에 그런 미친 인 간은 존재할 수 없고 설령 존재 한다고 해도 정권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 나라는 그냥 끝장 난 거나 마찬가지죠.”
아니···있긴 있거든요. 실제로 그런 일을 화끈하게 저질러주 셨던 사람이.
그래도 잘 알긴 아네. 저런 인간이 정권을 잡았으니까 독 일이 한번 끝장났던 모양이다.
비스마르크는 절대 이해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결국 나한테 는 그것도 확실한 안전장치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비대하고 강 대해진 독일에게 안전장치 따 위가 존재하는지부터 의문인 걸.
“총리님, 여기서는 솔직히 말 하기로 했으니 저도 본심을 말 해드리죠. 정확히 말씀드리면 저는 프로이센이 걱정돼서 그 렇습니다.”
“걱정이요? 폐하께서 프로이 센을?”
“생각해보십시오. 지금은 예 전과는 다르게 민족주의가 끓 어오르고 있고, 같은 민족끼리 뭉쳐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중입 니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대독 일주의가 아닌 소독일주의로 끝내겠다는 겁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는 게르만 민족의 비율 이 적으니까요.”
과연 그럴까? 그 말대로 원역 사에서 비스마르크가 만든 독 일제국은 게르만 민족의 비율 이 높았을 뿐이지 순수한 게르 만 민족의 국가는 아니었다.
폴란드인도 있고, 덴마크인도 많았는데 무슨 놈의 독일인 단 일민족국가라는 말인가.
게다가 정작 독일내의 민족 주의자들은 대독일주의를 부르 짖는 이들이 여전히 많았다.
비스마르크야 거기에 절충해 서 소독일주의로 만족하자, 오 스트리아를 빼도 프로이센을 주축으로 한 독일제국을 만들 면 그것만으로도 된다.
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비스 마르크 같은 이성적인 사람들 이나 납득할 소리였다.
“총리님, 사람은 본디 하나를 얻으면 둘을 가지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원하는 생물입니 다. 프로이센 주도로 독일연방 이 통일되면 독일 사람들이 와 ~이제 독일 민족이 주축이 되 는 통합 국가가 생겼으니 오스 트리아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우리끼리 행복하게 잘 살자···라 고 할까요? 제 생각에 그럴 가 능성은 단연코 없습니다.”
“그러니까 독일 연방을 통일 하면 그 다음 목표는 자연스럽 게 오스트리아쪽이 될 거라는 말씀이군요. 일리있는 말씀입니 다.”
안슐루스와 레벤스라움이 남 의 일이라면 그냥 우스개 소리 지만 진짜로 현실화 될 수도 있 다고 하면 이보다 공포스러운 단어는 또 없다.
진짜로 세계대전의 트리거가 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제가 독일에만 엄격한 기준 을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십 니까?”
“그거야···.”
“그 이유는 민족주의의 광풍 에 독일이 구조적으로 너무 취 약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자신들 의 민족이 주축이 된 국가를 세 웠거나,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독일만한 힘이 없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되면 유 럽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 릴만한 잠재력이 있고, 실제로 도 그런 미친 짓을 하려고 한 인간을 배출한 전적도 있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 래의 일이지만 그걸 잘 알고 있 는 나는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 다는 말이지.
“···다시 말해서 프로이센의 가장 큰 불안점은 결국 총리님 입니다.”
“예? 저요?”
“네. 총리님이 있으니까 굉장 히 기계적이고 냉철하게 돌아 가는 나라인 듯 보이지만, 총리 님이 사라지면 지금 프로이센 이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는 보 장이 있습니까?”
“······.”
이번에는 비스마르크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비스마르크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스마르크 사후 나라가 예전 그대로 돌아가버 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라의 국력을 키우고, 제도 를 정비해 놓았지만 정작 국가 의 기본이 되는 체제를 건드리 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프로이센은 결국 왕 실과 융커들이 주축이 되는 국 가.
