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502)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502화(502/537)
< 연금술사 >
국가주도의 공업 진흥책과 신규 자본가들의 전폭적인 육성.
과학과 기술에 한층 더 힘을 실겠다는 비스마르크의 개혁안은 놀라울 정도로 반대에 직면하지 않고 통과 됐다.
군부는 군부대로, 정계는 정계대로 어차피 나중에 웃는 건 자신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프로이센 내부에서는 비스마르크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미래가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고 있는 게 확실했다.
“황태자 전하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제 의견이 필요합니까? 전 외부인일 뿐인데요.”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대영제국의 황태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지.”
“아주 세련 되게 정치를 하시더군요. 융커들이 한 목소리로 뭉치지 못하게 우선 군부를 고립시키고 그 다음 그들을 품어준 건 정말 좋은 한 수였습니다.”
“고립시켰다니요. 하하하, 저는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 뿐입니다.”
비스마르크가 이번에 에드워드 황태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느꼈다.
역시 킬리언이 괜히 기젤라를 며느리로 점찍은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적어도 황태자가 며느리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 그런 선택을 했다고 추론했었는데 역시 사실이었던 것이다.
“프로이센은 앞으로도 눈부시게 발전할 테니 저도 기대가 됩니다. 프로이센과 대영제국은 결국 협력할 수밖에 없는 사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세계가 넓다지만 그 세계의 중심은 결국 유럽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영제국은 바다에서, 그리고 우리 프로이센은 육지에서 유럽의 패권을 공고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굳이 유럽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를 에드워드나 기젤라라면 모를 수가 없겠지.
예상대로 기젤라는 언제나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에드워드는 흥미롭다는 듯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총리님께서 의식하는 국가가 어디입니까? 청나라? 합중국?”
“당연히 합중국이죠. 청나라는 갑자기 왜···? 거긴 신경쓸 가치도 없는 곳이라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조선이나 일본도 어떻게 못해 쩔쩔매는 곳인데요.”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미래 대영제국의 가장 큰 적수 중 하나로 청나라를 생각하고 계셔서요.”
“미래라면 어느 정도의 미래입니까?”
“글쎄요. 제가 직접 볼 일은 없을 테지만 대비는 해놓아야 한다고 하셨으니 못해도 100년 뒤가 아닐까요?”
100년 뒤까지 생각을 하면서 정치를 한다고?
누가 보면 진짜 미래라도 보고 온 사람인줄 알겠다.
비스마르크는 자연스레 헛웃음을 흘리며 열심히 커피와 쿠키만 먹고 있는 기젤라를 향해 물었다.
“황태자비께서는 저 말씀을 들으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아무리 미래라고 해도 청나라가 대영제국을 위협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청나라가 유럽도 얕볼 수 없는 강대국이라는 인식은 이미 한참 전에 끝장난 신화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인 사람은 다름 아닌 젊었을 때의 킬리언이었다.
청나라가 종이 호랑이라는 사실을 세계 전역에 보여주고 배가 터질만큼의 과실을 챙겨간 사람이 다름 아닌 그였다.
그런데 이제는 또 먼 훗날 대영제국의 최고 위협 중 하나가 청나라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청나라는 지금도 무식하게 인구가 많은 초거대 국가였으나, 그 인구라는 게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가뜩이나 많은 저 인구가 3, 4배쯤 불어나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데도 기젤라는 의외로 표정에 한치의 미동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나라요? 당연히 훗날 대영제국에 위협이 될 수 있죠.”
“···호오, 그렇습니까?”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에드워드의 대답이 빨랐다.
“기술은 발전하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겁니다. 당장 총리님께서도 아버지께 전달 받으신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그거 말씀이군요.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반신반의긴 합니다. 지금까지 수천년간 극복하지 못한 문제가 갑자기 탁 하고 해결이 될 거라는 말 아닙니까? 그리고 그걸 폐하께서 직접 하시겠다는 것이고.”
“솔직히 좀 믿기 힘들기는 하죠.”
