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Hidden Powerhouse Of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510)
대영제국의 숨은 거물이 되었다-510화(510/537)
< 국제 연합 >
사람의 본성은 참으로 복잡해서 평등을 원하지만 막상 자기가 강자가 되었을 때는 기계적 평등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화장실 들어갈 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 내로남불이다 하는 말을 듣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사실 평등이라는 말 자체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말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그 약자를 보호하는 게 돌고 돌아서 강자가 죽창을 맞고 죽는 걸 방지한다는 점에서는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길이라는 주장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사회를 구성하려면 약자들의 바닥은 최대한 보장해주면서 강자들에게도 적당한 효용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의 권리는 줘야 한다.
원역사의 국제 연맹은 이게 안 돼서 대실패를 겪었다.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제면서도 군사적 제재 수단이 없으니 무슨 건전한 논의가 될 것이며.
상임이사국이라고 해봐야 이권은 좁쌀만한데 납부금은 더 내야 하니 뭘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수틀리면 나가버리면 그만인 조직이 성공한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일 것이다.
웰즐리는 킬리언의 조언대로 상임이사국들에게 절대적인 힘을 부여하는 걸 기반으로하는 연합의 창설을 기획했다.
이상적인 관점에서는 처음부터 너무 실리적으로만 접근한다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당장 이상주의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학자들은 이건 열강들이 합법적으로 세계를 갈라먹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웰즐리의 태도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도 열강들이 세계를 갈라먹고 있는 건 변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손에 쥔 걸 놓으라고 하면 누가 말을 듣겠나?
어린 아이조차 손에서 장난감을 빼앗으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프랑스나 프로이센이 잘도 협조를 해주겠다.
웰즐리의 현실적인 주장에 동의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굳이 이런 기구를 왜 만들어야 하냐는 의원들도 있었다.
“총리님, 굳이 저런 국제 기구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오히려 저 새로운 국제 기구가 대영제국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제 아무리 대영제국이 압도적인 세계 최강국이라고 해도 혼자 국제 연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면 그 누가 연합에 들어오려고 하겠는가.
저런 거대한 연합 기구를 운영하려면 대영제국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약소국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시민들이 불만스러워하지 않겠냐는 게 몇몇 의원들이 우려하는 바였다.
그러나 웰즐리는 대영제국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대놓고 혼자서 세계를 주물럭거려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위치는 공고히 한 채로 한층 더 세련되고 은밀하게 국제 사회를 컨트롤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이 연합을 창설하려는 숨은 의도였다.
물론 이런 속내를 공공연한 곳에서 밝힐 수는 없는 노릇.
총리 관저에서 열린 사적인 모임에서 웰즐리는 걱정을 하는 의원들에게 슬쩍 말을 흘렸다.
“어차피 저런 거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적입니다. 분담금을 많이 지불하는 쪽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그 말씀은 곧 우리가 그만큼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낸만큼 가져올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세계를 합법적으로 좌지우지 하는데 그만큼의 돈을 쓴다면 싸게 먹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국내 여론은 대강 정리 됐지만, 진짜로 중요한 건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참여를 해주느냐다.
웰즐리는 우선 프로이센을 끌어들이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마침 킬리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각국의 총리, 장관들이 우르르 몰려온 이 때가 바로 기회였다.
“비스마르크 총리님, 이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감개가 무량하네요.”
“하하하, 생각해보면 그렇군요. 보통은 폐하께서도 같이 계셨으니까요.”
생일 축하식의 가장 앞열에 자리를 배치받은 비스마르크의 바로 오른편에 자연스럽게 앉은 웰즐리는 편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로 다리를 쭉 폈다.
“공사가 다망하신 총리님이 런던까지 또다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 생일인데 당연히 와야죠. 프랑스쪽도 오지 않았습니까?”
“하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총리급 인사가 왔군요.”
옛날에는 국왕의 생일에도 대사를 통해서 축하 메세지를 전달하거나 끽해봐야 장관 정도가 오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킬리언이나 빅토리아의 생일에는 기본적으로 총리들이 오기 시작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거야 말로 대영제국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폐하의 생일 말입니다. 사실 오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
“정확히 말하면 생일 추정일이죠. 하지만 뭐 상관 없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건 이런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거니까요.”
