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505)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505화(505/537)
< 연금술사 (4) >
덴마크 사태부터 대영제국 황태자의 결혼과 세르비아 사태, 거기서 이어진 프로이센 왕태자와 프랑스 공주의 결혼까지.
유럽이 광풍에 휩싸여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평온하게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1872년.
미합중국은 다음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를 앞두고 또다시 국론이 분열되어 있었다.
“4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네. 이제는 내려오는 게 순리가 아닌가?”
“각하, 그렇긴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부통령께서 선거를 수행하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허어···그러면 다른 후보를 내야.”
“전당대회가 코앞입니다. 당장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봐야 민주당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게 확실한 4선 대통령 출마 요구.
링컨은 주변의 요구에 매일매일이 고뇌의 연속이었다.
“3선만 하더라도 이 나라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거라는 비판이 거세지 않았나. 그런데 4선을 하라니. 나보고 합중국 역사에 영원히 남을 폭군이 되기라도 하라는 건가?”
“폭군이라니요. 지금 이 혼란한 정세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각하뿐이십니다.”
“···미쳐버리겠군.”
존슨 이 인간은 조금만 더 버티지 왜 이럴 때 탈이 나서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말인가.
“그냥 조금 쉬면 회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의료진 말로는 최소 1년은 요양해야 할 거라고 합니다. 병석에 1년 이상 누워 있어야 할 사람으로 대선을 치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면 다른 후보를 세워야지. 그 헤이스 주지사가 나는 개인적으로 괜찮아 보이던데.”
“아직 인지도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각하께서 이번까지는 맡아주셔야 다른 주자들이 인지도를 키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본래 공화당은 링컨의 뒤를 이어 앤드루 존슨을 차기 대통령으로 밀 계획이었다.
원래 인기 없는 부통령이었지만 연방수사국을 창설한 뒤로 존슨이 잡아 처넣은 빨갱이들이 몇이나 됐던가.
남부의 붉은 독재자 엥겔스를 끝장낼 수 있는 유일한 인재.
빨갱이들이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린다는 자유의 투사.
실제로 남부를 언젠가는 박살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북부 시민들의 상당수는 존슨을 지지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민주당 새뮤얼 의원, “실체 없는 공포를 조장하는 공화당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남부는 정말로 북부에게 위협이 될까? 남북 전쟁 때보다도 국력의 차이가 훨씬 더 벌어졌다는 분석결과가···.]민주당은 공화당이 필요 이상으로 남부의 위협성을 확대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중이었다.
별것도 아닌 남부를 과대포장해 정권을 연장하려는 얄팍한 수작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는 비판이라 수긍하는쪽도 많았고, 존슨의 강경책에 돌아선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선거는 결국 이쪽의 편이 저쪽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이기는 싸움이다.
존슨의 남풍몰이는 반감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자들을 집결시켰고, 다음대의 대통령은 무난하게 존슨이 당선되는 분위기였다.
바로 저번 주 존슨이 의자에서 쓰러져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몸이 되기 전까지는.
전당대회도 사실상 존슨이 이기는 걸로 결정되어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힐만한 이들은 눈치만 보던 형국이었다.
존슨이 그다지 인망이 있던 사람은 아니니 재선은 힘들 것이고, 그러면 4년 뒤 여당 안의 야당 포지션으로 대권을 노리면 된다는 계산이 이미 서있었기 때문이다.
“존슨이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은 진짜로 없다는 건가?”
“빨갱이들을 척살하겠다고 다닌 건 좋은데 너무 정력적으로 힘을 쏟았습니다. 좀 적당히 했었다면···.”
“······.”
“이건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니 각하께서 수습하신다고 해도 누구도 비판을 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4선이라니.
4선이라며 16년, 16년이나 대통령직을 했다면 사실상 왕으로 군림한 것과 별반 다를바가 없지 않을까.
이미 3선을 했을 때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었지만 3선과 4선은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3선은 진짜 딱 한번만 더 하고 물러난 느낌이라면 4선은 진짜 정도를 완전히 벗어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솔직히 우리 후보로 그 누가 나와도 민주당에게 질 거 같진 않은데······.”
“각하. 하지만 각하께서는 임기 중에 남부를 완벽히 제압하겠다는 공약을 걸지 않으셨습니까. 존슨 부통령이 그걸 이어받아 마무리 짓는다는 그림이었는데 다른 후보로는 이걸 이끌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없습니다.”
“다음만이 아니라 다다음 대권까지 고려를 하라는 건가.”
지금이야 공화당 천하이긴 하지만 확실히 이 우세가 천년만년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다음대의 대통령이 거하게 삽질을 한번만 해줘도 바로 뒤집혀 버릴 수 도 있는 게 민심이라는 놈이지 않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후보를 갑자기 세우는 건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후우, 미쳐버리겠군.”
분명 처음 목표는 분열 된 합중국을 다시 하나로 합치고 고향에서 느긋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버렸을까.
절로 한숨이 나오긴 했으나, 링컨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역사는 아직 링컨의 퇴진을 허락하지 않았고 마음을 먹은 그는 무난하게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으며.
-남부의 위협을 이겨낼 단 하나의 정답. 그 이름은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지긋지긋한 공산주의 타령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야 할 때! 새뮤얼 J틸던을 백악관으로 보내주십시오!
역사상 최초의 4선 대통령을 허용할 것인가,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을 것인가.
1872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모두가 생각한 예상 그대로의 결과로 끝났다.
[링컨의 멈추지 않는 질주.] [민주당이 싫은 걸까 공화당이 좋은 걸까?] [최초의 4선, 그 다음은 5선까지? 공화당 대승리, 정국 주도권 완벽하게 획득!]몇몇 사람들은 독재자라고 비난했으나 링컨은 무난하게 백악관의 문턱을 다시 넘었다.