인구 증가 속도를 식량 생산 증가 속도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맬서스의 이론은 지금 시대에서는 만고불변의 정설로 여겨지고 있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도 아직 사회 복지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가 없었다.
복지가 활성화 되면 사람의 수명은 그만큼 늘어나고 인구 증가도 빨라지는데, 현실적으로 저들을 부양할 수 있는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의 대부분은 노동조건 개선 정도로만 이어졌고, 빈민구제 같은 영역은 문자 그대로 진짜 자선의 영역으로만 기능하는 중이었다.
인구수가 늘면 다시 줄여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정치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식민지 확장으로 밖에 이어질 수 없기도 했다.
본국의 시민들을 먹여야 할 식량이 부족하니 다른 곳을 털어서 음식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진짜로 그렇게 절박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명분으로는 이만한 게 없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나.
비스마르크도 다른 건 몰라도 킬리언이 장기적 평화를 위해 이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건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의심하니 어쩌니 해도 저는 그게 된다는 전제 하에 게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폐하께서도 프로이센에서 화학자들을 아주 많이 데려가셨더군요. 일이 하도 많아서 몰랐는데 조사해 보고 알았습니다.”
“아, 저도 그쪽은 잘 몰랐는데 이미 옛날부터 계속 연구하고 계셨더군요. 프로이센만이 아니라 러시아와 저기 합중국에서도 사람들을 데려왔습니다.”
“···진심으로 하고 계신가보군요.”
하긴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으니 진지하게 그런 말을 했겠지.
머릿속으로 대강 납득한 비스마르크는 다시 한번 에드워드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인류가 기근의 공포에서 해방되면 세계 각국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넓은 땅덩어리를 지닌 나라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내겠지.
인구가 다인 세상은 아니지만 인구라는 건 곧 시장의 크기와도 직결되어 있는 법.
폭력적인 수의 인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된다.
‘그러면 먼 훗날 청나라가 대영제국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예측 역시 마냥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르겠군.’
거기까지 내다보고 예상을 한 거라면 역시 킬리언의 직관력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인 기젤라 황태자비도 이미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고 봐야겠지.’
에드워드가 중간에 끼어든 덕분에 비스마르크는 이번에도 진실을 알 기회를 놓쳤다.
기젤라는 원래 킬리언의 말이라면 솔방울로 폭탄을 만든다고 해도 무조건 믿는지라 그냥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라는 붉은 진실을.
* * *
성경에는 오병이어라는 기적이 나온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의 사람을 배불리 먹였다는 기적을 의미하는 단어다.
워낙 유명한 구절인지라 턱없이 적은 자원으로 많은 사람을 풍족하게 해준 상황이면 어김없이 오병이어라는 말이 따라 붙곤 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내가 하려는 일도 오병이어와 닿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공기에서 빵을 만들어내는 것에 가까우니 기적의 연금술사라고 불려야 할까.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한 위인 역시 그렇게 불렸고, 그 성과를 고려하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아 칭송받았어도 이상하지 않다.
인류의 발전에는 극복할 수 없는 천장이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규정한 맬서스 트랩.
이 맬서스 트랩의 극복은 단순히 그냥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고 모두가 행복해졌습니다 하는 결과만 불러오는 게 아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인구는 오르는데 식량은 그에 비례해 오르지 않는다면 강대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빈민구제를 하지 않던가, 모자란 식량을 외부에서 들여오든가.
어느쪽을 골라도 끔찍한 미래밖에 찾아오지 않는 이 암울한 현실은 20세기의 여명이 밝은 뒤에나 끝났다.
그 맬서스 트랩을 부수고 불과 100년만에 지구의 인구수를 5배나 불려버린 인류의 영웅.
프리츠 하버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질소를 농축해 암모니아로 합성하고, 이를 통해 인공 질소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 덕분이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명이냐면 이 방법이 보급화 된 이후로는 더 이상 휴경지로 땅을 놀리거나, 거기서 감자나 콩을 생산하겠다고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모두가 밥과 빵으로 배를 채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토지가 지력을 상실해 황폐해지는 문제도 사라졌다.