생일일지도 모르는 날을 이렇게 기념하고 모두가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웃기지만, 웰즐리는 이걸 빌미로 각국의 총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나쁠 게 없었다.
“총리님께서도 이번에 제가 전달한 안건을 검토해 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충분한 답이 나왔을까요?”
“흠···생각지도 못한 구상이라 솔직히 놀랐습니다.”
“지금의 평화는 어떻게 보면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가깝습니다. 인간이라는 게 뭐랄까···참으로 간사하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천국이 올 거라고 믿는 이들이 넘쳐났었는데, 지금은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군비증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결코 적지 않죠.”
인공 비료를 만들어낸 것까지는 좋지만, 그걸로 화약을 찍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전 세계는 약속이라도 한듯 군비 확장에 들어갔다.
아무리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시민들을 배불리게 먹이겠다고 한가롭게 비료나 찍어내고 있다가 옆나라가 쳐들어오면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그러니 다가올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 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지금 이건 모두가 다 같이 패망의 길로 전진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상식적으로 스페인이 아무리 국방비를 증가시켜봐야 프랑스나 프로이센보다 강해질 수 있겠는가.
프랑스나 프로이센이 국방에 지출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가능하겠지만, 스페인만큼 지출을 한다면 힘의 차이는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그렇게 무기를 찍어내고 군사를 늘리면 그만큼 다른 산업에 돌아가는 자원이 적어진다는 뜻.
전 세계가 사이좋게 침체의 길로 가고 싶지 않다면 필요 이상의 지출을 지양하는 게 맞다.
그러니 필요 이상으로 돌출 된 국가를 제재하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안전을 보장해줄 국제 연합이 필요하다는 건 비스마르크도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맹점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국제 연합의 보호는 여기 가입한 국가들에게만 적용되는 거겠죠?”
“일단은 그렇게 해야겠죠.”
“그러면 아시아의 식민지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국제 연합이 창설되면 독립을 원하는 식민지들은 자신들도 받아달라고 아우성칠 게 뻔한데요.”
“위선자라고 욕 먹어도 어쩔 수 없죠. 지금 당장 모든 식민지를 독립시키라고 하면 누가 말을 듣겠습니까. 그랬다가는 일단 저부터 쫓겨납니다.”
대영제국 총리가 인도를 독립시키자고 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유럽의 열강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이권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이건 곧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다.
“장래에 비판을 받을 게 분명한데 그래도 밀고나가시겠다는 거군요.”
“물론입니다. 후대의 평가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큰 소리를 치진 못하겠지만, 그보다는 전쟁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부작용이 없는 정책만 시행해야 한다는 건 이상론자들의 헛소리일 뿐입니다.”
“거기에는 저도 동감합니다. 특히 국제문제는 좀 더 냉정하고 매마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긴 하죠. 일단 현재 본국이 누리고 있는 모든 권리를 인정해준다면 저도 딱히 이견은 없습니다. 그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와 권한도 마음에 들고요.”
“그렇게 말해주시 감사합니다. 프로이센만 동의를 해줘도 앞으로 일이 한결 쉬워질 겁니다.”
“그런데 혹시 그 연합의 지도자는 어떻게 선출되는 겁니까? 혹시···.”
은근슬쩍 독일쪽 사람을 추천하려는 비스마르크의 흥정을 웰즐리는 사전에 차단했다.
“일단 직함이 총장이 될지 위원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초대는 상임이사국 사람으로 뽑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우리끼리 신경전 할 필요도 없고, 조직의 순수성이 좀 더 어필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말씀하시는 바는 이해합니다. 뭐, 저희야 프랑스나 대영제국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 게 아니라면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그러면 혹시 상임이사국은 몇 개국 정도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대영제국, 프로이센, 프랑스. 확정 된 건 이렇게 3개국입니다. 두 나라 정도 더 포함이 될 수도 있긴 한데···”
“솔직히 한말씀 드리자면 저희로서는 여기서 더 추가되는 나라가 없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긴 한데 다른 나라를 하나 정도 끼워주지 않으면 구성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클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대영제국, 프랑스, 프로이센의 동맹이 저 자리를 독식한다면 어떤 말이 나오겠는가.