“대통령 각하! 역사적인 대승리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여러분들 덕입니다.”
쏟아지는 축하와 환의를 받으면서도 링컨은 온전하게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승리의 달콤함은 언제 만끽해도 짜릿했으나, 진짜로 이래도 되나 싶은 찝찝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계기가 있었던 거 같기는 한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거다 싶은 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맬서스 인구론의 완벽한 폐기! 인공 화학 비료의 주인공이자 대영제국의 국서 킬리언, 오랜만에 캐나다 순방. 합중국에는 어떤 효과가?]큼지막하게 실린 신문의 헤드라인을 본 링컨은 그토록 찾아헤매던 진실의 조각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래,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의 원인은 이 인간 때문이었잖아?
* * *
링컨이 세기에 남을 대발견을 한 사람처럼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난 그 시점.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에서 뛰어나온 아르키메데스에 빙의한 사람은 링컨 혼자만이 아니었다.
“···킬리언 그 인간이 또 뭘 했다고?”
“이겁니다.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들었네 어쨌네 하던데 간단히 결론만 요약하자면 앞으로 식량생산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저 인간은 대체 정체가 뭐지? 전신이나 전화도 가장 먼저 가져가더니 해운에 이어서 이제 곡물쪽까지 손을 댄다고? 진짜 세계를 지배하기라도 할 생각인가?”
“하지만 저 비료를 대영제국에서만 독점적으로 쓰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전 세계를 위한 일이니 도움이 필요한 쪽에 얼마든 도움을 줄 거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하! 아주 성자 나셨군.”
말은 그렇게 해도 그 자가 어떤 인간인데 이득을 취하지 않겠나.
엥겔스는 킬리언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근 몇 년 사이 여실하게 느낀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였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다.
저렇게 성경에 나올만한 성자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저 사람이다.
“서기장 동지, 그래도 저게 우리쪽에도 도입이 되면 배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으니 저쪽에 협력을 한번 요청해 보심이···.”
“지금 저자가 토론토에 있다고 했나?”
“예. 당분간 캐나다에 머물면서 캐나다의 주요 도시를 순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캐나다에는 그 배신자놈이 있었지.”
몇 년 전 대규모 숙청을 거행했을 때 눈치 빠르게 남부를 떠나 캐나다로 줄행랑 쳤던 미하일 바쿠닌.
그 인간을 잡아죽이지 못한 게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다행히 아직 눈에 거슬리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북쪽에서 링컨이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건 엥겔스로서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비보였다.
물론 틈만나면 남진통일, 멸공을 외치던 놈이 대통령이 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
존슨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진지하게 전쟁을 준비할 계획이었으니.
다만 따지고 보면 그 존슨이 활개친 건 링컨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니 링컨이 어떻게 나올지는 엥겔스도 예측할 수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 자와 이야기를 해볼 필요는 있겠군.”
지금까지 최대한 전면적인 충돌을 피하고는 있었지만, 이미 남북은 서로가 서로를 끝장내야 하는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이제는 옛날 그 남북전쟁의 재림이다.
다만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양쪽 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도 훨씬 더 많아졌으며, 화력의 질도 달라졌다.
진짜로 싸우게 된다면 몇이나 되는 사람이 죽을지 모른지만 솔직히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만하다.
문제는 북부와 전면전을 벌였을 때 이쪽의 위치가 보장받을 수 있냐는 건데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자신은 없었다.
“그 인간의 얼굴은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은데···어쩔 수 없지.”
인민들의 목숨도, 신념도, 하물며 자신의 자존심마저도.
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잠시 벗었다가 다십 입을 수 있는 겉옷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킬리언의 캐나다 순방과 링컨의 4선.
나란히 보도 된 두 기사를 바라보는 엥겔스의 두 눈에서 젊은 시절의 패기 같은 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 * *
순조롭게 카길을 손에 넣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차남을 세계 곡물시장의 황제로 만들 준비까지 다 끝났다.
대영제국의 황위와 에너지, 해운 산업은 에드워드 쪽이 가져가는 걸로 이미 정해두었다.
애들레이드는 본인이 일군 사업에 더해 소소하게 몇 개 챙겨주면 어련히 알아서 자신의 몫을 더 키워가겠지.
알프레드는 곡물시장을 꽉 잡고 내 대변인으로서 제임스 그룹을 관리하면 부족함이 없을 테고.
이제 남은 두 아이에게 뭘 해줘야 할지 진득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는데 또 뭐가 있을까?
사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너무 많은 말뚝을 박아 뒀기 때문에 여기서 무언가를 또 가져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슬슬 아시아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새로운 꿀단지를 찾아봐야 할텐데 지금 당장 바로 이거다 싶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딱히 마음이 급해지지는 않았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아시아의 동향을 파악하면 그만인데 왜 조급해지겠는가.
하지만 캐나다에 있는 남북 대사가 찾아와 차례대로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SOS신호를 내밀었을 때.
나는 이대로 바로 런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충동을 숨길 수 없었다.
“···뭐, 전면전이요? 전쟁?”
“그렇습니다, 폐하. 엥겔스 서기장께서는 북부가 우리를 상대로 본격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그거 참 신기하군요. 이틀 전 정확히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객관적으로 인구와 군사력 모두 북부가 조금 더 앞서고 있는데 어째서 저희가 무력도발을 하겠습니까? 그건 북부의 근거없는 망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서기장 동지께서는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발칸 반도가 잠잠해졌더니 이번에는 아메리카가 난리네.
어쩌면 이 세계에는 전쟁 총량 보존의 법칙이라도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제 나도 기력이 없단다. 느긋하게 쉴 수 있게 제발 협조 좀 해주면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