이쯤되면 과장 좀 보태 세계 3대 성인에 들어가도 모자람이 없는 업적이지만, 현대에서 이 프리츠 하버는 그렇게까지 유명한 이름은 아니었다.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알지만 관심 없는 사람들은 태반이 모르는 딱 그 정도의 네임밸류라고 해야할까.
이룬 업적을 고려하면 후손들이 억울해할만한 대우였지만,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냥 맬서스 트랩을 폐기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모르겠지만, 프리츠 하버는 그 뒤에 인류가 만든 최악의 무기 중 하나인 독가스를 개발해 버렸다.
심지어 같은 화학자였던 아내가 너무 위험한 무기라며 만류하고 끝내 이를 막기 위해 자결까지 했지만, 하버는 멈추지 않았다.
한술 더떠서 이 무기를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군부를 설득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업도가 깊어도 너무 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류의 구원자로 불릴 수도 있었던 하버는 공과 과가 다 큰 양면적인 인물로 평가받게 됐다.
나는 처음에 이 프리츠 하버를 영입해 인공 질소 비료는 더욱 빠르게 만들고 독가스 개발은 늦출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뒤져보니 안타깝게도 하버는 내가 연구진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 꼬꼬마는커녕 아직 태어난 상태조차 아니었다.
프리츠 하버라는 이름과 그의 업적만 주워들었지 언제 태어났는지는 고려하지 못한 내 실책이었다.
그래도 방향성은 대강 알고 있으니 나를 대신해 열심히 굴러줄 세계의 석학들을 동원하면 그만.
나는 내 힘을 극한까지 활용해 세계에서 이름난 화학자들을 죄다 끌어모으고 직접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드림팀을 구성했다.
“폐하. 말씀대로 식물이 공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얻고 뿌리로부터 질소 화합물을 얻어 성장한다는 건 최근에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폐하 같으신 분께서 이런 문제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 힘을 세상을 위해 써야 하지 않겠나.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세.”
우선 당시 화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인 독일권에서 끌어모은 사람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유트투스 폰 리비히. 그리고 그의 제자들인 아우구스트 호프만과 케쿨레를 런던으로 끌어들였다.
질소고정법으로 인공 질소 비료를 만들 수 있다는 내 주장은 이미 당시에도 실현 가능한 영역이라고 평가받고 있었던 덕분이다.
여기에 연구비를 무제한으로 지원하고 이 연구가 성공으로 끝난 뒤에도 계속 지원해주겠다는 계약서를 주자 모두가 좋다고 달려들었다.
“폐하! 미래에 다가올 식량 부족문제를 이토록 미리 예견하신 폐하의 혜안에 감복했습니다. 부디 저도 지혜를 보탤 수 있게 해주십시오!”
탈륨을 발견하고 크룩스관을 만든 영국 과학아카데미의 자랑, 윌리엄 크룩스 역시 내 프로젝트에 적극 찬성하며 본인이 먼저 자원해왔다.
여기에 바나듐을 분리하며 명성을 떨친 헨리 엔필드 로스코, 고작 35살의 나이에 원소주기율표를 발견한 러시아의 천재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까지.
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백지장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두껍고 단단한 철판이었지만, 확실히 이 천재들을 겹쳐두니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성과가 나왔다.
해줘~라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나도 내심 걱정하긴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건 거의 없더라.
그뿐이랴.
인류의 구원자라는 명성까지 얻게 해줬으니 이런 윈윈이 또 없다.
물론 대영제국 시민권도 함께 끼워팔아줬으니 내가 가장 큰 이득을 본 셈이지만.
그렇게 19세기판 오병이어라고 불리게 될 킬리언-리비히 호프만 크룩스법.
줄여서 킬리언법이라고 명명할 기적의 연금술이 마침내 세상에 공개될 채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