이건 그냥 이름만 바꾼 삼국 동맹의 강화판이라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그러면 어떤 나라가 들어오게 되는 겁니까? 러시아?”
“그건 이제 폐하께서 얼마나 저쪽을 잘 구워삶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봐야겠지요.”
생일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커다란 무대 앞,
저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는지 알고 있는 킬리언이 어떤 답을 들고올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보기로 했다.
* * *
웰즐리가 비스마르크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협상을 하는 동안.
“정말 오랜만입니다, 몇 년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신수가 훤해지셨네요.”
“이게 다 폐하의 덕분입니다.”
“나라를 새로 꾸려가시느라 정신이 없으실 텐데 굳이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런던까지 오시다니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폐하께서 제 목숨을 한번 살려주셨는데 당연히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요. 신경쓰지 마십시오.”
나는 축하 행사에 들어가기 앞서서 바쿠닌과 느긋하게 커피를 한잔 하는 중이었다.
바쿠닌이 어째서 직접 이곳까지 달려왔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보장받기를 원했던 것.
이전 러시아 제국이 누리고 있던 권리와 조약들이 지금도 효력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나나 웰즐리의 입으로 확인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하면서 차일피일 답을 주지 않았으니 똥줄이 탈 수밖에.
“아, 그런데 바쿠닌 공을 어떻게 소개해야 좋겠습니까? 러시아의 첫 번째 시민? 그런데 러시아라는 나라가 지금 실재하는 겁니까? 분명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러시아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건 또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정부주의를 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가능할 때까지는 임시로 국가 비슷한 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임시 정부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러시아 임시 정부의 수장.”
“아니···그러니까 수장은···아니, 아닙니다. 그렇게 하셔도 무방합니다.”
수장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어떤 권한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냐는 질문에 답할 방법이 없어진다.
진짜 그저 일개 시민이라면 대영제국의 국서가 이렇게 시간을 내서 만나줄 가치가 없을 테니까.
“그렇군요. 그럼 이제 확실히 본론으로 넘어갈 수 있겠네요. 귀하께서 부탁한 사항들을 실무진들과 검토해봤는데 일단 몇 가지 우려만 해결되면 기존 조약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건 무리가 없을 거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혹시 그 우려되는 점이라는 게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그쪽이 정말로 러시아라는 국가를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는 게 확실하냐는 거겠지요. 그래서 웰즐리 총리님이 그쪽에 그런 제안을 건넸던 겁니다.”
“···러시아라는 이름으로 국제 연합에 가입하면 공동체의 대표성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씀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이전의 국가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지는데······.”
무정부국가의 임시 정부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모순적인데 여기에 떡하니 국제 연합에 가입까지 하면 이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을 넘어선 일이다.
걱정하는 바는 우려가 됐지만 그렇다고 그쪽에 선택지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게 걱정이 되신다면 러시아를 위해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요? 국가에 준하는 ‘단체’나 임시정부도 총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결의안을 조금 손보면 됩니다. 그러면 러시아는 ‘국가’가 아닌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아 다르고 어 다르긴 해도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은 꽤 크다.
바쿠닌은 활짝 웃으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마침 런던에 각국의 요인들이 많이 모여있으니 축하 연회가 끝나는 대로 자세한 합의서를 작성해보도록 하죠. 거기서 러시아 임시 정부의 권위를 확실히 인정한다는 확약서도 써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편의를 봐주실 줄은 몰랐는데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생일을 축하해주시겠다고 러시아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오셨는데 이 정도 배려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가장 원하는 바를 얻어낸 바쿠닌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감돌았고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를 받을 정도가 아니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임시 정부도 있고 외교관도 있으면서 자기네가 나라가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걸 어울려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다만 총회 가입이야 헌장을 고치면 문제 없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총회에만 국한된 이야기일 뿐.
상임이사‘국’은 회원국가 중에 뽑는다는 헌장을 고친다고는 하지 않았다.
안 됐지만 나라가 아닌 러시아는 들어올 자리가 없어요.