지금이야 비스마르크가 독보 적인 카리스마로 영향력을 행 사하고 있지만, 그가 실각되거 나 죽기라도 하면 어떤 꼴이 될 지는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융커놈들이 능력이라도 있다 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쟤 들 중 상당수는 럭키 양반이라 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나라를 개판치면 그 점을 파고들어서 시민들의 불 만을 부추길 선동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과정을 보면 결국 이건 어떤 우연의 결 과물이 아니라 정해진 수순이 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결국 폐하께서는 프로이센 위주의 독일 통일을 지지하실 수 없다 는 거로군요.”
“아니죠. 총리님께서 총리님 이 물러나도 지금처럼 프로이 센이 잘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 을 주신다면 저도 거래에 응하 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허허···폐하께서 우리 프로이 센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까지 걱정이 많으실 줄 몰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의외면서도 살짝 감동적이기도 하군요.”
아니, 아니 내가 걱정하는 건 프로이센이 아니라 전 세계라 고요.
그러니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미친 인간이 나 오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달라고.
하지만 비스마르크는 다른 의미로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나를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주 억거렸다.
“폐하께서 저 이상으로 프로 이센의 미래를 위해 이토록 고 민을 하고 계셨다고 하니 괜히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알겠습 니다. 확장도 좋지만 그보다 중 요한 건 결국 내실이죠. 돌아가 는 대로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뭐야? 이게 이런 식으로 효과 가 나온다고?
졸지에 프로이센의 총리보다 더 프로이센의 미래를 걱정하 는 영국 국서가 됐지만, 어쩄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나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부 정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이도 아니고 저와 총 리님의 사이 아닙니까. 당연히 총리님의 일을 제 일처럼 생각 하고 있죠. 전 언제나 그랬습니 다.”
“예전에는 잠깐 폐하의 진심 을 의심했던 적도 있는데···새삼 죄송스러워지는군요. 알겠습니 다.”
단기적으로 이득을 빨아먹는 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진심 으로 고민하고 이득이 되는 쪽 의 조언을 해주는 건 확실히 절 대 흔한 일이 아니긴 하다.
이건 그만큼 상대방의 사정 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공감하 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물로 나는 쥐뿔 아무것도 공 감한 게 없지만 비스마르크 입 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하는 것 도 무리는 아닌가. 그런데 뭐? 의심한 적이 있다고?
세계 평화를 위해 불철주야 언제나 고민하는 나의 순수함 을 몰라줬다니 거참 서운하구 만.
우리는 이후로도 나라의 체 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토론해 보았다.
* * *
“···놀라운 사람이로군.”
버킹엄 궁전에서 나오며 비 스마르크는 자신도 모르게 중 얼거렸다.
“예? 뭐가 말입니까?”
“아니, 그런 게 있네. 생각지 도 못한 부분을 지적 받아서 조 금 고민이 들어서 말이지.”
“혹시 킬리언 폐하와 협상하 시는 게 잘 되지 않은 겁니까?”
“처음 예상과는 달랐지만 생 각지도 못한 수확이 있었으니 절반의 수확이라고 해도 되겠 지.”
“총리님께서 예상치 못한 부 분을 지적 받으셨다니 확실히 대영제국의 국서께서도 보통 날카로운 분이 아닌 듯 합니다.”
날카롭다?
방금 전 보인 모습을 단순히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쪽의 취약성을 냉철하게 찌르기만 했다면 몰라도, 진심 으로 동맹국이 체질을 개선하 고 더 잘되길 바라는 건 날카로 운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물론 단순히 장차 유럽의 안 정을 해칠 수도 있는 불확정 요 소를 없애기 위한 안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까놓고 말해서 그런 미래가 일어나는 걸 어디서 보 고 온 것도 아닐텐데 이렇게까 지 진지한 조언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또 얼마나 있을까.
킬리언의 어조에는 분명 숨 길 수 없는 염려와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자신이 너 무 그를 정치적인 인간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 었다.
“어느쪽으로 보든 확실히 그 릇이 큰 사람이야.”
철혈재상은 결국 자신이 지 금까지 너무 편협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 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